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 성리학, 귀신... 이들을 하나씩 떼어놓으면 거의 관련이 없는 듯도 보이지만(특히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밀접한 사이들이다. 

죽음을 둘러싼 영역이 얼마나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가늠하기가 그들의 관심사였고, 즉 죽음을 둘러싼 '도'란 그런 정도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정신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는 아닌 것 같고, 그당시를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죽음의 영향력을 어떻게 수용가능한 형태로 제어하고 다스릴지가 죽음과 제사와 의례의 '도'가 아닐까싶다.

죽음의 '리'와 '기'가 그렇게 와닿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현재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삼는 '도'의 전제들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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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남자나  여씨춘추처럼 백과사전식 연구가 성행하고 강조되던 시기가 고대 중국에 있었다고 여러 책에서 언급한다. 중국문화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현재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 대한 관심을 실재의 영역으로 끌어오는 것이라고 보인다. 의례에 관련된 것도 그럴지 모른다. 의례를 바치는 대상과 관련된 정신세계가 있을테고, 여러 정신영역을 달래줄 의례들이 모두 필요할지도 모르다, 특히 왕실에서는.

의례도 여러 영역이 있을테고, 의례 성립이나 의례를 둘러싼 정신세계를 파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일 거다. 고대 그리스인이나 로마인, 중세 유럽인들의 정신세계를 깊이 흥미롭게 판 책들이 어렵지 않게 구해서 읽을 수 있는 반면에, 고대 중국인과 중세 중국인의 정신세계를 일반인들도 흥미롭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잘 보지 못한 거 같다. 어떤 면에서는 유교가 종교인가하는 문제와도 일맥이 통하는 거 같다. 영원불멸을 추구하여 기하학적인 그림이 어느 정도 그려지는 서양의 정신세계와는 다른 동아시아 정신세계는 합리적으로 접근할만한 전체 그림을 그리기는 어려운거 같다.

의례도 옛날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도구들일 텐데, 의례에 담긴 얘기들을 잘 풀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 아마도 의례가 관련된 정신 영역을 설명하기보다는 달래는데 초점이 맞춰져서 그런 것도 같고, 1년 내내 등장하는 다양한 의례들을 구분하기도 어렵고 또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할지도 쉽게 알 수 없는 등, 의례에 진입하는 진입장벽은 매우 높아 보인다. 

그 중 당나라 왕실의 의례들을 잘 정리해서 설명해놓은 책이 있어, 좀 들여다봤지만, 역시 많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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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빛의 속도를 매개로 돌아가는 거대시공간에 대한 이론이다. 그래서 상대성이론에 대한 교양서들이 통상적으로 잡는 접근들은, 우리가 접하긴 힘든 새로운 영역을, 세세하지는 않지만 관광지의 주요 거점들을 꼭 들르는 여행처럼, 그 거대한 대상의 흥미롭고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지점을 잡아 독자에게 소개한다.

십년도 넘게 전에 본격적인 상대서이론 교양서가 번역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침 도서관에 들어온 책을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살까말까하다가 어느새 절판되고 중고책도 거의 보기 힘든 지경이되서야  샀어야 했다는 후회가 들었다. 중고책에 뭔가 느낌이 비슷한, 처음에는 그 책일 거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읽을 수록 다른 책이구나하고 깨달았다. 그런데 재밌는게 이 책도 못지않게 괜찮은 책이었다(이럴 확률은 매우매우 낮다).

처음책은 <중력과 시공간>, 구입한 책은 <블랙홀과 시간 굴절>이다.
















처음 책은(1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충실하게 배경지식과 세부 이론 설명, 관련된 실험과 관측을 지적으로 밀도있으면서 아주 빡빡하지는 않지만 실제 이론도 부족하지 않게 기술되어 있어 매우 만족스로운 느낌으로 기억된다. 두번째 책은 지금 절반 좀 넘게 읽었는데, 상대성 이론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보다 천체천문학이 어떻게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흡수하여, 이름도 유명한 백색왜성, 중성자별, 블랙홀 같은 천체 현상들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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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영역에서 형이상학의 가치를 확인하려면, 논리학을 통해 들어가기 쉽다. 전기 비트겐슈타인을 대표하는 <논리철학논고>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유명한 플라톤의 이데아 개념에서도, 동굴속에서 비치는 빛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우리들이라는 설정을 전제로 삼고 있어, 형이상학과 논리학이 어떻게 우리들 인식으로 들어와 자리잡은 지를 살짝이나마 보여여준다. 이 빛과 그림자와 동굴의 비유는 언어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 같다. 언어에서 지칭과 언어의 의미를 이 중 어느 곳에 할당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오해와 이해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언어에 대한 연구를 비트겐슈타인의 저서에서 흥미롭게 확인할 수 있고, 뜬금없지만 데리다의 수많은 논의가 언어에 대한 어떤이해를 토대로 삼아 이루어졌는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승종의 아래 책에서 재밌게 읽은 내용이다.
















제일 내 마음을 끄는 생각은, 언어영역이 동굴이고 동굴을 만든 이도 언어영역자체여서, 언어영역에 대하여 알아진 것이 생겨도 여전히 남은 부분은 검은 동굴 내부라는 것이다. 이 동굴을 만드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 만들어진 동굴도 알아야 한다.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나 Pinker의 <Stuff of Thought>를 보면서,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지는데 그 알아진 것으로 다시 생각지 못한 어둠이 내린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도 조금은 있을 것이다(태반은 내 무지때문이지만).
















소쉬르의 연구와 비트겐슈타인의 연구를 비교하는 것은 엄청 흥미진진한 모험일 수 밖에 없다. 잘 알려진 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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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개블릭이 지은 마그리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분석이 담긴 귀한 책이다. 저자가 직접 마그리트와 만나 8개월 동안 그의 집에 머물며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니, 벌써 대단하고, 미술가 서클의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특히 마그리트에 관한 훌륭한 의견과 글을 접한 후에도 숙성시켜 이 책을 썼다니 감탄스러울 정도다.















본디 이 책은 호트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의 참고문헌에서 강조된 것을 보고 알게된 책이다. 공간의 모순을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한 에셔와는 또다른 방식으로 마그리트는 어떤 모순을 잡아내 표현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의 언어의 형식과 의미론을, 오브제라는 미술의 대상을 통해 표현한다. 수지 개블릭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도 익숙해 책 곳곳에 마그리트의 작품 해설에 그의 철학을 언급하고, 회화에서 좀더 입체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론의 내용을 밝혀주는 부분이 있다. '이것은 담뱃대가 아니다' 제목이 붙은 그림이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마그리트가 초현실주의를 거쳐 단어의 사용과 관련된 그림을 그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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