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사건 고양이 흥신소 책고래아이들 47
이서영 지음, 용달 그림 / 책고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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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이는 '엉덩이 탐정' 같은 추리물을 좋아한다.

그에 걸맞게 1학기에 평안이가 학급에서 맡은 역할은 누군가가 잃어버린 물건의 주인을 찾아주는 탐정 역할이었다.

그래서 『별별사건 고양이 흥신소』라는 책을 평안이가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서 골라봤다.

어린아이들도 저마다의 흥미와 관심이 있고, 그것과 일치되는 책을 더 재미있게 보고, 그 과정을 통해 독서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책의 첫 부분에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작가가 주인공('참치'라는 이름의 고양이)의 입을 빌려 자신이 이 책을 쓴 목적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서두에 작가의 말(큼큼, 한 마디)과 이 동화의 설정이 되는 부분에 대한 설명(참치 이야기)을 제시하고

본론(1. 길 잃은 새끼 고양이, 2. 생선 가게에 든 도둑, 3. 못된 아이들)으로 들어간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서두가 되는 '큼큼, 한 마디'와 '참치 이야기'를 먼저 꼭 읽고 본론으로 들어가길 추천한다.

'참치'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어떻게 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고양이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참치는,

/ 고양이의 말과 사람의 말을 모두 알아듣고 할 수 있다는 점 /

/ 재능을 알아보고 특별하게 여겨 주는 할머니(사람)가 있었다는 점 /

/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점 /

바로 이 세 가지!

나는 이 세 가지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서두를 읽고 본론의 마지막까지 읽으면

어린이 독자는 일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되고,

어린이의 보호자가 되는 독자는 어린이를 특별한 눈으로 바라봐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본론의 내용은 매우 흥미진진하고, 세 가지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되고 힌트가 되며 어우러진다.


이 책은 고양이의 특징을 소재 삼아 이야기가 재미있게 풀어져간다.

그 과정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가 떠올랐다.

어린 아이라고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베스트셀러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고양이』처럼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고양이의 특징을 묘사하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참치만의 방법(잃어버린 새끼고양이를 찾아야 할 때는 아기처럼 쪽쪽이를 물고, 도둑을 찾아야 할 때는 복면을 쓰고 사건 현장을 방문)도 재미있었다.

고양이를 괴롭히는 나쁜 아이들을 보면서는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생명을 소중하게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줄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또, 사람 목격자는 없지만 고양이 목격자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보면서는 나쁜 짓을 하는 모습은 누군가 분명히 보게 되며,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재미나고, 긴장되고, 따뜻한 부분이 군데군데 숨어 있었다.


작가는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이리 주무를 수 있을까!

내가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인데 말이다.

어린이 독자가 읽는다면 정말 흥미진진하면서 감동적이고 유익하게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유아보다는 초등학교 1학년 정도 학생부터 읽으면 좋겠음.

왜냐하면~

130페이지 정도, 대부분 페이지에 그림이 있으나 없는 페이지도 있음,

고로 글밥이 유아가 읽기에는 너무 많음,

초1에게도 글밥이 많은 감이 있지만 내용이 흥미진진하여 읽기가 수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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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고양이 캡틴 미운오리 그림동화 16
고마츠 노부히사 지음, 가노 가린 그림,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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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연하게도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게 된다.

인터넷으로 책을 고르는데 심쿵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귀엽게 생긴 것 같은 고양이가 표지에 있는 책이 있길래 평안이에게 읽어줘야겠다 싶었다.

제목은 『도둑고양이 캡틴』이다.


글쓴이는 '고마츠 노부히사'이고 그린이는 '가노 가린'이다.

고로 일본 동화책으로 추정된다.

옮긴이는 '봉봉'이다. 봉봉? 본명은 아니겠지? ^^;


아무튼 '캡틴'이라는 고양이가 나온다.

캡틴은 생선 가게 단골로, 생선 가게 아저씨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뭐, 단골이라고 해도 고양이니까 돈을 내고 생선을 사가는 것은 아니고

생선 가게 아저씨가 마음씨가 좋아서 공짜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곤 한다.

여기서 드는 생각.

고양이가 얼마나 영특한데, 금방 학습이 되고 계속 찾아올 텐데, 고마움 따위는 알려나? 이 아저씨 안되겠네~ ㅋㅋ

내가 어린이가 아니고 성인이어서 이런 생각이 든걸까... ㅎㅎ;;


아무튼.

어느 날 캡틴이 시장을 어슬렁거리다가 가전제품 가게에 진열된 텔레비전에서 '생선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아, 생각났다. 이 책을 고른 이유!

평안이가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라는 영화를 재밌게 봤다.

인터넷의 책 소개에 있는 '생선비'가 내린다는 내용을 보고 이 영화를 떠올렸고, 평안이가 그 영화를 좋아했던 것처럼 이 책도 재밌어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표지의 고양이가 귀엽게 보였다.


