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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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책이다.

더운 여름에 걸맞은, 새롭게 바뀐 표지 역시 마음에 든다.

에세이 660여 편 중에서 베스트 35편을 선별한 책인 만큼 읽는 동안 마음이 참 따뜻했고 행복했다.

박완서 작가님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어떤 삶을 살기를 바라셨고 어떤 마음이셨는지 이번 에세이를 접하면서 좀 더 잘 알게 되고 내적 친밀감이 두터워진 느낌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미처 발견하기 힘든 일상 속 소중한 깨달음은 물론이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작가님의 독백은 웃게도 울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을 먼저 보내신 아픔 속에서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절절하게 전달되어 꽤 오랫동안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일대기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작가님은 비록 이 세상에 안 계시지만 여전히 문학 안에 살아 숨 쉬고 계심이 느껴졌다.


믿었다가 속은 것도 배신당한 것에 해당하겠지만 못 믿었던 것이 실상은 믿을 만한 거였다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것일 수밖에 배신의 확률은 후자의 경우가 훨씬 높을 것이다.

p.23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라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p.202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작가님의 주옥같은 말씀은 크나큰 힘이 되고 희망이 되었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 속에서 나답게, 진실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없다. 과정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지나간 날의 추억 중에서도 사랑받은 기억처럼 오래가고 우리를 살맛 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새기게 된다. 내 자녀 역시 그렇게 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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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큼 다정한 북유럽 - 애쓰지 않고 지치지 않는 온 가족 치유 여행
호밀씨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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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을 다녀온 지인이 '아이 키우기 진짜 좋은 곳'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게 생각난다.

지인이 보여준 사진에는 아이들이 각양각색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사진이 담겨 있었다.

아직은 어려서인지 자연물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 아마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테라 출판사에서 2년 만에 내놓은 신간 [너만큼 다정한 북유럽]은 여행작가인 저자가 큰일을 겪은 후, 일곱 살 딸과 남편과 함께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북유럽으로 떠난 여행 에세이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까지.. 비슷하지만 다른 북유럽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기존의 빽빽한 여행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편안함을 느끼는 일상 속 여행을 지향한다. 외식보다는 직접 마트에서 장을 보고 북유럽식 건강 식단으로 밥을 해먹고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놀이터와 도서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날의 컨디션을 살피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러움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내가 아이와 여행한다면 꼭 한번 하고 싶은 여행 스타일이다.





저자가 한국에 몇 개만 가져다 놓고 싶다고 말한 북유럽 스타일의 수많은 창의 놀이터들을 보며 여긴 진짜 아이들을 위한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뽀로로의 노래를 부르는 아이가 이곳에 떨어진다면 얼마나 기뻐할지 안 봐도 뻔하다.

북유럽 사람들은 냉소적이고 불친절하다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역시 어딜 가도 사람 사는 곳은 비슷했다. 그곳에도 친절한 사람은 친절하다는 사실... 오히려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이'라서 배려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휴가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 살면서 바램과는 달리, 장기간의 북유럽 여행을 언제 떠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간접 체험하고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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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씨, 드디어 오늘 밤입니다 바람그림책 127
구도 노리코 지음, 유지은 옮김 / 천개의바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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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모든 게 다 처음이라 그런지 땅에 떨어진 솔방울도 작은 돌멩이도 신기해합니다.

개미 구경도 좋아해서 집에 바로 돌아오는 법이 없는데요. 귀도 밝고 자연물에도 부쩍 관심이 많아진 시기.

이제 좀 있으면 매미 울음소리가 들릴 텐데 '무슨 소리냐고~?' 궁금해할 아이에게 이 책이 딱이로구나! 싶었어요.




우선 이 책은 글밥이 거의 없습니다. 부드러운 색감의 세밀화된 그림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어느 날, 아침 7시에 자다가 전화를 받은 매미 씨. '맞아요. 드디어 오늘 밤이에요.'라고 말하는데요, 방 안에는 매매의 방이구나를 짐작할 만한 물건들로 가득합니다. 맴맴 왈츠 음반도 보이고 도토리 퍼즐, 미술도구부터 하늘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멋진 매미의 액자까지. 소품 하나하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옷처럼 크기별 차곡차곡 걸려 있는 허물들도 넘 앙증맞지 않습니까ㅎ



매미뿐만 아니라, 이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곤충 친구들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장수풍뎅이, 귀뚜라미, 반딧불이, 꿀벌, 애벌레들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저마다 매미를 위해 꿀을 모으고 음식을 준비하고 힘을 기르고 악기 연습 등을 하며 오늘 밤에 있을 축제를 준비합니다.

