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라이터의 글쓰기 수업 - 고객 경험을 위한 마이크로카피 라이팅
앤디 웰플.마이클 J. 메츠 지음, 심태은 옮김 / 유엑스리뷰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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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살펴보자. 스마트폰을 키면 보이는 앱, 앱 속의 글자, 메시지, 카톡 등 우리는 온종일 '문자'와 함께 한다.

익숙해서 자세하게 바라보진 않지만 알람을 켜고 끄는 한 면에는 숫자와 문자가 나열되어 있다.

UX는 제품, 서비스 등을 이용하며 사용자가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과 같은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용하며 읽는 문구나 상호작용 문구를 작성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UX 라이터'라고 부른다.

나에겐 UX 디자이너는 익숙하지만 UX 라이터는 아직까지 생소한 직업이다. (저자는 UX 라이터가 '직함'이 아닌 '역할'이라고 말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기업 소개, 카피라이팅 등 보는 상대에게 명확한 의도를 전달해야 하는 마케터의 업무 중 가장 많이 다루는 건 ''이다.

고객과 상호작용하는 부분에서 UX 라이터나 마케터의 역할이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책을 선택했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

· UX 라이팅으로 디자인을 구성하는 방법

· 전략과 리서치에 관해 사고하는 방법

· UX 라이팅을 명료하게 하는 방법

· 에러 메시지와 스트레스 케이스에 접근하는 방법

· 포용성과 접근성을 갖춘 UX 라이팅 방법

· 보이스와 톤의 차이점, 제품의 보이스와 톤을 개발하는 방법

· 팀과 제대로 협업하는 방법



우리는 UX 라이팅에

하나의 정답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UX 라이팅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UX 라이팅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읽는 중 틈틈이 사용하는 앱을 떠올려봤다. A 앱은 이것저것 뒤적여야 비로소 이해하게 됐지만 B 앱은 별다른 이해가 필요 없이 명확하고 쉽게 사용했다.

무슨 차이였을까 생각해 보니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려고 하는가'의 차이였다.

B 앱은 굉장히 쉽게 말을 했고, 경쾌했다. 심지어 이 버튼을 누르는 게 왜 필요한지, 이다음에 무슨 과정이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등 굉장히 친절했다.

그에 비해 A 앱은 이 버튼을 눌러도 되는 걸까? 이 버튼과 저 버튼의 차이는 뭐지? 등 행동 하나하나에 실험을 하듯 시도해야 했다.

'문구를 디자인한다' 말처럼 UX 라이팅은 무척 세밀한 작업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문구 하나에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건 물론 사용자와 만든 사람의 의도를 일치시키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그렇기에 내 기준에서 작성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조사가 필요하다.


'인클루시브 디자인'

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단어가 더 포괄적이고 장애보다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의미하기도 하고

인종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게 나이이거나 젠더일 때도 있죠.

그리고 삶의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인클루시브 디자인에 해당하고,

이와 관련한 논의를 해야 해요.



포용적인 언어는

모든 사용자가 제품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느끼게 하기에 좋다.



포용성 있는 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는 지점에서 깨달은 점이 컸다.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글에 편견이 끼기도 하고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를 차별하게 되는 말을 만들 수 있으니 ''의 날카로움을 주의해야 한다.

왜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듣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상황과 서로의 이해 정도가 다르다 보니 어긋나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러니 특히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브랜드 보이스는

브랜드를 글로 일관되게

목표 지향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대상과 관계를 맺거나

그들에게 고객이 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리고 브랜드가 사람이라고 가정했을 때

이 사람이 말하고 쓰는 방법을 말한다.

, 브랜드의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제품 보이스는 이보다는 조금 전술적이다.

당연히 브랜드 보이스의 범위 내에서

이를 전달해야 하지만,

목표가 훨씬 지엽적이고

제약 사항이 더욱 엄격할 수 있다.