생선비가 내린다는 설정.

이 동화 속 인물들의 시점에서는 놀랄 일일까, 평상시의 일일까?

동화니까 비가 물이 아니라 생선인 나라가 배경일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동화책 속에서 딱히 놀라는 듯한 반응은 나와있지 않아서 처음에는 평상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생선비가 내리면 장사가 안 될 것 같다고 느끼는 생선가게 아저씨의 걱정이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는 캡틴의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아저씨에게 매일 생선을 얻어 먹었기 때문에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는 노릇이다.

오호~~ 고양이가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었구나! 대견스러운걸!

그런데 그렇다고 고양이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너무 너무 궁금했다.


캡틴은 전직 그 이름도 유명한 '갯버들 도적단'의 캡틴이었다.

오호~

캡틴은 갯버들 도적단의 고양이들을 모두 모은 후 시장 곳곳에 고양이들을 배치시킨다.

곧 생선 비늘 모양의 먹구름이 빠르게 다가오고, (구름에 대한 묘사도 재미났다)

푸드덕 푸드덕~ 후드득 후드득!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꽁치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기다리고 있던 고양이들과 캡틴은 꽁치를 덥석덥석 먹어치운다.

캡틴이 꽁치를 잡아먹는 모습이 글과 그림으로 묘사가 되는데, 아,,, 무. 섭. 다. ㅠㅠ

귀여운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도적단의 우두머리, 꽁치를 먹어치우는 날카로운 이빨!

다시 표지를 보니 그제서야 캡틴의 눈 밑에 있는 칼에 베인 것 같은 흉터가 눈에 들어왔다.

귀엽기만한 고양이가 아니었구나!


그래도 그 덕분에 하늘에서 떨어진 생선들은 대부분 처리가 되었다.

너무 배가 불러서 남은 생선들은 생선가게 아저씨에게 갖다 주었다.


이렇게 캡틴과 생선가게 아저씨는 상부상조했고, 캡틴은 배가 불러졌고, 생선가게 아저씨의 고민은 해결됐다.

그래, 그렇게 지내야지.

도움을 받으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언젠가 그 도움을 돌려줄 줄 알아야겠지.

고마움을 준 바로 그 상대에게 돌려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뒤에 오는 그 누군가에게 도움을 돌려주고 그것이 선순환이 되게 하는 삶은 아름다울 것이야.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직 자기중심적 사고에 있는 어린이들에게는 이렇게 동화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사건이 잘 마무리 되고 그 후로는 하늘에서 생선이 내리는 일은 없다고 한다.

뭐야, 그럼 생선비가 내리는게 평상시의 일은 아니었나보네?

그런데 놀라는 기색도 없이 그 예보를 철썩같이 믿었다니!

참 희안하단 말이야~~~


캡틴은 평생 먹을 꽁치는 다 먹어서 이제 꽁치는 쳐다보기도 싫고, 배추 가게에서 배추를 훔쳐야겠다고 한다.

고양이가 배추도 먹나? ㅋㅋ

키워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사납고 무시무시한 고양이이어서 차갑고 정이 없을 것 같지만 은혜를 갚은 캡틴,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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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 I LOVE 그림책
잭 웡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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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수영을 할 줄 아는데 나와 딸아이(평안)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

남편은 나와 평안이가 수영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도 내가 수영을 잘 하면 좋겠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물이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평안이가 수영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은 나 또한 갖고 있다. ㅎㅎ;;;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게 된 책이 있다.

바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이라는 제목의 동화책이다.


첫 장은 엄마와 딸아이가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끌면서 나누는 대화로 시작된다.

"네가 수영을 할 수 있게 되면..."이라는 말로.

수영을 할 때 볼 수 있는 것, 들을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깨닫게 되는 것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 이야기가 마치 시와 같았다.


'찰락찰락 발목에 부딪치는'

'일렁이는 나무 꼭대기'

'달처럼 낯선 풍경'

'질퍽질퍽하고 갈대로 가득 차 있는 분화구'

'한낮의 태양을 실어 나르면'

등등이 그렇다.

수영의 장점을 이성적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머릿 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직감적으로, 몽글몽글하고 따뜻하게 느끼게 해주는 책인 것이다.

글도 시 같았지만 그림의 색채도 환상적이었다.

세상의 모든 색이 화사하고 풍요롭고 따뜻하게 채색되어 있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내 몸에 자유가 생기고,

유쾌하고, 낯설면서도 멋진 탐험을 하고, 호기심을 해결하고,

두려움이 사라지고, 내 몸이 우주가 되듯 모든 것을 느끼고, 멋진 성취가 있는!

나는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를 이렇게 느꼈다.


그런데 정말일까? 정말 수영을 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수영을 할 줄 아는 남편에게 책을 건내고 물어봤다.

