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0월에 출간된 예술/대중문화 서적들을 둘러봤더니 건축 서적들의 대세였다. 건축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점점 활발해지는 듯 여행과 접목시킨 건축서적, 에세이와 접목시킨 건축서적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반면 다른 분야의 서적들은 비교적 균등한 비율로 출간되었고 예술일반 서적들만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았다. 미술 서적에서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역사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였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가 이번엔 명화에 대한 책을 썼다는 점이다. <세계사를 움직이는...>에서 백과사전형 지식인의 시대가 다시 올거라 말하더니, 이 사람이 바로 백과사전형 지식인인가보다. 하지만 전작을 읽은 경험에 비춰 보면 청소들에게 적합할 듯...

결국 이번달은 대세를 이룬 건축분야의 책들과 예술일반, 그리고 조금은 만나기 힘든 주제의 사진책을 골라보았다. 영화분야에도 좋은 책들이 눈에 띄여 한참 고민을 했지만 역시 에세이나 기술서가 대부분인 사진책 가운데 이런 주제를 만나는 일은 드물거라는 생각에 사진책을 선택한다.

10월의 예술분야 도서중 단연 1순위로 눈에 들었던 책이다. 원로, 중견, 신세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 다양한 예술분야를 대화형식으로 풀어간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생관이 많이 뭍어나 있다는 점에서 가을의 끝자락에 여운이 될 것 같아 감성의 양식을 위해 골라본다.
 

 


현재 학계와 실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건축가들의 글이 담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눈에 띄는 몇몇 저자들을 제외하면 새로운 저자들을 접할 기회가 드문 건축 분야이기에 다양한 생각들을 엿보고픈 욕심으로 챙겨본다. 일반 대중을 위한 건축 서적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생태'와 '디지털'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점도 특이할만하다. 
 

 

왠지 나는 낯선 이미지들이 좋다. 그들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일으켜 상상해 보는 일들이 즐겁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난해한 현대 사진들을 '극과 극'이라는 컨셉을 통해 소개하고, 각 작품들을 읽어나가는데 초점을 맞췄기에 그동안 낯선 이미지들을 감상하다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 같아 기대된다.
 



어쩌면 이 책은 전공자들을 위한 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래전 건축과 음악에 대한 논문을 흥미있게 읽었기에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건축과 음악뿐 아니라 '수'가 등장하고 건축계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의 음악적 건축언어를 다루고 있는 점도 무척 흥미진진하다.
 

 


세계가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그렇다면 중국의 대표도시 북경을 둘러보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책은 여행과 건축을 접목시킨 소재를 통해 북경 올림픽 전후로 왕성하게 성장한 그들의 도시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중국'하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미래로 향한 도시 북경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

 

이밖에도 마지막까지 선정여부를 고민하게 했던 호러관련 영화서적 <죽음의 무도>, 흔히 접할 수 없는 트롱푀이유 작품들이 풍부하게 수록된 미술서적<눈속임 그림>, 역시 미술서적으로 참신한 젊은 작가들의 현대미술이 돗보이는 <미술의 빅뱅>, 개정판이라 선택하지 않았던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영화와 영화 이면의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있는 <영화, 영화인 그리고 영화제> 등도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이번 달엔 건축 책을 읽으며 찬 바람 속에 우뚝 서있는 콘크리트 벽에 기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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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은 늘 가을의 마지막 날처럼 느껴진다.
이것은 열두달을 사계절로 쪼갠 분류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람과 하늘이 가을을 반영하는 정도에 따른 나의 분류이다. 그래서인지 10월이 가는 것이 무척 아쉽다. 남들은 가을을 탄다고 하는데, 나는 가을이 되면 무척 신이 난다. 센치와 멜랑?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가을은 항상 설레이고 어찌보면 봄보다 더 흥분되는 것 같다.

자, 이러한 감정의 고조 가운데서도 책은 열심히 읽었다.
리뷰는 4개를 썼지만 읽은 책은 6권이라 일단 뿌듯하며, 리뷰를 쓴 4권의 책들 모두 괜찮다 말할 수 있어 흡족하다. 그런데 내가 쓴 리뷰를 돌아보니 글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쌈박(?)하게 1,200~1,500자 이내로 끝내 버렸는데, 어느샌가 1,800을 지나 2,000을 때리더니 이젠 2,500이 넘도록 문장이 길어지고 있다. 대체 뭘 그리 주절거리는지...

글 수의 제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
그냥 가는대로 쓰고 말까? 아님 1,800이하로 줄일까?


