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트렌드 익힘책 - 먹는 취향으로 읽는 요즘 문화
오뚜기.박현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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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3분 트렌드 익힘책>은 트렌드를 빠르게 훑는 책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장 속에서도 사람의 감각과 마음을 중심에 두며, 트렌드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좇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감수성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읽는 내내 ‘트렌드’가 곧 ‘사람을 이해하는 언어’라는 사실에 공감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꼭지는 보너스 히든의 레시피다. 이 꼭지에서 저자는 브랜드가 제안한 새로운 조합을 통해 소비자가 스스로 창의적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라면보나라처럼 두 개의 익숙한 제품이 만나 전혀 다른 경험을 만드는 순간, 소비자는 ‘새로운 맛의 발견’이라는 창작을 하게 된다. 이런 접근은 트렌드를 단순한 소비의 결과가 아닌, 스스로 실험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전환시킨다. 


반면, 기업 윤리 부분에서 소개된 시리얼 코코볼 컵과 점자 컵라면 용기는 전혀 다른 감동을 전한다. 백혈병 환우를 위해 용기를 줄이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를 새긴 포용적 디자인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소비의 본질이 연대와 배려의 철학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분 트렌드 익힘책>은 결국 ‘소비’라는 일상의 행위를 윤리, 창의, 감수성의 영역으로 넓혀주는 책이다.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며, 읽는 동안 소비에 대한 자셀ㄹ 생각하게 한다.  나의 작은 선택이 사회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고, 한 사람의 소비가 미래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차분히 보여준다.  2030년의 트렌드가 어떤 모습이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저자가 속한 생활변화관측소의 역할이 궁금해졌다. 사람들의 일상과 감각을 관찰하며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그곳은, 어쩌면 이 책이 태어난 진짜 현장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그들이 포착할 다음 변화의 신호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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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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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연의 <인간명품>은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삶을 통해 ‘품격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묻는 책이다. 저자는 재클린을 단순한 스타일 아이콘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미국의 주류 계층인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사회 속에서 보여준 태도— 폐쇄적 질서 속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으며, 고유한 감수성과 교양으로 세계를 다시 정의한 삶—그 자체를 하나의 사회학으로 읽어낸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만든 개념, ‘재클린 사회학’이다. 책은 ‘학생과 상속자’의 대화 형식을 취하며, 우리 모두 안에 있는 두 자아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학생은 흔들리고, 상속자는 “명품은 소유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 대화는 다섯 가지 자질—고유함, 탁월함,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을 따라 한 사람의 내면이 어떻게 단련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심미안’의 장에서 저자는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이야말로 진짜 교양이라 말하며, ‘영향력’에서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품격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나는 재클린을 단지 ‘케네디의 아내’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본 그녀는, 주류의 단단한 틀 속에서도 자기 세계를 끝까지 지켜낸 한 인간이었다. 품격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을 잃지 않는 태도임을, 저자는 ‘재클린 사회학’이라는 이름으로 재클린의 삶을 다시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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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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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자 수잰 스캔런의 <의미들: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을 읽는 동안, 나는 낯선 문장들 앞에서 자주 멈췄다. 
<벨 자>, <연인>, 〈누런 벽지〉 같은 작품들,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버지니아 울프의 글까지 — 그녀가 인용하는 세계는 나에게 멀고도 어려웠다.
그러나 스캔런은 여러 번의 자살 충동과 정신병원이라는 낯선 세계 속에서도 자신을 지탱할 언어를 찾아낸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잃었지만, 다시 회복하는 길을 책 속에서 찾았다. 병원 침대 곁에서 읽은 수많은 문장들이 그녀를 세상으로 이끌었다. 훗날 글쓰기 강사가 된 그녀는 학생들에게 “쓰는 일은 결국 자신을 읽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문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며, ‘회복’을 완치가 아닌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행위로 새롭게 정의한다.
그녀에게 책은 위로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살아가기 위한 대화의 통로였다.
병원 침대 곁에서 읽은 수많은 문장들이 그녀를 다시 세상으로 이끌었다.
이 자서전적 에세이에서 스캔런은 문학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읽어내며, ‘회복’을 완치가 아닌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행위로 새롭게 정의한다.이 책은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 비선형적인 구성과 낯선 작가, 연극, 영화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독서를 더디게 만든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문학의 결이 얼마나 깊고 단단하게 삶을 지탱해주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병든 마음으로 세상을 견디던 그녀의 사유는 어둡지만, 그 어둠은 고요하게 빛난다.
읽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병든 마음을 견디게 하는 것도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결국 문장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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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세 살 인생 게임 2 - 모르면 두고두고 손해 보는 초등 금융·경제 수업 열세 살 인생 게임 2
    김지환 지음, 최현주 그림 / 리틀에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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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선생님의 <열세 살 인생 게임 2>는 교실에서 실제로 진행된 경제 수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생생하다. 숫자나 그래프 대신 ‘우리 반’ 아이들이 등장해, 인생의 시간표를 따라 국민연금, 복리, 주식, 부동산, 노후 준비까지 함께 탐험한다. 


