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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 - 자음과모음 어린이 초등 1·2 ㅣ 어떻게 해요? 1
고정욱 지음, 온링꽃 그림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엄마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어린 아이들도 엄마가 미울 때가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내 엄마가 너무나도 미운 적이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안아플 것 같은 내 아이도, 엄마인 내가 미울 때가 있겠지.
사랑하고 의지하는 엄마, 아빠가 밉다면 아이의 마음은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그럴 때 아이는 어떻게 해야할까?
동화책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를 읽으며 그 답을 찾아볼 수 있겠다.
아홉 살 평안이는 이 책이 택배로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읽기 시작해서 단번에 거의 끝까지 읽었다.
아니, 제목이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인데 이리도 적극적으로 읽는다니!
하.하.하.;;;
그리도 서운했을까~ ^^;
『엄마, 아빠가 미울 때는 어떻게 해요?』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1학년인 정빈이다.
정빈이 아빠의 사업이 어려워져서 서울에 살던 정빈이네는 이사를 가게 된다.
정빈이는 새로 이사온, 대문이 녹슬고 마당에 낡고 깨진 항아리가 굴러 다니는 1층짜리 단독 주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정빈이에게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이 집은 우리가 빚 없이 전세로 살 수 있는 집이란다.
정빈이한테 말은 못했지만, 엄마랑 아빠가 그동안 힘들었어.
은행 대출 갚느라고."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가정의 경제 상황을 '전세', '대출' 이런 단어를 이용해서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설명했고,
그것이 힘들었다고 표현한 점에서 놀랐다.
이런 엄마의 말을 정빈이는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정빈이는 전학을 왔고, 학교가 끝나면 여러 학원에 다녔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늦게까지 일을 하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빈이는 부모님과 대화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없었다.
게다가 이사 후 부모님이 돈과 이사 문제로 종종 다투었다.
정빈이는 새 학교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학원을 다니는 것도 힘들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도 속상한데
엄마와 아빠는 서로 싸우고, 이런 정빈이의 마음을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
정빈이의 정서를 폭풍이 몰아치는 험난한 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오히려 정빈이를 혼내고 나무랐다.
정빈이는 엄마와 아빠가 미워서
엄마, 아빠를 속썩이고, 골탕 먹이고,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정빈이는 등교 후 교실로 들어가지 않고, 인적이 드문 장애인 화장실에 숨어 든다.
이 장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이와의 대화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구나.
나는 지금까지 잘 해왔는지 돌아보게 됐고,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이 이 책을 볼 때는 정빈이의 상황에 공감이 갈 것 같다.
자신도 엄마, 아빠가 미웠던 적이 있었음을 떠올릴 것이고,
제 3자의 입장에서 책을 보면서,
왜 엄마, 아빠가 미웠는지,
단순히 밉고, 속상한 감정을 넘어서 그 이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깨달을 것 같다.
이 책에는 지체 장애를 가진 영양사 선생님이 등장한다.
이 부분은 고정욱 작가가 쓴 글의 특징인 것 같다.
영양사 선생님은 정빈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공감을 넘어서
속상한 것이 있으면 어른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 장면을 통해서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미우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게 된다.
정빈이도 고민이 있지만,
같은 상황에서 엄마와 아빠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모범생이던 정빈이가 소위 문제아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정빈이 아빠는 어린 시절 자신의 아빠를 떠올리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바로, 자전거를 타며 정빈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게 참 중요한 것 같다. 부모와 아이가 질 높은 시간을 보내는 것.
바쁘다고, 힘들다고 밀어내고 치워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며 서로의 상황과 고민과 관심을 나누는 것.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
이것이 있다면 오해가 없고,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 돈독해질 것이 분명하다.
정빈이는 이런 시간을 통해서 자신이 힘들었던 것을 아빠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아빠는 정빈이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다.
반대로 아빠도 정빈이에게 자신의 상황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야기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닌, 동물들과 어린 아이들을 위하는 사업을 하고 있기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정빈이는 가정의 상황을 진심 어린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드디어 정빈이의 마음 속을 검게 물들이던 '반항'이라는 썩은 이가 쏙 하고 빠지게 된다.
책을 읽고, 아이와 대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이다.
놀이를 하며, 아이스크림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말이다.
이 책을 읽었다면 아이도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법임을 알게 되기 때문에
자신의 고민을 부모에게 이야기하며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아이와 함께 읽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눠보길 바란다.
따뜻한 온기와 사랑으로 가득 차는 가정이 될 수 있도록~
※ 책 분량은 95페이지로, 글밥과 내용 상 유아 보다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읽기에 적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