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기 위하여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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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 ‘매력적이다‘ ‘사랑스럽다‘ 같은 말들은 잘못됐다. 그런식으로 지각되는 것들은 위엄과 권위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귀여운 것은 오락거리고 대체 가능하다. 말들은 우리를 이끌고 우리는 따라간다. 귀여운 것은 조그마하고, 무력하고, 포획할 수 있고, 길들일 수 있고, 소유할 수 있다. 그 모든 게 실수다. 우리 발치에는 양치식물들이 있다. 그것들은 인간 종족이 어디에도 없고 전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던 때에 최초의 이름없는, 그리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바다의 무시무시한 여울 속에서 거칠고 결연하게 자라났다. 우리는 그것들을 예쁘고, 섬세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우리의 정원으로 가져온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 주인이 된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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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 - 시를 사랑하고 시를 짓기 위하여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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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봄에 나는 새끼들이 있는 기러기 가족을 매일 찾아갔는데, 날개가 제대로 발육하지 않은 새끼 기러기가 한 마리 있었다. 다른 부분은 정상적으로 자랐고, 다른 깃털들도 피부를 들고 나와 길어졌지만 날개는 자라지도 않고 깃털도 안 났다. 새끼 기러기는 어느 날 밤 불량품의 망각 속으로, 자연의 검은 목구멍 안으로, 다음 기회로 사라졌다. 남은 가족은 곧 나에게 낮을 가리지 않게 되어 연못가에 누워 있는 내 몸에 기어오르거나, 소나무 밑에서 나를 기다리다가 내가 나타나면 한무리가 잿빛 웃음소리를 내며 우르르 뛰쳐나왔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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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죽였잖아요! 죽였잖아요!"
"대체 뭐가 죽였다는 거야?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들 죽이나?
그때 내가 갔던 것처럼 과연 그렇게들 가서 죽이냐고! 내가 어떻게 갔는지 언젠가 이야기해줄게.……. 정말 내가 노파를 죽인 걸까? 난 나 자신을 죽인 거야, 노파가 아니라! 그것도 그렇게 단숨에 자신을 죽여버렸다고, 영원히!.… 그 노파는 악마가 죽였어. 내가 아니야.... 그만그만, 소냐, 그만해! 날 내버려둬." 그는 갑자기 경련이 일 정도로 비탄에 빠져 외쳤다. "날 내버려둬!"
그는 무릎에 팔꿈치를 괴고 집게처럼 손바닥으로 머리를 짓눌렀다.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고통스러운 탄식이 소냐에게서 터져나왔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말해줘!" 갑자기 그는 고개를 들고 절망으로 흉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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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을 완전히 혼자 내버려둔다고 칩시다. 잡아들이지도 괴롭히지도 않아요. 다만 내가 모든 걸 속속들이 알고 있고, 밤이나 낮이나 그자의 뒤를 쫓으며 끊임없이 감시한다는 걸 그자가 시시각각알 수 있게, 아니면 최소한 그럴 거라고 의심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렇게 자신이 내 손아귀 안에서 영원히 의심하고 두려워하게 되리라 의식하게 만들면, 정말로 장담하건대, 그자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져서 자기발로 직접 찾아오게 됩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어쩌면 그 이상의 행동을 할 수도 있고요, 2 X2 같은 거 말이에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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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냐는 오래전부터 으레 이 방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동안 내내, 그 빈방 문 옆에서 스비드리가일로프 씨가 몸을 숨긴 채 서서 엿듣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가 나가자 그는 잠시 서서 뭔가 생각하더니, 발뒤꿈치를 들고 빈방과 나란히 붙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의자를 집어서는 소냐 방으로 통하는 문 바로 옆에 소리나지 않게 가져다놓았다. 그들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하고, 대단히, 대단히 마음에 들어서, 다음번에는, 예를 들어 내일이라도 한 시간 내내 서 있는 불편을 다시 겪는 일 없이 모든 면에서 충분히 만족하게끔 보다 편안한 자세로 들을 수 있게 의자를 옮겨놓은 것이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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