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응의 철학>은 여러모로 동서양 전통 비교연구의 최종본이다.
















그리고 내 독서 이력에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관념들이 대거 출현한다. 영원불멸이나 보편성을 추구하는 서양전통의 관점에서 고대중국사유를 이해하려는 개별 노력과 방식들은, 진실성있고 깊이 있고 체계적이고 감탄스럽지만...복잡하고 어느게 더나은지 얼마나 더 나은지 비교하기 쉽지 않다. 이 지난한 작업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연구영역을 구축해낸다. 분명 연관은 있어 보였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쉽지 않은 것들의 원래 의도했던 내용과 선후를 따지고 각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동아시아전통을 오늘날 시선에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서양전통과의 대비로, 즉 서양전통 배경지식에서 대응하는 혹은 대응하는 것이 없는 동아시아 전통을 근사하게 잘 다루는 '프랑수아 줄리앙'의 글로는 정확하게 긁지 못했던 영역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융의 동시성, 

한 개인이 

사상과 가치관도 비슷한 경향이 

나름의 완결성과 쓰임

고대 중국 사유를 바라볼 때


저자의 이 책이 감동적인 까닭은 아카데믹한 글쓰기에 완전히 정통한, 노련한 전문가의 글이기때문이기도 하다. 철저하고 적절한 인용과 참조된 주장들 사이에서 자신의 연구영역을 찾아내고,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 방식이 매우 설득력있고 논리적이고 여유롭다. 도와 기와 리를 넘나드는 이 현묘하고 미묘한 영역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웹툰작가 이말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모로호시 다이지로 의 그림도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있다. 내 취향이 제일 큰 기준이지만, 모로호시 의 그림의 엉성함은 힘도 있고 재미도 있다. 여러 시리즈 중 <제괴지이>, <서유요원전>, <암흑신화> 에서 한두권씩 봤다. 상상력의 끝이 혹은 밑천이 얼만큼 보이냐에 따라, 그러니까 있던 얘기에 작가가 얼마만큼 덧붙였는지가 금방 파악이 되는 정도에 따라, 금새 시들해졌다. <암흑신화>가 제일 아래고, <서유요원전>은 내용이 방대해서 아직 모르겠고, <제괴지이>는 근사했다. 괴기함이 얕거나 맥락이 없으면 시시하고, 맞아떨어지면 두터움이 생겨 삶의 본질을 건든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했다.















중국 괴담소설 <요재지이>를 소재로 그려낸 그림이, 작품속 돌아가는 얘기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져 흐뭇할 지경이다. 그 스타일이, 네이버 웹툰 주호민의 <빙탕후루>와 자연스럽게 비교되고, 각 작품이 전달하려는 의도에 충실하게 제 색깔을 보여준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역해석은 의리역, 상수역, 도서역 등등 많은 입장이 있고, 이들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성리학이나 양명학 같은 철학의 토대이기도 하지만, 점술의 영역과 관련된 부분도 있다. 애초에 거북점과 시초점을 흡수한 역경부분이 역전(십익)부분이 추가되면서 철학화가 시작된 것이다.

점술영역에 들어가면, 점을 쳐서 괘를 잡는 법과 나온 괘를 가지고 점을 판단하는 법들이 필요하다. 괘를 잡는 법에서도 재밌게 본 내용들이 많아서 신나게 할 얘기들이 많지만, 흥미를 끈 것은 8괘가 상징하는 상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주역점법은 주희가 설명한 것이 내려온 것으로, 춘추전국시대 주역점을 본 것과 맞지 않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원래 점법은 20세기 들어와서 재발견되었다.
















재발견한 주역점법으로 춘추전국시대 글들을 살펴 본격적으로 연구한 책도 나왔다.















역전이 생기기 전에, 괘상, 괘사와 효사로 열심히 점을 풀이한 점이 흥겹고, 철학화이전의 원형스러운 모습이 많이 느껴진다.

