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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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규율, 규범들은 여성들에게 특히 엄격했다.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종속된 삶을 살았으며 누릴 수 있는 권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자기 집에서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자기 유산도 마음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재산도 고모님 아니면 장래 남편이 차지하겠지.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416쪽

<사라진 소녀들의 숲>(창비, 2022)은 조선시대에 공녀로 끌려갈 뻔했던 모든 소녀들의 비극을 미스터리 소설로 풀어냈다. 종사관 민제우는 제주에서 실종된 소녀들을 찾아 떠났다가 행방불명됐다. 그의 딸인 민환이는 아버지의 행방을 알기 위해 제주도로 간다. 사라진 아버지의 자취를 쫓으며 환이는 사라진 소녀들 뒤에 숨겨진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은 조선시대 여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닥쳤던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소녀들의 실종 사건에 단초를 제공한 서현은 납치되어 명나라에 끌려갔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서현은 공녀로 끌려갔다가 돌아오더라도 정조를 잃었다며 손가락질 당했던 많은 여성들을 대변한다.

가희는 죄인 백씨의 딸이다. 딸이 공녀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라산 반대편에서 죄인 백씨는 딸의 얼굴을 난자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딸의 얼굴에 평생 남을 흉터를 만들었고 마을 사람들은 죄인 백씨의 딸이라서, 얼굴에 흉한 흉터가 있어서 그를 천대했다. 가희는 당시 가부장적인 폭력 밑에서 성장한 잠재력 있는 여성들을 대변한다.

너무도 많은 잠재력을 품고 있지만 자기 아버지가 만든 공포의 우리에 갇혀 성장한 소녀였다.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363쪽

마지막으로 환이. 진실을 찾던 아버지가 살해당한 후 여성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새로운 체제 속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고모는 여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환이를 매질했으며 나이가 두 배도 더 많은 사람과 결혼시키려고 했다. 환이 역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당했다.

조선시대 후기로 갈수록 여성들은 그릇된 성리학의 해석에 갇혀 남성들의 장식품, 마리오네트로 전락했다. 역사 속에서 여성들은 희생자로 등장할 뿐 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자리는 없었다. 그들은 선택당했고 팔려갔으며 목소리를 잃고 스러졌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역사에서 잊힌 소녀들을 흥미로운 스릴러로 등장시켰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곳에서 환이를 따라 실종사건의 증거, 증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소녀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아이들은 문갑에 보관하는 옥 반지, 은 머리 장식, 비단이 아니야.

허주은, <사라진 소녀들의 숲>, 창비, 381쪽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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