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제자백가의 위치를 다방면으로 밝히는 책이었다. 제자백가는 그냥 솟아나온 것이 아니었다. 흔히 제자백가 중 유가를 도드라지게 하는, 즉 공자의 말씀을 속시원하게 세세하게 밝히는 맹자와 순자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많지만,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현실에 저항하는 새로운 시대를 밝히는 새로운 관점을 모든 제자백가들이 제시했다는 점을, 매우 입체적으로, 혹은 인류학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남아있는 자료들을 끌어모아 '시', '성,덕', 전쟁주술, 법률 의 새로운 인식을 도모한다.

비합리적인 전통적인 요소들에 저항하는 양상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요소들이. 춘추시대까지는 전연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국시대에 들어서면서 일상이 뒤흔들리면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던 이들이 순식간이던 점차적이든 몰락하면서, 비합리적이고 주술적이던 일상이 합리적 영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하고, 진한시대까지 그 변모가 진행되면서, 주술이 합리로 자리 바꿈한 것과 함께, 변모하지 못한 기존의 주술적 영역도 병행하는 양상이 진행되었던 거 같다.

전국시대와 진한시대를 통한 합리로의 변모도, 세월이 흘러 끝내 한계를 드러내게 되는데, 위진남북조 시대의 현학이 그 반발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술세계로의 역행이나 퇴행과는 다르지만, 또다른 비합리의 세계가 펼쳐졌다.


'시'는 특히 중앙정부의 변모과정을 잘 보여준다. 원시단계나 고대사회에서 '시'는 동방으로 상징되는 신의 강림장소이자 중요행사의 거행장소였다.

원시단계에서는 '조(조정)','시','조(조상)','사'가 미분리였다가, 권력이 씨족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종묘가 사 로부터 분리된다. 

단군신화의 신시 도 그 묘사가 사뭇 위와 가깝다. 신단수 아래 펼쳐진 신시는, 태양이 거처하는 나무에 신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그 신의 강림장소와 주변을 성역화하고, 중요 행사와 결정과 의례가 진행되는 등 여러모로 위 시와 가깝다.

주례에서 면조 후시 좌조 우사 표현이 있다. 즉 북쪽에는 시, 남쪽에는 조(조정)를 둔다는 말이다. 이는 시의 미분리된 요소들이 권력집중에 따라 윤곽이 드러나고, 그 위치에 차별을 둠을 의미한다. 실제 한나라 장안성은 그렇게 형성되었다. 북쪽에 동시와 서시가 있고, 남쪽에 조정이 있다.


성인제왕론 도 같은 면모가 있다. 언듯 성인은 합리적임을 가리키는 전형적인 말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담긴 주술적인 면이 흥미롭다. '성'과 '덕'


주나라를 이상세계로 그린 공자의 주장도,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주술적 사유에서 벗어나 당시에 통하는 합리적 사유로 옮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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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는 점점 느낌이 안좋아진다. 절반 정도 읽었는데, 무위와 덕을 바라보는 서양인의 참신한 시야에서 점차 미국꼰대로 들어서는 변환을 목격하는 중이다. 장자의 포정고사를 인용하면서, 포정의 칼이 소를 해체하는 것이, 마치, 인간이 세상의 풍파에 사는 적절한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은 참 인상적이었다. 보통, 인위적인 마음을 덜어내는 무위를 가르키는 해석을 주로 접하다가, 이런 해석을 들으니 괜찮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위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개념과 얼만큼 같고 다른지 비교도 흡족했다.
