나는 이성적이고 '이과'적인 남편이 이 책을 읽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고 할 줄 알았는데

확신에 찬 "응! 물에 대한 두려움만 없다면."이라고 대답하는 것을 들었다.

아, 그렇구나! 정말이구나!

수영을 할 줄 안다는 건 이렇게 엄청난 보물을 갖고 있는거구나!


책의 중간중간 마다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요즘 어린이 책들은 인종 다양성을 의식적으로 표현한 책들이 많아서 처음에는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내가 수영을 배웠을 때)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글과 그림을 모두 만든 작가 잭 웡은 캐나다에서 자란 아시아계 이민자이다.

흰 피부를 가진 사람들 틈에서 연한 갈색 피부였던 작가는 특히 수영을 할 때 자신의 피부색이 튀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랬겠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피부색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수영복을 입어서 피부가 평소보다 많이 노출되는 수영 활동 때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이 아주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켰고, 수영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 책이 단지 수영에 대한 책만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이런 생각을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대한 책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서로 다른 피부색은 물론 다양한 젠더, 연령, 체구,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의 자유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책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빛과 색을 담기 위해서 작가는 좋아하나는 곳들을 찾아가 계속 수영하고 탐구했다.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감성적이고, 따뜻하고, 자유롭게.

예술의 힘은 참 신기한 것 같다.

평안이도 뭐라 콕 짚어서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그 즐거운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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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깜빡 챔피언 봄소풍 보물찾기 2
하나다 하토코 지음, 하지리 도시카도 그림, 고향옥 옮김 / 봄소풍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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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안이가 학교에서 단어 급수표 갖고 오는 것을 깜박했다.

단어 급수표를 집에 갖고 와야 집에서 공부를 하고 학교에 가서 받아쓰기 시험을 잘 볼 수 있는데 그만 잊어버린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아이가 챙겨야할 것을 가끔 놓치곤곤 한다.

그런데 엄마인 나도, 아니 나는 더 (^^;) 깜빡 잊을 때가 많아서 평안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이 있었다.

이런 습관과 관련해서 평안이도 읽고, 나도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을 골랐다.

제목은 『깜빡깜빡 챔피언』이다.


줄거리는 아주 간단하다.

주인공 히로키는 학교에 갖고 가야 할 물건이나 집으로 갖고 와야 할 물건을 자주 깜빡깜빡 잊는다.

그런 히로키가 자신의 습관을 고치기로 마음 먹고 실행해 옮기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줄거리는 간단하게 몇자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런 줄거리 요약 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갖게 하기 어렵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서, 재미있게 설명해줘야 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특징이 딱 맞게 들어 있다.

내용이 익살스럽고, 웃기고, 재미나다.

'물건을 잘 챙겨야 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물건을 잘 챙겨야 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자기 스스로 다짐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히로키가 자신의 물건을 잘 챙겨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는 담임 교사의 말이 큰 몫을 했다.

아래 두 대사는 히로키가 만든 부메랑에 이름이 쓰여 있지 않자 선생님이 한 말이다.


"이런, 이건 이름이 '나 몰라'일세. 우리 반에 그런 이름 없지?

그럼 이건 쓰레기통에 버려야겠군! " 


"어, 네가 '나 몰라'였어?

부메랑이 이름을 안 써 줬다고 교무실 책상 위에서 엉엉 울고 있지 뭐냐."


"자기 물건엔 이름을 꼭 써야해."라는 말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더 잘 움직이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덧붙여 설명한다.


"이름을 쓴다는 건, 소중히 여긴다는 표시란다.

그래서 슬펐던 거야……."


아이의 마음이 확실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외에도 선생님 자신이 삼각김밥을 챙기지 못했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들려주면서

급하게 서두르거나 정신을 놓는 것이 물건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 원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려주기도 한다.


"실은 지난 소풍 때 선생님이 늦잠을 좀 잤거든.

그런데 말이야, 선생님 배낭에서 삼각김밥이 도망을 쳤지 뭐냐.'

선생님은 배고픈 건 못 참아. 이거 참 야단났다 싶어서

쏜살같이 집으로 뛰어가서 다시 도시락을 가져왔지.

급하게 서두르거나 정신 놓고 멍하니 있으면 도망가 버린다."


책은 8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모든 장에 그림이 있고 글밥도 적고 글자 크기도 크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혼자 읽기에 참 좋은 책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아이들이 낯선 곳에서 자신의 것을 잘 챙길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다.

또 초등학교 2학년 쯤 되면 신입생 티를 벗어나 약간의 선배가 된 느낌으로 자신의 것을 챙기는 것에 허술해질 수 있는데 그런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물론 깜빡쟁이 엄마인 나에게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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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는 고슴도치 - 2024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재발견생활 지음 / 훨훨나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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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와 부모, 모두가 읽으면 좋은 동화책.

