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카일이 제게 그 일을 맡겼을 때부터 말입니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했다는 말이군." "중요한 건 결과보다 행위입니다." - P103
그러니까 인간에게 0.01퍼센트는 불가능의 수치와 맞먹는 것일지라도 내게 그 숫자는 ‘존재한다‘이다. 불가능과 가능의 기준이 아니라 존재의 유무이므로, 존재할 확률이 랑의 머리카락 한 개만큼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내게 있는 것이므로 나는 한 점으로도 남지 않은 새를 좇던 눈을 거두고 검은 벽을 향해, 폭풍이 있는 방향으로 걷는다. - P113
갑작스러운 폭풍이 불어닥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길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그 새벽. 나는 돌부리에 걸려 발목을 다친 랑을 두 팔로 안고 있었고 랑은 태풍이 무섭지도 않은지 연신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눈을 감고 걸어봐, 고고. 나처럼. 그럼 꼭 우리가 춤을 추는 것 같아. 우리 둘 다 춤추는 법을 모르잖아. 근데 바람이 미는 대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면 꽤 그럴듯하게 느껴져. 바람을 뚫고 가는 건힘드니까 이렇게 춤추면서 간다고 생각하자. 허밍은 내가 해줄게.‘ - P115
나에게도도 죽음이 있던가. 내가 갈 다음 세상이라는 게 있던가. 하지만 나는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졌다. 만들어졌다는 건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 P116
진정한 슬픔은 평범한 하루 속에 깃들어 있는데 자꾸 특별한 절망을 만들려고 했으니까. - P121
~ 랑은 끝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밖으로 흐르지 못한 눈물은 체내에 흡수되어 몸을 무겁게 만든다. 그리울 때 랑은 무거워진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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