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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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책을 싫어하던 히가시노 게이고를 작가의 길로 인도한 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을 듯싶은데... (나도 그중 한사람 ㅎㅎ)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데 제목부터 미스터리 소설답게 의미심장하다.

1970년대가 배경인 이 소설은 '미유키'라는 한 여고생이 임신 중절 수술 중 사망하게 된다. 끝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는 대신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아르키메데스'만 전하는데...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아르키메데스'가 뜻하는 말은 무엇일지 새로운 사건들과 맞물려 진실이 밝혀진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문체도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 종종 드는데 읽다 보면 이 작품의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순수하지만 당돌한... 어른의 경계선에 걸쳐있는 고교생들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낯익다.

시대가 변해도 '요즘 애들은...' 이 말이 한결같은 걸 보면 변하지 않는 진리인가 보다.

마지막에 가서야 제목이 이해되는데 참 찝찝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지대한 영향을 미친 본인은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못 느낀다. (근데 이 부분은 또 우리한테 있어 화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나마 형사가 고구마 역할은 안 해서 다행이랄까...

2022년 지금 읽어도 뒤통수가 쎄한데 이 작품이 나온 반세기 전에는 그 충격이 어땠을지 상상이 안 간다.

밀실 살인, 트릭도 나름대로 볼만했고 무엇보다 이 책이 제19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이면서 청춘 미스터리물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 히가시노 게이고를 반하게 한(?) 책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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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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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사관장, 백사당으로 처음 접했는데 그때 느꼈던 음산함을 이번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미쓰다 신조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있고, 언제나 그렇듯(?) 미쓰다 신조가 제보자에게 전해 듣는 설정이다.

괴담에 앞서 전해 듣게 된 전후 사정이 나오는데 처음 미쓰다 신조 책을 접했을 때는 이런 구성이 좀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격 급한 나에겐 서론이 길다고 느껴진달까... 하지만 이것이 미쓰다 신조 스타일이거늘... 결국엔 읽다 보니 이런 흐름이 메타 호러의 초석을 다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표제도 "우중괴담" 이고 표지에는 "비가 오는 날에는 읽지 말 것."이라고 써져 있어서 뭔가 비와 관련된 괴담인가 했는데, 목차 중(1. 은거의 집 2. 예고화 3. 모 시설의 야간 경비 4. 부르러 오는 것 5. 우중괴담)에 하나를 선택한 거였다. 개인적으로 재밌었고 내 취향이었던 것은 '은거의 집'과 '모 시설의 야간 경비'였다.

다른 것도 괜찮았는데 크게 감흥이 없었을 뿐... 전부 어떻게 끝이 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다.

'은거의 집'은 7살 아이가 산속에 위치한 독특한 구조의 집에서 무사히 일곱 밤을 보내야 하는 공포 체험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함께 지내며 도음을 받는 할머니로부터 7가지 주의사항을 전해 듣는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서도 안되고 본명을 절대 입 밖에 내서도, 휘파람을 불어서도 안되는데... 곧 아이는 이 다짐이 흔들리는 어느 존재와 맞닥뜨리게 된다. 익숙한 소재임에도 풀어나가는 방식이 미쓰다스러워서 몸서리치며 읽었다.

학창 시절 비가 오면 선생님들이 무서운 얘기를 해주시곤 했는데 나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모두 귀를 세우고 듣느라 침 삼키는 것조차 조심스러웠지만 현실과 동떨어진듯한 그 분위기를 말이다. 이야기가 끝났지만 아직 그 이야기 연장선에 있는듯한 느낌이었다.

미쓰다 신조의 책도 그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디선가 계속 진행되고 있을듯하다. 찝찝하지만 재밌어서 계속 읽고 싶어진다. 호러 미스터리 정점의 미쓰다 월드!

다음 책을 기다리면서 아직 못 읽은 그의 책을 뒤져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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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말차 카페 마블 카페 이야기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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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워지니, 힐링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때 위와 같은 문구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언제부턴가 인연을 인연으로 생각하지 않고 귀찮고 성가신, 혼자가 편하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것 같다.

그건 자의일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서 혹은 시대 변화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이 책은 누군가의 작은 선행 혹은 배려로 마음이 따뜻해졌던 순간이 떠오르는 책이다.

