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메리의 꽃말, 아니 술말은 ‘당황‘ 일 게 분명했다. 한 모금 먹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맛이라 당황했고, 술맛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는 사실에 또 당황했다. 그것은 나의 협소한 관점에서 술 카테고리에 들어 있을 수 없는 맛이었다. 안톤버그 위스키 봉봉이 제아무리 최선을 다해 술병의 모양을 띠고 있더라도 술이 들어간 초콜릿이라고 하지 술이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이것은 술을 넣은 차가운 수프라고 해야지 술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토마토 수프와 클램차우더에 보드카를 섞어놓은 맛인데 심지어 술 위에 가니시로 셀러리 줄기까지 꽂아주다니. 이게 술이면, 색으로 보나 성분으로 보나 블러디 그 자체인 선짓국 국물에 소주를 넣고 배추를 꽂은 후 ‘블러디 영희‘라고 이름 붙이면 그것도 술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