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안 되지만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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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을 통해 정해연작가의 신작이 트리플시리즈로 찾아왔다.

사실 트리플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이미 스무권이 훌쩍 넘는 트리플시리즈가 출간 된 유서깊은 시리즈였다.


정해연작가는 트리플시리즈를 통해 세 종류의 각기 다른 장르의 단편소설을 수록했고 각각 미스터리, 공포, 환상문학의 장르에 속해있었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위주로 책을 접해오던 내게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은 역시 미스터리 장르의 관심이 필요해였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중혁은 의사가 된 뒤 잦은 빈도로 병원을 찾아오는 영우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에 걸린 엄마에 의해 학대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데리뮌하우젠증후군이란 가족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으로 중혁은 영우의 어머니가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영우를 일부러 아프게 하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것.


반전미스터리로 유명한 정해연 작가의 트리플시리즈의 미스터리단편답게 관심이 필요해는 짧은 분량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독자들을 향한 메세지까지...


첫 단편이었지만 이 한편으로도 충분히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두 번째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공포장르에 속한 드림카.


정말 정직한 순수한 공포장르의 단편이었는데 어떤 투자로 큰 수익을 낸 인우가 자신의 드림카를 몰고 도로를 달리며 귀신을 목격하게 되는 단순한 플롯에도 정해연 작가가 가장 잘하는 반전을 숨겨놓아 역시 다 읽게 되면 감탄을 하게 된다.


특히 혼자 탄 차량 보조석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들려오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이미지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듯 했다.


마지막은 표제작인 말은 안 되지만.


제목부터 굉장히 탁월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넌센스하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소설의 화자는 말이 안되지만 어느날 말이 되어버린다.

사람이 말로 변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사람은 말이 아니라 훌륭한 돼지로 변해야 하기 때문.


모두가 돼지로 변하는 것이 정상인 사회에서 혼자 말이 되어버린 화자가 사회의 뒤틀린 시선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불평등에 저항하고 포기하고 결국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환상문학이란 장르에 걸맞게 굉장히 기묘한 분위기였고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 몽환적이었는데 사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해보지 못한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아는 정해연 작가는 번뜩이는 반전으로 홍학의 자리같은 반전 미스터리를 쓰는 분이 아니었던가.


다행히도 이 트리플시리즈는 세가지의 다른 장르의 단편이 각기다른 사람에게 난해하게 혹은 재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성현아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수록해 작품을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었다.

내가 읽고 느낀 것보다 훨씬 많은 의도들이 숨어 있구나 하고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할 때면 확실히 더 많은 의미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큰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는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고뇌가 숨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이 세 단편 뒤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의도한 작가, 작품, 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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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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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술을 마시고 가장 힘든 게 뭘까요?

역시 취한 거겠죠.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굴욕적인 일들은 취한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알모사10은 그런 부작용을 완전히 없애줍니다. 그것도 단 10분 만에.

눈치채셨겠지만 이 알모사10의 이름은 '10분 만에 몸속에 있는 알코올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라는 의미입니다.]







김진성 작가의 장편소설 신간,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읽었습니다.


새순결장막회라는 수상한 이름을 가진 단체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이비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약을 만들어판매하는 단체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정인은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고 동생이 속해있던 새순결장막회를 찾아 제 2의 삶을 시작합니다.


정인은 새순결장막회의 단 한명으로 구성된 TF팀의 팀원으로 알모사10을 판매하는 영업직이 되는데요.


이 알모사10은 10분만에 몸속에 있는 알콜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효능을 가진 차세대 신약이지만 의미심장한 과용방지 경고문구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나노봇을 활용해 몸속의 에탄올을 분해하는 이 신약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단 10분만에 음주측정에서 0%가 검출되는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데요.

늘 영업실적이 바닥이던 정인은 우연히 샘플을 이용해 음주운전사고를 내고도 실형을 피한 거래처 고객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실적은 하늘로 치솟습니다.


가족을 음주운전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음주운전을 혐오해야 할 정인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그자들의 면죄부가 되어줄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이 알모사10을 이용해 사고를 내고 처벌을 피한 사건의 유가족인 민준의 복수심은 가해자인 운전자를 거쳐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있는 정인에게 향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그려지는 서늘한 드라마에 몰입해 단숨에 그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었는데요.


알모사10은 정말 나노봇을 활용한 최첨단기술의 결정체일까, 새순결진리회는 이런 최첨단 기술으로 왜 똥을 싸지 않게 해주는 젤푸스같은 약을 만드는 걸까.