브랜드에서 만드는 앱, 웹사이트

또는 디지털 제품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제일 흥미 있던 부분은 브랜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일관된 보이스와 톤을 설정하는 것이 궁금했는데 때마침 브랜드의 보이스와 톤을 찾는 전략을 다루고 있어 유익했다. 브랜드와 제품의 보이스를 만들 때 도움 되는 내용이라 브랜딩 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나는 <UX 라이팅>이 디지털 제품,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을 다루는, 전달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꼭 인지해야 할 사항들이라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브랜드의 말을 어떤가?

사용하는 글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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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팔리는 순간 - 통하는 아이디어,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5단계 스토리텔링 공식
탬슨 웹스터 지음, 박세연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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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부서에서 하는 일은 다양하지만 마케터로서 제일 많이 했던 일은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항상 어려웠던 메시지를 만드는 것보단 이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아이디어들은 많은데 막상 입을 열면 두서없이 떠벌거리고 있었다.

<아이디어가 팔리는 순간>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자기 메시지로 고객을 설득해야 하는 모든 분야'의 사람에게 명확하고 공감 가게끔 전달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목표-문제-진실-변화-행동

1장에서는 이야기의 핵심 요소 5가지를 소개하고 2부에서는 핵심 요소 5가지를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요소에 대한 정의와 문장 기준, 문장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를 알려준다. 3부에서 각 문장 요소들을 버무려 긴 스토리라인을 꾸리는 법, 그리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법을 알려준다.

사람들을 움직이려면 내 이야기가 고객의 이야기처럼 들려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잘 놓치는 부분이 '메시지를 듣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네느냐가 포인트인데 일하면서 제품에 몰두해 내 방식으로 일방적인 메시지만 보내는 것을 자주 보았다.

저자는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 사람(아이디어)에게 입혀준 옷'이라고 말한다. 이 옷은 고객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추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하나의 아이디어에 서로 다른 메시지를 입혀야 한다."

메시지를 적용할 분야를 정하고, 메시지로 얻어낼 결과(고객의 행동)을 그린 후 메시지 청자를 좁혀야 한다.

하나의 문구로 돌려 막기 하듯 여러 사람에게 전달했던 기억이 있어 읽으면서 가장 많이 공감이 됐던 부분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연신 한탄하며 읽었다.

개인적으로 2부에서 다루는 구성 요소별 구체적인 설명은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이야기 요소들의 문장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점검해 볼 수 있다.

내용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큰 문구들이 다음 단락의 이야기와의 흐름을 끊어 먹는 것 같았다.

​회사 소개서나 PR, 제안서, 세일즈 등에서 필요한 우리 기업을 설명하는 스토리라인과 강력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한 문장을 얻을 수 있다. 익히고 나면 정말 이곳저곳 쓸 곳이 많다!

내 관점과 고객의 관점을 섞어 부드러우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기술을 얻고 싶은 분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엮어서 팔아야 할지 고민이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한줄평

고객에게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어 행동하게 만드는 이야기 구성 공식. 스토리텔링 공식은 탁월했지만 레이아웃 구성은 조금 아쉬웠다.

📌추천

-마케터, MD, CEO 등 이야기를 입히는 사람들

-판매를 위한 글을 쓰고 싶으신 분

-생각 전달을 잘 하고 싶으신 분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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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 일에 대한 관점도, 삶을 위한 태도도
김도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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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낯설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게 에세인가, 자기계발서인가, 비즈니스서인가.' 할 정도로.

분명 브랜드 이야기였는데 어느샌가 나의 태도나 나만의 관점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다. 또 어느 땐 브랜드와의 갑작스러운 소개팅 같다.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한 브랜드와의 만남과 경험 풀이에 푹 빠져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메모지에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적고 있다. 주선자에게서 좋은 사람 같은 브랜드를 소개받는 것 같은.. 아주 요상한 책이다.


차분하고 다정한 말투로 그가 보고 듣고 체험했던 모든 것들을 아낌없이 전달해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경험과 생각들이 브랜드의 철학이나 표현 방식 등과 함께 녹아 있어 읽고 나면 무언가 한가득 짊어지고 나오는 느낌이다.(머리도 메모지도 한 짐)


'저 브랜드의 성공 법칙은 무엇일까'라는 관점을 넘어 

그래서 나는 이 브랜드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고 

무엇을 내 것으로 한번 받아들여 볼까'라는 태도를 

지닌 채로 말이죠.

