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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러스트
이종수 지음 / 아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전시 보러 가기도 좋고, 책 읽기도 좋은 가을이다. 가을아 천천히 지나가줘...
최근 관람한 전시 중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는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어느 수집가의 초대”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였다. ( ~11/24까지 강추)
한국화와 우리나라 문화재, 그것들을 창작했던 삶과 사람들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져 옛것은 지루하다가 아닌, 그것만의 매력에 풍덩 빠질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무척 재미있게 관람했고, 문화재를 수집한 이건희 회장에게 감사했으며, 수집과 기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더 흥미로왔다.
무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도 볼 수 있었으니, 우리나라 문화재, 그림에 새로운 관심이 내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인디캣님이 운영하는 서평단의 여러 가지 책 중에서 한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이종수 저자의 한국의 일러스트.
사람은 시각적 동물이라 솔직히 제목과 표지 디자인에 첫눈에 반했고,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를 보고 난 뒤라 한국 문화재에 대한 여운이 가득했던 때라 꼭 읽어보고 싶어져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선정되었다는 댓글을 받고 며칠 뒤 크지 않고 얇은 책이 도착했다. 자그마한 크기, 이 좋은 가을날 들고 다니며 읽기 부담 없을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춘천에 오고 가는 기차 안에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휘리릭 넘겨보는데,
챕터마다 편집된 그림들이 너무 예뻐서 꺄~ 소리칠 뻔했다.
한국화가 이렇게 세련된 그림이었다니, 새로운 시선이 새롭게 장착되는 순간이었다.
표지는 물론 내지까지 디자인이 정말 예뻤다. 빨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간질간질 자극한달까!
글도 좋았다!
보통 전시 보러 가면 도슨트 시간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꼭 듣는 편이다. 그림에 대한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림에 담긴 사연? 등을 알고 감상하는 것과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일러스트는 도슨트가 그림을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글이 없었으면 놓쳤을 그림 속 이야기를 찾고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글이 참 좋다고 느낄 때쯤, 이종수 저자님의 소개를 보니 역시, 학부 전공이 국문학!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셨다.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 글, 적당한 글 밥 덕분에 한국화의 매력에 빠져들기 더 좋았다. 글을 읽고 왼쪽 그림 속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사임당의 “수박과 들쥐”와 같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익숙한 한국화도 있었고, 처음 접한 한국화도 많았다.
고슴도치 위에 오이를 얹고 가는 그림이라니, 너무 귀엽다. 그림에 담긴 화가의 재치와 센스를 발견할 때마다, 저자의 글을 읽을 때 마다 한국화는 진부하다는 고정관념에 조금씩 금이 갔다.
이렇게 심플하게 표현된 화병이라니, 우리나라 그림의 소재와 표현법이 다양하다는 걸 알아가면서 그림 감상하는 재미도 덩달아 커졌다.
좋은 그림들이 참 많았는데, 마음에 오래 남을 한국화는
심사정 삼일포
흰색의 점이 눈이 아니라 수백 년이 지나는 사이 좀이 먹은 흔적이라는 것! 글이 없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훼손된 것조차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승화된 거 같아서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예쁜 한국화를 도슨트가 설명하듯 흥미롭고 재미있게 접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1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