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places‘, 구어라서 책보다는 영화나 미드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여행을 떠난다거나 다양한 장소를 다닌다는 말이라기보다 ‘성공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리고 ‘go places‘의 뜻처럼 사비를 들여서가 아니라, 가족이 움직여서가 아니라, 재능이나 커리어 덕분에 언젠가 ‘이곳에 초대받게 될 줄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 하고 생각하게 될 순간이 오길 조심스레 기대한다.
아직 상상까지 포기하진 않았다.

- 동네 마트를 벗어나고 싶다 : go places - P20

번역가로서의 경력은 폴러의 말처럼 미국식 나쁜 남자 친구였다. 아무리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가끔은 애태우며 나를 보아달라고 말해도 나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다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을 때 사랑한다 말하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연락을 끊기도 했다. 하지만 당분간 혼자여도 상관은 없고 외롭지도 않다. 누가 날 사랑해주건 그러지 않건, 청혼 반지를 꺼내건 말건 내가 매 순간 그 대상을 진심으로 대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적어도 한 번은 괜찮은 여자였으니까. 괜찮은 여자는 홀로있어도 빛이 나고,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들고 당당히 걷는 법이니까.

- 경력은 나쁜 남자 친구 : career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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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는 그에 맞는 가치가 있다. 이 마을에서 가격의 차이는 스트레이트하게 질의 차이다. 질이 나쁜 것에 비싼 값을 매기는 가게는 금방 사라진다.
그런데도 트집을 잡아서 좋은 물건을 싼값에 얻으려 하고, 자신들은 그래도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우스꽝스러웠다.

- 땀 많은 직공의 여름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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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근하게 끓인 국물 요리는 어떨까. 약한 불에 오래 끓인 것하고 시간을 급히 쓰느라 화학조미료를 넣고 간단히 끓인 것의 차이는 극명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불어넣어주는 게 분명 있음을, 이 두 가지를 놓고 비유해본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1

자신과는 다른 철학을 부여잡고 혼자 세상을 살며, 혼자 세상을 떠도는 친구를 옆에 두고서 그런 말을 서슴지 않다니.
나는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든 혼자일 수 있으며 혼자더라도 당당할 수 있으니 혼자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가 가끔 혼자이고 싶은 것은, 우리에게 분명 어딘가 도달할 점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을. 내 밑바닥의 어쭙잖은 목소리를 스스로 듣게 된다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다는 것을.
그래도 언젠가는 말해주겠다. 우리가 어떻게 혼자일 수 있는가는 의존적으로 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도대체 얼마나 혼자 있어 보질 않았으면 혼자 있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 또한 보통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2

혼자 있으면 무조건 심심할 거라며 회피하는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란 건 별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진정 하고픈 걸 할 수 있는 상태는 정말로 혼자일 때 아닌가. 세상 눈치보는 일 없이 자유로운 상태일 테니 행동력이 따라오는 건 당연.
혼자는 초라하지 않다. 오히려 외로움은 사람을 입체적으로 다듬어준다.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은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특별한 의미로 사람을 빛나게 하고 또 사람관을 선명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로움이야말로 정말이지 새로운 희망이며 새로 나온 삼각김밥이다. 단 정말로 중요한 건 혼자서도 잘 있되 갇히지 말아야 하는 것이겠지만, 혼자일 수 없는 사람이 억지로 혼자이다보면 망가지는 경우도 숱하게 있으니 이때 역시도 중요한 건 균형김밥이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3

혼자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둘이서 여행을 떠난다. 둘이서는 많은 대화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닌 제삼자의 이야기를 하는 데다 꽤 많은 시간을 쓴다. 그 부분이 제일 안 좋다. 혼자 가면 안될 것 같아서겠지만 정말이지 혼자 가면 안 되는 것일까. 혼자라서 닥치는 현실의 이런저런 문제가 아닌 혼자서 직면하는 고독 앞에서의 자신 없음이 무서운 것이다.
고독을 모르면서 나이들 수는 없다. 혼자인 채로 태어났으면서 애써 고독을 모른 체한다면 인생은 더 어렵고 더 꼬이며 점점 비틀린다. 고독의 터널 끝에 가보고 고독의 정점과 한계점을 밟고 서서 웃는 자만이 ‘혼자를 경영‘할 줄 아는 세련된 사람이 된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3

종교가 간절한 시대는 지난 것인지 사람들은 이제야 시간을 믿기 시작했다. 시간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시간이 우리에게 보상을 해준다고 믿기로 한 것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

- 왜 혼자냐고요 괜찮아서요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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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의 도시락에 그득그득 담고 싶은 것은 먹을 것만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들일 것이며, 정리되지 않은 알록달록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도시락을 꺼내놓으면서 보온병이 필요한 것은 잠시 가까워진 두 사람의 공기를 좀 어찌해보자는 의도일 것이다. 훈김은 한켠에서 늘 그 정도의 역할을 맡는다. 그 훈김 덕분에 용기를 내어 우리는 다가올 휴가에 대해서, 앞으로의 어떤 찬란한 날들에 대해 말을 꺼내게 될지도 모른다. 훈김이 시켜서 하는 말, 말이다.

- 도시락 싸서 어디 갈래요? - P107

내가 소년이었을 때, 어느 먼 곳의 한 기차역에서 나를 기다려 나를 맞이해준 것은 다름 아닌 라디오였다. 어떤 희망도 가져본 적 없으며 아무 보잘것없는 추레한 소년이었을 때.... 라디오만이 나를 구원해줄 거라 믿는 바람에 나는 이렇게나 시간을 잘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고 상상을 자주 하는 사람이 되었고 혼자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일방적이면서도 눈먼 애정이 나의 불안한 시절을 살렸던 역설적인 결과라고 말해도 좋겠다.
라디오를 켜면서 헤엄쳐 다닐 우주를 열었고, 라디오를 끄면서 내가 만나고 스쳐야 할 아름다움을 기다리느라 우주의 코트 주머니를 한번 더 열어놓았던 찬란한 시절이, 내겐 있었다.

- 맨 뒤 창가 자리에서 라디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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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 일이나 괴로운 일이 한번에 몰려드는 날도 있지만, 술로 잊는 것보다 미네 씨의 밥을 먹는 쪽이 도움이 된다는게 신기해."

- 추억에 붙인 딱지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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