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 혹은 도교 라는 시선은 상당히 복잡하다. 유가나 불가 쪽과 구별되는 특성만으로는 도가 자체의 성장이나 토대가 되는 우주관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 비교적 문헌 중심인 유교와는 달리 좀더 종교에 가까워, 그 비중이 문헌을 넘어 수행이나 의례, 방중, 등 넓은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자, 장자

관자, 회남자

도교의 수행이나 한의학 신체관

일반적인 논리학이나 형이상학과는 다른 논리체계의 문제

새롭게 발굴되는 발굴문헌


이들을 아우르면서 이들의 생성과 발전을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다. 고대 공통 세계관에서 이들 각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들 전분야에 접근가능하고 연구활동까지 펼칠만한 전공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문헌읽기에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도교, 도교수행, 한의학신체, 음양오행 같은 분야는 거의 정우진 님의 책들에서밖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이 분의 커리어는 학부 철학, 대학원 한국학, 중국과 대만에서 도교연구, 한의학문헌연구 등이다. 다른 분들과 다른 점이 넓은 시야에서 보고 의문점을 해결하여 전공인이 아니더라도 접근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노자와 장자에 관한 번역과 연구서들은, 쉽게 읽히는 수준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양적으로 질적으로 수도 없이 많다. 이들이 풍부하고 깊은 이해에 이바지했다는데는 두말할 이유가 없지만, 각 책이 고대 중국 공통세계관에서 어떤 위상이었는지, 어느 정도의 정신문화를 그려냈는지를 살피는 방향의 결과물은 좀 찾기 힘들다. 정우진의 <양생>에서는, 일반적인 해석과는 달리, 전국시대의 시대정신인 공동체정신이 크지않다는 이유로 노자를 되도록 후대로 보고, 장자는 본격적인 수행기록이 등장하기전 여러 수행의 흔적을 깊게 탐구하여 상세히 보여준다.

 

도교의 수행, 한의학 서적, 음양오행론 같은 전혀 다른 체계의 논리체계는 피상적으로 겉만 살짝 맛보여주는 것을 뛰어넘는 깊은 이해를, 일반적인 독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흔치 않아 보인다. 복잡하고 고부가인 의학분야의 특수성 때문에 그런면도 있고, 수행분야와 의학분야의 차이, 그런 의학정보나 수행정보를 기술하는 방식 등 때문이다. 고대 중국의 사유 체계를 '감응'이라고 할만하고, 그를 기술하는 한 방식이 음양오행 이다. 서양과학과는 다른 길을 걷게된 상세한 이야기는 정우진의 <감응의 철학>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그리고 역사적 형성과정을 되짚어 중국의학과 수행이 걸어온 길과 해결해간 과정을 하나씩 짚어나가야 전체 그림이 입체적으로 들어오고 설명이 된다. 요약해 말하면 정기신 이라는 공통자산을 신체에 차용하여, 여러 현실적 의학정보와 의학적 도전, 수행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풍부하고 정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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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번역과 해석은 수도 없고, 당연히 유가의 거장들인, 맹자, 순자 들도 해석했고, 송대 이학자들도 해석했다. 후대 유가들의 해석 속에는, 마치 주역 속에 담긴 여러 층위처럼, 생각지 못한 층위들이 섞여 있다. 그리고 현대한국인들에게는 남은 유교문화에 익숙해져, 오히려 충분히 풍부한 이해를 막고 있는 부분도 있다.

 

그들의 해석 중에는 불교의 스님, 도교의 도사의 수행문화와 유교를 차별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동아시아 전통을 유불선으로 분별하려는 시도도 중요한 분별이고 의미가 있지만, 그보다는 유가와 도가의 공통자산에서 유가나 도가가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살피는것이 흥미롭다.


논어는 뭐니뭐니해도 유가가 일어나는 과정을 목격할 수 있는 첫번째 텍스트고, 그외에 유가가 어떻게 일어섰는지 자세히 살필 수 있어, 후대유가 텍스트들보다 잘 보이는 점들이 있다.


그리고 논어를 들여다보는 여러관점이 있다. 그 중 리택후(리쩌허우)의 논어금독이 흥미로왔다.















공자의 '인'을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으로 보지않고,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정확하게 새긴 이는 정우진이 유일했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명료하게 명확하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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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속에 담긴, 여러 시대 동안 쌓인 층위를 구별하는데 관심을 갖다보니까, 애초 주역이 작성된 시기인 서주 초기와 서주시대에 집중하게 되고, 바로 직전 시대인 상나라와의 차이점에 호기심이 갔다.

서주시기 주역은 대나무로 만든 시초로 보는 점이라서, 점술의 연속성과 비연속성으로 한정되어서 보는 글과 얘기가 많았지만, 그걸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주역이 유일한 시초점은 아니고, 게다가 길흉을 판단하는 유일한 점책도 아니기때문에, 주역형성 전후 상나라와 주나라에서 점술과 점의 배경이 되는 세계관을 찬찬히 정리해보고 싶었다.


맨처음은 주역에 담긴 내용 중 역전이 형성된 춘추전국부터 진한시대까지 내용을 걷어내는 것이다. 

점풀이 내용 중 8괘(건태리진손감간곤)를 이용한 취상설은 춘추시대부터 활발했고, 특히 효에 주목해서 효의 위치나 음효양효의 감응 등을 따지는 것은 역전의 단전에 들어서부터다. 그러니까 서주시기에는 괘나 효에 덜 집중한 점술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여러설이 있지만, 내가 혹하는 내용은, 대나무를 이용한 시초점이었기때문에 대나무조각으로 괘형태를 표시해 점차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이다. 그래서 괘나 효에 집중한 점풀이는, 마치 역경에 담긴 한글자한글자를 후대 사람들이 이기론을 비롯한 성리학 토대 같은 것으로 해설해놓은 것처럼, 괘나 효를 가지고 깊은 술수와 체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은나라 시대 정신이 무엇이고 주나라 때는 얼마만큼 변화하고 변모했는지 살핀다.

