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상상하지 못했을 미래에 관한 계획을 듣고 있으면 인생의 선택지가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이 마트에서 산 저렴한 와인을 마시며 에릭 로메르의 「녹색 광선」을 보다가 잠든 날이었다. 주인공이 해변을 거니는 장면에서 윤우는 같은 장소를 걷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언뜻 보았다. 노트북 화면은 바다를 담기에 너무 작았다. 이내 전신 거울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을 마주한 윤우는 잠시나마 지형과의 미래에 진심이 된 게 부끄러워졌다. -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