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취리히에서 이 순간을 돌이켜 생각했을 때, 그녀는 이제더 이상 멸시를 느끼지 못했다. <허약>이란 말은 그녀에겐 더 이상어떤 유죄판결처럼 들리지 않았다. 우리가 보다 강한 세력과 대체될 때 우리는 언제나 약하다. 이것은 두브체크처럼 그토록 건장한체격을 가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그들 모두에게 그토록 창을수 없이 생각되었고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녀를 체코에서 쫓겨나게 했던 그 허약을 그녀는 갑자기 매력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자기 또한 허약한 사람들에, 약자의 진영에, 약자의 나라에 속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들 약자는 힘을 썼다. 바로 그때문에 자기가 이들에게 성실하게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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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하는 것."
"우리가 잘 못 하는 것."
"우리가 했다고 믿는 것."
"누군가는 안 하려 하는 것."
"별거 아닌 것."
- P212

"쉽지 않은 것."
"나중에 아는 것."
"끝내 모르는 것."
"다정한 알은체이자 정중한 모른 체."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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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굴 작업이 있는 목요일, 차를 운전해 궁으로 갔다. 정확히 일년 전, 복잡한 마음으로 안국역에서 걸어나와 창경궁으로 향했던 게 생각났다. 지금은 달랐다. 가는 목적은 일하는 사람에 꼭 맞게 단순했고 감정의 결도 단정했다. 나는 간결한 내 마음이 마음에 들었다. - P322

리사의 중얼거림에서 오래전 말투가 묻어났다. 혼잣말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타인을 향한 불만의 말, 주변에 긴장을 일으키는 얼음 같은 어조였다. -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거나 버스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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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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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고로 정의나 도덕적 진실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을까? 가령 도덕적 직관과 원칙에 입각해 평생을 헌신하더라도, 그것이 그저 되풀이되는 편견의 타래에 머물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도덕적 사고란 홀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하고자 한다. 따라서 친구, 이웃, 전우, 시민 등의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 대화 상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상상 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신과 논쟁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자기 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없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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