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아이들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9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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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짊어지는 이의 운명, 가혹한 역사. 하지만 미래를 향해 띄워 보내는 희망의 주문이 여운을 남긴다. 아브라카다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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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정석 - 무에서 유를 만드는 10가지 빡신 기획 습관 기획의 정석 시리즈
박신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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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을 위한 스토리텔링에대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스토리의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다듬는 법을 알려준다. 더불어 컨셉을 도출하는 법에 대해서도 매우 유용하다.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머리가 복잡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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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과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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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이 너무 일사천리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긴장감이 덜하다. 일본어를 잘 안다면 숨겨진 실마리를 함께 즐길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독자는 그저 따라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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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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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별그대(별에서 온 그대)'가 한창 인기다. 허당에 천방지축으로 똘똘 뭉친 전지현의 연기도 재미있고, 냉정한 척은 혼자 다 하지만 알고보면 지고지순 순정파인 김수현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의 시그널(확실한 용어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는 짧은 영상)도 인상적인데, 갓과 도포 차림의 '젊은' 남자(김수현)가 너른 갈대밭을 돌아보면 그때부터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도시의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찬란한 오늘날의 야경과 함께 수트를 입은, '여전히 젊은' 현대인의 모습으로 맺어지는 영상이다. 그래서 이 짧은 영상을 보고 있으면 세월은 이토록 덧없는가, 라는 감상에 젖기도 하고, 덧없는 세월 속에 변해 버린 세상과 변치 않는 인간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극중 김수현은 외계인이라는 설정 때문에 변치 않았지만 이것은 함축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본성이라 바라봐도 좋을 듯하다.


<신참자>를 읽으면서 '별그대'의 짧은 영상이 떠올랐다. 에도시대의 정취가 남아있는 니혼바시의 살인사건은 변화무쌍한 세월을 겪은 어느 도에서 변치 않고 남아있는 인간 본성의 아름다움을 추적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잔혹하다'든가 '추악하다'라는 설명이 동반되는 살인사건에서 어떻게 아름다움이 발견될 수 있는지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자. 그보다 먼저 왜 <신참자>를 읽게 되었는지 말해야 하니까.


<신참자>는 뭉뚱그려 말하면 히사가노 게이고의 유명세 덕분에 읽은 책이다. 나는 홈즈나 포와로, 마플 할머니가 등장하는 고전 추리소설은 즐겨 읽었지만 이후로는 추리소설에 거의 문외한이 되었기에 가장 지명도 높은 히사가노를 선택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었다. 하지만 그 앞에 '사회파' 추리소설 작가라는 수식어가 없었다면 관심도는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사회파? 난생 처음 듣는 말이다. 찾아보니 사회적 문제가 반영된 추리소설이라고 하는데, '추리와 트릭만 중요시하기 보다는 범죄의 사회학적 동기까지 파고든다'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설명이 더 명확한 듯 하다. 그래서 잠시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조격인 마쓰모토를 읽을까 했다가 <신참자>라는 제목이 너무 끌려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가가형사가 니혼바시에 막 부임한 신참자이듯 나 또한 2000년대 추리소설계에 발을 들여 놓은 신참자가 아니던가. 어쨌든, 새 마음 새 뜻으로(?) 추리소설을 읽기에 <신참자>라는 제목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히사가노가 이 책에서 다루는 사회문제는 복잡하게 얽힌 정치계의 비리도, 자본주의의 모순도 아닌 우리에게 친근한 가족문제이다. 사실 가족문제라고는 하지만 여기에는 중년 이혼, 동거, 결손가정, 외도, 부모 자식간의 갈등, 고부 갈등 같은 전형적인 가족 문제들이 있는가 하면 젊은이들의 취업 실태, 기업을 통한 개인의 비리 등 보다 다양한 이슈들이 담겨 있어 그냥 전반적인 사회상을 담고 있다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히사가노는 이 시대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각 가정에 담으면서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로 이 점이 추리소설도 뭔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구나, 하고 느낀 첫 번째 요소이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추리소설들은 명작임에 틀림이 없지만 모든 관심은 사건의 범인을 찾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소설이 주는 교훈이라든지 전체적인 주제를 발견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기묘한 트릭, 의외의 범인, 반전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러나 <신참자>를 읽고 난 후 기억 속에 짙게 배인 것은 따스한 사랑과 희망이다. 완고한 시어머니와 신세대 며느리 간의 사랑, 집 나간 아들에 대한 사랑,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 친구에 대한 우정, 미래를 위해 열심히 몰두하는 젊은이의 희망...이 모든 것들은 우습지만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쫓으며 발견되고 맺어지고 해결된다. 어쩌면 한 사람의 죽음은 이렇게 많은(그리고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것은 히사가노의 희망사항의 반영이다. 현재 일본은 가족이 와해되고, 경제위기와 실직 이후 방황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며 이런 문제에 관해 냉담하다면 냉담하고 쿨하다면 쿨한 자세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 일본 영화제의 출품작들도 결손가정과 왕따, 실직자와 판타지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담은 내용이 많았는데 대다수 영화의 결론은 소극적으로나마 실낱 같은 희망을 부여잡는 것으로 끝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히사가노는 보다 강력하고 밝은 메시지를 전하려는 듯하다. 세대간의 갈등이 화해하는 모습도, 젊은이들에게 신뢰와 격려를 보내는 모습도, 무척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이 책은 아홉 가지의 단편 같은 에피소드들이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동시에 전체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각 에피소드의 끝에서는 늘 따스하고 희망 넘치는 메시지들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씩 해결하는 것만큼 놀랍고도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꽤 쓸만한 아이예요. 요리 솜씨야 얼마든지 갈고닦을 수 있는 거지만 입이 무거운 것은 손님을 상대할 사람에게는 큰 재산이지요."
"그럼, 마쓰야를 짊어질 미래의 요리사를 위해 건배할께요."(P.100)

