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글을 못 읽는 늑대라니!

공주와 글을 못 읽는 늑대 ㅣ 상상그림책 3
티에리 로버에흐트 지음, 필립 구센 그림, 이화연 옮김 / 옐로스톤 / 2022년 4월

공주와 글을 못 읽는 늑대

티에리 로버에흐트 글 / 필립 구센 그림 / 이화연 옮김 / 옐로스톤 2022

벽 사이에서 몸을 살짝 내밀고 있는 공주, 자세히 보니 벽은 거대한 책들이다. 책 사이에서 공주가 무얼 하고 있을까? 제목에는 있지만 표지에 나오지 않는 늑대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키는 <공주와 글을 못 읽는 늑대>는 벨기에 작가 티에리 로버에흐트의 책이다.

밤마다 책을 읽는 조에는 숲속에서 길을 잃은 공주 이야기를 읽다가 잠이 든다. 조에가 자는 동안 책 속의 공주는 숲에서 늑대를 피해 달아나다가 책 밖으로 나온다. 뒤따라 책 밖으로 나온 늑대를 피해 공주는 조에의 방 책장에 있는 책의 글자 속에 숨는다. 글을 못 읽는 늑대는 공주를 찾기 위해서 글자를 공부하기 시작하는데...

빨간 망토 이야기나 일곱 마리 아기 양 책 속의 늑대는 잠을 자다가 큰코 다치는데, 이 책의 늑대는 글을 못 읽어서 난관에 부닥친다. 하지만 이전의 늑대들과 다르다. 글자를 공부하는 늑대라니!

이 책은 숲속의 공주, 늑대 등과 같은 전형적인 그림책의 요소들을 사용하지만 책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공주와 글을 배우는 늑대를 통해 뻔하지 않은 새로운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뿐만 아니라 마치 꿈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펼쳐지듯 등장인물들은 책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가 책을 통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듯이 이 책의 공주 역시 책을 통해 그 상상 속으로 직접 들어가 위기를 모면한다. 공주를 안전하고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는 책은 바로 현실에서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과 가능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아침이 되어 현실로 돌아온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그 뒷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된다. “늑대는 이제 어떻게 될까?” “공주는 어떻게 지낼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으로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다.

뭐가 엄청 작고 많고 빠르지?

엄청 작아 많아 빨라!
이동주 지음, 이경석 그림 / 키위북스(어린이) / 2022년 3월

엄청 작아 많아 빨라
글 이동주 / 그림 이경석 / 키위북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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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엄청 작고 많고 빠르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제목의 이 책을 펼치자마자 먼저 작가가 어떤 분인지 먼저 살펴보았다. 국내 최초 자연과학 책방을 운영하는 작가이자 교수이면서 숲해설가인 동시에 한국환경생물학회 논문심사위원이라니, 이력이 화려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들어 여러 곳에서 활약하는 이동주 작가님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요각류를 강에서 채집하고 관찰하는 방법에서부터 요각류의 종류와 특징에 이르기까지 요각류에 대한 자세한 정보들을 재치 있고 편안한 설명으로 풀어가고 있다. 정보 그림책은 보통 전달하려는 내용이 많아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요각류라는 낯선 생명체에 관한 책이면서도 쉬운 설명과 알아보기 쉽게 표현된 삽화 덕분에 중간에 책을 덮지 않고 흥미를 가지고 끝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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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요각류가 생태계에서 맡은 역할은 상당히 크고 중요하다. 최근 줌 강의로 만난 <오늘 상회>의 한라경 작가님은 ‘사소한 일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고 했다. 눈에 확 띄거나 일상에서 관심을 끄는 면이 없는 요각류이지만 지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의 생명을 영위하는데 보이지 않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작은 요각류 하나에도 섬세한 생명의 원리와 역할이 담겨 있는 것을 보며,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순간을 움직이게 하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작은 것들에 절로 감사할 수밖에 없다.

나를 찾는 여행

드래곤 하이 ㅣ 올리 그림책 2
강산 지음, 브러쉬씨어터 원작 / 올리 / 2021년 4월

《드래곤 하이》는 가족 뮤지컬 '드래곤 하이'를 그림책으로 옮긴 작품이에요. 공연을 그림책으로 표현한 것이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책 속의 QR코드로 공연도 일부 감상할 수 있고, 그림책 수업 자료도 제공하고 있어요. 뮤지컬과 그림책의 장점을 다 누릴 수 있네요.

남들과 다른 용의 모습으로 태어난 하이는 어릴 때부터 다른 놀림을 받아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용의 나라일 것 같아서 용들을 찾아 먼 길을 떠나죠. 그런데 도착한 용의 나라에서도 하이는 고민이 많아요. 뛰어난 재주를 가진 용들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또다시 고민하게 되지요. 자신만의 특별함을 찾아가는 하이의 여행에 응원을 하고 싶은 것은 바로 나 자신이 하이와 같기 때문이죠. 우리 모두가 다양함 속의 특별함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이 책 참 맛있다!

맛있는 숲의 레몬 ㅣ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사토 메구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1년 5월

저희 딸이 책을 보자마자 “와, 이 책 진짜 맛있겠다!”하고 하네요. <맛있는 숲의 레몬>은 사토 메구미 작가의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에요. 귀엽고 재밌는 그림과 신선한 발상이 돋보이는 참 맛있는 책입니다.

레몬은 친구를 찾으러 맛있는 숲에 오지만 과일들도 채소들도 레몬을 친구로 받아주지 않아요. 얼마전 놀이터에서 “너 우리 유치원 아니잖아.” “우리반 아니잖아” 하며 놀이에 끼워주지 않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레몬은 결국 향신료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향신료 친구들과 함께 숲을 위협하는 적들을 물리칩니다. 향신료는 그 자체론 맛과 향이 강해서 과일이나 야채와는 달리 따로는 먹을 수 없지만, 다른 음식들과 섞였을 때 다양한 맛을 내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향신료가 이렇게 각각을 연결시켜 주고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이어주는 소중한 매개체라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우리 삶 역시 혼자서만 빛나서는 살아갈 수가 없지요. 다른 이들과 섞이고 합쳐질 때 더 새롭고 근사한 요리가 된다는 것을, 이 예쁜 그림책을 통해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산

그냥 산 ㅣ 책가방 속 그림책
레베카 구거.사이먼 뢰슬리스베르거 지음, 서희준 옮김 / 계수나무 / 2022년 2월

#그냥산 #계수나무출판사 #레베카구거 #사이먼뢰슬리스베르거 #서희준옮김

곰, 양, 문어, 개미, 산양, 토끼는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각자가 보고 경험한 것이 확고하기에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우기지요. 

이들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타인의 관점이나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만의 시야에 갇혀 큰소리치는 모습이 우리들 사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네요. 

장님 코끼리 만지듯 사람들은 일부분에 대한 경험과 지식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것을 그림책 속 동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내가 믿고 있는 그 기준은 정확한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수록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 같습니다. 

편협하기 쉬운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을 넓혀주는 좋은 책, 아이들과 같이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