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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니드 라운드 3 - S Novel
아사우라 지음, 박시우 옮김, 아카이 테라 그림 / ㈜소미미디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 권의 배경이자 적은, 1권에서부터 언급되어 왔던
작중 세계관의 인기 테마파크, '데스 니드 라운드'.
현실의 도쿄 디즈니 랜드와 디즈니 시(sea)를 패러디한 이곳은
그야말로 '동심파괴'란 말이 어울리는 장소...
(그 파괴가 너무 심해서, 농담 아니고 당분간은 놀이동산, 테마마크에 얼씬도 못 할 것 같다...;;)
곰돌이 푸를 패러디한 노란 곰은, 바지가 없다는 점은 똑같으나
그곳에 거시기가 달려 있고...;;
피터팬은 패도필리아, 팅커벨은 지옥의 요정으로 설정되고,
'토이 스토리'의 카우보이 '우디'는 변태 성욕자로 표현되는 등등 엉망진창이다...ㅋㅋ
(근데 우디는 그럴만한 게, 리볼텍에서 발매된 우디 피규어가 변태 표정 파츠가 있어서
변태 컨셉으로 찍은 사진이 많았던지라ㅋㅋㅋㅋ 작가님도 그걸 의식한 듯...ㅋ)
이번 권의 스토리 전개는 여태 1, 2권의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도입부에서 짧은 총격전으로 시작,
먹방을 겸비한 일상 개그를 보여준 후 미션 시작,
후퇴 후 재정비해서 최종결전'.
1권의 적은 로나우더와 패스트푸드 점원 몇몇,
2권의 적은 P군 마스코트 하나인데
이번 권은 마지막 3권이고, 최종보스인 '니티 더 모르모트'가 상대인 덕인지
주인공들의 화력도 화력이지만,
적들도 몇백마리 좀비가 몰려오는 듯한 물량을 자랑한다 ㄷㄷ...
다만 그 '물량' 탓에, 1권의 패스트푸드 점원과 달리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 면모가 있는데,
총알이 부족해지는 현실적 상황을 연출해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이 단점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전반부 기준. 후반부에선 이 단점이 해소되지 않는다.)
또한 2권에서도 그랬지만, 보통 다른 영화나 서브컬쳐에선
무척 흔히 나오는 장면을 전면부정하는 게 너무 좋다 ㅎㅎ
이를테면, 서로 등을 맞대고 총을 쏘는 자세는 멋지게 보일진 몰라도
현실에선 적 총알 하나로 등 맞댄 두 사람이 동시에 죽을 수 있어서 해선 안 된다거나,
서브컬쳐에서 적의 악행을 멈추려고 흔히 말하는 대사가
(예 : '복수? 다 죽인다고 해서 죽은 딸이 기뻐할 것 같아?')
멍청한 '오노'입에서 나오고, 이게 멍청한 소리라며 무시당하는 게
무척 시원시원해서 좋다 ㅋㅋㅋㅋ
다만... 솔직히 이번 3권은 기대보다 아쉬웠다.
1권의 황당무개하지만 의외로 진지하고 잔혹한 재미,
2권의 무섭고 잔혹하면서 탄탄한 재미를 생각하면
3권은 그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해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다 읽고 덮은 후 여운이나 감동, 전율보다는 오히려 아쉬움만 남았다.
첫 째로, 우사미의 분량
1권에선 잠깐 친구라고 나왔던 우사미가 2권에선 비중이 대폭 높아졌는데
이 3권에선 간접적인 것 외에 아예 등장을 안 한다...
아 물론, 상황이 급박하고 피가 난무하는 전장이다보니
(잔혹한 말이지만) 우사미가 있다가는 걸림돌만 될 뿐이라서
우사미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래도 일상 파트에서 잠깐 만나거나 이야기할 순 없었을까...
둘 째로, 시점.
1권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놀랐던 게 뭐냐면,
스나이퍼 시점 서술이었다.
