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의 탄생
다원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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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깊은 숲속, 늑대는 할머니께 케이크를 가져다 주려는 빨간 모자를 만나요. 늑대는 할머니와 빨간 모자를 잡아먹으려 꾀를 내어 빨간 모자가 늦게 오게 하고, 먼저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지요. 그러나 그곳에서 늑대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해요. 맛있는 음식 냄새에 이끌려 식탁 앞에 앉고, 할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에 몸이 풀리기 시작하지요. 이내 함께 놀이를 즐기며 늑대는 자신이 왜 왔는지도 잊어버리지요. 그때 할머니가 조용히 묻지요. “아직도 이 할미를 잡아먹고 싶니?”


짧은 질문이지만, 배가 고파서, 외로워서, 심심했던 늑대의 마음에 따뜻한 볕처럼 스며드는 말이에요. 늑대는 할머니와의 대화를 한 후 대답 대신 꼬리를 흔들지요. 그 순간부터 늑대의 눈빛이 달라져요. 무서움 대신 다정함이 자리 잡고, 외로움이 사라지지요. 그렇게 늑대는 멍멍이가 되었지요.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나쁜 애들이 나쁜 짓을 하는 이유는 정말 나빠서일까?’라는 작가의 물음이 오래 남았어요. 어쩌면 외로워서, 배고파서, 누군가 자신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벌을 주는 대신, 그 마음을 한 번 안아주면 어땠을까. 늑대의 변화는 바로 그 순간, 이해받는 따뜻함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이 책의 매력은 반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시선’을 바꾸게 만드는 힘이에요.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다음’을 상상한 이 작품은, 우리가 늘 알고 있던 결말의 이면을 보여주었지요. 누군가를 나쁜 존재로만 단정하지 않고, 그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려는 '용기'! 늑대를 다정하게 바라본 할머니처럼, 우리도 그렇게 누군가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포근해질 거예요.


‘믿거나 말거나’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결국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몰라요. “당신은 어떤 시선으로 누군가를 보고 있나요?” 하고요. 그렇게 보면 <멍멍이의 탄생>은 늑대가 멍멍이가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한 편의 따뜻한 거울 같은 이야기네요. 늑대가 변하던 그 순간, 우리 안의 무언가도 함께 부드러워졌을 거예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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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유아사 쇼타 지음,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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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 유아사 쇼타 글 /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 김숙 역 / 북뱅크 / 2022.04.20 / 원작 : みんなとおなじくできないよ(2021년)


그림책을 읽기 전


표지를 보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어요.

같은 하늘 아래 서 있는데, 두 아이의 온도가 조금 달라 보였어요.

두 아이의 서로 다른 눈빛 사이로 흐르는 공기,

그 안에 담긴 ‘다름’의 의미가 어떤 이야기로 이어질지 궁금해졌어요.




그림책 읽기




동생은 뭘 하든 느리다. 나는 그냥 나대로 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다들 동생만 챙긴다. 얘기 좀 들어 줘요. 나도 좀 봐 줘요.




동생이 친구들에게 쫓겨 정글짐 속에 숨어들어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튀어 나갔다.




나를 발견한 동생도 있는 힘을 다해 나에게 달려왔다.

"형아, 나는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





그림책을 읽고



내 동생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때론 좀 창피하다.

어째서 내 동생은 다른 애들이랑 다른 걸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있어야 할까?

《모두와 똑같이 할 수는 없어》(유아사 쇼타 글, 이시이 기요타카 그림) 중에서



형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느껴요. 동생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면 걱정되고 안쓰럽지만, 때로는 그런 동생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형은 이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를 탓하며 마음속 갈등을 겪지요.


어느 날, 동생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본 형은 동생을 구해내며 문득 깨닫게 되지요. 동생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이 다를 뿐, 그 존재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는걸요. 그동안 눌러두었던 마음을 솔직히 마주한 순간,

형은 처음으로 진짜로 동생을 이해하게 되지요.