-프롤로그 중-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이 브랜드의 법칙이라던가 브랜딩의 철칙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곳엔 저자의 관점으로 번역한 브랜드의 관점, 태도 이야기가 옹골차게 담겨 있다.


나는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브랜딩', '브랜드' 단어가 눈에 띄기만 하면 열심히 모았다. 

이상하게 끌리고 궁금하고 자꾸 시선이 갔다. 


'나는 왜 브랜딩에 자꾸 끌릴까?' 

'브랜딩이 어떤 의미이기에 흥미가 생길까?'


단지 새로운 해석을 가진 브랜드와 비즈니스들을 정립하고 끌어나가는 과정이 좋았던 것만이 아니었다. 이 질문의 답은 나의 가치와 맞닿은 '본질과 성장'에 있었다.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사람의 성장과 닮아있다.

자기다움을 찾아 자신의 방향을 설정해 나간다.

끊임없이 표현하고 일관되게 자신의 철학을 밀고 나간다.


비슷하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반대의 관점을 가져오진 못했다. 

'브랜드에서 배운다는 관점'

그런 면에서 이 새로운 방향 제안은 생각을 깨는 하나의 도끼였다.

이전까지는 '방법론'에 치우쳐있던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었다면 이 책을 읽은 후엔 양방향으로 통합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브랜딩의 과정과 우리의 성장의 과정은 같은 흐름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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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 나에게 - Q&A a day (2023 Sandglass Edition)
포터 스타일 지음, 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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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을 받곤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무엇보다 반짝한 첫인상이 예뻤고 고급스러운 느낌이라 만족스러웠다. 

군더더기 없어서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5년이나 쓸 다이어린데 질리면 아니되죠.

책장에 황금 벽돌 하나 생긴 것 같아 꽤 흐뭇하다. 색 하나로 내 기록의 가치가 업그레이드된 느낌!

반짝여서 눈에도 잘 띄니 밀리지 않고 일기 쓰는 습관도 들일 수 있을 것 같단 희망이 든다.(제발)


손바닥만 한 사이즈의 다이어리라 줄도 좁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널널했다. 글씨를 작게 써서 그럴 수도 있다.

5년 치라 다이어리가 약간 두께가 있는데(약 3cm 정도) 두께에 비해 가볍다.

이 두께에 가벼워서 내지가 갱지 아닌가 살짝 의심했지만 다행히(?) 종이는 엄청 매끈했다. 

글을 써도 뒤에 비침도 거의 없는 편!

쓸 때 종이 결이 거칠지 않아서 글씨가 예쁘게 나온다.

갈색 가름끈 1개 있어서 일기를 적은 후 북마크 해두고 있다.


이 다이어리의 질문은 단출하다가도 깊이가 있다. '뭐 이런 걸 물어?' 싶은.

그런데 막상 몇 줄 쓰려다 보면 '엇?'하고 멈추게 되기도 한다.

정말 사소한데 생각해 보지 않은 것, 얼핏 생각하고 넘어간 것들을 발견할 때면 

나는 정말 제대로 나를 이해하고 있는지, 존중하고 있었는지 차분히 돌아보게 된다.

질문을 바라보며 오롯 '나'라는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질문이 있어서 꼬박꼬박 쓰기가 좋다. 질문에 따라 머뭇거림은 있지만 글감은 떨어지지 않으니까.

생각들을 모아서 에세이를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답변들이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이 기록들이,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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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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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허겁지겁 읽게 된 소설은 오랜만이었다.

잠시 읽고 내려놓으려던 계획과 달리 어느샌가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었다. 아침 드라마틱한 챕터 넘김에 홀려서 나도 모르게 넘겨본 것도 일부 인정.

 

담백한 문체 때문일까. 군더더기 없는 사실 묘사 덕분에 머릿속에 한 편의 드라마가 재생된다.