***   책과 뒷 이야기  ***


이번달은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으로 시작했다. 특히 장정일은 독서가로서 내가 본받고 싶은 점이 많은사람이기에 그의 독서일기를 만난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 책은 독서력과 명쾌함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역시 장정일은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 있었다.(비록 예전에 비해 덜해진 듯한 느낌은 있을지라도...)

다음으로는 <아이브레인>을 읽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뇌 가소성이란 것이 시나브로 새로운 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살펴보니 친 기계적이 아닌 친 인간적으로 살아가려면요즘과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은 워크북의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실태 보고와 테스트 문제들이 실려있어 지독히 기계치이거나 지독히 컴퓨터 중독이라면 꼭 봐야할 듯 하다.

<밈>은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책이었다. 지식의 밀도나 여러가지 학설을 체계적으로 살핀 점과 저자의 논리가 정연한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일단 ’밈’이라는 것의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이면서도 ’신’이 하는 일과 비슷한 경향이 있어 저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밈학은 아직 정립된 상태도 아니며 이 책이 거의 출발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출간 이후 10년간 밈학에 대해 다룬 책도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결론! 이 책은 사회생물학이나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책이다...정도.

마지막으로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경제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참 여러가지 면에서 수작이라고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가상 시나리오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그다음으로 우리나라 과거의 모습을 상세하게 들춰내어 설명하면서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리고나서 저자는 본론으로 들어갔는데, 이 또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입장을 잘 유지하여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무리도 신자유주의를 지속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두가지 경우로 나눠 미래상을 예측하면서 대책안을 제시하고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향한 메시지를 정중히 선포(?)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이번에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발간되었는데, 이 책도 읽어보고 싶다. 정말 경제에 대해 쉽고도 상세하게, 최상의 정보를 골라 담은 것이 매력적이었다.

이번달 역시 읽은 책들은 많지 않아 한 권만 베스트로 선정해 보려 했으나 읽은 책들이 모두 괜찮아 두 권을 선택해 본다.
그리하여...내가 선정한 10월의 책은?

1. 나쁜 사마리아인들
2.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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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의 따뜻한 이벤트와 함께하실 분은 아래를 클릭!
www.aladin.co.kr/events/wevent_detail_book.aspx
 

<1Q84>가 몰고 온 바람 탓인지 잊고 있었던 하루키와 문학의 추억이 오랜만에 되살아났다.
오래전엔 내 나이에 맞지도 않는 소설들을 기웃거리며 이문열, 이청준, 조정래의 책들을 읽곤 했는데 지금은 우선순위인 책들이 가로막고 있는지라 탐하고 싶어도 바라보기로 만족해야하는 현실. 그래서 작년에 가지고 있던 책들을 정리하고 올해 초부터 약 70권 남짓되는 책들을 읽었음에도 그 중 문학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게다가 딱 한권을 제외하곤 모두 집에 있던 책들이다.)

하지만 <1Q84>의 등장은 간과할 수 없는 큰 유혹이었다. 이것은 하루키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갑자기 쏟아진 그의 작품 중 무엇을 먼저 읽어야할지 고민하며 상기되었던 느낌과 흡사하다. 그때 나는 우연히도 (일본 번역가로서 최고인지 혹은 최고가 될 것인지 알지 못한 채) 김난주 번역의 <노르웨이의 숲>을 골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큰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이 책은 20대 내 배낭 속 한켠을 차지하며 공허와 갈증을 각인시켜주다가 이렇게 모서리에 큰 흠집이 가버려 대단히 안타깝다.