표지 속 두 형제의 표정은 닮지 않았어요. 굳은 얼굴의 형, 불안한 눈빛의 동생.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다름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어요. 누구나 누군가에게는 조금 느리고, 조금 불안한 존재라는걸요. 형의 솔직한 내면은 말하지요.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옆에 있어 주면 된다고요.


'동생을 눈여겨보니, 동생 마음에 손을 대보니, 동생을 잘 알 수 있었다.'

책 속 형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참 대견하게 느껴졌어요. 누군가의 마음에 손을 얹는다는 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그리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낀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형의 마음은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더 진실하게 다가왔어요.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깨끗하고 밝기만 한 건 아니라는걸, 어린 형의 목소리로 조용히 들려주고 있어요.


서로 다른 속도로 걷는 두 아이. 형은 동생의 세상에 손을 내밀고, 동생은 고요히 그 손을 잡아요.

“괜찮아. 똑같이 할 수 없어도 괜찮아.”

그 한마디는 다름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같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우리 모두의 안에는 크고 작은 ‘형’과 ‘동생’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나 자신을 이해하는 일도, 이런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 이시이 기요타카(石井聖岳 / いしい きよたか) 작가님 -



1976년 일본 시즈오카현 출생. 어린이책 일러스트를 주로 그리고, 직접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2007년 <떨어졌어요>(모토시타 이즈미 글)로 제13회 일본 그림책상과 제39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 부문상을 받으며 주목받았지요. 그의 그림은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 따뜻하고 진솔해요.


2020년,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림책 <みんなとおなじくできないよ/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가 없어>의 형제 캐릭터 러프 스케치를 공개했어요. 그림 속 두 인물은 바로 작품 속 주인공 형제들이지요.


이시이 기요타카(石井聖岳 / いしい きよたか)SNS : https://www.instagram.com/ishikorori/




- 유아사 쇼타(지은이)의 말 -



이 책은 초등학교 때 겪은 내 체험을 바탕으로 태어났습니다. 나처럼 다른 애들이랑 똑같이 할 수 없는 형제자매가 있는 사람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 이 책을 내기로 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동생이 걱정되고 가엾어서 늘 ‘내가 대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론 동생을 창피하게 생각해서 ‘이런 마음이 드는 나는 이상한 아이일까?’ 하면서 스스로를 탓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동생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걸 이 책 속에 녹여 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감정은 섞여 있긴 해도 그래도 역시 나는 동생을 좋아한다’는 솔직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모두와똑같이할수는없어 #유아사쇼타 #이시이기요타카 #북뱅크 #동생그림책 #형제이야기 #장애그림책 #다름과이해 #그림책읽는아줌마 #그림책읽는어른 #그림책읽는투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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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가 가만히
브렌던 웬젤 지음, 황유진 옮김 / 북뱅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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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하나가 가만히 / 브렌던 웬젤 / 황유진 역 / 북뱅크 / 2022.06.30 / 원제 : A Stone Sat Still (2019년)


그림책을 읽기 전


푸른빛 둥근 언덕 위, 느릿느릿 달팽이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지요.

그 아래엔 커다란 돌 하나가 숨 쉬고 있겠지요.

‘가만히’라는 단어에서 세상의 소음이 멎고, 아주 작고 평온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지요.

달팽이의 걸음, 돌의 침묵, 그리고 이 고요함은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요?




그림책 읽기




돌 하나가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물과 풀과 흙과 함께 원래 모습 그대로 있던 자리에 그대로.




돌은 거칠었다가 부드러웠고,

때때로 돌은 초록색, 빨간색, 보라색, 또 파란색이었지요.




누군가에게는 작은 돌멩이,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언덕,

때로는 손끝의 촉감, 때로는 코끝의 냄새.




누군가에게는 식탁, 누군가에게는 왕좌.

돌은 한순간이었고 또한 긴 세월이었어요.




그림책을 읽고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돌 하나가 있어요. 그 위로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기어오르지요. 달팽이는 돌 위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천천히 내려가요. 긴 시간이 흘러도 돌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요.