상나라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신화로 열개의 태양이야기가 담긴 부상신화가 있다. 이와 대비되는 주나라 세계관에서는 열개의 태양 중 아홉개를 쏘아 떨어뜨려 한개의 태양이 중심이 된다. 이를 보여주는 인용은 맹자의 두개의 태양이 뜰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주군을 섬긴다는 말이다. 

주역의 뜻인 주나라 역은 단순히 이름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절대적인 힘을 가졌던 상나라 '제'가 주나라에서는 점차 바뀔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존재로 변모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부상신화에는 상나라 사람들의 우주관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열개의 태양은 동쪽에 있는 부상 나무에 가지에 매달려 있고, 태양속에는 새가 들어있어 하늘을 횡단하고, 해갈 질즈음에 서쪽에 있는 약목에 자리잡고 약목밑에 약수로 내려간다. 약수는 지하세계로 흘러들고 황천에 다다른다. 지하세계를 관통하는 황천은, 아마도, 다시 동쪽 부상 밑 함지에 연결되어, 열 개의 태양은 지상과 지하를 영원히 돌게 된다. 그리고 서쪽 약목 근처에는 모든 혼령이 오르내리는 관목이 자리잡고 있다. 

태양새가 날아다니는 천상과 황천이 흐르는 지하세계는 갑골문이 새겨진 소재인 거북과 통한다. 황천과 연관있는 용, 물고기등과 함께 지하세계에 사는 거북은, 지상을 가리키는 네모난 배갑과 천상을 가리키는 둥근 등갑을 지닌 희생물로, 상의 우주관을 잘 보여주는 대상이다. 이 물에 사는 희생물에 홈을 파서, 불로 달군 꼬챙이로 징조를 얻는 거북점의 과정은, 상나라 시대 우주관과 신탁같은 점술과정을 잘 보여준다.


주역 계사전에 담긴 점치는 서법도 어느 정도는 이러한 해석으로 들여다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계사전 서법에는 하늘과 땅을 만드는 과정, 음과 양을 가리키는 과정에 3변하여 각 효의 노음소음노양소양을 밝히고, 이 과정을 6번 해서 괘만드는 법이 나와있다. 그외에 주역 계사전에 그 설명이 생략된, 변하는 괘를 구하는 과정도 또 있다. 

그러니까 점치는 서법에서도, 거북점에서 절대적인 '제'의 징조 대, 주역점에서 시초로 만든 징조 외에 변화의 여지가 포함된 변모가 눈에 띤다.


참고문헌으로  서주시기즈음 역경의 내용에 주목한 이경지 <주역점의 이해>, 상나라 신화와 우주관 등을 밝힌 사라 알란 <거북의 비밀, 중국인의 우주와 신화>, 거북점의 형식을 길지 않지만 확실하게 설명해준 이학근 <고문자학 첫걸음>, 춘추시대 주역점법을 밝힌 김상섭 <춘추점서역>, 그리고 역전에 담긴 층위를 명확히 설명하는 주백곤 <역학철학사1> 등이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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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초판본, 양장)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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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는 영문학 교수 다. 그렇지만 책에 나오는 내용을 봐도 소설이나 시를 쓰는 직접적인 문학인 같아 보이지는 않다. 문학지식을 다루는 지식인 같다. 

이 스토너의 얘기를 하는, 이 책의 화자는 그렇게 젊어 보이진 않는다. 마치 할아버지할머니가 손주 보듯 차근차근 스토너의 인생의 진전과 안타까움을 덤덤하게 사근사근 얘기해준다. 화자가 젊었으면 지식인의 기쁨, 환희, 성취, 집중 등 이런 것들을 크게 부각시켜 터뜨렸을텐데, 짚을부분만 짚고 살살 넘어간다. 지식인의 삶을 선택한 이의 지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나머지 삶도 충실히 보여준다.

물론 제1차 세계대전을 20대에 겪는 주인공에게 오늘날 자유분방한 삶을 바로 견주어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지식인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이라는 공통점은 분명하다.


오늘날과 다른 시대배경과 시대정신 속에 취해 사는 스토너와 스토너 주위의 사람들, 


대학이 주요공간배경으로 등장하는 것


스토너의 배우자 선택은, 정말 분석심리학적으로 스토너의 여성성을 대변하는 거 같다. 하지만 후에 스토너의 여성성도 성장하며 행복한 이성을 만나게 된다.


품위, 행복한 삶, 풍요로운 삶




오히려 오늘날을 사는 사람들이 당연하면서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시대배경과 시대정신도 몇 세대가 지나면 같은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그와중에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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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사람들에게


탈탈 털린 동아시아 한중일 혹은 조선 청 막부?


조선성리학의 구축


성리학의 주자의 속사정, 남송의 니즈(needs), 성리학의 견고함과 딱딱함


15세기 16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


조선유학의 망가짐, 흐끄러짐


 

조선성리학의 성취는 17세기가 전성기였고, 이어진 18세기와 19세기에는 여러 변주와 흐트러짐이 공존했다. 이는 성리학의 완성자 주자 를 둘러싼 환경과도 무척 흡사한데, 남송에서 주자성리학의 구축과 흐트러짐은, 조선에서 성리학이 진행되어가는 과정과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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