이후 하루키는 <고독한 자유>를 통해 감동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다른 작품에 비해 크게 알려지지 않은 단편집이지만 나는 유독 이 책이 마음에 남는다. 모진 세파에도 담담히 살아가는 이들을 그린 '치즈케이크 같은 나의 가난', 그리고 서른 다섯을 인생의 반환점이라 정한 것이 퍽이나 인상깊었던 (그때는 삼십대가 너무 멀리 있었기에) '풀 사이드'가 이 책을 사랑하게 된 이유다. <슬픈 외국어>는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절친한 친구가 선물로 준 책인데 그의 엉뚱, 소탈한 모습으로 잔잔히 웃으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서두가 너무 길었다. 하지만 <1Q84>를 읽고싶은 이유를 간단히 설명할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걸 어쩌나...이전부터 내게 특별했던 작가, 지금은 아련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지만 자꾸 훔쳐보면서 떠올리는 작가. 그래서 난 <1Q84>를 첫번째로 선택해야겠다. <1Q84>의 1권을 조금 색다르게 받게 된다면 또다른 하루키와의 추억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두번째 책은 <세한도>이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 첫번째 도서! 이 책은 한창 오주석님의 책을 읽고 한국화에 대한 책들을 찾아볼 때 여기저기 서평이 눈에 띄어 알게 된 책이다. 책 한 권을 온통 세한도에 초점 맞춰 쓴 것이라 무척 기대하며 위시리스트에 넣었는데, 우연히 이 시리즈에 대한 브로슈어까지 보게되어 더욱 읽고픈 마음을 부채질한다. 그리고 한국화에 대해서는 조예 깊기로 이름난 몇몇 저자들만 알고있는 상황에서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저자의 새로운 시각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세번째는 <예술과 다중>. <제국>의 저자인 네그리의 책이다. 이 책은 정치학자인 줄 알았던 그가 갑자기 '예술'을 들고나와 주목하게 되었다. 그동안 (사실 아직까지는) 예술은 미학적인 관점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었는데 종종 정치와 관련된 책들이 예술을 논하고 있어 매우 궁금해지는 책이다. 먼저 구입해 가지고 있는 랑시에르의 <감성의 분할>과 같이 읽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책은 바디우의 <철학을 위한 선언>이다. 바다우 철학의 길잡이 같은 책이라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절판되었다가 올해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너무 기쁘다. 더욱이 그의 지도로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의 번역이라니! 눈에 번쩍 띄인다. 현대 철학에 대해서는 하는 일과 약간 관련있는 들뢰즈와 데리다만 대략 알고 그밖에는 문외한이라 이런 종류의 책은 반갑기 그지없다.




여기까지 고른 4권의 책은 <1Q84>를 제외하곤 모두 공부하기 위한 책들이다. 공부라는게 딱히 학교 공부는 아니지만, 올해 어느정도 책장 정리를 마무리하고 서평단의 책들도 맛봤으니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읽고 싶은 책들로 달마다 테마를 정하고 공부를 시작해보고 싶다. 얼마간은 인문학 책들을 위주로 읽으려 작정했기에 문학동네 어귀에서 기웃거리는 처지지만 언젠가 그 안에 정착할 날이 올 것을 믿으며...

1Q84(1권)          : 13,320 원
세한도               :  9,900 원
예술과 다중        : 13,500 원
철학을 위한 선언 : 13,500 원
-------------------------------
합   계               : 50,220 원


(헉!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구나 빨리 자야하는데...ㅠ.ㅠ) 

-----------------     이벤트 종료 후     ---------------------- 

오늘 문학동네 장바구니 이벤트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무나 감사하게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당첨자'가 되었다.

로그인을 하고 서재에 들어왔더니, 방문자 수가 늘어있다.   



오늘, 이 행운이 내 품에 들어온 것을 기념하여 천사가 다녀갔는가?

1004 방문...
이 행운과 딱 어울리는 유쾌한 우연마저 감사하다.^^
* 문학동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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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0월 예술/대중문화 부문의 도서들을 살펴보니 예술, 미술분야의 도서들이 강세다. 물론, 이 분야들은 이전부터 신간들의 등장이 활발했던 분야이지만 그것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기타 분야들의 신간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약소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지난 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였던 <춤의 유혹>도 상당히 관심이 갔지만 7월 출간도서였고, 굵직한 저자인 정성일의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를 비롯 각종 건축관련 도서들 역시 8월 출간으로 추천할 수 없어 아쉬웠다. 

음악 분야의 <재즈 문화사>는 단순한 재즈의 역사가 아닌 '문화사'라는 점에서, 그리고 귀에 익숙한 이원희라는 저자 때문에 관심이 가긴 했지만 477페이지에 달하는 음악 이야기를 읽기엔 나의 기본 소양이 무리일 것 같아 바라보기만 했고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한국대표희곡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이건 531페이지나 되더라...). 영화 분야의 <영화는 역사다>도 눈에 들어왔던 책인데, 이 책은 영화보다는 역사에 더 중점을 둔 것같아 한참을 고민하다 그냥 이번달에는 예술, 미술분야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10월에는 특히 시각디자인 분야와 관련된 도서들이 눈에 뜨인다. 예술일반에 대한 책들도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끼고 있는 것들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미지와 관련된 디자인, 미술, 사진에 대한 책들을 위주로 추천도서를 선정해 보았다. 


