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도 타인의 삶을 원하는 이의 얘기다. 리플리의 원작들이 5권으로 번역되어 있어, 구매욕구를 당긴다.
































화차의 가짜쇼코도 그렇다. 불타는 바퀴에 올라탄 가짜 쇼코의 이미지는 무척 인상적이지만, 내 기억을 점검해본 결과 영화나 책에 의거한 것은 아니거 같다. 그렇다면, 타인의 삶을 염원하는 극치의 만화가 갑자기 기억났다. '베르세르크'다. 자신이지만, 현실의 자신과는 일말의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극강의 자신(즉 타인의 삶이다)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자신의 인연을 제물로 바치는, 수동적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그렇게 완벽한 타인이 된 후 걷게되는 극강의 건조함을 보여주는 만화가 '베르세르크'고, 화차에 올라탄 가짜 쇼코의 이미지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자신과 가까운 인연들을 제물로 바치는 과정들이 역으로 화차에 올라탄 가짜쇼코와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가까운 인연들이 희생되는 모습들이 자신을 태우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아 보였다.
















최신 심리학 관점으로는 엄청난 싸이코패스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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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블랙펜 클럽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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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차의 주인공은 쇼코의 인생을 훔친 가짜 쇼코다. 타인의 인생을 동경하고 탐하고 훔치는 얘기들은, 매우 오묘하고 머뭇거리며(기회를 엿봐야하니까), 아슬아슬하고(자신을 걸고 모험을 해야하니까), 비참하고(자신을 지워야 하니까), 건조하다(타인을 지워야 하는 과정이 들어가니까).

영화 화차 말고 다른 어느 곳에서, 화차에 몸을 실은 가짜 쇼코의 이미지를 너무 인상적으로 본 것 같아서, 영화를 보고 가짜쇼코역의 김민희의 연기가,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 타인의 인생을 훔치는 삶이 가지는 짠내를 너무 여리여리하게 담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로 보면 충족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쇼코나 가짜쇼코가 빚의 구덩이로 빠져들게 된1990년을 전후로한 일본의 금융설명이 주로 나와있어서 맥이 좀 빠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예전 신용카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말고는 크게 와닫는 연결고리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역시 이부문 수작은 '리플리'다. 맷 데이먼이 주연으로 했던 영화도 좋았고, 어렸을 때 tv 주말영화로 봤던 프랑스 영화 알랭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도 정확한 장면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섬뜩하면서 흡입력있는 인상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니까 화차에 몸을 실은 가짜 쇼코의 이미지는, 내가 느낀 저런 인상들과 비슷한 이미지들이 결합해서 내게 가짜 기억을 준 모양이다.

내가 원했던 것은 좀더 비참하고 건조한 모습을 느끼고 싶었던 거 같다. 결국은 지우고 싶은 자신이나 타인의 모습과 그 과정에서 건조해지다 못해 비루해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 같다.

리플리의 원작은 어떨까?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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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저작을 직접 읽으면, 익숙지 않은 형식에,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낯선 형식임에도 인상적인 주장과 혁신적인 내용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비트겐슈타인 전기와 후기의 대표작은 <논리철학논고>, <철학탐구>고, 이 내용을 열심히 해설해주는 좋은 책들은 많다. 다만, 개별저작에 초점을 맞춰져 관련철학 공동체 반응이나 수용, 변용 같은 것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지는 않았다(내게는 아마도). 이런 점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주변 공동체 반응을 소개하면서 함께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흐름을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인용하는 책이 있다. 그러다보니 제목이 그런 철학영역을 가르키게된 뮤니츠의 <현대분석철학> 이다. 















비트겐슈타인을 다른 분석철학자들과 같은 분량으로 소개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비트겐슈타인 저작이 삼분의 이 정도가 되고, 주변 공동체 반응과 관련된 논의들을 잘 정리해서, 비트겐슈타인을 중심으로 한 분석철학이다. 

이렇게 물고가 트인 이 영역에 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되어 온거 같다. 알라딘 알고리즘으로 소개된(아직 못 읽어본) 책으로 이런게 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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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과학의 깃발 아래서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과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의학을 할 수 있을까? 의학분야에서 과학의 역할은 자연과학이나 공학 분야와는 결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수학의 도움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순서는 거칠게, 물리> 화학> 생물> 의학 순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분야 뒤를 든든하게 뒷받치는 수학은, 대표적으로 영원불멸하는 추상적 보편자라고 할 수 있다.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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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학에 대비되는 동아시아의 자산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은, 수많은 사람들이 제기하고 답을 제시하려던 질문이다. '과학'이라는 필터로 동아시아 자산을 열심히 훑어본 사람도 있었고, '철학'이라는 필터로 훑어본 이도 있었고, 다양한 관점과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도 남겨진 부분이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래도 처음 접했을 때는 신선하고 깊이있는 이해에 감탄이 적지 않았다. 사라 알란은 식지 않는 열정으로, 신선한 깊이있는 동아시아 자산의 이해를 보여주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동아시아 사유는 어떤 것일까를 알아가려고, 구조주의, 은유, 환유 등의 적절한 사용으로 가려져 있던 의미를 탐구하고 찾아낸다. 이외에도 거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앵거스 찰스 그레이엄의 <도의 논쟁자들>, 조지프 니담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같은, 중국을 탐구했던 멋진 서양관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객관적인 입장은 적지않게 서양 과학 정신이 내포된 시선으로, 보려는 대상에따라서는 그 의미가 가려지는 점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고대 중국인을 보는 후대 근대 현대 중국인들의 시선은 어떨까? 특유의 시선이 있다고 느껴지지만, 고대 중국을 보는 이 시선을 다시 음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역시 풍부한 이해는, 그 시점에서 그들이 어떻게 보고 이해했는가를 직접 알아보려 할 때 생기는 거 같다. 수많은 시도가 있었던 거 같은데, 결국 학제간 연구가 필수적인 영역이라 무르익을 시간이 필요했던 거 같다. 최근에 읽은 정우진 님의 책이 엄청났다. <감응의 철학>이다.
















특히 초기도교와 한의학분야에서 깊은 연구를 하시는 저자의 역량이 돋보인다. 신선하지만 완성되기는 힘들거 같은 '객관적인' 관점의 연구들과는 결을 달리하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완결을 볼 수 있을 거 같은, 고대 중국의 가치관에 관한 연구다.

돋보이는 지점들이 무척 많았다. 

다른 제자백가 속에 묻혀 있으면 그렇게 도드라지 않아보이는 '장자'에 관한 흥미로운 추론들이 인상적이고, 서양문화의 저변에 깔린 추상적인 존재론과 대비되는 인식론에 집중한 동아시아 세계관의 설명도 근사하고, 오늘날 홀대받는 음양오행론, 주역 64괘 같은 동아시아 인식론의 틀에 대한 진지하면서 일반인도 수긍할 설명을 준다.

지금까지 시도된 동아시아 가치관에 대한 이해들을 정리하면서, 각 이해들의 한계를, 트집잡기가 아닌, 자연스럽게 잘 보여준다.


과학의 뒤에는 신과 같이 영원불멸할 듯한 추상적 보편자 들을 전제하는 가치관이 있다. 객관적이라고 불리는 영역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도 잘 보지 못하는 영역이 있고, 동아시아인들이 자신들도 설명을 잘 못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히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영역 곳곳에 객관적인 관점과는 다른 관점이 생생하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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