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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리사 아이사토.하디 엔지 지음, 김상열 옮김 / 북뱅크 / 2023년 2월
평점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 리사 아이사토, 하디 엔지 / 김상열 역 / 북뱅크 / 2023.02.15 / 원제 : Snart Sover Du (2016년)
그림책을 읽기 전
봄의 향기, 여름의 햇살, 가을의 빛깔, 겨울의 고요함이 한 화면 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어요. 푸른 하늘에 꽃잎을 흩날리며 그네를 타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람에 계절이 스며드는 듯했어요. ‘꿈’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담겨 있어서일까요. 이 책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마음의 계절을 노래할 것 같아요. 지금 내 마음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림책 읽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세상은 긴 잠에서 깨어나요.
봄에는 여름이 잠자고 우리 아가도 이제 곧 잠이 들어요. 자장자장.

햇살을 받으며 익어 가는 사과 속에서 가을이 자고 있어요.
가을이 흥얼대는 노랫소리에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져요.

겨울이 곧 깨어날 거예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어요.
귀를 기울여 봐요. 겨울이 이렇게 소곤거리네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란다!"
그림책을 읽고
이 책은 한 해의 네 계절을, 각 계절의 요정이 잠들고 깨어나 세상을 물들이는 모습으로 표현한 자장가 같은 그림책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차례로 잠들고 깨어나며 세상을 이어 가지요. 봄이 잠들면 여름이 일어나고, 여름이 잠들면 가을이 깨어나요. 그리고 겨울이 다시 찾아와 모든 것을 고요히 감싸지요.
가을의 장면에서는 따스한 햇살 아래 과수원에서 잠든 가을이 등장해요. 그녀는 사과 향이 스며든 옷을 입고, 흙냄새가 묻은 숨결로 꿈을 꾸지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의 낙엽, 풀밭 위의 서리, 유리처럼 투명한 공기, 가는 여름이 아쉬운 꿀벌, 그리고 곧 다가올 겨울의 기척까지 가을의 꿈속에는 이별과 기다림이 동시에 흐르고 있지요.
이야기는 그렇게 계절이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우리 삶도 잠과 깨어남을 반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잠들고, 깨어나고, 다시 꿈꾸는 일, 그것이 바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듯이요. 책을 덮고 나면 ‘계절’이란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단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호흡처럼 느껴지지요. 봄은 시작의 설렘, 여름은 성장의 열기, 가을은 성찰의 빛, 겨울은 쉼과 기다림이에요. 책 속 아이들이 서로 다른 얼굴로 잠들고 깨어나는 장면은, 마치 우리 안의 여러 모습이 순환하는 과정 같아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요.
책은 잔잔하게 묻지요. “지금, 당신의 계절은 어디인가요?” 저는 오늘 여름과 가을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공기는 차갑고 깨끗하지만, 따스함에 기대고 싶어요.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또 맞이하는 시간, 잠들었다 깨어나는 계절처럼, 그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지요.
리사 아이사토의 그림은 빛과 감정의 언어로 이야기해요. 그녀의 붓끝은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 나온 듯 섬세하지요. 따뜻한 색감 속에 희미한 슬픔이 있고, 차분한 회색빛 안에도 분명한 희망이 있어요. 그녀가 그린 사람들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공통된 온기를 지니고 있어요. 피부색, 나이, 표정이 달라도 그 안에는 ‘같이 살아가는 존재의 빛’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다름’이 낯설지 않고, ‘시간’이 두렵지 않아요.
사계절 안에 잠든 아이가 있는 장면만 모아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한 그루의 나무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함께 있었어요. 그림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꿈틀거리고,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행복한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고, 그리운데 또 고마운 마음이 스며들었지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기억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어요. 마치 그 나무가 내 지난 시간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요.
사람의 인생도 결국 한 그루의 나무 같아요. 봄엔 피어나고, 여름엔 살아내고, 가을엔 물들고, 겨울엔 잠드는 것.
그림 속 나무가 계절을 거듭하듯,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구나 싶었어요.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이 제 마음의 시간을 깨워줄 줄은 몰랐어요. 읽는 동안 저는 잠시 멈춰 서서, 제 안의 사계절을 바라보았어요.

한 그루의 나무 안에 내 지난 시간들이 피었다 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눈물이 났지요.
- 자매의 꿈에서 태어난 그림책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의 원작은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그림책 <Snart sover du: et års godnat>(곧 잠들 거야: 한 해의 좋은 밤)이에요. 이 책은 자매인 하디 엔지(Haddy N'Jie)와 리사 아이사토(Lisa Aisato)가 함께 만든 책이지요.
리사 아이사토는 어린 시절의 사진과 함께 “우리가 어려웠을 때 그린 꿈과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줄 몰랐다"라고 전했지요. 이 책은 노르웨이를 넘어 18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지요.
특히 하디 엔지는 그림책의 글뿐 아니라 같은 제목의 자장가 앨범을 직접 노래했어요. 그림책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긴 이 자장가는 잔잔하고 포근한 선율에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담겨 있어요. 노래는 2016년 그림책 출간과 함께 발표되었지요.
- 마음의 계절을 그리는 리사 아이사토 작가님 -

리사 아이사토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예요. 그녀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사람의 감정을 빛과 색으로 그려 내지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여러 상을 수상했고, 직접 쓰고 그린 <삶의 모든 색>은 노르웨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북셀러상’을 받았지요.
그녀가 그린 작품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모두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있어요. 슬픔도 아름다움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계절처럼 감정도 순환하며 다시 빛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현실의 아픔과 기쁨, 성장과 이별을 포근한 색으로 감싸안는 그녀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빛깔’을 다시 느끼게 하지요.
리사 아이사토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lisaaisato/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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