1월부터 12월, 장소는 도쿄와 교토로 총 열두 달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모습이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인간다운 고민을 담고 있다.

일본 특유의 오글거림 없이 하나의 단막극을 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에피소드의 내용도 좋았지만 등장인물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컸다.

특히 말차 카페를 운영하는 비범한 캐릭터인 마스터와 헌책방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인상에 남는다.

아마도 내가 닮고 싶고 그들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일 테다.


“인연이란 사실 아주 여린 거예요. 어느 쪽인가가 한 번이라도 거칠게 다루면 어이없이 찢어질 정도로. 나누는 말 한마디 한마디와 잠깐이라도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과 상대에 대한 배려와……마음을 전하는 일을 계속해가야 하는 거죠. 이렇게 멀리 떨어진, 국적도 모국어도 다른 우리를 오랜 세월 이어준 것은 이 한 장 한 장 쌓인 편지라고 생각해요.”
P.193~194

현재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얼굴 모를 사람들과의 작은 인연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평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의 인연 역시 그러한 것 같다.

당장은 모르지만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르는... 인생은 그래서 답이 없나 보다.

아니 그 답을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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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죄의 신들 네오픽션 ON시리즈 3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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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공포소설의 거장 박해로 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무속신앙과 심령현상이 결합되어 시종일관 소설 분위기는 섬뜩하고 긴장감이 넘쳐흐르고 어떠한 결말을 맞을지 궁금해진다.

부패 교도관인 '주생'이 '돈'때문에 오래전 연락이 끊긴 베스트셀러 작가 사촌 '서진'을 찾아 나서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1857년 조정의 표적이 된 사교 세력 오성교의 토벌에 나선 조정 관군들의 상황과 2022년 주생의 상황으로 교차 진행되며 점차 그 모습(진실)을 드러내는 형식이다.

불법을 교모하게 흉내 낸 오성교의 두 신, 일선제력과 월선제력 그리고 주생을 포함한 등장인물의 욕망들이 얽히고설켜 눈을 떼기 힘들었다. 기괴하고 끔찍한 일을 겪으면서도 멈추지 않는(못하는) 주생은 어딘가에 실존하고 있을 것만 같다. 픽션이지만 그들의 사리사욕은 낯설지 않기에 가까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단죄의 신들]은 신은 사람을 복되게 하려고 존재하지, 심판하러 존재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이 모든 생각을 담고자 애쓴 작품이라고 한다.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 마지막까지 방심해서는 안 되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단죄의 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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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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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그 분신에게 모든 것을 책임져 달라고 하는 건 어떨까. 네 내면의 음울한 부분 모두를. 그 분신은 아직 미숙한 너의 자아에 들어온 이물 異物이야.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p. 9


정신과 의사와 대화하고 있는듯한 소년의 이름은 신견이다.

필요할 때마다 의지했던 그의 또 다른 분신이었던 'R'이 있었지만,

어느덧 소년은 무사히 성장하여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그녀는 2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종이학(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당시 그녀는 12세였다.

초동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도 과연 해결되었을지 의문인 이 사건은 밀실 살인,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구타당한 흔적이 있는 아빠와 오빠(15세) 그리고 범행 현장에는 시체를 장식한 것처럼 엄마 유리의 사체가 312개의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다.

암울한 분위기의 신견은 본능처럼 이 사건을 추적한다. 운 좋게 생존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해 보이는 그녀. 그리고 그녀를 향한 감정이 '사랑'인지 어떤 건지 의도를 모르겠는 신견.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결이 비슷해 보이는 그들을 보면서 아슬아슬하면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가의 독창적 의식의 흐름이 [미궁]과 맞물려 흘러가면서 어느새 과거 '종이학 사건' 보다 현재 그들의 입장이 궁금해진다.

미궁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기까지... 종이학 사건의 단서를 토대로 추리하면 할수록 상상력이 끝없이 펼쳐져 스스로가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던 작품이다.

악(惡)을 탐구해 온 저자는 실제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던 'R'을 이번 작품에 투영시켰다고 한다.

일본 특유의 기이한 분위기와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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