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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1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평점 :
내가 감히 이 책에 대해서 다른이들의 생각과 기준에도 맞출만큼, 제대로 책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신있는 나의 이야기를 펼치는 공간이니 용기내보기로 한다.
청소년기 분명 읽었으나 기억에 남지 않는 그 조각을 가지고 이 책을 성인이 되어서 다시 펼쳤을 때 그 조각마저도 흩어졌음을 느꼈다. 아니, 조각이 있었는지조차 모를만큼 아예 다른 책으로 다가오고 의미가 깊어졌다. 동시에 필독서로 내걸면서 말하는 이들조차 진정으로 이 책이 그 당시 청소년에게 올바른 의미로 다가왔을지를 확신하고 내린 결정이었을지. 무책임한 어른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고. 고전을 읽히고 싶은 이들이 오히려 고전에서 더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싯다르타>이후로 다시 펼친 헤르만헤세의 책은 <데미안>이다. 처음 아이의 10대 시절의 회상으로 시작할 때, 두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어둡다고 여겨지는 세계를 즐기는 것을 오히려 좋아할 때도 있었다는 부분이 나에겐 꽤나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동시에 돌아갈 안전한 세계가 있으니 그도 잠시 잠깐의 일탈을 생각했겠지. 나 역시 안전한 울타리 속에서 온실속의 화초만큼은 아니어도 보호받으며 살아왔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그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독립을 하여 서울로 올라와서 지낼 때도 일탈을 행해보진 않았다. 오히려 지금 남편과의 여행조차 허락을 받고 갈 정도로 바른생활 아이였으니. 헌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학창시절 나의 이해를 벗어난 일탈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해가 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기도 하고. 가끔 '나도 한번쯤?' 이라고. 금방 고개를 저어 말도 안된다고 거부했지만 말이다. 그래서인이 싱클레어의 입장이 연민의 감정도 들었고, 싱클레어의 모든 상황이 나도 함께 포함된 듯이 느껴져 마치 뿌연 공간을 헤매는 것처럼 느껴졌다. (독서모임에서 그리 말해주셨다.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가 나온 느낌이었다고) 덮고 나서 뭐라고 정의 내리고 깔끔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이해가되는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했다. 결국은 <싯다르타>에서도 내면의 이야기에 대해서 글을 쓴 그가 아니던가. 역시 <데미안>에서도 내면의 이야기를 하며, 자기 자신의 길을 가라며 이야기한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젊은이들의 마음에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다는 <데미안>. 우리네 젊은이들의 마음에도 파동을 일으킬 순 없을까?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너무 유명해져서 이미 익숙해진 문장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계속 기억에 남게 될지 몰랐다. 알을 깬다는 것의 의미. 한마리의 새. 가녀리지만 용기있고 투쟁할 수 있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동시에 '지금의 나는?'이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된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다.
이런 멋진 이 책의 함축적인 의미를 두고선, 예전 기억을 더듬어 본 이의 말로는 그 당시 청소년시절엔 왕따나 이지매가 사회화 되었고, 이 책의 일부인 데미안이 또래들에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던 그 시절만을 이야기하며 그것만을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이해하게 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라면 그랬을지도) 참, 무책임한 어른들.
그녀는 공기처럼 가볍게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태어나는 일은 언제나 어렵죠. 당신도 알죠. 새는 알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애쓴다는 걸. 돌이켜 물어보세요. 길이 그토록 어려웠던가? 오직 어렵기만 했던가? 아름답기도 하지 않았던가? 당신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을 알 수 있었을까요?"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 싱클레어가 만나게 되고, 그녀가 한 말들과 위로가 잔잔하게 남는 장면이었다. 3포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청년들. 좌절에 쉽게 포기하고 쉽게 상처받는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남기기엔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어서 더 쉽지 않다. 무엇이 잘못된걸까? 사회? 국가? 경제? 모든 걸 다 떠나서,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조금은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서 그 후에는 여러 이유를 나열하고 나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며 다시 앞으로 내딛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결국 자신의 삶인것을. 앞이 막막해보인다해도 끝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