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가만히 두면 저절로 멀어졌다. 무거운 중력과 무서운 습관 속에서 나는 내가 원한 대로, 나에게 전부였던 산에서 놓여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바란 게 이건 아니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는구나.‘ 늦은 퇴근길, 지하철 창문의 어둠에 비친 내 얼굴이 나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P12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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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등산화는 신었을 때 발의 피로가 덜하고 지형지물이 많은 노면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발을 잘 잡아준다. 통기성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고 보면 최적화된 성능이란 다름 아닌 가장 기본적인 성능이다. 하지만 기본에 가까워질수록 가격은 몇 배씩 뛰기 마련이니기본에 충실하기란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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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달릴 때 중요한 건 속도만이 아니다. 시작한 곳에서 끝까지 얼마나 지치지 않고 달렸는지도 중요하다. 당장이라도 이 질주를 멈추고싶다. 중력을 거슬러 산을 달리는 건 아무래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쉽지 않아서 좋았다는 걸. 힘들어도, 쉽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오르고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모든 것을 용서할 멋진 풍경도 펼쳐질 것이고,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서 뿌듯해할 것이고, 그러다 길게 잘 뻗은 내리막이라도 만난다면 다시 모든 걸 잊고 달려볼 거란 걸. 힘들고 지겹고
그만하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 나한테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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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데 그다지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이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나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 그런 가능성의 마음이 바로 내가 산을 오르고 달릴 수밖에 없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아닐까.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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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가는 사람 대부분이 나처럼 제 몫의 짐을 짊어지고 제 몫의 길을 홀로 걷는 여행자들이었다. "Have a good trail!" 따로 또 같이, 서로가 적당한 간격을 두고서 적당한 속도로 자기만의 길을 걸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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