돌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갈매기, 여우, 새, 곰, 개미, 그리고 인간까지 그들 각자의 시선에 따라 돌은 전혀 다르게 보이지요. 누군가에게는 어둡고 거친 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쉼터가 되어요. 작은 생명에게는 언덕이 되고, 큰 동물에게는 단지 발밑의 돌멩이에 지나지 않아요.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돌은 늘 그 자리에,

세상의 흐름을 조용히 품은 채 앉아 있지요.


책을 읽는 동안 저는 자꾸 숨을 고르게 되었어요. 세상이 조금 느려지는 기분이었지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달팽이는 그 위를 지나가고, 새는 날아올라 조개를 깨뜨리고,

물이 차오르고, 다시 물러가며 그 모든 순간이 돌 위에 남아요. 한자리에 앉아 있는 ‘돌’은 변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과 시간이 지나가는 자리를 품은 ‘기억’이네요.


“돌 하나가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물과 풀과 흙과 함께 원래 모습 그대로 있던 자리에 그대로.”

그림책의 반복되는 문장은 조용한 파도처럼 위로를 주어요. 세상이 변해도, 사람의 마음이 흔들려도, 어딘가엔 여전히 ‘그대로 있는 무엇’이 있다는 사실이요.


브렌던 웬젤은 인터뷰에서 이 책이 “지구의 지속성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지요. 그 말이 오래 남았어요.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지구는 계속 숨 쉴 거라는 그의 말은 우리가 아주 오래된 이야기의 한 장면 속에

잠시 머무는 존재임을 알려주는 듯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돌’보다 ‘시간’을 보았어요. 그리고 달팽이보다 ‘흔적’을 보았지요. 살아간다는 건 결국, 돌 위를 잠시 지나가는 일이 아닐까요? 그러다 언젠가 누군가가 내 자리를 보고, 그곳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겠지요.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돌은 늘 그 자리에, 세상의 흐름을 조용히 품은 채 앉아 있지요. 그렇게 이 책은 ‘서로 다른 관계 속에서 달라지는 세계’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변하지 않는 무언가(시간에 새겨진 존재의 흔적)을 함께 이야기하지요.




- 브렌던 웬젤이 들려준 표지의 비밀 -



표지 디자인은 편집자 지니 서(Ginee Seo)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달팽이가 지나간 듯한 패턴은 마치 책 속의 달팽이가 표지를 여행한 듯한 인상을 주지요.

‘책이 끝나는 곳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부드럽게 잇기 위한 장치로 고안되었다고 해요.

브렌던 웬젤은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아트디렉터 제니퍼 톨로 피어스(Jennifer Tolo Pierce) 와 함께

표지의 질감과 색감을 완성했다고 해요.(2019년 8월, 작가의 SNS 글 중에서)


<돌 하나가 가만히>에 대한 미국 출판 전문지 PW(Publishers Weekly) 에 실린 브렌던 웬젤의 공식 인터뷰




- 책의 완성 과정 중 한 장면 -




브렌던 웬젤 작가님이 자연 속의 ‘돌’을 여러 시선에서 탐구하며 완성한 작품이에요.

인스타그램(@brendan_wenzel)을 통해 그림책 제작 과정을 일부 공개했는데, 영상 속에는 돌의 질감과 형태를 표현하기 위한 여러 실험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실제 바위와 암석의 색감, 빛의 변화, 주변 생명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각기 다른 돌의 표면을 종이에 재현했어요.


브렌던 웬젤(Brendan Wenzel)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brendan_wenzel




- 브렌던 웬젤 (Brendan Wenzel) 작품 -



브렌던 웬젤은 미국의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연과 생명, 그리고 ‘다양한 시선’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어요. 그는 <모두의 고양이(They All Saw a Cat)>로 2017년 칼데콧 아너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요.


웬젤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모두의 고양이>에서는 각기 다른 동물이 한 마리의 고양이를 보는 방식을, <돌 하나가 가만히(A Stone Sat Still)>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는 돌을 통해 ‘지속성과 변화’를 탐구했지요. 그는 이 밖에도 자연과 생명의 연결을 그린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어요.


“세상은 인간이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존재해왔고, 인간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될 거예요.”

