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달릴 때 중요한 건 속도만이 아니다. 시작한 곳에서 끝까지 얼마나 지치지 않고 달렸는지도 중요하다. 당장이라도 이 질주를 멈추고싶다. 중력을 거슬러 산을 달리는 건 아무래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멈출 수 없다.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쉽지 않아서 좋았다는 걸. 힘들어도, 쉽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조금씩 오르고 오르다 보면 산등성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고, 모든 것을 용서할 멋진 풍경도 펼쳐질 것이고,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면서 뿌듯해할 것이고, 그러다 길게 잘 뻗은 내리막이라도 만난다면 다시 모든 걸 잊고 달려볼 거란 걸. 힘들고 지겹고
그만하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 나한테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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