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문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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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스스로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랬다면 모든 걸, 수치와 치욕까지도 견뎌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엄중히 심판해봐도 그의 엄격해진 양심은 자신의 과거에서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평범한 실수 외에는 특별히 끔찍하다 할 만한 어떤 잘못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부끄러워한 것은, 자신이, 라스콜니코프가 눈먼 운명의 선고로 이렇게 맹목적이고 절망적이며 가망 없이 어리석게 파멸했으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는 판결의 ‘무의미함‘ 앞에 굴복하고 순종해야만 한다는 그 점이었다. - P42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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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좀비로 변한 지 사흘째, 주연이 알아낸 사실은 하나다. 좀비는 생전의 생활 패턴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아빠는 매일마침, 저녁 밥때가 되면 식탁 앞에 말아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내놓으라며 시위를 했다. 보고만 있어도 속 터지는 광경이었다.
뭐 좀비도 배가 고플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사람 고기를 가져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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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난, 난 첫걸음조차 견뎌내질 못했어, 왜냐면 비열한 인간이니까!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 있는 거야! 그래도 여전히 난 너처럼 이 일을 바라보게 되지는 않을 거야. 내가 성공했다면 내게 월계관을 씌워줬겠지, 하지만 지금은 덫에 빠진 거야!"
"그렇지 않아, 절대 그렇지 않아! 오빠, 오빠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그런 형식이 아니라는 거지, 미학적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형식이 아니란 거지! 하지만 난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어째서 사람들을 포탄으로, 포위공격으로 날려버리는 게 더 존중할 만한 형식이라는 거지? 미학에 대한 두려움은 무력함의 첫번째 징후야!.…. 이걸 지금만큼 선명하게 자각한 적은 한 번도, 한 번도 없었고, 난 그 어느 때보다 더 나의 죄를 이해할 수 없어! 지금보다 더 강하고 확신에 차 있던 적은 한 번도 한 번도 없었어!......"
그의 창백하고 지친 얼굴에 홍조까지 번졌다. 하지만 마지막 절규를 토해낸 후 돌연 두나의 눈길과 마주쳤고, 자기 때문에 그 눈길에 얼마나, 얼마나 많은 고통이 담겼는지 맞닥뜨리고서야 자기도 모르게 정신이 번쩍 들었다. - P386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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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짊어지러 가는 걸로 저지른 죄의 반은 이미 씻기는 게 아닐까?" 그녀가 오빠를 꼭 안고 입을 맞추며 외쳤다.
"죄라고? 무슨 죄?" 갑작스러운 광기에 휩싸여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혐오스럽고 해를 끼치는 이, 누구에게도 쓸모없고 오히려 죽어서 마흔 가지의 죄목이 용서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는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인 게 그게 죄라고?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또 죄를 씻을 생각도 없어. 그런데도 사방에서 모두들 내게 "범죄야, 범죄!‘라고 손가락질을 하다니. 그저 지금에 와서야, 이 불필요한 수치를 감당하러 가기로 결심한 지금에 와서야 내 소심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확실히 알겠구나! 난 단지 내 비열함과 무능함 때문에 그렇게 결심한 것뿐이야, 더구나 어쩌면 그게 더 이로울 테니까, 그...... 포르피리가 제안했듯이 말이야!......" - P38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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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직보다 어려운 것은 없고, 아첨보다 쉬운 것도 없소이다. 만일 정직함 속에 다만 백 분의일이라도 거짓의 음조가 섞여 있으면, 당장 불화가 일어나고 소동이 뒤따르기 마련이지. 반면 아첨은 설사 마지막 음조 하나까지 다 거짓이라해도 기분좋고 들을 때마다 만족스럽소, 저속한 만족이라도 만족은 만족이지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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