웬젤은 이렇게 말하며, 자연 속 존재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고 전했어요.


<따로 또 같이 갈까?> : https://blog.naver.com/shj0033/223790004939


<삶> : https://blog.naver.com/shj0033/221562333567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돌하나가가만히 #브렌던웬젤 #북뱅크 #AStoneSatStill #돌그림책 #동물 #관계그림책 #상대성 #흐름그림책 #시간의흐름 #세상을보는방식 #지속성과변화 #자연과공존 #지속되는이야기 #그림책읽는어른 #그림책읽는투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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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에 있든
아리엘라 프린스 구트맨 지음, 즈느비에브 고드부 그림, 남은주 옮김 / 북뱅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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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에 있든 / 아리엘라 프린스 구트맨 글 / 즈느비에브 고드부 그림 / 남은주 역 / 북뱅크 / 2023.03.15 / 원제 : Wherever You'll Be (2021년)


그림책을 읽기 전


서로를 꼭 끌어안은 두 사람의 모습,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나비.

이 부드러운 색감 속엔 ‘그리움’이 스며 있는 것 같았지요.

제목 <네가 어디에 있든>이라는 문장이 바람에 실려 마음에 닿는 순간,

이미 이야기가 시작된 듯했어요.




그림책 읽기





잘 잤니, 우리 아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어.

낮에는 떨어져 있어 보고 싶겠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길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항상 너를 생각할 거야.

바람에 엄마 뽀뽀를 실어 보낼게. 받으면 뽀뽀 답장 보내 줘야 해.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늘 너를 생각해.

뺨에 간지로운 바람은 엄마가 보낸 편지. 너도 한번 훅 불어 보내 줘.




그림책을 읽고


아침 햇살 속, 엄마는 아이를 깨우며 하루를 시작해요. “헤어지기 전부터 엄마는 벌써 네가 보고 싶구나.” 엄마는 출근 준비를 하고, 아이는 유치원 갈 채비를 하지요.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는 늘 너를 생각해.” 다정한 약속 속에서 두 사람의 하루가 열리지요.


아이와 엄마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시간을 보내지만, 서로의 마음은 언제나 맞닿아 있지요. 점심 무렵, 엄마는 아이를 떠올리고 아이는 엄마가 싸준 간식을 먹으며 미소 짓지요. 하루가 끝나고 마침내 다시 만난 두 사람. 포근한 품 안에서 다시 만나 모든 그리움이 사르르 녹아내리지요. 잠자리에서 책을 함께 읽으며 엄마는 속삭여요. “내일도 오늘처럼 우리는 함께일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엄마의 마음은 언제나 네 곁에 있단다.” 짧은 문장 속에 하루의 안부와 그리움, 그리고 다짐이 함께 들어 있지요.


이 책은 엄마가 아이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같아요. 엄마와 아이가 각자의 하루를 보내지만, 그림이 두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이어주고 있지요. 엄마의 사무실 벽에 붙은 사람 종이와 아이의 유치원 벽에 붙은 같은 종이가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고, 엄마의 간식과 아이의 간식, 엄마가 산책 중 손에 쥔 줄과 아이의 줄넘기처럼 보이지 않는 끈이 장면마다 다정하게 이어져 있지요.


두 사람의 눈빛, 표정, 행동은 말보다 깊은 마음을 전해요. 엄마의 터치는 언제나 부드럽고, 아이의 세계를 향한 시선에는 둘만의 사랑스러움이 담겨 있어요. ‘보고 싶다’는 말 대신, 그림 속 연결된 사물들이 “괜찮아, 우리 여전히 함께 있어.”라고 속삭이는 듯하지요. 그림의 색채는 마치 파스텔로 눌러 쓴 사랑스러운 포옹 같아요. 색연필의 결마다 포근한 온기가 남아 있지요.


엄마의 편지에 아이가 답장을 쓴다면 어떤 말을 들려줄까요? “멀리 있어도 엄마의 뽀뽀에 답장을 꼬옥 보낼게요.” 사랑은 거창한 약속보다, 이렇게 서로의 마음을 잇는 작은 대화 속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멀리 있어도, 말하지 않아도, 그리움이 사랑이 되어 이렇게 서로 다른 하루 속에서도 이어지는 마음이란 걸 생각해 보내요.