 

담담한 관찰자적 시선에 다행히도 내용과는 별개로 크게 우울하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었다 보니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울까 기피하고 있던 차였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배경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는 아니었고 - 독립운동가의 집안이라던가, 일본과 싸우는 이야기 등- 그 시대 속 살아가던 소시민의 이야기라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듯 사람 냄새 맡아가며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초반 선자의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그러니까 선자의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묘사가 일차 충격이었는데 휙휙 넘어가는 짧은 묘사 속 그들의 가치관과 죽음을 다룬 응축된 내용에 매료됐었다.

 

[어부와 아내는 온전치 않은 몸으로 살아남은 아들을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으로 키웠다. 본인들이 죽고 나면 아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였다.]

 

[부부는 아들을 실망시키려니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들을 사랑했기에 맹목적으로 애지중지하지는 않았다. 죽은 자식보다 응석받이 자식이 가족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아서 오냐오냐하며 키우지 않았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이야기 속 가난한 가족들은 순박하며 어리석고 우둔한 모습으로 나오곤 했던 것 같다. 파친코에서 본 가족은 달랐다. 가난하지만 부지런하며 지혜로운 가정이었다.

 

그 양육 환경 속 부모가 된 자식이 그의 부모를 닮아가는 모습을 몽글몽글한 감정으로 지켜보게 되더라. 하지만 갑작스러운 한 줄의 작별로 불시에 찾아온 죽음을 보여주는 탓에 정말로 순식간에 따뜻했던 감정이 훅 떨어졌다.

가족의 일상이 달라졌다.

 

[마을 처녀들 대부분이 훈이를 피했고, 훈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참고 견뎠다.]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초반. 훈이의 생각은 날 뜨끔하게 했는데 비슷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더 그 문장이 눈에 띄었는지 모른다.

 

또 하나의 충격은

선자의 임신. 한수의 비밀이었다.

조마조마했었다. 설마설마했는데 유부남일 줄이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왁왁 거리며 혀를 찼다. (아니 이놈이..?)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선자 모르게 선자를 챙기는 그의 모습에서 책임감과 동시에 전략적인 모습 속에 양가적인 감정이 드는데... 정말 좋은지 나쁜지 감정을 어중간하게 만드는 인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선과 악을 지니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사람을 한 면으로만 정의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튀어나왔나 보다.

어떻게 세상에 착한 사람, 나쁜 사람 한 면으로만 나누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파친코를 읽으면서 상대성을 많이 느꼈다.

같은 옷도 배경이 달라지면 부유해 보였다가도 낡고 구식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좋은 집안의 사람이고 부족함 없이 지냈지만 일본에서는 돼지와 가난한 조선인만 살 수 있는 곳에 산다.

한 나라에서는 함께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일본을 향해 퉤퉤 걸려도 다른 나라에서는 서로를 견제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을 오고 가는 상황 속에서 이런 장면들이 그려지는 게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 가난과 부의 차가 빈번하게 보여서 인지 상대적으로 가난한 쪽의 피해나 삶이 더욱 고달프고 퍽퍽하게 보였다.

 

선자를 보고 있자면 다양한 감정이 든다. 대견하다가도 안타깝고 든든하다가도 가엾다.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생활력 강한 어머니가 된 여자. 어리숙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분별력 있는 여자.

 

파친코 1에서는 도대체 왜 제목이 파친코인가에 관해선 알 수가 없다. 실마리는 2권에서 풀린다고 하기에 2권을 기대하고 있다.

 

빠른 전개 속에서 다양한 인물과 사건을 마주하며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소설책 <파친코>

<시선으로부터>도 한 집안의 일대기인데 파친코는 조금 더 단순한 것 같다. 그 덕에 빠른 템포로 읽기 가능한 것 같기도. 다행히 인물의 이름은 기억하기 쉬워서 몰입이 잘 된다.

 

앞서 말했듯 정말 허겁지겁 읽게 되는 책이다. 내 나름의 커다란 포인트만 몇 적었지만 이 외에도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를 많이 전달해 주는 소설이다. 몰입도도 높아서 어떤 소설을 읽을지 고민한다면 이 소설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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