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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
로버트 루이스 윌켄 지음, 배덕만 옮김 / 복있는사람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삼천 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대문호 괴테가 한 말이다. 여기서 삼천년의 세월이라 함은 탈레스로부터 시작되는 철학사를 일컫는 말이지만, 포괄적인 의미에서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역사를 모르는 자, 과거가 주는 현재적 의미를 깨닫지 못한 사람은 삶의 가치를 모른 체 살아간다. 능동적으로 삶을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끌려가는 수동적인 인생을 살게 된다.
과거역사는 거울과 같다. 거울을 보며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 뭍은 먼지를 털어내는 것처럼, 과거사를 통해 우리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어진 삶을 수정한다. 또한, 현실에 대한 소명의식을 점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을 겸비한다. 결국, 역사를 반추하는 자세는 사람됨을 향한 첫걸음임과 동시에 녹녹치 않은 인생을 헤쳐 나갈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탁월한 종교사학자인 '로버트 루이스 윌켄'의 저서 "초기 기독교 사상의 정신"은 현대 기독교의 현주소를 점검케 하는 거울임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케 하는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한다. 초대교회사와 교부학의 권위자답게 그는 본 저서를 통해 교부들을 통해 세워진 기독교 정신을 차근차근 풀어간다. 특별히, '아돌프 폰 하르낙'에 의해 세워진 '기독교의 그리스화'라는 개념을 뒤엎고 '헬레니즘의 기독교화'라는 대전제 아래, 철학적 기초가 아닌 성경을 중심으로 한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빈틈없이 증명해낸다.
때문에, 독자는 본 저서를 통해 초기 기독교 사상의 형성 과정에서 교부들이 생각했던 성경의 권위와 역할, 거짓 교리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보호하기 위한 피땀어린 노력, 우리의 삶에 실제적으로 적용되어지는 미래적 종말론의 의미를 저자가 인용한 방대한 교부들의 기록과 저서를 통해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특별히, 문학과 미술로 대표되는 예술 영역이 근본적으로 지향한 목적을 살펴보는 작업은 이 책을 더 풍성하고 역동적이게 만들어주는 영역이기도 하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비판과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회복과 갱신의 마음을 담아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외친다. 그렇다면, 날카로운 교리적 공격과 질문 속에서 '다시 복음'이 아닌 '순수 복음'으로 시작했던 교부들의 사상. 저자가 인용한 '한스 우루수 폰 바타자르'의 고백처럼, "위대함, 깊이, 담대함, 유연성, 확실성, 그리고 불타는 사랑"이라는 징표들을 가지고 있는 교부신학으로 돌아가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