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부시는 야심적인 청년이다. 그는 야심적인 소년에서 야심적인 청년이 됐다. 그리고 이제 야심적인 어엿한 어른이 되려 하고 있다. 차분하고, 호언장담을 하지 않는다. 목소리도 작다. 그러나 야심적인 것은 변함없다. 그리고 자신이 야심적이란 것을 딱히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다. 자랑도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겸손하지도 않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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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에고로바와는 달리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눈곱만치도 하지 않았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내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그것이 없는 나는 내가 아니다. 어떻게든 해내면 반드시 무언가가 이루어진다. 해내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한다. 제로다. 뼈를 깎아서라도 몸을 잘라서라도 앞 선수를 추월할 것이다. 근성? 아니, 그것은 근성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달리고 있다.내가 나 자신을 달래면서 달리고 있다.
메달은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메달을 갖고 싶다. 당연하다. 올림픽에 와서 메달 따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메달을 따야 알아주는 냉엄한 곳이다. 만약 메달을 따지 못하고 돌아가면 그 누구도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과를 내야 비로소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도 메달을 따야만 한다.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것은 형태가 있는 것뿐이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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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롭지 않을 경우의 일은 생각하지 않도록 하자. 순조로울 때만생각하자. 뭐니 뭐니 해도 내게는 견뎌낼 능력이 있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신체적으로 보면 나보다 뛰어난 선수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나만큼 고통을 잘 견디는 선수는 별로 없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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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구멍으로 쏟아지는 모래처럼 쉬지 않고 이어지는 인간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인간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있었는지를 가늠해본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안전하게 다른 곳으로 옮겨놓고 있다. 혼자만 기억하고 있는 건 언제든 사라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므로, 인간은 그런 식으로 기억을 유지시켰다. 인류 탄생이래 계속해서. - P126

"감정은 교류야. 흐르는 거야. 옮겨지는 거고, 오해하는 거야."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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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카일이 제게 그 일을 맡겼을 때부터 말입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했다는 말이군."
"중요한 건 결과보다 행위입니다." - P103

그러니까 인간에게 0.01퍼센트는 불가능의 수치와 맞먹는 것일지라도 내게 그 숫자는 ‘존재한다‘이다. 불가능과 가능의 기준이 아니라 존재의 유무이므로, 존재할 확률이 랑의 머리카락 한 개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내게 있는 것이므로 나는 한 점으로도 남지 않은 새를 좇던 눈을 거두고 검은 벽을 향해, 폭풍이 있는 방향으로 걷는다. - P113

갑작스러운 폭풍이 불어닥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길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 새벽. 나는 돌부리에 걸려 발목을 다친 랑을 두 팔로 안고 있었고 랑은 태풍이 무섭지도 않은지 연신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눈을 감고 걸어봐, 고고. 나처럼. 그럼 꼭 우리가 춤을 추는 것 같아. 우리 둘 다 춤추는 법을 모르잖아. 근데 바람이 미는 대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면 꽤 그럴듯하게 느껴져. 바람을 뚫고 가는 건힘드니까 이렇게 춤추면서 간다고 생각하자. 허밍은 내가 해줄게.‘ - P115

나에게도도 죽음이 있던가. 내가 갈 다음 세상이라는 게 있던가. 하지만 나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만들어졌다는 건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 P116

진정한 슬픔은 평범한 하루 속에 깃들어 있는데 자꾸 특별한 절망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 P121

~ 랑은 끝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밖으로 흐르지 못한 눈물은 체내에 흡수되어 몸을 무겁게 만든다. 그리울 때 랑은 무거워진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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