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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요? - 자음과모음 어린이 초등 1·2 ㅣ 어떻게 해요? 2
이명랑 지음, 최준규 그림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어린이 책을 고를 때는 글밥, 내용, 삽화의 양과 구성, 아이의 관심사와 독서경험 등을 고려해야 한다.
책을 잘못 고르면 독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 2학년인 평안이의 책을 고를 때 신중한 편이다.
마침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시리즈가 나왔다.
얼마 전에 '이럴 때는 어떻게 해요' 시리즈 중에서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를 아이가 공감하며 재미있게 봐서
이번에는 『양보하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해요?』를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총 90페이지이고, 대부분의 페이지에 삽화가 포함되어 있고, 글밥도 초등 저학년에게 적합하다.
(삽화가 없는 페이지도 있지만 그리 많지 않다.)
소재가 잔반을 남기지 않는 학생에게 MVP를 시상한다는, 급식에 관한 것이어서 평안이의 관심사와도 알맞다.
주인공은 '윤현상'이라는 이름의 남자 아이로, 급식 때 맛있는 반찬을 많이 먹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생이다.
어느 날 학교에서 한 달 동안 급식 잔반을 남기지 않은 횟수가 가장 많은 사람에게 '지구사랑 MVP'를 수여할 것이며,
지구사랑 MVP는 앞으로 1년 동안 줄을 서지 않고 급식을 가장 먼저 먹을 수 있다는 공지를 한다.
그 공지를 보고 현상이는 지구사랑 MVP가 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담겨 있다.
지구사랑 MVP를 차지하기 위해 현상이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 때의 아슬아슬함과 치사함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실감적이다.
또,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현상이의 모습을 보며 '어쩜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놀라움에 입이 벌어진다.
현상이의 감정과 고민, 친구들과의 다툼과 대립이 삽화에 익살스럽고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런 현상이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해 같은 반 친구들은 직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한다.
친구들이 현상이는 항상 자기 멋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고 말하자
현상이는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급식의 지구사랑 MVP를 차지하려는 현상이의 욕심이 주된 내용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현상이는 급식 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놀고 있으면 무턱대고 끼워 달라고 조르고, 이제부터는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하자고 하는 행동,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발표할 때마다 내가 자꾸 끼어들어서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한 행동,
연극할 때 맡은 역할이 적어서 하기 싫다고 떼쓴 행동 등등.
아이가 책을 읽고 나서 급식 이외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고, 이기적인 모습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혹시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는지,
반대로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지,
그럴 때 마음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책이다.
친구들의 불만에 현상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뛰쳐나가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다가 농구대에 부딪혀 다음 날 팔에 깁스를 하고 등교를 했다.
다행히도 친구들은 다친 현상이에게 쌤통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상이 팔을 많이 걱정해줬다.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 덕분에 현상이의 이기적인 행동들도 스르르 사라지게 됐다.
어른인 나도 그 친구들처럼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나는 타인의 잘못에 얼마나 너그러웠는지,
마침 잘됐다며 뾰족한 송곳처럼 날카로운 시선과 말투를 던지지는 않았는지...
아이 책을 보며 내가 다 부끄러워졌다.
현상이는 지구사랑 MVP에 선정됐고, MVP의 보상을 친구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따뜻함은 돌고 도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다.
유아기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자기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기적인 말과 행동을 보일 때가 많은데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교훈이 되는 책이다.
평안이도, 나도 주위의 사람들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더불어 존중받고 따뜻함을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