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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 -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이서현 지음 / 렛츠북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엄마, 별이 움직여요."
"어? 별이 어디로 움직일까?"
"별이 우리를 따라와요."
"그럼, 우리가 집에 들어가면 별은 어떻게 할까?"
"음... 그대로 있겠죠. 아니면, 다른 사람을 따라갈 수도 있어요."
저녁을 먹고 산책 겸 마트에 다녀오는 길. 함께 간 5살 막내가 한 이야기다.
어두운 밤 하늘인데, 하얀 구름이 보이고, 반짝이는 별도 보였다.
아이 눈에는 그 별이 우리를 따라 오는 것처럼 여겨졌나보다.
몇 해 전, '마주 이야기'에 대해 들었다.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기록하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는데,
게으른 엄마는 세 아이 육아가 힘들다는 핑계로 기록을 하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건 기억해야지 싶은 이야기들도 많았던 거 같은데,
그 순간이 지나고 나니, 기억나지 않는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한 것이겠지.
<마주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학교 선생님인 이서현 저자가 아이들과 나눈 마주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글이다.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
그래. 잘 들어주자!
<마주이야기 꽃이 피었습니다>는
마주이야기의 힘
굳이 1등 하지 않아도 된대
꿈 주머니 여우 토토를 만나야 돼
다시 태어나도 엄마가 또 내 엄마면 좋겠어
엄마, 그러면 만 원은 받아야겠는데?
우리 집이 벌레집 됐네
로 구성되어 있다.
어렸을 때 그렇게 했던 말을 또 하고, 물었던 걸 또 묻던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입을 닫고, 귀를 막았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탓이다.
잠시라도 말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아이들이 그 말을 가슴에 담아두면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 들까? 토해내지 않으면 쌓인다. 쌓이면 병이 된다. 아이들이 병들어가는 건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다. 내 말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 p. 17~19 <마주 이야기의 힘 _ 마주이야기를 만나다> 중에서 -
큰아이는 너무 말이 없다. 어렸을 적에도 말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둘째를 키우면서, 막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재잘재잘 쏟아내던 이야기들이 신기했다. 어쩜 그리 쉼 없이 지저귀는지, 아이들의 지저귐을 듣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큰아이가 말을 잘 안하는 것은 성향 탓이려니 생각을 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우리 아이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서,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두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오늘 왜 학교 오지 않았어요?"
라고 묻는 큰아이. 오늘부터 바자회였는데, 사고 싶은 인형이 있었는데, 돈을 안가지고 학교에 갔단다. 그래서 엄마가 학교에 오면 돈을 빌려 인형을 사려고 기다렸단다.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조르는 일도 없던 아이였는데, 정말 마음에 드는 인형이 있었나보다.
아직 그 인형이 판매되지 않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일 아이가 그 인형을 사 기분좋은 웃음을 웃을 수 있게...
언제나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을 담아두지 않고 풀어내며 나와 너를, 너와 우리를 이해하고 알아갔으면 좋겠다.
-p. 34 <마주 이야기의 힘 _ 내가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
아이들은 정말 훌쩍 크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순간이 소중하다.
잠들기 전 아이들이 읽어 달라고 책을 들고 온다.
어떤 날은 한 권, 또 어떤 날은 서너 권.
한 권의 책을 읽어 주면 아이가 조용히 물어본다.
"엄마, 목 아파요?"
"왜?"
"엄마, 목 아프면 제가 물 떠다 드릴게요."
"고마워."
아이가 조심스럽게 컵에 물을 떠 온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리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엄마, 이제 책 한 권 더 읽어 주세요."
라고 말한다.
물은 마셨고, 아이는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고 있으니,
난 아이가 갖다 놓은 책을 한 권씩 더 읽어 준다.
책을 보면서, 저자도 어린 두 아들들과의 이야기를 풀어 냈구나.
큰아이와 이렇게 마주 이야기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막내는 크는게 참 서운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아이가 하는 말은 정말 별 거 아님에도 그냥 흘려 듣자니 서운하다.
이제라도 막내와의 마주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