그러다가 점차 공자와 논어를 인용하면서, 무위보다는 유위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맹자와 순자도 간간히 인용되면서, 유교감성의 정신집중법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마음을 비우는 무위에서 시작했다가, 어떠한 생활태도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자연스럽게 실행하는 유위로 전환하고, 이 둘을 비슷한 경지로 여기는 듯하다. 공자가 40, 50, 60 이 되면서 이르게 되는 경지를 마음을 비운 포정과 유사한 경지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인용되는 고전 번역도, 영어원문에서 직역한 문체가 주는, 한문고전에 익숙치않은 불확실함이 내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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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중국고대의 주술적 사유와 제왕통치>는 예측불가능한 흥미로운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 흥미로운 내용들 중 어떤 부분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참신하게 읽었지만, 연계되는 내용이나, 중국 선진시기나 진한대까지 확장시켜 그 논증을 멋지게 마무리한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각자는 참신하고 멋지지만 연결해서 입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니까 선진시기 진한대를 다룬 전통적인 역사책과 참신한 책들 사이에서 이성구의 이 책이 제대로된 다리가 되어준 느낌이다.















이 책과 관련된, 예전에 만났던 책들과 내용들을 나열해보면 다음 정도다.

고대 중국의 태양신 숭배를 깊이있게 논증한 <중국 고대의 신들>; 리쉐친(이학근)의 <의고시대를 걸어나오며>; 주술적 통치가 유지된 춘추시대와 구분되는 전국시대; 제나라와 진한시기 국가 제사의 변천과정을 잘 보여주는 김일권의 <동양천문사상 인간의 역사>; 공자가 전한 인과 예 가 토대한 주술적 통치
















단점으로는 논증과정에서 번잡한 추리도 보이고, 중요 용어를 포함한 많은 용어를 한자표기해서, 가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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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어 를 읽으면, 공자의 제자들이 논어를 어떤 의도를 가지고 편집했을지 상상이 간다. 제자들이 논어에서 편집한 공자의 모습은 논어를 통해 뚜렷히 전달하고 싶어했던 '인, 예, 서, 충, 성, 경'의 모습이고, 애매하거나 그렇지 못한 모습들은 많이 탈락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공자가어에는 논어와 같은 모습을 보인 공자의 모습도 있지만, 잡다한 시대정신과 시대배경에 반응한 공자의 모습이 많이 드러난다.

논어에서도 '인'을 실제로 구현한 '예'의 다양한 모습에 지칠 수 있는데, 공자가어는 잡다한 느낌이 더 든다. 그래도 그 잡다한 모습이 일견 이해가 오는게,  요새 윤석열 복잡다단한 정국의 모습에 미디어와 여론이 대응하는 것을 보면, 춘추전국시대 혼란스러운 정국에 반응하고 대응하는 공자유가들의 모습이, 정돈된 논어 보다는 공자가어에 더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공자가 강조했던 '인'을 훨씬 현실에 가깝게 다채롭게, 소재를 택하여, 공자의 반응과 대응을 편집했던 공자가어가 지리멸렬하면서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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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된다는 것 - 데이터, 사이보그,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의식을 탐험하다
아닐 세스 지음, 장혜인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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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 보는 심리철학 관련 분야는, 특히 의식연구 분야는 재밌는 책들도 무척 많고 연관되는 주변분야도 넓어서, 선행연구를 잘 정리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연관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너무 전문성이 넘치는 전공서적, 전문서적은 아니지만, 자신의 주장과 논증을, 어느 정도 대중성과 재미를 확보하면서 작업을 진행시키는 책들을 보면 진심 반갑다. 

아닐 세스 의<Being You, 내가 된다는 것> 이 그렇다. 반가운 이름들과 개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논증의 선행연구나 연구할 자리 찾기에 해당), 저자가 내놓은 주장과 도구들도 흥미롭다.


반가운 이름들과 개념들을 나열해보자. 

토마스 네이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의식의 어려운 문제, 데이비드 차머스

물리주의

기능주의

의식의 신경 상관물(NCC, Neural Correlate of Consciousness)

장하석 <온도계의 철학>

베이즈 추론

토마스 메칭거Thomas Metzinger <Being No One>

고무손 착각 실험


저자가 내놓은 주장과 도구들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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