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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윤동주 시, 이성표 그림 / 보림 / 2016년 10월
평점 :
지난해 안소영 작가의 <시인, 동주>가 '제8회 우리 대전 같은 책 읽기'에 선정되었다. 한참 윤동주 시인이 재조명 되고 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 다시 각광받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윤동주 시인이 쓴 동시와 시들을 엮어 만든 책을 만났다.
두 달 전이었던가? 마을에 있던 작은 음악회에서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낭동했던 적이 있었다.
'별 헤는 밤'이 유명하지만, 왠지 '자화상'이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릴 거 같았다고 할까?
접해 봤던 시들은 익숙한데, 새롭게 접한 시들은 낯설었다.
'소년'이라는 시는 아이들 동시와 함께 실렸던 시집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익숙치 않았다는 이유로 자세히 살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보림 출판사의 <소년>은 나에게 낯선 시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책이다.
표지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 한지 느낌..
요즘 종이들이 너무 좋지만, 우리의 옛스러움이 느껴지는 한지의 느낌이 그냥 좋다.
표지 그림을 보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곱 살 딸은 소년의 머리 위에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가을이라는 말과 함께, 소년의 이마 위에 있는 나뭇잎 때문에 이마가 간지러울 것 같다는 말로 웃음을 주었다.
아홉 살 아이는 표지 그림의 소년이 슬퍼 보인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평범한 것 같았는데, 왜 슬프게 느껴지냐고 물었더니,
소년을 감싸고 있는 파랑색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나보다 책의 느낌을 더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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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지는 파랑이 겹쳐 있다.
왜 이렇게 색을 겹쳐 표현했는지,
궁금하다는 아들.
그에 답을 줄 수 없었기에, 그저 파랑의 느낌을 다시 느껴 보았다.
표지에서 만났던 파랑은 슬픈 느낌을 주는 반면, 밝은 파랑은 시원함을 주는 듯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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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시작부터 감성을 자격당했다.
가을은 풍성함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쓸쓸함을, 슬픔을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아직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가을이 슬프다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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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슬픈 가을이었는데,
초록잎을 보는 순간 생명의 움틈을 생각하게 된다.
설렘이라고 해야할까?
쓸쓸함과 설렘의 느낌을
네 문장을 통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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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사람의 얼굴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 다시 책을 보는데..
눈을 감은 사람의 옆모습이 보였다.
코에 배가 닿아 있는 모습...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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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을 나가는 소녀와
파랑 안에 있는 소년
소년은 소녀를 잡고 싶어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애절함을 만날 수 있었다.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조용히 시를 읊어 보았다.
시를 읊는데 아들이 옆에 있다 자기의 손바닥을 들여다 본다.
손금도 자세히 본다.
그래도 시를 아직 이해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왜 제목을 소년으로 했는지 모르겠단다.
그래서 제목을 뭐라고 짓고 싶냐고 물었더니, 한참 고민 끝에
'파란물감'이라고 하고 싶다는 아들.
아들과 함께 시를 읊조려보다, 그림을 보았다.
파랑이 주는 느낌이 바뀐다.
슬픔, 설렘, 기다림, 애절함, 생동감...
시는 시 나름으로..
그림은 그림 나름으로...
가을 감성을 자극한다.
가을엔 역시 시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