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의 팬인 내가 이 책이 벌싸 4쇄가 되도록 몰랐디니.... 김혼비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너무나 반갑고 읽고 싶어 설렜다. 내가 너무 팬인가? 그동안 여러 사람과 함께 낸 책도 다 읽아뵈서인지 그 때 글이 다 여기에 실린 게 아쉬웠다. 김혼비의 글을 더 많이 보고 싶은 아쉬움이겠지. 김혼비의 글은 유쾌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열어준다. 그의 언어가 통쾌하고 상쾌하다. 위선에 대해서..제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위선이라도 부리길 비랐던 나의 맘과 같다. 어떻게 저런 솔직한(?)말을 배설하듯 내뱉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것 너머의 차별이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하게된다. 그리고 다정에 대한 연대감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다정했다. 노란 따뜻한 표지와 보색인 아름다운 보라색제목의 표지 또한 나를 다정하게 느끼도록 한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되는 4차적인 (4차 산업혁명적인 게 아니라 그냥 4차적인) 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인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김솔통. 드디어 찾았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두괄식을 만들어줄 첫 문장. - P19
당신의 솔직함, 정말 누구도 바라지 않고 별다른 가치도 없고 하나도 안 중요하니 세상에 유해함을 흩뿌리지 말고 그냥 마음에 넣어두라고. 정말이지 제발 가식과 위선이라도 떨어줬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같은 타인의 커다란 비극을 공감하지 못하겠으면 눈치껏 슬퍼하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내 기분에 거슬리더라도 시대의 윤리적 흐름을 받아들이며 제발 깨어 있는 척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도덕적우월성? 그걸 누가 획득하는 것이 그렇게나 분하면 본인도 획득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 P62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우리의 귀신들이 부디 제 몫을 해주기를, 아세톤과 롤러스탬프로 지워질 이름의 주인들이 모두 무사하고 안전하기를 빌면서 우체국을 나섰다. 이렇게 납량특집으로쓰기 시작한 ‘나의 귀신 연대기(年代記)‘는 ‘나의 귀신 연대기(連帶記)‘가 되면서 끝이 난다. - P97
우리 눈에 ‘기본너머의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닌데, 맞춤법 하나로 무시받아서는 안 되는 삶들이 도처에존재한다. 당신 곁에도 나의 곁에도. - P108
부디 시리얼이 당시의 늘 고단했던 엄마에게도 달콤한아침잠 몇십 분과 잠시 트이는 숨통을 선물했기를 바란다. 엄마는 한 끼를 거저먹고, 나는 한 끼를 과자 먹고, 두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아침들이었기를. - P104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그의 눈빛이었다. 그는 늘나를 세상 쓸모없고 성가신 사람 보듯 바라봤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눈빛들은 차곡차곡 내 눈 안으로도 들어와서 언젠가부터 나도 나를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 로 매일매일 규정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라는 글자는 슬며시 사라지고 그저 성가시고 하찮은 존재‘로서의 나만 남는다는 것을. 나에게조차 나는 성가시고 하찮았다. 그렇게 하찮을 수가 없었다. - P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