거의 국민도서로 여겨지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이 오랜만에 대작을 시도한 것 같아 매우 기대된다. 미리보기로 살펴보니 전면 칼라로 되어있어 우리나라 유물과 미술품들을 실물에 가깝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설레인다. 이전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흑백인데다 학술적인 느낌이 많아 친근하게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한국미술사 강의>는 그림책을 보듯 즐기며 설명과 대조해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 생각된다. 책소개를 보니 '소파에 앉아 편히 볼 수 있는 책'이라고 되어있는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대중을 고려하고 쓴 것이라 생각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지난 저서보다 밀도가 덜할수도 있다는 생각할 수도 있어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픈 욕구가 강해진다. 어찌됐건, 이 분야에선 몇 안되는 독보적인 학자의 저서라 이달의 가장 주목할만한 예술/대중문화 서적이라 여겨도 무방할 것 같다. 

 

 

<디자인의 디자인>으로 잘 알려진 하라 켄야의 저서이다. 제목부터 특이하고 은근히 도발적인 이 책은 제목보다 더 독특한 디자인 철학과 실험의 결과물들이 담겨있어 읽는 사람을 경탄하게 한다.

출판사평을 잠시 살펴보면, "저자 켄야는 2004년도부터 무사시노 미술대학 기초디자인학과 소속의 4년생들과 함께 Ex-formation에 대한 수업 활동을 해왔다....『알몸 Ex-formation』의 Ex-formation은 그간 하라 켄야가 지속적으로 통찰해왔던 리디자인의 일종이다. 엑스포메이션(Ex-formation) 역시 이러한 개념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하는 것을 미지화시켜 그 본질을 찾아내고 그 근원을 재음미하여 새로운 개념으로 재인식한다라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이야기를 책의 내용을 들어 쉽게 풀어보자면, 아기의 발가벗은 몸에 꽃, 실크, 콘크리트, 이끼 등을 입혀 새롭게 만들어 본다든지, 만화에 옷을 입고 등장한 소녀들을 모두 알몸으로 다시 그리며 그들 사이의 묘한 공감대를 찾아보는 일들이 이 책속에서 벌어진다. 제목은 좀 어려워 보이지만 디자인의 결과물이 실려있는 책의 실제 내용을 보면 정말 기발하고도 재미있다.  

<비주얼 컬처>는 국내 최초로'비주얼 컬처'의 담론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되었다. 우리는 비주얼의 시대, 이미지의 시대라고 종종 말하지만 실상 비주얼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호한 가운데 임의적으로 이런 단어를 사용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말하는 비주얼의 의미는 무엇인지, 비주얼로 이뤄진 문화의 세계는 어떻게 대중과 호흡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싶었고, 입문서를 목적으로 쓰여져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또한 이 책은 예술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친근한 패션, 제품 디자인, 팝뮤직, 가상현실 등을 다양한 종류와 레벨의 문화를 분석하고 있어 '비주얼'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예술과 문화 전반을 꿰뚫을 수 있을 것 같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그래픽 디자인에서 보이는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비평서이다. 테크놀로지로 인해 실험적이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진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징후를 가장 수월하게 대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매체라고 말하는 저자의 설명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고, 개정판이기에 이전의 내용들이 수정, 보완되었을 것으로 기대되어 주저없이 선택했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인의 결과물들을 통해 포스트모던의 6개의 키워드(기원, 해체, 전유, 테크노, 저자성, 대립)를 설명하고 있어 포스트모던이 스며든 시각세계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며, 무엇보다도 '소비'와 연관되는 분야이기에 그래픽 디자인의 나아갈 길을 묻고 있어 미래의 소비문화와 시각의 관계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된다. 

 

 

예전에 사진작가 김홍희의 <나는 사진이다>라는 포토에세이에 푹 빠진적이 있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이미지속에 담긴 자신의 감정들을 보드라운 언어로 써내려간 그 책에서 처음으로 사진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깊은 공감을 맛보고 싶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인생은 무엇인지, 스물이든, 서른이든, 마흔이든...삶의 의미를 들추거나 나이를 부여잡고 말하는 여타 어느 에세이보다 더 진하고 강한 이미지가 그 의미를 말해줄 것이다.

 

 

 



이상 추천한 5권의 책 중 인연이 닿는 책이 있기를 소망하며, 이를 통해 시각의 세계를 탐닉하는 황홀한 시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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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10년의 3/4가 채워졌다. 
쿼터로 치면 삼사분기가 되는 시기니 이쯤 한번 그동안의 독서미션을 돌아봐야지.