- 그림책 속 집, 현실이 되다 -



그림책 <네가 어디에 있든> 속에 등장하는 노란 문이 달린 이층집,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작가 즈느비에브 고드부는 자신이 살던 몬트리올의 동네를 모티프로 삼아 이 장면을 그렸다고 해요. 그림 속 따뜻한 노란 문과 건물의 독특한 형태는 현실 속 풍경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지요.

현실과 상상이 맞닿는 이 순간, 그림책은 이야기 너머로 저를 이끌지요.




- 즈느비에브 고드부 (Genèvieve Godbout) 작가님 -



캐나다 퀘벡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로, 몬트리올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프랑스 파리의 구블랑 예술학교(École des Gobelins)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런던의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서 위니 더 푸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했으며, 몬트리올에서 친구,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파스텔과 색연필로 가득 찬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드부의 그림은 부드러운 파스텔과 색연필을 사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 속에 옛 시절의 향수와 감정의 여운을 담아냅니다. 그녀의 작품 중 <네가 어디에 있든>, <말루>, <진짜 우리 엄마 맞아요?>가 한글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즈느비에브 고드부 (Genèvieve Godbout)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genevievegodboutillustration/




- 북뱅크 MOM 컬렉션(엄마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들) -



출판사 북뱅크(Book Bank)는 오래도록 사랑받는 ‘엄마 그림책’들을 출간하고 있어요.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사랑, 그리고 아이가 기억하는 엄마의 품까지…

그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들을 모아 보았지요.

이 책들은 세대와 언어를 넘어,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이어지고 있지요.

읽는 이의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남는, ‘엄마의 온기’를 닮은 그림책들이에요.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 https://blog.naver.com/shj0033/221055429922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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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리사 아이사토.하디 엔지 지음, 김상열 옮김 / 북뱅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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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 / 리사 아이사토, 하디 엔지 / 김상열 역 / 북뱅크 / 2023.02.15 / 원제 : Snart Sover Du (2016년)


그림책을 읽기 전


봄의 향기, 여름의 햇살, 가을의 빛깔, 겨울의 고요함이 한 화면 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어요. 푸른 하늘에 꽃잎을 흩날리며 그네를 타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람에 계절이 스며드는 듯했어요. ‘꿈’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담겨 있어서일까요. 이 책은 단순한 계절의 순환이 아니라, 삶의 시간과 마음의 계절을 노래할 것 같아요. 지금 내 마음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림책 읽기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세상은 긴 잠에서 깨어나요.

봄에는 여름이 잠자고 우리 아가도 이제 곧 잠이 들어요. 자장자장.




햇살을 받으며 익어 가는 사과 속에서 가을이 자고 있어요.

가을이 흥얼대는 노랫소리에 해가 지고 점점 어두워져요.




겨울이 곧 깨어날 거예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어요.

귀를 기울여 봐요. 겨울이 이렇게 소곤거리네요.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란다!"




그림책을 읽고


이 책은 한 해의 네 계절을, 각 계절의 요정이 잠들고 깨어나 세상을 물들이는 모습으로 표현한 자장가 같은 그림책이에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차례로 잠들고 깨어나며 세상을 이어 가지요. 봄이 잠들면 여름이 일어나고, 여름이 잠들면 가을이 깨어나요. 그리고 겨울이 다시 찾아와 모든 것을 고요히 감싸지요.


가을의 장면에서는 따스한 햇살 아래 과수원에서 잠든 가을이 등장해요. 그녀는 사과 향이 스며든 옷을 입고, 흙냄새가 묻은 숨결로 꿈을 꾸지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의 낙엽, 풀밭 위의 서리, 유리처럼 투명한 공기, 가는 여름이 아쉬운 꿀벌, 그리고 곧 다가올 겨울의 기척까지 가을의 꿈속에는 이별과 기다림이 동시에 흐르고 있지요.