정인은 왜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알모사10을 판매하는 것일까.

등 소설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생겨나는데요.


김진성 작가의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알모사10을 음주측정을 피하는 용도가 아닌 그저 숙취해소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와 같은 보통은 그냥 넘겨버리기 쉬운 의문점까지 완벽하게 해소시키며 깔끔하게 마무리 됩니다.


227p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임팩트있는 서사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의 제목에 숨겨진 의미 역시 다시 한번 느껴지며 우리 주변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술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들에 대한 경각심마저 들게 되는데요.


모든 걸 잃고 복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복수와 구원 그리고 정말 복수가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와 델피노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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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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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미유키 작가의 미야베월드 제 2막의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보았습니다.

사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소설은 화차와 모방범으로 입문했던 터라 제게 미야베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익숙했는데요.

은근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소설들은 은근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저도 그 중 몇권은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새로 나온 에도 시대 소설 청과 부동명왕은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을 포함한 총 네개의 중단편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에도 시대 시리즈 중에서도 미시마야 시리즈에 해당합니다.


이 미시야마 시리즈는 에도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의 이름인데요. '흑백의 방'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 괴담을 말하고 듣는 시간을 운영해왔습니다. 한 번에 괴담을 말하는 사람은 한 명, 듣는 사람도 오직 한 명으로 이전 미시야마 시리즈에서 청자역할을 하던 오치카는 출산을 위해 그 역할을 내려놓고 현재는 오치카의 사촌인 도미지로가 그 일을 맡고 있는데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흑백의 방에서 소설의 첫번째 괴담을 말하고 들으며 첫번째 표제작 청과 부동명왕이 시작됩니다.




등의 화염광배와 오른손의 검, 쑥 내민 왼손으로는 중생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올무같은 무구를 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보 님은 부동명왕이시군요."


"머리 모양은 청과같네요. 머리카락은 빗어넘겨 뒤에서 묶었고, 청과의 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연화가 올려져 있고..."

p45,46




울외의 머리모양을 한 부동명왕을 업고 먼길을 온 이야기꾼 이네는 청자인 도미지로의 사촌 오치카의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괴담을 전합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돈에 팔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면 석녀라불리며 쫓겨나던 시대. 이 모든 힘든일을 겪은 여인 오만은 죽어서도 투장묘도 다행이라 말할만큼 모진 대우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기근으로 인해 먹여살릴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아이를 지워야만 했던 오나쓰는 이모인 오만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말에 가족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나와 혼자 삶을 개척해갑니다.




"불행하고 심한 일을 당한 여자들뿐이었어요."

아이를 갖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상처를 입고 몸이 망가져도 소처럼 부려먹히는 고통에서 도망쳐온 여자.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갖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오나쓰 씨는 도움이 필요한 여자들을 모두 받아들였어요." p124




그렇게 또 기근에 반대되는 희망과도 같은 청과를 키우며 오나쓰는 자신과 비슷한 신세의 여인들을 받아들여 동천암을 세웁니다.




이 청과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살리는 자비의 화신이다. p134




우린보라 불리는 불상의 기원을 담은 괴담은 여성의 인권이 남성보다 못하던, 그러면서도 인간의 인권도 계급에 따라 갈라지던 에도시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외면받고 심지어는 배척당하던 여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인생역경을 이겨내는 따스함을 담고 있습니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괴담이 괴이하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불을 내뿜는 지네와 스스로 움직이는 무사 인형 같은 괴이함 속에 작가님이 말하고자하는 서로 돕는 정이 있는 사회를 말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과 부동명왕이 미야베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꽤 괜찮은 작품인 이유는 이 소설의 구조 자체가 찾아온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괴담을 전해듣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어 크게 배경지식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게다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기괴하고 흉측한 괴담이 아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마음에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새로 태어날 아이와 산모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전하는 이야기니 오죽할까요.


기존 모방범과 화차를 좋아했던 미야베미유키의 팬이라면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통해 에도시대를 그리는 미야베월드에도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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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세븐 킬러 시리즈 3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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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고타로 작가의 킬러시리즈의 신작 트리플세븐을 보았습니다.

킬러 시리즈 그래스호퍼, 마리아비틀, 악스 중 가장 재미있다는 평을 받고 할리우드에서 불릿트레인으로 영화화까지 된 작품 마리아비틀의 주인공 나나오가 그대로 등장하며 불운이 겹치고 겹쳐 일이 여기저기 꼬이며 다양한 킬러들이 복잡하게 얽혀가는 재미도 여전합니다.