한의학분야에서 오행을 이용한 다양한 분류와 주역의 상이 어떻게든 관련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연관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행사상이 활발하게 유행한 후에 한의학분야에서 오행사상과의 접목이 일어났고, 이는 한대 초반무렵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한대 후반까지 가야 한의학의 오행과 주역의 접목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접목순서가 해당시기 책을 볼때 흥미를 제법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거 같다. 오늘날 보면 그게 그거인 듯 보이는 사상들이, 당시로는 발상의 전환에 해당할만큼 신선한 영역이기도 한 점이 재밌다.

하지만, 한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의학인데, 오늘날 관점에서 과학이 아닌 오행사상이, 의학을 다루는데 유효한 방식일 수 있을까? 이 의문은 한의학의 형성과정과 밀접하고 오늘날은 알쏭달쏭해 보이는 한의학 여러 지식들을 어느 선까지 이해하는데도 밀접하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 중 하나는 의학을 성립시킨 논리의 영역인, '범주화' 작업이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범주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예로, 소 원숭이 바나나 를 두 부류로 묶으라고 하면 서양인들은 동물인 소와 원숭이, 식물인 바나나 로 구분하지만, 동양인들은 많은 수가 원숭이와 바나나 vs. 소 로 분류한다. 여기서 고대 중국인의 범주인식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서양과학과는 다른 기준의 범주를 갖고 있는 고대 동아시아 정신세계를 염두에 두고 다시 고전문헌 읽기를 하면 소소한 즐거움이 될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성리학의 토대인 정주성리학은 어떤 의미일까? 이를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는 이들의 주역에 대한 해석이 어떠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단순히 익숙하기만 하고 그 진가를 헤아리지 못해서 동아시아 문화를 포함해 우리 문화를 온전히 못누리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음양이론적이라거나 고리타분한 성리학이라거나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들은 오늘날 현대인 관점에서 하는 말이고 동시대인 관점에서 뛰어난 점을 알 수 있어야 타당한 비평을 할 수 있을거 같다.

예~전에 영어논문 글쓰기를 진짜 전문가에게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 분이 영어작문외에도 문학비평이나 미술비평 분야에도 일가견이 있어서, 근사한 미술비평 글쓰기를 엄청 즐겁게 감상했던 기억이 있다.

또, 잠깐 본 일본만화에서, 박물관과 절을 돌아다니면서 불상을 감상하는 불상동호회를 보고, 와아 이런 건 해볼만 하겠다 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문학 책들은 단어 찾기가 찾기가 구찮고, 문학이 추구하는 내용들이 계속해서 흥미롭지는 않았다. 미술비평은 서양미술의 접근성이나 담은 내용들이, 잘 모르겠다 싶었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전통 문화를 포함한 우리문화 감상에 대한 것들은, 많이 본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질리거나 지침없이 꾸준히 욕구가 간직된거 같다.

점차 우리문화에 대한 대중서들이 수준이 올라가면서, 다양한 재밌는 비평들을 손에 접할 수 있게 된거 같다. 예를 들어 도올 김용옥의 동양고전 번역도 좋고, 김상섭의 고증주역에 관한 책들도 좋다. 

조선의 정주성리학 얘기는 곧잘 들어왔고, 조선 후기 진경시대 얘기도 가끔 들었다. 마침 배경지식을 주는 책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진경시대에서 대표 미술양식인 진경산수화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대상이었다. 진경산수화에서 '진경'과 '산수화'의 진면목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본격적인 조선시대 미술비평이라 할 만한 책을 만나니, 깜짝 놀랐고, 살짝 설레기까지 했다. 이성현의 <노론의 화가, 겸재 정선>은 정말 본격적인 조선미술비평이다. 그림은 물론, 한문고전, 당시 정치상황, 화가의 상황까지 모두 끌어모아 진정스러운 주장을 펼치고 논거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전 고전해설과 미술비평들의 허술한 점들을 송곳처럼 지적하고 해결로써 자신의 대안과 주장을 차분히 설명한다. 무척 재밌고 통쾌하고 짜릿하다.


성리학과 주자성리학은 인간의 내면중 어떤 것을 잘 잡아놓은 것으로 보여 융의 심리학의 '개성화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많이 생각했고, 수묵화 그림은 주역에서 '상'을 잡는 것 같은 측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있었다. 아직 생각만이지만, 이런 단초들로 글을 쓰면, 그런 것들이 소소한 동아시아 문화 비평이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