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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전설 ㅣ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9
정은주 지음, 모수진 그림 / 북극곰 / 2024년 8월
평점 :
오늘 서평을 쓰는 책의 제목은 『옥상의 전설』이며,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내용과 글밥을 갖고 있다.
그림이 그려진 동화책으로, 소설의 일종, 그러니까 지어낸 이야기이다. ^^
총 두 편(옥상의 전설 & 복길이 대 호준이)이 실려 있고, 책의 제목은 두 이야기 중 하나를 땄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면, 이 이야기가 첫 출간됐을 때는 그림이 없었는데 이번에 귀엽고 깜찍한 그림과 함께 새롭게 출간됐다고 한다.
먼저 <옥상의 전설>부터 이야기해 보겠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3학년인 '순목'이다.
순목이는 동네 아이들(자신보다 어린 아이들, 기용&상철&현철)을 이끌며 어울려 놀았었다.
책에는 '골목대장'이라는 직책(^^;)으로 설명이 되는데, 놀이 공동체에서 리더 역할을 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 아이들이 순목이는 이제 나이가 많고, 같이 노는 것이 재미가 없어졌다며 상철이가 대장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 말에 순목이는 큰 배신감을 느낀다.
함께 어울려 노는 무리에서 배척을 당하다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서 답답하고 슬퍼졌다.
더군다나 함께 노는게 재미가 없어져서 자연스럽게 모임 횟수가 줄고 모임이 파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만하자고 통보를 받았으니까…….
기분이 상한 순목이는 그 무리와 떨어져 집 옥상으로 올라가 그들을 골탕먹일 작정을 세운다.
바로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옥상에서 아이들 머리 위로 물을 뿌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만 아이들 대신 무섭기로 소문난 복덕방 할아버지가 그 물을 맞아버렸다.
할아버지는 화가 나서 옥상 계단으로 올라오고, 순목이는 위험함을 무릅쓰고고 부리나케 물탱크 속에 숨는다.
그 사건이 아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자세한 소문이 아니어서 아이들은 순목이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했고 하나 둘 순목이를 찾아와 사건의 경위(?)를 물어 본다.
다시 아이들과 하나 되어 재미있게 놀고 싶은 순목이는 사건에 살을 붙어셔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를 지어내는데,
처음에 찾아 온 기용이와 이야기하다가 중간에 끊기고, 두 번째로는 성열이와, 세 번째로는 영준이와, 다음으로는 상철이와 이야기하게 되고,
또 아이들 각각의 기대 및 취향에 맞게 내용을 조금 바꾸느라고,
처음에 계획한 것과 다른 내용으로 사건이 흘러가게 된다.
즉,,,,,,,,,,,,,,,,,,,,
UFO가 와서 순목이를 구해준 것으로 결론이 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무슨 그런 결론을 아이들이 믿겠냐고 생각하겠지만 그 사건을 듣는 아이들이 UFO 신봉자(?)였기에 어쩔 수 없이 결말이 그렇게 흘러간 것이다.
순목이는 그 아이들의 환심을 사고자 했으므로…….
순목이는 거짓말에, 거짓말에, 거짓말을 더했다.
앞의 아이에게 이야기 한 것과 뒤의 아이에게 이야기 한 것이 내용에 있어서 일관성이 있으면서,
두 아이 모두에게 흡족한 내용이어서 자기와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해야 하는 이야기를 짓느라 순목이는 고생이 많았고
그런 순목이의 모습을 책으로 보면서 나 역시 손에 땀을 쥐었다.
과자를 먹으며 책을 읽으려고 옆에 두었던 과자 봉지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말이다.
어린이용 그림에 큰 글씨로 된 동화책을 나이가 40인 애엄마가 읽는데 어찌나 재밌던지! ㅋㅋ
순목이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책 내용에 거짓말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거나 나쁜 행동이라거나 하는 내용은 없다.
그래도 긴장감이 느껴지면서, 거짓말이 커져서 큰 일이 날 것 같고, 거짓말을 하면 안되겠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초등학교 2학년인 내 딸 평안이도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이 많고, 그들의 관계도 생각해야 해서 아이 입장에서는 집중하고 이름을 기억하면서 읽게 된다.
상황을 파악하고,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인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등도 파악해야한다.
이런 간접경험을 통해서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배우는 것이다.
책을 읽고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깊이있게 아이의 정서와 사회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글이 길어졌다.
두 번째 이야기인 <복길이 대 호준이>도 짧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면서 빨간띠인 복길이(주인공)가 초등학교 3학년이면서 초록띠인 호준이와 합기도 학원에서 대결을 했는데 (빨간띠가 초록띠보다 높다) 호준이가 발차기를 할 때 복길이가 겁을 먹고 몸을 숙여여버렸다.
빨간띠가 초록띠에게 지다니!
차라리 그 발차기를 맞았다면 덜 수치스러웠을텐데 말이다.
복길이는 그것 때문에 수치스럽기도 하고, 호준이가 자신을 '복순이(길고양이 이름) 동생 복길이' 혹은 '떡뽁길'이라며 이름을 갖고 놀려대는 통에 너무 화가 난다.
이 이야기는 복길이가 당한 것을 호준이에게 갚아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장난이 심하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내가 다 속상하다.
복길이가 어떻게 복수를 했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자기계발서가 아니어도 (어린이 책도 자기계발서와 비슷한 점이 있다. 무언가 교훈을 주려고 하고 바른 생활을 하라고 권면하니까) 재미있거나 신비롭거나 허무맹랑하거나 흥미진진한 이야기 책을 읽는 것도 알게 모르게 인생에 도움이 된다.
재미있는 책을 만나 나와 딸아이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또 모르겠다, 이 책이 어떤 식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더 빛나게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