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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기 때문에
나태주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평점 :

계속 '좋아하기 때문에'를 되뇌어봅니다.
호불호 분명한 나로선 못마땅하고 마뜩잖고 탐탁지 않고 싫은 것들이 세상에 넘칠 정도로 많아요.
그러나 '좋아하기 때문에'를 가만히 되풀이하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며 싫어하는 것만큼 좋아하는 것 역시 많구나를 깨닫게 됩니다.
풀꽃 시인 나태주의 새로 나온 산문집은 제목부터 마음 끌었어요.
단순하고 소박하게 보일 수도 있는 한마디지만 마음 동글동글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한마디.
<좋아하기 때문에>는 나이 많은 시인의 옛 기억 회상과 더불어 젊은이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등장합니다.
현실에 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지만 기세등등하지 않아 오히려 호소력 있어요.
고단했으나 시가 있어 행복했던 시인의 하루하루 삶과 글이 선물처럼 다가옵니다.
여는 글 : 내가 포기한 것
1.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2. 인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3. 세상을 좋아하기 때문에
4.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닫는 글 : 뒷모습을 사랑하자
각별히 마음에 들어 오래 머물고 싶은 문장들을 써보았어요.
내가 포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고 또 좋은 글을 쓰는 일이다.
p. 11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것이야말로 원초적 끌림이자 생명의 원동력이다.
성공의 씨앗이며 기쁨과 행복의 지름길이다.
p. 25
자기 주변의 작은 것, 오래된 것, 흔한 것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눈길과 마음을 주어보자.
조금씩 관심이 생기고 사랑이 싹트고 안쓰러움까지 느껴진다면 감사하는 마음과 다행스러워하는 마음이 열릴 것이다.
거기가 만족의 자리이자 평화의 자리다.
p. 30
"연세 드신 분들은 딱 두 부류입니다.
내가 본받고 싶은 분, 아님 나이 들어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그런 분."
과연 나는 그런 사람으로 올 한 해를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나 자신에게 묻는 다짐의 순간, 그것은 하나의 부드러운 축복이다.
p. 102
조금이라고 좋아지려면 소비를 넘는 생산이 있어야 한다.
p. 169
절대로 행복을 유예하지 말자.
남의 것으로만 여기지 말자.
행복은 내 것이고 소소하지만 이미 내 가까이에 있는 그 무엇이다.
p. 184
인간은 점차 육체적으로 더 안락해지겠지만 정서적으로 더 고달픈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러할 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정서를 달래주고 영혼을 감싸줄 한 줄의 언어요 시적인 표현이다.
p. 207
서점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면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이 부셔온다.
심장박동도 발걸음도 빨라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달랜다.
아니야, 지금 나는 서점이 아니라 숲속에 들어온 거야.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천천히 걸어야 해.
저기 서가 꽂혀 있느 책은 모두 나무야.
나무가 몸을 바꾸어 책이 된 거야.
그러니까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들을 감상해야 해.
p. 221
되도록 예쁜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좋은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남을 위하는 말을 하면서 살 일이다.
p. 233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세 가지는 또 어떤가?
첫째가 지금 여기, 둘째가 옆에 있는 사람, 셋째가 그 사람에게 잘하는 것.
이 얼마나 단순 명쾌하면서도 놀랍도록 소중한 지혜인가.
p.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