한창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하다가, 지원사격하는 스나이퍼 시점으로 서술,
그가 느낀 감정과 동료의 죽음에 의한 복수심,
사령부의 명령에도 불복하며 독단으로 적을 쏘는 행위를 통해
작전에 참가한 인물이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이 모두 살아있는 캐릭터라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번 권은 아니다...
최종전에서 주인공들의 지인들(이하 '지인군단')이 똘똘 뭉쳐 싸움에 임하는데,
시점으로 나온 건 오직 주인공들 뿐...
그래서 지인군단이 악당들을 싹쓸이하는 와중에도
독자인 우리는 오직 주인공이 있는 건물 내부밖에 볼 수 없다...ㅠㅠ
이게 정말 아쉬운 게 왜냐면,
싸움은 크게 벌어지고,
장갑차 역할을 하던 퍼레이드 차량이 대파되고,
'데스 니드 라운드' 테마파크 곳곳에 폭약을 설치하고
드럼통을 매단 버기카를 타고 질주하는 등
작전이 대규모로 펼쳐지는데, 이 행동을 한 지인군단의 시점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마치 건물 하나만 제압하고 나와보니 구역 전체가 점령된 듯한 다소 허무한 기분,
상황 전개나 사태의 심각성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적들은 직원이나 인형들 뿐이라 총을 쏘는 녀석은 없어!'
라며 안심하던 순간, 총을 쏘는 적이 나타나는 위기 상황을 펼치는데
몇 줄 서술하지 않고 그 위기도 별 탈 없이 넘겨버리는 식...
전반부 전투씬에선 긴박감, 심각성이 어마무시했는데 후반부가 이토록 싱겁다니...
중간에 지인군단이 모였을 때,
오직 대사만으로 캐릭터의 특징, 개성을 어필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래놓고서 막상 싸움이 시작됐을 땐 처음에만 살짝 비춰주고,
나중에 가선 주인공들만 나온다...
아 물론... 게임에서도 NPC 병사들이 아무리 오래 총을 쏜다 한들
주인공이 직접 쏘며 전진하지 않으면 게임이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이 소설이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돼서 나쁠 건 없다. 그렇지만...
이 탓에 위에서 말했듯이
'마치 건물 하나만 제압하고 나와보니 구역 전체가 점령된 듯한 다소 허무한 기분'이다.
지인군단 중에 시점 인물로 쓸만한 캐릭터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를테면 주인공 유리가 사용하는 'SA58'의 원래 주인인 전 동료 녀석,
2권에서 유리를 잠깐 도와줬던 '호즈미',
양손에 MGL을 쥐고 쏜다고 묘사된 남자 등등...
헌데 작가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철저히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돼서,
그 스케일 큰 최종전이 너무 협소한 시각으로 표현된 게 아쉽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싸움에서 정신적 성장을 이루는 '유리'의 심리를 보다 깊게 묘사하기 위해 일부러 다른 시점 묘사를 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 이 '시점'이 불만인 건, 내가 작품성보다 재미를 추구한 탓이었나...)
셋 째, 의외로 쉽게 쓰러진 적들.
이번 3권의 적은 1권의 '로나우더', 2권의 'P군'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다.
1권, 2권에서 은근히 언급되듯, 이번 권의 적은 그 둘의 오리지널이 되는,
그렇기에 더욱 강한 존재로 등장해야 맞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적들은 힘보다는 '물량'으로 승부를 벌이는 느낌이었고,
테마파크의 마스코트들은 소년만화로 따지면 '사천왕' 포지션일텐데,
이 마스코트들 중에서 강하고 위협적으로 등장한 건
곰돌이 푸를 패러디한 노란 곰,
최종보스 '니티 더 모르모트' 말고는 거의 없었다...
이른바, 적들이 기대치보다 너무 약한 느낌.
아, 물론 어디까지나 최종보스는 '니티 더 모르모트'이기 때문에
나머지 마스코트들이 약하게 나와도 상관은 없다.
문제는 그 '니티 더 모르모트'마저 약하게 나온다는 것...
니티 본인이, 자신은 '로나우더'나 'P군'보다 강하다고 독백하는데
막상 싸움이 시작됐을 때, 이 녀석은 비웃고 조롱하고 기만하는 것 외에
그렇게 큰 위협을 보이지 않았으며, 강하게 나오지도 않는다.
