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과 무게
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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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상상하지 못했을 미래에 관한 계획을 듣고 있으면 인생의 선택지가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이 마트에서 산 저렴한 와인을 마시며 에릭 로메르의 「녹색 광선」을 보다가 잠든 날이었다. 주인공이 해변을 거니는 장면에서 윤우는 같은 장소를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노트북 화면은 바다를 담기에 너무 작았다. 이내 전신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마주한 윤우는 잠시나마 지형과의 미래에 진심이 된 게 부끄러워졌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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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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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 윤우의 집에 놀러와 제일 먼저 한 일이 블라인드를 걷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형과 함께한 여름에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밤 거실 창문을 열어놓고 맥주를 마셨다. 물론 블라인드를 치고 산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던 지형은 스스로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에게는 고작 창문을 여는 일에 불과했으므로.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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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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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죽음 이후 나는 알게 되었다. 결별이나 죽음이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에 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분명한 것도 모르는 게 되어버린다는 것. 그 때문인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버지가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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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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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진은 거울과 같은 불투명한 속성을 품고 있었다. 로비 안쪽을 보려는 내 모습만 비추던 광화문 고층 빌딩의 유리창처럼 자신을 완전히 드러낸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에 관해선 아무것도 내보이지 않았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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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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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을 쓰는 건 내게 당위였지만 그 당위는 영우 씨에게 할 말까진 알려주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말하고자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괴리는 언제나 곤혹스러웠다. 백지에는 무슨 말이든 쓸 수 있었으나 무슨 말을 써도 틀린 것 같았다.
‘조의를 표합니다.‘
쓰고,
지웠다.
그런 의례적인 표현으로는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할 수없었다. 그렇게 그간 내가 쓴 답장들은 백지로 돌아갔다. 쓰고난 뒤에야 그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으면서.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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