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는 오래전부터 으레 이 방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동안 내내, 그 빈방 문 옆에서 스비드리가일로프 씨가 몸을 숨긴 채 서서 엿듣고 있었다. 라스콜니코프가 나가자 그는 잠시 서서 뭔가 생각하더니, 발뒤꿈치를 들고 빈방과 나란히 붙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의자를 집어서는 소냐 방으로 통하는 문 바로 옆에 소리나지 않게 가져다놓았다. 그들의 대화가 흥미진진하고 의미심장하고, 대단히, 대단히 마음에 들어서, 다음번에는, 예를 들어 내일이라도 한 시간 내내 서 있는 불편을 다시 겪는 일 없이 모든 면에서 충분히 만족하게끔 보다 편안한 자세로 들을 수 있게 의자를 옮겨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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