로나우더는 바렛의 총탄이 복부를 뚫어 구멍이 뚫린 와중에도
이리저리 날뛰며 주인공들을 위협, 끝까지 싸웠다.
P군은 귀가 찢어지고, 눈도 뚫리고, 창자가 튀어나오고,
그렇게 온 몸이 너덜너덜해진 와중에도 싸웠다.
그럼 '니티 더 모르모트'는...?
자신이 가진 신체능력과 초능력을 전투에 쓴 게 아주 잠깐 뿐이다.
그냥 당하고, 당하고, 당하다가... 죽었다.
이 3권이 1, 2권과 달리 유난히 허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반부만 해도 적들이 엄청나게 많고 강하고 끈질기고
아무리 당해도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였는데,
막상 후반부에 이르니 다들 생각보다 쉽게 쓰러지고
최종보스라는 녀석이 1, 2권의 적들에 비해 너무 단순한 최후를 맞았다...
물론 이 단점은 옹호 가능하긴 하다.
'주인공들의 화력이 너무 강했다'라는 것.
지인군단의 병력, 자금을 총동원해서 그러모은 총, 총알, 중화기들은
확실히 엄청나서 적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당연함도 여전히 납득시킬 수 없는 것은,
최종보스인 '니티 더 모르모트'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는 것.
1권의 '로나우더'는 주인공들은 물론, 저격수 부대, 수류탄 부대의 공격에도 살아남고
복부가 관통됐음에도 싸우는 저력을 보여줬는데...
그럼 그 로나우더보다 더 강하다고 자부한 니티는
어떤 총탄이나 중화기가 덮쳐도 살아남아야 맞지 않나?
아, 말을 정정해야 겠다. 살아남긴 했다. 어떤 공격이 덮쳐도 니티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공격적인 로나우더와 달리 니티 쪽은 피하고 막기만 하다가 끝났다.
결국 최종보스로서 가진 강함이라곤 '방어력' 뿐. 겨우 그것 뿐이란 말...
자세한 스포는 피하는 주의라서, 니티가 어떻게 죽었는진 언급하지 않겠지만
일단 그 '니티가 최후를 맞이한 방식'은 그 무적의 니티를 무찌를 유일한 방법이라 부를만하다.
하지만 무척 강하고 무시무시할 것 같은 기대치에 비해 너무 쉽게 제압당한 느낌...
모 삼류 영화 속 악당이 헬기, 탱크, 군대를 박살낼 정도로 강했으면서
폭탄 폭발에 휘말려서 죽었을 때 느낀 그 허무함... 이 작품에 그게 있다...
이 작품에는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 있었다...
정리하자면,
심리묘사는 여전히 훌륭하고,
흔해빠진 영화 속 감성 대사 같은 건 시원하게 박살내주고,
잔혹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에 비해 결말도 훈훈,
전반부 전개는 작품 특유의 잔혹함과 절망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하지만 후반부가 스케일에 비해 시점이 협소적이라 액션이 약하고,
최종보스가 기대보다 간단하게 쓰러져서 통쾌함이 느껴지긴커녕 다소 싱거웠다.
작가 후기 읽어보니,
잔혹하게 패러디된 디즈니 랜드 풍경 탓에
디즈니 측에서 법정 소송을 할까 겁나서
출판사, 변호사의 제안으로 내용 수정을 거쳤다고 하던데...
혹시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됐나...
아무튼, 심리묘사, 주인공의 성장, 해피엔딩은 모두 좋았으나
1, 2권동안 쌓아올린 것이 너무 간단하게 무너진 기분.
나한텐 2권 까지가 좋았던 것 같다.
P.S. 1권에서 '300킬로미터'를 '300킬로그램'으로 오타내신 게 있었는데,
이번 권에는 '2킬로그램'을 '2킬로미터'로 오타내셨다...
역자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치만 1권에도 그랬지만, 화나기는커녕 귀엽고 웃기는 오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