7월부터 지금까지 15권을 읽었다. 하반기 최대 목표를 50권으로 잡았는데, 역시... 그것은 무리인 것 같다. 그래도 최소 목표치인 20권은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다행. 어쨋든, 올 하반기에는 권수를 채우는 것보다는 읽어야 할 것들을 제대로 정리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둬야할 것 같다.

그나저나 아주 치명적인(?) 계획차질이 생겼다.
얼마전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을 집어든 순간 ’헉!’하고 떠오른 생각이...!
원래 장정일의 <공부>를 비롯 몇몇 서평, 독서에 관한 책들은 내년 1월에 읽을 예정이었다. 올해 안으로 가지고 있던 책들과 먼저 읽을 책들을 정리하고 새해의 다짐삼아 테마로 읽을 계획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오히려 12월에 읽고 서재정리를 한 매듭 짓는 것이 더 올바른 계획이었던 것이다. 결국, 올해에 예정했던 책들 중 몇 권을 빼고(흑...털기로 한 옛날 마케팅/경제서적은 언제 끝을 볼까?)  부랴부랴 서평집들로 교체를 했다. 처음에 계획한 50권을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12월만큼은여유있게 몇권의 서평집들로 마무리했음 좋겠다.

그럼, 다시 9월의 책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번달은 다독은 못되지만 읽은 책들이 모두 좋아서 흡족하다. 아직 <감응의 건축>의 서평을 쓰지 못해 좀 안타깝지만 같은 저자의 <사람, 건축, 도시>를 구입하는 바람에 나중에 이 책의 서평을 쓸 때 함께 쓰기로 했다. 그리고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1/3가량 읽었는데, 이 책 역시 <88만원세대>과 함께 마무리하고 서평을 써야겠다. 

 
***  책과 뒷 이야기 ***

이달에 처음 읽은 책은 <나는 치명적이다>이다. 사실 이 책은 헌책방에서 샀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불우한 시대에 여성으로 태어나 녹록치 않은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서 경계를 넘어섰다 말하는 부제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에 불우한 예술가가 어디 여성뿐이겠는가? 또한 그들의 나이도 제각기다. 부유해서 유학간 사람도 있었고, 여성으로서 크게 억압받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에 대해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작업실을 잉태의 현장으로, 미술가를 어머니로 일반화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은가 싶다. 게다가 미술계에서도 ’경계’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며 그 의미는 이 책에서의 의미와 좀 다른 느낌이다.

<사랑받을 권리>는 그간 읽었던 심리학 서적에서 의문스러웠던 점을 좀 더 줌인할 수 있어 좋았다. 거의 워크북 스타일이지만 기존 심리학 서적에서 미흡했던 자아와의 대화부분이 많이 보강되어 있어 어떤 점을 포인트로 대화를 풀어나갈지 참고가 된다. 그리고 성격상 심리 테라피 분야에 더 가까운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욕망의 코드>는 소비심리에 관해 참 재미있는 부분들을 많이 알려주었다. 기존 소비자심리에서 말하는 것에서 한 층 더 나아간 느낌이었는데, 저자가 이야기하는 방식이 좀 매끄럽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니까...너무 많은 이야기를 일일히 설명하고 반증하면서 굽이굽이 끌고나간다고나 할까? 그리고 너무 많은 브랜드와 지엽적인 브랜드 설명들이 등장해서 그것을 뚫고 이야기의 초점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진작부터 읽고나서 마무리로 중요한 부분만 다시 읽었다.  일단 책의 논리적 전개와 구성은 맘에 들었지만 정치쪽은 잘 몰라 ’공동체주의자’라는 것에 반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볼 때 뭔가 놓친것이 있나?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책만 봐서는 공동체주의가 딱히 나쁜 것 같아보이진 않지만...) 그리고 후속작으로 <도덕, 정치를 말하다>가 곧 출판될 것이다(샌델의 저서는 아니고 촘스키의 제자였던 조지 레이코프임). 이 책만큼 주목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그 책도 궁금하다.

이번달은 사실상 4권의 책을 읽은 것이라 생각하고 베스트를 뽑아야 하므로 딱 1권만 선택해야겠다. 근데, 읽은 책들이 꽤 맘에 들어 한권만 꼽기는 뭐하지만 책의 기획이나 구성이나 번역, 모든 면에서 탄탄했던 <정의란 무엇인가>가를 9월의 베스트로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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