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1 13호 - Vol 13 :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는다는 것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3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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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 신화'의 시시포스 왕은 살았을 때 신들을 속이고 배반한 대가로, 죽어서 산꼭대기까지 바위를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 바위에는 제우스의 마법이 걸려 있어 결코 꼭대기까지 올릴 수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바위는 늘 시시포스의 손에서 빠져나와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이런 식으로 신들은 자신의 운명을 앞질러 생각하려는 사람들에게 벌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헛된 노동의 반복에 대한 비유가 만들어졌다.


이 고단한 삶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자주 생각한다. 내가 '고단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을 돌아보면, 대부분 권태로운 순간들이었다. 그날의 일과가, 내가 해야 할 일이, 내가 마주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들을 발견하게 된다. 때때로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1년 후의 나는, 5년 후의 나는,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나를 지치게 하는 생각은 이 지점에 있다. 지금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막연함.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나는 오늘처럼 출근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가겠지. 아마 그래서 이 주제가 단 번에 눈에 띄었을 것이다. 계간지 NewPhilosopher의 이번 주제,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시지프 신화』에서 카뮈는 '인간의 이성과 세상의 불합리한 침묵이 대립할 때' 부조리가 탄생한다고 주장했다. 올바른 해답은 아니지만 이 공허하고 부조리한 세계를 앞에 둔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제1의 방안은 '자살'이라고 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자신이 처한 고통을 견뎌낼 삶의 이유와 가치를 찾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삶 속에서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NewPhilosopher에서 이야기하는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목표'란 달성해야 할 무언가를 뜻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 그럴듯한 직업을 갖는 것,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목표, purpose는 '무엇을 실천하거나 창조하는 이유, 혹은 어떤 대상의 존재 이유'를 뜻한다.

"오늘날의 노동자는 그 생애의 그날그날을 똑같은 작업을 하며 사는데 그 운명도 시지프에 못지않게 부조리하다. 그러나 운명은 오직 의식이 깨어 있는 드문 순간들에만 부조리하다. 신들 중에서도 프롤레타리아요, 무력하고 반항적인 시지프는 그의 비참한 조건의 넓이를 안다. 그가 산에서 내려올 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조건이다. 아마도 그에게 고뇌를 안겨 주는 통찰이 동시에 그의 승리를 완성시킬 것이다. 멸시로 응수하여 극복되지 않는 운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시지프 신화』 중에서

카뮈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 대항하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반항은 '자신의 삶, 반항, 자유를 느낀다는 것, 그것을 최대한 많이 느낀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는 것이며 최대한 많이 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밀어 올리는 모든 바위는 결국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우리는 부조리하다. 하지만 이런 부조리를 깨달아야 확실히 행복해질 수 있고, 무의미한 실존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는 무언가로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다." (p.52)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이유를 고민하면서도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 막연하게 삶의 목적을 '행복'에 두고 갈급한 마음을 채우기에 급급할지도 모른다. 원래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라는 것은 없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엇을 하고, 무엇을 이루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느끼고 경험하는가에 집중한다면 훨씬 우아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결국 모든 철학적 문제는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인지 모른다. 코로나19로 오랜 시간 일상이 회복되지 못하고,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많아지면서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지금 우리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자기반성이나 상상력과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추구하려는 욕망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특징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리라는 확신 없이 길을 떠나는 것, 답을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탐색하는 것, 길을 잃으면서도 계속 여행하는 것, 지식과 생각의 틀을 습득하고 넓히고 시험하는 것, 개인의 해방에 이르는 것. 이러한 것들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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