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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 -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사진으로 소통하다
백승휴 지음 / 끌리는책 / 2013년 9월
평점 :
올 초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시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증이 생길 것 같고, 그렇다고 예전처럼 웃고, 떠들며 지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던 차에 카메라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론 수업도 듣고, 출사도 나가면서..
삶에 조금 활력이 생겼다고 해야할까?
그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작동법들을 이용해 사진을 찍고, 편집하면서 시간도 참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싶었을 때 수업을 그만 들었다.
아이들 사진을 주로 찍어왔고, 아이들 사진을 찍을 것이었기에..
멀리 출사를 나가는 것도 조금 부담스러웠고, 인물보다는 풍경 사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는 거 같단 생각에 과감하게 수업을 듣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물론, 인물사진도, 풍경사진도 어디 내놓을만큼 찍지는 못한다.
그런데 수업을 듣지 않으니, 사진을 찍을 일이 현저히 줄었고..
매일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갈 때보다, 만족할만한 사진이 확연히 줄었다.
그 때 함께 수업을 들었던 언니와 가끔 연락을 하는데..
언니는 다른 강사분에게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언니 말이, 강사분이 심리학을 전공하셨던 분이어서, 사진을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 주는데 사진 찍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언니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찍는 연습을 하라고 강사분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자기 모습을 자꾸 찍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자기 자신을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들 사진만을 찍어온 나로써는 조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사진을 찍고 나면 남편과 아이들은 있는데, 내 모습은 사진 속에 없었다.
다른 집은 아빠들이 사진 속에 없는 것처럼..
포토테라피스트라는 말도 처음 들어 보았다.
<외로울 땐 카메라를 들어라>
제목만으로도 카메라를 찾게 했다.
그냥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은게 날이 좋아 그런 게 아닐까 싶었는데..
이 책을 만나면서 지금 내가 외로운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정신없이 살아오면서,
한 남자의 연인이었고, 아내였던 과거보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게 익숙해지고..
어느새 난 여자보단 엄마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내 남편도 한 남자보단 두 아이의 아빠로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문득, 아이들이 없었을 때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던 것 같다..
가을이라..
외로운 것일까?
무기력하고 우울증에 빠져 있던 중년 여성에게 사진은 성취감을 줄 수 있는 도구다. 사진은 또한 허무주의에 빠진 사람들에게는 자연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카메라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셔터를 누르며 순간을 포착하고, 내 마음을 프레임에 담아 표현할 수 있다. 때로는 내 모습을 찍어 로래도록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사진에 찍히며 우리는 희망과 위안을, 더 나아가 힘을 얻는다 (p.9)
사진이 나에게 성취감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전엔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내 마음을 프레임에 담아 표현할 수 있다는 표현을 보면서 내가 찍은 사진 속엔 어떤 내 마음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졌다.
사진 찍기는 예방주사처럼 면역력을 길러준다.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견딜 수 있는 긍정 마인들르 심어 주며, 스스로를 비하하지 않도록 돕는다. 카메라의 셔터는 사람이 누르지만, 완성된 사진은 사람을 바꿔놓는다. (p.73)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었다. 그 언니가 해 준 말처럼..
작가가 해 준 말처럼..
내가 누르는 셔터에 내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내 스스로 더 자신감 있는 나로 성장하고 싶은 맘이 들어서인 것 같다.
사진을 찍으려면 제일 중요한 것이 카메라 작동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을 찍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내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