    각 장의 제목은 모두 ‘우리 반 나이 ○○세’로 시작한다. 33세, 38세, 43세, 58세…. 아이들이 가상의 인생을 살아보며 배우는 경제 개념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체득되는 경험이다.



    그  과정마다 등장하는 ‘ 인생 게임 황금카드’는 이 책의 백미다.


    각 장의 핵심을 짚어주는 질문 카드로, “현재의 만족보다 미래의 대비를 크게 생각하는 게 왜 중요할까?”, “전세와 월세 중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할까?”처럼 스스로 사고하게 만든다. 경제 개념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하게’ 하는 장치다.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핵심 경제 원리를 생활 속 예시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72법칙 (복리의 마법처럼 돈이 두 배가 되는 시간 계산), 전세와 월세의 기회비용, ETF와 분산투자, 달러의 가치와 환율 변동,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의 원리까지 보통 대학 교양 경제학 시간에 다루는 개념들이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되어 있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버는 법’이 아니라 ‘돈을 현명하게 쓰고, 나의 인생을 계획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듯 배우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도 다시 새겨야 할 메시지가 있다. 현재 편향, 복리의 마법, 선택의 타이밍, 그리고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힘 등 현재의. 나의 경제 상태를 점검해 본다.



    읽는 내내 “이 반 학생들이 정말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를 이렇게 손쉽고 유쾌하게 배울 수 있다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훨씬 단단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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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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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롤랑 바르트의 책을 읽는 일은 나에게 쉽지 않았다. <애도일기>에서 그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들의 목소리로 다가와 곧바로 가슴을 울렸지만, 이 책은 전혀 달랐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의미작용에는 기표, 기의, 지시대상이 있으며…”라는 식의 설명이 이어지고, “독사와 파라독사” 같은 개념이 낯설게 다가왔다. 또 “언어는 통보와 서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번역가의 주해를 따라가도 의미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나의 몸과 같지 않다”라는 고백적인 문장은 더욱 추상적으로 다가와, 도대체 어떤 뜻인지 여러 번 붙들고 읽어야 했다. 결국 몇 번은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다. 바르트는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말과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힘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투명한 도구가 아니라, 언제든 굳어지고 다시 해체되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기호임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단순한 사진, 문장, 말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사회의 질서와 권력을 반영한다는 그의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문장은 여전히 난해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난해함 속에서 멈춰 서고, 되새기고, 내 언어로 다시 적어보려는 경험을 했다. 아마 그것이 바르트가 말한 ‘텍스트의 즐거움’일 것이다. 끝내 다 알 수 없어도, 그 과정에서 언어와 기호를 다시 보는 눈을 얻게 된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친절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이해의 한계와 포기의 순간까지 포함해, 그것이 곧 바르트 읽기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펼쳐들고 싶다는 마음을 남기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문장은 어렵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나에게는 사유의 자리, 질문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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