 

다음에 형사를 만나면 알려 줘야지. 그리고 야마후키는 생각했다. 삼각기둥 시계의 구조는 스승님네 가족과도 같다. 각각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어 있다, 라고.(p.188)

 

 

<신참자>가 17세기 에도시대의 정취가 남아있는 도쿄의 니혼바시를 현장으로 택한 것도 히사가노의 긍정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 먼저 이 책의 근간이 되는 구세대 대 신세대간의 갈등과 화합을 그려내기에 매우 적합한 배경이기도 하고, 예로부터 변치 않고 이어져 온 아름다운 전통과 가치들, 이를테면 가족간의 사랑, 우정, 희망, 성실, 신뢰와 같은 것들이 이 사회를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 돌이켜보게 하며, 앞으로도 그것들이 미래를 지켜가리라는 소망을 담기에도 제격이다. 이것은 물론 나만의 해석일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센베이나 닌교야키, 젓가락, 팽이, 식사가위 같은 다양한 전통품들을 트릭의 도구로 삼고자 니혼바시를 선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따스하고 긍정적인 것이 이 책의 첫 놀라움이었다면 두 번째는 가가 형사라는 인물의 캐릭터였다. 이 사람, 날카로우며 비상한 사고력을 갖춘 것도, 관찰력 뛰어나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작은 것이라도 끈질기게 추적하는 뚝심을 가진 것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흔하디 흔한 특별한 형사 가운데 한 부류임에 틀림 없는데 그들과는 차별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정말 정이 많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어떤 때는 좀 무례하게 막아서기도 하지만 타인을 배려해 비밀에 부치는 센스도 있고, 사건 관계자들을 위해 의미 있는 먹거리나 물건들을 사다 주기도 한다(때론 사건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주는 적도 있지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가 너무 오지랖이 넓다는 점이 독자들을 지극히 감동시킨다.

 

<신참자>는 몇 가지의 에피소드들이 모여 전체 살인사건을 구성하지만 사실 각 에피소드에는 어떤 비밀이 하나씩 감춰져 있어 그 비밀을 푸는 것이 곧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형사로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며 여러 가족에게 행복과 미소를 되찾아 줄 의무는 없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우리의 오지랖, 가가형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가 씨는 사건 수사를 하는 게 아니었나요?"
"물론 하고 있죠. 하지만 형사가 하는 일이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잡니다. 그런 피해자들을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도 형사의 역할입니다."(P.278)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탐정과 형사가 있겠지만 피해자들을 치유하고자 하는 형사는 처음이다. 그 때문인지 가가형사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것은 관할 경찰서에서 윗사람들을 대할 때의 자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니혼바시의 여러 전통상점에서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 나갈 때도 가가형사의 비범한 추리력과 관찰력에 의해 놀라긴 하지만 그것에 의해 드러나는 관련 가족들의 평범한 마음씨가 이내 부각되며 그의 비범함은 평범함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으로 물러난다. 왜 번번이 이런 사랑스런 반전이 일어났을까? 생각해 보니 히사가노는 가족들의 보이는 모습 속에 비밀을 심고 독자들을 그 비밀에 몰두하게 했다가 가가형사의 비밀 해결에 놀라게 한 다음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곧 드러나게 하여 살짝 반전의 형태로 이끈 것이다. 그러니 가족들 사이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일들이라도 아주 새롭고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었다. 이처럼 평범함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의 가치가 비범함을 너머서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운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평범함이 비범함 가운데 더 빛나는 모습은 추리소설인 <신참자>가 처음이었다. 아니, 어쩌면 추리소설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내가 느낀 세 번째 놀라움이었다. 


<신참자>는 한 여인의 살인사건을 통해 변함없이 지켜져 온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을 드러낸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 중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비밀을 풀어가는 가운데 우리가 지키고 싶은 본성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살인자가 가진 비밀 역시 추악함에 속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라도 지나치면 빗나가고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을 뿐이다. 충성은 분명 좋은 가치이지만 지나치면 맹종이 되고 그 맹종이 화를 부르듯,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신참자>의 긍정적인 교훈이나 낙관적인 방향성에 대해 혹자는 (노래로 치면) 너무 장조(major)가 아닌가 불평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추리소설이라면 어쩐지 시니컬한 면도 있고 스산한 것이 단조의 색채가 더 좋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추리소설계의 신참자가 본 <신참자>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살인사건 속에 엮어 나가 더욱 신선하고 다가가기 쉽게 느껴졌다.
게다가 살해당한 그 여인 조차 희미한 미소를 띄며 죽어있었다니...이렇게 독특하고 온화한 추리소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분명 그 여인의 마지막 미소도 우리들이 변함없기를 꿈꾸는 화목한 가정과 희망찬 젊은이들의 미래를 향한 긍정의 사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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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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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립지라는 극단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 일상과 전혀 동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참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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