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창비, 2022)은 조선시대에 공녀로 끌려갈 뻔했던 모든 소녀들의 비극을 미스터리 소설로 풀어냈다. 종사관 민제우는 제주에서 실종된 소녀들을 찾아 떠났다가 행방불명됐다. 그의 딸인 민환이는 아버지의 행방을 알기 위해 제주도로 간다. 사라진 아버지의 자취를 쫓으며 환이는 사라진 소녀들 뒤에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닥쳤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 사건에 단초를 제공한 서현은 납치되어 명나라에 끌려갔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현은 공녀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더라도 정조를 잃었다며 손가락질 당했던 많은 여성들을 대변한다.
가희는 죄인 백씨의 딸이다. 딸이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라산 반대편에서 죄인 백씨는 딸의 얼굴을 난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를 만들었고 마을 사람들은 죄인 백씨의 딸이라서, 얼굴에 흉한 흉터가 있어서 그를 천대했다. 가희는 당시 가부장적인 폭력 밑에서 성장한 잠재력 있는 여성들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