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의 단검
이정훈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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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계 형사 김도형은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들을 잃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됐지만,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고 확신한 그는 상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후배의 도움으로 대기업 회장 아들의 뺑소니 혐의를 포착합니다. 또한 그자를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하는데 일조했던 자들이 있음도 알게 됩니다. 김도형은 법에 기대지 않고 자신이 직접 그들을 단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기 시작합니다. 김도형은 이 연쇄살인이 혹시라도 뺑소니의 진실을 덮으려는 음모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더 살인범 수사에 열을 올립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김도형은 도리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맙니다.

 

복수라는 캐릭터 때문인지 네메시스는 소설, 특히 스릴러 장르의 제목으로 자주 차용되곤 하는 여신입니다. 출판사 소개글대로 이 작품은 신화 속 복수의 여신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린 경찰 소설입니다. 아내와 아들을 잃은 형사 김도형이 법에 의한 처벌 대신 직접 복수를 결심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관련자들이 연이어 살해당하고, 그 진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인간의 탐욕은 물론 복수심에 잠식된 인물들의 처절한 사연들이 공개되는 이야기입니다.

 

복수극답게 이야기 시작과 함께 악의 정체와 복수의 주체가 공개됩니다. 그런데 복수의 주체인 김도형의 응징이 시작되기도 전에 뜻밖의 연쇄살인이 벌어지면서 김도형은 물론 독자 역시 가벼운 혼란과 함께 연쇄살인범이 우연히 끼어든 제3의 인물인지 아니면 단검을 든 네메시스인지, 복수를 꿈꾸는 김도형의 아군인지 적군인지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떠올리게 됩니다. 동시에 김도형의 주변인물 중 그 누구라도 연쇄살인의 범인이 될 수 있음도 깨닫게 됩니다. 다만 범인의 동기를 짐작할 수 없어 궁금증을 품은 채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작가가 곳곳에 흘려놓은 작은 단서들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단서들은 막판의 연이은 반전의 토대가 되는데, 그 덕분에 일찌감치 첫 번째 반전을 눈치 챌 독자는 더러 있을지 몰라도 마지막 반전까지 정확히 예측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것입니다. 연쇄살인과 김도형의 수사 이야기가 다소 평범하게 전개됐다면, 중후반부터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복수 미스터리 서사는 연이은 반전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흥미진진함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개성인 연쇄살인범의 정체와 수법에 대해선 독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인데, 개인적으론 반전의 매력을 만끽하느라 정신이 없어서였는지 그다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호불호가 어떻게 갈릴지, 각각 어떤 의견들이 담겨있을지 궁금해지는데, 인터넷서점이나 SNS에 독자들의 서평이 충분히 올라오면 꼭 찾아 읽어볼 생각입니다.

 

가장 아쉽게 느껴진 건 캐릭터, 구성, 문장 등 전체적으로 가볍다는 인상을 받은 점입니다. 읽는 동안 영미권 스릴러의 묵직함과 깊이가 수시로 떠오르곤 했는데, 아무래도 가족의 원수를 갚으려는 복수극이다 보니 가벼움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몇몇 디테일에서도 살짝 억지스러움이나 작위적인 느낌을 받곤 했는데, 혹시 김도형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후속작이 나온다면 이런 부분은 제대로 극복됐으면 좋겠습니다. (작가가 후반부에 후속작을 암시하는 듯한 떡밥을 남겨놓았기에 이런 기대와 바람을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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