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법 - 도둑맞은 내 시간을 되찾는 30일 플랜
캐서린 프라이스 지음, 박지혜 옮김 / 갤리온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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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NS 중독이다. 그냥 중독도 아니다. 인생을 맡겨놓고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 자신을 알면서도 SNS가 내 인생을 저당잡도록 내버려두었다. 여러번 SNS를 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적당히 실패했고, 이후에 다시 SNS를 들어가면 다시 도파민에 절여지는 감각이 즐거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내가 망가지는 일을 어느 정도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해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으나 이게 그 수준은 아니라 생각하며 넘겼다. 하지만 자해가 맞았다. 나는 SNS를 하면서 더 이상 책을 읽지 못하게 되었고,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되었고, 드라마를 즐기지 않았으며 친구들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없어졌다.

매체를 즐기는 기반은 다른 감각이 아니라 '심심한데 볼 거 없나' 라는 지루함에서 나와야한다. SNS는 내가 지루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슬롯머신 앱이라 표현한 필자의 말에 따르자면 내릴 때마다 7 7 7 당첨을 안겨주는 도박이었다. 이 도박은 내게 즐거움을 안겨주며 다른 모든 것을 뺏어가는데도 나는 '이번에도 7 7 7 당첨이다. 야호!' 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즐겁게 SNS에 빠져들었다. 집중력이 낮아지거나 생활패턴이 망가지거나 일의 효율이 떨어진 모든 게 SNS 탓이라 생각하면서도 끊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내 인생에 언제 이렇게 확실한 당첨이 계속 계속 쏟아지겠는가.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고 스마트폰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책은 일시적인 도파민이 아닌 안정적이고 편안한 감각을 온 몸에 스며들게 한다. 하루에 10페이지만 읽어도 스트레스를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매일 읽지 못했다. 읽지 않은 지 꽤 오래 됐다. 마지막으로 독서에 열중한 게 고등학교 1학년. 지금은 어느새 스물 넷. 7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나를 구해주는 것으로부터 계속 멀어졌다.

다시 한 번 자극에 예민해지고 더 많은 글을 쓰고, 지루하게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갖기 위해 스마트폰과 조금씩 멀어질 생각이다. SNS를 지우고 기타 앱의 알림을 껐다. 데스크탑으로 접속은 할 수 있지만 폰으로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스마트폰과 헤어지는 것은 단순히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라 내게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간 망가졌던 생활이 한 번에 고쳐지진 않겠지만 천천히 고쳐나가고 싶다. 그 과정 또한 내게 필요하다. 내 인생이 집이라면 이 집은 꽤 많이 헐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더럽다는 사실을 깨닫고 싶지 않아 계속 시선을 돌렸다. 나는 망가진 집을 느리게 수리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언젠가 깨끗하게 고쳐진 집을 보며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너가 원하던 집이야!' 그렇게 나는 내가 원하던 집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게 내게는 일종의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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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언어 천재’ 타일러가 말하는 코로나 이후의 위기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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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독후감을 쓰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간부터 독후감을 쓰는 걸 그만두고 알라딘에 리뷰나 올리러 왔다. 이런 내용의 독후감은 써봐야 뽑히지도 않을테고 그만큼 의미없는 일이 없을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지나간 시간이 그대로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나간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내게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모든 시간은 살아 움직이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지구도 그렇다. 지구에 쌓아온 시간은 지나갔으나 죽지 않았다. 지금 인류는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에 대한 대가를 치루는 중이다.

두번째 지구는 없다책을 읽고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이런 기상이후 책은 언제나 뻔하다는 것이었다. 모두 아는 내용이다. 내 세대는 어릴 적부터 이대로 가다간 지구는 그대로 멸망한다는 말을 계속해서 들어왔다. 하지만 그만큼 뻔하기에 막막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노력해봐야 미국이나 다른 큰 나라에서 하는 환경 파괴가 더 심해라고 말하며 아예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우리는 한시가 급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 시간들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면서도 눈을 가리고 있다. 아마 거대한 무력감이 한 몫을 할 것이다. 나 하나가 노력해도 어찌 되지 않는다는 무력감은 실로 거대하다.

동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 피폭의 위험에 처해있다. 나는 그 생각을 하고 난 뒤부터 도저히 독후감을 쓸 수 없었다. 책에서 나온 환경오염 방지책들을 노력해보기도 전에 무력함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 모든 게 불러올 미래가 두렵다. 인류는 결국 원죄를 받아들일 때가 올텐데, 그게 절대 자신들이 살아있을 때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인류에 본인을 넣지라도 않는 것 같다. 꼭 인류가 망해도 지하실에 본인들은 잘 숨어서 살 것마냥 군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약간의 관심으로도 되지 않는 문제들은 대체 어쩌면 좋느냐고. 나는 그 정치인을 뽑지 않았는데 대다수의 의견으로 인해 결정되어버린 사안은 어떻게 해야하냐고. 이 오갈 곳 없는 분노는 대체 어디로 가야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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