제목은 『바느질하는 고슴도치』이다.


그림이 단순하고 간단하다.

사용되는 색의 종류도 복잡하지 않다.

하지만 더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다.

분량은 60페이지가 조금 안 되고

두 페이지마다 그림이 하나씩 있으며

글밥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스스로 읽기에 적합하다.

유아라면 부모가 읽어주기에도 힘들지 않은 분량.

하지만 책을 다 읽고 곱씹기는 소의 되새김질처럼 하게 되는 책이다.


주인공은 귀여운 고슴도치이고 숲속 마을 체육대회의 달리기 대회에 참여한다.

연습도 많이 했고 큰고니가 응원을 해주지만 고슴도치는 걱정이 한가득이다.

자신이 연습한 모습이 큰고니가 보기에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지 생각하면 얼굴이 후끈거리는 고슴도치...

이 장면이 코끝이 찡했다.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보였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신을 낮추어 생각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체육대회에서 열심히 달렸지만 고슴도치는 올해도 꼴찌를 했다.

꼴찌를 한 고슴도치를 족제비 녀석들이 어찌나 비웃는지 -_ -

족제비!!! 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하지만 어디나 그런 사람들이 있다.

흥! 신경쓸 가치도 없다!


족제비 때문에 가시를 바짝 세우며 한없이 웅크려 있다가

족제비들이 밀치는 바람에 데굴데굴~~~

고슴도치는 엉엉 울고 만다.

고슴도치는 태어나서 한 번도 운 적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 동안 많이도 참았나 보다. ㅠㅠ 너무 안쓰러웠다.


울다 보니 자신이 옹달샘에 빠져 있다는 걸 지각하게 된다.

독자의 나는 이 대목에서 희안했다. 어떻게 옹달샘까지 오게 됐지?

목이 말랐던 고슴도치는 옹달샘의 물을 마신다.

그런데 물을 마시자 머릿속이 환해지면서 말끔하게 씻긴 가시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독자로서의 나는 뭐, 물을 마셨으니 머리가 맑아진 느낌 같은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슴 속에 빛나는 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어머머!!!! 이거 뭐야 뭐야~~~~

이게 왜 생긴거지? 뭐지?

책을 읽는 동안 이 질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고슴도치는 큰고니를 다시 만났다.

큰고니는 먹이찾기 대회에서 탈락했다고 하면서 좌절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춤은 정말 자신있는데."라고 말하며 수줍게 날개를 펼쳐 보인다.

그 순간 큰고니 가슴에서 반짝!


고슴도치는 그 빛의 정체가 별이라고 판단하고 자신의 등에서 가시를 하나 뽑는다.

자신을 보호하는 데 썼던, 족제비 사건처럼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담긴 가시를 말이다.

그러자 그 가시가 은은하게 반짝거린다.

고슴도치가 큰고니의 가슴에 가시를 대고 동그라미를 그리자 별이 툭 떨어진다.

그 별은 여기저기 갈라지고 깨어져 겨우겨우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고슴도치는 그 별조각들을 자신의 가시로 꿰매었다.

그러자 별빛이 다시 밝아졌고 고슴도치는 그 별을 큰고니의 가슴에 넣어주었다.


신기하다. 고슴도치는 어떻게 가시를 이용해서 큰고니의 별을 꺼낼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가시에서 실이 무한으로 길게 나오다니, 운명 같은 느낌이었다.

고슴도치의 운명! 태어난 이유!

그제서야 고슴도치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은 달리기가 아니라 바느질이라는 것을 깨닫고

숲속에 공방을 차려서

잃어가는 별들의 빛을 되살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이 별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나는 자존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명쾌하지는 않았다.

뭔가 더 딱 맞는 단어가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아서 출판사가 소개하는 책 설명을 읽어봤다.

출판사는 별을 '희망'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 누구나 가슴 속에 희망이 있지.

어려운 일을 당하면 그 희망이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들지.

가슴 속 희망이 없어지면 절망과 좌절이 가슴을 가득 채우고 상상하기도 싫은 어둠이 몰려오지.

희망을 되찾아 주는 고슴도치, 멋진 일을 하는구나!

하지만 그 고슴도치도 희망을 잃을뻔했어.

고슴도치가 자신의 가슴 속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서 다행이다.

그리고 바늘의 역할을 하는 가시가 있어 다행이다.

이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가시에는 가슴 아팠던 기억들이 담겨있다.

가슴 아픈 기억이 누군가의 희망을 살리는 일에 쓰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희망으로 벅차오를 수 없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인생임을 인정해야 겠지만,

희망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기억해야겠다.

또, 가슴 아픈 기억이 나와 누군가를 되살릴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도!

따뜻한 동화다.

차가운 빗방울과 흙탕물이 튀는 길을 걷더라도, 그 끝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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