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근하게 끓인 국물 요리는 어떨까. 약한 불에 오래 끓인 것하고 시간을 급히 쓰느라 화학조미료를 넣고 간단히 끓인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어넣어주는 게 분명 있음을, 이 두 가지를 놓고 비유해본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1
자신과는 다른 철학을 부여잡고 혼자 세상을 살며, 혼자 세상을 떠도는 친구를 옆에 두고서 그런 말을 서슴지 않다니. 나는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 혼자일 수 있으며 혼자더라도 당당할 수 있으니 혼자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끔 혼자이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분명 어딘가 도달할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내 밑바닥의 어쭙잖은 목소리를 스스로 듣게 된다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언젠가는 말해주겠다. 우리가 어떻게 혼자일 수 있는가는 의존적으로 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도대체 얼마나 혼자 있어 보질 않았으면 혼자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 또한 보통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2
혼자 있으면 무조건 심심할 거라며 회피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란 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진정 하고픈 걸 할 수 있는 상태는 정말로 혼자일 때 아닌가. 세상 눈치보는 일 없이 자유로운 상태일 테니 행동력이 따라오는 건 당연. 혼자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외로움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듬어준다.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특별한 의미로 사람을 빛나게 하고 또 사람관을 선명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로움이야말로 정말이지 새로운 희망이며 새로 나온 삼각김밥이다. 단 정말로 중요한 건 혼자서도 잘 있되 갇히지 말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혼자일 수 없는 사람이 억지로 혼자이다보면 망가지는 경우도 숱하게 있으니 이때 역시도 중요한 건 균형김밥이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3
혼자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둘이서는 많은 대화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제삼자의 이야기를 하는 데다 꽤 많은 시간을 쓴다. 그 부분이 제일 안 좋다. 혼자 가면 안될 것 같아서겠지만 정말이지 혼자 가면 안 되는 것일까. 혼자라서 닥치는 현실의 이런저런 문제가 아닌 혼자서 직면하는 고독 앞에서의 자신 없음이 무서운 것이다. 고독을 모르면서 나이들 수는 없다. 혼자인 채로 태어났으면서 애써 고독을 모른 체한다면 인생은 더 어렵고 더 꼬이며 점점 비틀린다. 고독의 터널 끝에 가보고 고독의 정점과 한계점을 밟고 서서 웃는 자만이 ‘혼자를 경영‘할 줄 아는 세련된 사람이 된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3
종교가 간절한 시대는 지난 것인지 사람들은 이제야 시간을 믿기 시작했다. 시간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시간이 우리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믿기로 한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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