이츠카는 대답했다. 안채 안은 변함없이 어둡다. 중후한 가구,
오래된 인형들, 멈춰 있는 시계 지나쳐 가 버리기 때문이다. 하고 문득 깨달았다. 이 장소도, 여기 있는 사람들도, 나는 이제곧 지나쳐 가버린다. 지나쳐 가버려서, 아마도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과 사물과 장소를 싫어하게 되기란 어렵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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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모임에 결석하고 과제도 읽지 않았지만, 대신 리오나는지난주에 출애굽기를 다시 읽었다.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장이라고 생각했기에 식구들이 잠든 고요한 밤, 부엌에서 천천히 읽었다. 리오나가 해석하기로는, 거기엔 ‘믿고 기다리는‘ 일의 중요함이 쓰여 있다.  - P52

~ 아홉 번째 계명이었다. 타인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에 대해, 라고 굳이 밝힌 이상, 자기 자신에 대해서라면 괜찮은 걸까. 어쩔 수 없으니까? 리오나에게는 그렇게 이해된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척하거나, 슬프지 않아도 슬픈 얼굴을 해야 할 필요가 인생에는 많이 있다. 성서를 쓴 사람들이 현대 생활의 그런저런 면을 고려해 주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시대나 인간은 자기 자신을 부분적으로 속여 가며 어떻게든 주위와 공존해 온 것은 아닐까. 주위와, 혹은 예를 들면 남편과―. - P53

서둘러 그 거리를 떠나온 날이 무척 멀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노라면,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과거가 된다고 이츠키는 생각한다. 물론 여행을 하지 않더라도 온갖 일들은 어차피 과거가되는 것이니, 이상한 감회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여기 이렇게 있는 건 현재인데 조금씩 파르께하게 밝아져 가는 겨울 공기도 하얀 싸구려 플라스틱 테이블과 의자도 이미 반쯤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츠카 자신이 이 풍경째 미래의 자신의 기억 속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하지만, 적어도 이 카페오레는 맛있어."
이츠카는 그렇게 말하고 컵을 두 손으로 감싸듯 들었다. 현재가 현실이고, 자신이 지금 확실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컵의 질감과 온기로 확인한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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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만나지 않는다는 것과, 이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구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져."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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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가까이에 있는 것을 사랑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그것은 실로 불공평한 편애로, 미의식조차 바꾸는 것이다.

- 아, 이놈은 아빠가 닥스훈트예요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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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인간 따위 없다. 만약 엄마가 나를 실패작이라고 한탄하면 나는 기분이 좋을까? 농담이 아니다. 수많은 결점이 있어도 나는 나답게 살고 울고 웃으며 인생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성장과정 중 한순간만을 보고 실패인지 성공인지 대체 누가 판단한단 말인가?

- 어떤 사람이 되길 바랐어?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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