매미는 드디어 마지막 탈피를 끝내고 성충이 되어 날개를 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축하 공연을 즐깁니다. 부드럽고 섬세한 그림체로 표현한 마음이 따뜻해지는 매미 씨와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매미는 땅속에서 대략 7년을 보내고 밖에 나와 일주일에서 보름 남짓 살다가 죽는다고 해요.

이 사실을 몰랐을 때는 그저 매미의 울음소리가 '소음'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매미의 사정을 알고 나서부터는 달라졌습니다. 이건 아이를 낳고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이가 없을 때는 차마 용인 못했던 상황들도 아이가 생기니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더라고요.

아이도 이 책을 읽고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고 여기 나오는 곤충 친구들처럼 관대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가 구도 노리코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다른 책도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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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오은영 지음 / 오은라이프사이언스(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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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언제나 드는 생각은 '부모 되기 어렵다.'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면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지더군요.

그럴 때마다 책은 물론 너튜브도 찾아보고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도 봤습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소되는 경험을 통해 육아에 대한 자세가 달라졌거든요.

[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은 이번에 나온 신간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아이의 성장 과제 중 하나인 편식, 대소변 가리기, 또래와의 관계, 학교생활, 부모와의 관계 등 58가지 주제로 상세하게 실려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속 시원했습니다.

아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정말 천지차이인데 이로 인해 부모의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전까지 아이의 마음을 잘 몰랐기 때문에 다그치게 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책에서도 오은영 박사님은 '아이의 마음'이 소통의 핵심이라고 일침 하고 있습니다.


정말 내적 동기를 가지고 해야 하는 일은 조건 없이 "이건 네가 지금 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해야 해요. 조건은 서로가 타협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일에만 답니다.(중략)

아이가 꼭 해야 하는 일들에는 조건을 달면 안 됩니다. 아이가 성장을 위해 꼭 해야 하는 것, 먹는 것, 공부하는 것 들이 그것이에요.

p.175

조건 붙이기는 제가 자주 저지르는 실수인데 아무 때나 급한 마음에 ~하면 ~해줄게 하곤 했는데 정말 아차! 싶었습니다.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면 부작용이 큽니다. 육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서 한 번 더 점검하고 모르면 배우는 것. 부모가 해야 할 도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은영 박사가 전하는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은 전문가의 현실 육아에 걸맞은 현실적인 조언과 방법들이 나와 있어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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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력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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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7개의 단편 미스터리 소설집이다.

주인공 와토와 일정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의 추리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이 바로 '왓슨력'인데, 홈스의 비상한 추리력이 바로 곁에 있는 왓슨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발상이 기발하다. (단 와토 본인은 제외라는 점;)

자신의 이러한 특수한 능력을 눈치챈 와토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경찰이 된다. 그리고 그만 아는 이러한 능력 덕분에 와토가 속한 수사 1과 제2강력범죄수사팀 3계의 검거율은 전대미문인 100퍼센트에 달하며 전국 경찰 조직에 이름을 널리 알린다. 그러던 어느 날, 와토는 납치를 당한다. 와토를 납치한 인물은 누구일까?

와토는 지금껏 다룬 사건 속에 원한을 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7가지 사건의 각 범인 외에도 와토를 납치한 인물도 함께 추리해가는 설정이다.

1개의 사건만 빼고 전부 클로즈드 서클 사건이라 한정된 인원 속에서 누가 범인일지 추리하는 깔끔한 맛(?)이 있다. 산사태로 고립된 호텔, 외딴섬의 별장, 전시장, 비행기, 버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사건이 일어나고 그곳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추리를 펼친다. 와토 덕분에 머리가 맑아져서 범인 또한 자신을 방어하며 적극 추리에 참여한다. 한사람 한사람 추리하는 게 그럴듯해서 어느새 맞장구를 치고 있다 보면 이야기는 끝나간다.

와토는 와중에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고, 각자의 추리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위트 있으면서 논리적이다. 건물의 구조와 도면도 그림으로 나와 있어 이해하는데 한결 수월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6화 '탐정대본'이 아닐까 싶다. 연극 대본이 부분 소실된 상태에서 대본 속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인데 추리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드라마로 나와도 참 재미있을 것 같은 왓슨력. 계속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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