이사카 고타로의 여러 소설들이 다 그렇지만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얽히고 설키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이해되며 읽히는 재미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내 인생은 슬롯머신을 돌리려고 하면 레버가 망가지는 식이었어." p234

소설의 주인공 나나오는 불운을 타고난 킬러인데요.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수 있게 일곱가지 불운을 짊어진 무당벌레라고도 하지만 본인은 그 역할이 썩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도 나나오는 마리아로부터 그저 딸이 그린 액자를 아빠에게 전달하기만하면 되는 손쉬운 임무를 받게 되지만 저번에도 그랬듯 나나오의 타고난 불운에 덤벙거리는 실수까지 겹쳐 윈튼펠리스호텔에는 피냄새 가득한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나나오는 그저 호텔의 호수를 잘못알고 그림을 오배송했을 뿐이지만 윈튼펠리스호텔은 이미 다른 킬러들의 임무들로 인해 피 튀기는 살육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불운을 몰고 다니는 나나오답게 어느샌가 그 역시 윈튼펠리스호텔을 피로 물들이는 주범이 되어버리구요.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듯 마리아비틀의 주인공 나나오의 속편으로 수평적이었던 신칸센에서 이제 수직으로 이동하는 호텔이라는 컨셉을 먼저 잡고 소설을 구상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컨셉을 훌륭히 살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투씬 하나하나가 호텔이라는 공간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는데요. 베게와 담요라는 콤비의 호텔비품들을 활용한 전투씬부터 나나오와 바람총 육인조와의 호텔엘리베이터 전투씬은 이 소설 트리플세븐도 제발! 영화화가 되어 제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전투씬을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요.




트리플세븐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 세개를 꼽으라면
첫번째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되는 전투씬이며

📕"해커 아줌마니까 그렇겠지. 빅선(big sun), 큰 해, 해커." p157

📕콜라를 잃은 소다와 코코를 잃은 가미노 사이에 끼어버린 나나오는 어떤 심정으로 있어야 할지 고민됐다. 자신도 소중한 파트너를 잃어버려야 할 것만 같은 본말이 전도된 기분도 들었다. p210

두번째는 피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 전개 와중에도 툭툭 치고나오는 이사카 고타로 스타일의 유머를 들 수 있고
마지막으로 결말부에서 의미없는 듯 뿌려졌던 복선들이 모두 회수되며 미스터리 장르 본연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반전의 묘미를 들 수 있습니다.

반면에 절대로 젊어질 수는 없으니까 젊은이가 고생하는 구조를 만들면 자기는 점점 100퍼센트 안전권에 가까워지죠. 누구든 본인이 손해를 보는 일에는 찬성하고 싶지 않을거에요. p164

📕"매화나무는 매화꽃을 피우면 돼. 사과나무는 사과를 피우면 그만이고. 장미꽃과 비교한들 아무 의미도 없어." p213

거기에 왠지 모르게 인생을 통찰하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까지요.




특히 킬러시리즈를 모두 읽고 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가득한데요.

과일콤비가 떠오르는 콜라와 소다 콤비부터 소설 초반부에 육인조에 의해 언급되는 푸시맨의 뒷이야기 그리고 나나오의 회상에서 잠시 등장하는 풍뎅이의 모습까지.




😍어찌보면 타인을 배려하고 착해보이는 나나오조차 일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피냄새 물씬 풍기는 악인인 피카레스크 장르이면서 하드보일드 느와르 장르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약간은 시니컬한 블랙유머와 함께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이사카 고타로의 신작 트리플세븐!

트리플세븐은 묵직한 액션에 가벼운 유머 그리고 미스터리소설 본연의 반전의 재미까지 갖춘 소설로 일반적인 일본미스터리소설을 넘어 이사카 고타로만의 속도감있는 전개와 눈에 그린듯 생생한 전투씬이 압권이었던 소설로 여름에 등골 시원한 쾌감을 찾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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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랜프 1 - 거룩한 땅의 수호자
사이먼 케이 지음 / 샘터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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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표지를 가진 소설 홀랜프를 읽었습니다.
보통 소설책 표지에 소설의 제목이 적혀있는 경우가 많은데 홀랜프의 표지는 깔끔하게 일러스트만 그려져 있는 것이 시리즈를 책장에 소장하고 싶게하는데요.

