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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가 된다 ㅣ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평점 :
미디어에서 세상을 지키는 건 언제나 백인 남성의 몫이다. 사업가, 무기상, 군인 등 그들은 직업만 다를 뿐 사실상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히어로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다문화의 심볼처럼 여겨지는 미국 역시 백인 남성 히어로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미디어를 접할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미국이 어떤 계층을 보여주고 싶어하고, 어떤 계층을 음지에 감추는지 알 것만 같기 때문이다. 제미신의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이러한 무기력함을 단 번에 해소해준다. 제미신이 만든 세계에서도 인물들은 여느 히어로물처럼 선택 받는다.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갑작스럽게. 다만 이들은 기득권의 하얀 민낯을 하고 있지 않다. 그간 양지로 나오지 못했던 면면들이다. <우리는 도시가 된다>의 통쾌함이 여기에 있다. 이를테면 비주류의 반전이다. 아무도 정면에 세우지 않았던 이들이 이제는 주체가 되어 도시를 구한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보호망에서 빗겨나있다. 핸드백을 훔치지 않았는데도 도둑으로 몰리는가 하면, 노골적인 모욕을 받기도 한다. 비백인에게 뉴욕은 그리 평온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분노보다 애증을 갖는다. '이건 내 도시니까. 빌어먹을 내 것이니까.' 미우나 고우나 집이므로. 무엇보다 도시를 구할 힘이 있기에. 인물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뉴욕이다. 뉴욕은 때때로 정말 엉망진창이고 그것을 뉴욕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이는 없다.'
'우리는 다 괜찮다. 물어봐 줘서 고마워. 우리는 뉴욕이다. 여기 온 걸 환영해.'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알 수 없는 애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친절하고 괴팍한 도시에도 어떤 사랑은 남아있다고. 그것이 도시를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