이야기는 그렇게 계절이 서로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우리 삶도 잠과 깨어남을 반복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잠들고, 깨어나고, 다시 꿈꾸는 일, 그것이 바로 살아가는 일이라는 듯이요. 책을 덮고 나면 ‘계절’이란 단어가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단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호흡처럼 느껴지지요. 봄은 시작의 설렘, 여름은 성장의 열기, 가을은 성찰의 빛, 겨울은 쉼과 기다림이에요. 책 속 아이들이 서로 다른 얼굴로 잠들고 깨어나는 장면은, 마치 우리 안의 여러 모습이 순환하는 과정 같아요. 아이에서 어른으로, 그리고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이요.


책은 잔잔하게 묻지요. “지금, 당신의 계절은 어디인가요?” 저는 오늘 여름과 가을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공기는 차갑고 깨끗하지만, 따스함에 기대고 싶어요.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또 맞이하는 시간, 잠들었다 깨어나는 계절처럼, 그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지요.


리사 아이사토의 그림은 빛과 감정의 언어로 이야기해요. 그녀의 붓끝은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다 나온 듯 섬세하지요. 따뜻한 색감 속에 희미한 슬픔이 있고, 차분한 회색빛 안에도 분명한 희망이 있어요. 그녀가 그린 사람들은 모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공통된 온기를 지니고 있어요. 피부색, 나이, 표정이 달라도 그 안에는 ‘같이 살아가는 존재의 빛’이 담겨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다름’이 낯설지 않고, ‘시간’이 두렵지 않아요.


사계절 안에 잠든 아이가 있는 장면만 모아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한 그루의 나무 안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함께 있었어요. 그림을 바라보는데 마음이 꿈틀거리고,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행복한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고, 그리운데 또 고마운 마음이 스며들었지요. 왜 그런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오래된 기억들이 불쑥불쑥 올라왔어요. 마치 그 나무가 내 지난 시간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요.


사람의 인생도 결국 한 그루의 나무 같아요. 봄엔 피어나고, 여름엔 살아내고, 가을엔 물들고, 겨울엔 잠드는 것.

그림 속 나무가 계절을 거듭하듯,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구나 싶었어요.


이 책을 선물해 주신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려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이 제 마음의 시간을 깨워줄 줄은 몰랐어요. 읽는 동안 저는 잠시 멈춰 서서, 제 안의 사계절을 바라보았어요.



한 그루의 나무 안에 내 지난 시간들이 피었다 지는 걸 봤어요.

그래서 행복했고, 그래서 눈물이 났지요.




- 자매의 꿈에서 태어난 그림책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꿈>의 원작은 노르웨이에서 출간된 그림책 <Snart sover du: et års godnat>(곧 잠들 거야: 한 해의 좋은 밤)이에요. 이 책은 자매인 하디 엔지(Haddy N'Jie)와 리사 아이사토(Lisa Aisato)가 함께 만든 책이지요.


리사 아이사토는 어린 시절의 사진과 함께 “우리가 어려웠을 때 그린 꿈과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줄 몰랐다"라고 전했지요. 이 책은 노르웨이를 넘어 18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지요.


특히 하디 엔지는 그림책의 글뿐 아니라 같은 제목의 자장가 앨범을 직접 노래했어요. 그림책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옮긴 이 자장가는 잔잔하고 포근한 선율에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담겨 있어요. 노래는 2016년 그림책 출간과 함께 발표되었지요.




- 마음의 계절을 그리는 리사 아이사토 작가님 -



리사 아이사토는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예요. 그녀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사람의 감정을 빛과 색으로 그려 내지요.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여러 상을 수상했고, 직접 쓰고 그린 <삶의 모든 색>은 노르웨이에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북셀러상’을 받았지요.


그녀가 그린 작품에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지만, 모두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있어요. 슬픔도 아름다움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을, 계절처럼 감정도 순환하며 다시 빛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현실의 아픔과 기쁨, 성장과 이별을 포근한 색으로 감싸안는 그녀의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빛깔’을 다시 느끼게 하지요.


리사 아이사토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lisaaisato/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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