홀랜프는 스타워즈 혹은 듄처럼 방대한 SF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소설이며 영화를 연출하던 사이먼 케이의 작품답게 소설보다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는듯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



홀랜프1 거룩한 땅의 수호자는 앞으로 사이먼 케이가 그려갈 방대한 홀랜프의 세계관이 시작하는 첫권답게 외계 생명체 홀랜프에 맞서 인류가 최후의 희망으로 길러낸 7인의 아이들의 성장을 그립니다.

최박사는 멸망을 불러올 외계생명체의 침공을 예측하고 뇌파에서 발생하는 신경에너지를 활용해 싸울 최고의 유전자로 탄생한 여섯명의 아이와 최초의 어빌리스 발견자인 선우민의 아들 선우필로 구성된 벙커의 아이들을 길러낼 계획을 세웁니다.

외계생명체 홀랜프가 침공해 왔을 때 최박사는 7인의 아이를 지하 깊숙한 벙커에 숨긴 후 어빌리스를 단련해 홀랜프에게 반격을 할 계획이었는데요.

홀랜프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을 예상한 최박사가 붙인 명칭으로 Sanctus Terra Patronus, 영어로는 Holy Land Patron 으로 앞 글자들을 따 HOLLANP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최박사가 인류의 마지막 보루로 삼은 7인의 아이들의 이름도 이 홀랜프에서 따와 해든, 오웬, 리브, 레나, 아라, 니나 그리고 선우'필'이라 부르게 됩니다.



📘그 때 하늘에 떠 있는 홀랜프 리더가 팔에서 나온 칼로 선우민을 반으로 자른다. 선우필은 아버지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되는 걸 본다. p181

무엇보다 끊어치는 듯한 간결한 문장으로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템포의 전투씬을 묘사할 때 그 묘미가 두드러지는데요. 담백하게 미사여구 없기 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은 소설의 속도감을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형태는 용이지만 입을 제외한 다른 부위들이 없다. 마치 면적이 넓은 대형 지렁이 같기도 한데 무수히 붙어 있는 다리가 사람들을 들었다 공중에서 떨어트리기도 한다. p123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게 표현되는 외계종의 비쥬얼이 마치 눈에 그려지는 듯 해 SF소설로서의 몰입을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덕분에 소설로 읽고 있지만 머리속에서 장면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소설을 읽으면서도 SF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홀랜프2 메시아의 수호자는 본격적인 벙커의 아이들과 홀랜프의 전투를 그립니다.
1편이 아이들의 성장과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어우러져 앞으로의 세계관을 그려나갈 토석이었다면 본격적인 SF소설로서의 시리즈가 2권부터 시작됩니다.

글라디우스 광선검을 쓰며 최박사가 준비한 안배를 누리지 못하고 아버지 선우민의 죽음을 목격한 후 실전을 통해 어빌리스를 성장시켜온 선우필의 위태위태한 정신상태는 벙커에서 나온 다른 아이들에 비해 확실히 불안하게 느껴집니다.

벙커의 아이들은 시대의 상징성을 받아 인류의 희망이 되기위해 신이 되길 제안받고 희망을 잃은 자들은 인류를 배신하고 홀랜프에게서 가능성을 찾아 페카터모리 알파가 됩니다.

벙커의 아이들은 기존의 어빌리스로는 상대하기 힘든 홀랜프를 극복하기위해 새로운 초상능력인 스위븐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일종의 미래예지이자 꿈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까지 등장하면서 소설은 본격적인 sf판타지장르의 재미를 드러냅니다.

무엇보다 홀랜프가 재미있는 이유는 아이들에 의해 인류의 미래가 결정되지만 마냥 밝고 희망찬 내용이 아닌 누군가의 피할 수 없는 희생과 감내해야하는 암울한 현실이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홀랜프와 인류의 전쟁을 보며 가볍게 재미위주로 소비하는 독서가 아닌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따른 결과를 곰곰히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았습니다.



벙커의 아이들의 이야기는 거룩한 땅의 수호자와 메시아의 수호자 두권을 통해 일단락 되었는데요. 샘터출판사에서는 홀랜프 시리즈가 이 이후의 이야기들도 계속 출간될 계획이라고 알렸답니다.

설정부터 꼼꼼하게 빈틈없이 짜여올라가 앞으로의 전개가 더 궁금하고 언젠가는 스타워즈나 듄과 같은 방대한 SF연대기가 될 것이라 기대되는 사이먼 케이 작가의 홀랜프로 SF소설이라는 장르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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