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 왜 지금 노무현인가
이장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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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좌우진영에 따라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과 18년동안 장기집권을 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전과 독재라는 양극단의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공과 과, 어느 하나만 존재하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공은 공으로 인정하고, 과는 과대로 반성을 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자신의 논리에만 사로잡혀 특정 대통령에 대해 찬양일색이거나 비난일색인 경우가 많다. 바야흐로 지금은 인공지능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관적 잣대가 아닌,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 시대를 바라보고 인물을 평가하고 거기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뽑아 국민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런점에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돌아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만큼 존경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참여정부였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일어났던 커다란 사건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당시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관련된 주변 정치인들과 정당들의 역학관계, 경제상황, 그리고 요동치는 국제정세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한 주제의 마무리는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치인들의 대담을 통해 그 시대에 내린 결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많은 정치인들중에 일부는 오늘날까지 정치판에서 오르내리는 인물들인지라 그들의 과거행적을 통해 정치는 정권에 따라 단절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연속적인 흐름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정치는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그 시대가 정확히 구분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다수의 정치인들이 꾸려 나가는 것이므로 정치인 하나 하나의 의식이 시대흐름을 만든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책에서 눈에 띄었던 부분은 노무현의 개혁에 대한 생각이었다. 과대해진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한다. 당정을 분리해 대통령의 당무개입을 금지한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일을 맞추고 국회의원은 중선거구제를 통해 선출한다. 이런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논의의 중심에 있는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이십년전에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었더라면 오늘날 정치판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양당체제속에서 비생산적인 소모전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제3당이 살아남아 극단적인 갈등을 줄이고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계엄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더라도 정치판을 바꿔 보고자 하는 노무현의 시도는 결국 무위로 끝나 버리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책을 읽으면서 신념은 있지만 그것을 구체화시켜나가는 노련한 기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내편으로 만드는 인고의 마음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당정분리를 통해 하향식, 수직적 정치문화를 타파하고 돈 안드는 투명한 선거를 만들고자 했지만 노무현 자신은 정작 당정분리로 인해 당정이 유리되고 고립무원에 빠지는 처지가 되었다. 이루고자 했던 일들이 정치상황에서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세심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던지고 보는 정치를 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노무현 자신의 성정과 더불어 대통령 자리에 대해 공부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다. 저자는 실제로 노무현은 인권 변호사로 시작한 정치 여정에서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았지만 국제,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식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런 연유로 미국이나 기업, 노사에 대한 생각들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 많이 변화되었는데 이러한 부분은 상대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채 링에 오른 권투선수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재조명해 볼 때 한미FTA, 깨끗한 선거, 행정 전산화등은 시비의 여지가 없는 노무현의 업적이라고 말한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노무현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고졸이라는 한계를 끊임없는 독서와 토론으로 극복해 나갔다. 잘 해보고자 하는 열정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뒤지지 않았다.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여유롭게 살 수도 있었지만 부림사건으로 인권변호사로 전향한 이후에는 없는자의 편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삶은 극단에서 극단을 오갔다. YS의 추천으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판에 들어섰지만 명분과 대의를 기치로 여겼고 소신정치를 이어나갔다. 5공화국을 청산하는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국회의원으로 주목받았다. 국회의원 당선에 따놓은 지역을 스스로 던져 버리고 험지로 가서 낙선했다. 그리고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를 극적으로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은 명분과 도덕성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를 실천하지 못할때는 고뇌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덕성과 명분을 중요시 여긴 노무현의 말로가 가족의 비리로 인해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오늘날 노무현 정신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것은 자신을 내던지더라도 정치를 바꿔보고자 했던 마음,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을 꿈꾸었던 순수한 이상, 그리고 소탈했던 행적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보 노무현이라고 불렀다. 오늘 노무현을 다시 소환해보는 것은 대의를 생각하지 않고 너나없이 정파의 이익과 진영의 논리를 가지고 싸움박질이나 하는 정치판에 국민들이 진절머리가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공도 많지만 서툴고 과도 많은 대통령이었다. 이제는 공과 과를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노무현이 가졌던 정치에 대한 대의를 기성정치인이나 국민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새정권의 미래를 열어가려는 즈음에 의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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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성인 - 파리민수 정일영의 인생썰
정일영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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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스쿨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저자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우연히 침착맨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송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유명해졌고 이 기세를 몰아 저자는 프랑스 유학생활등 지금껏 살아왔던 일상의 에피소드를 모아 책 한 권으로 엮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성격이 굉장히 내성적인 극내성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내성적인 성격이 맞나 싶게 세상을 좌충우돌하면서 살아간다. 저자는 세상 기준에서 보자면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쎄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썰렁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이런 부분이 책에서는 유머코드로 등장한다. 또한 솔직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도 있었다. 출근길 저자는 버스에 앉아서 무거운 가방을 둘러멘 여학생의 짐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거절하는 여학생에게 오기가 생겨 가방을 억지로 당기다가 그만 버스에서 넘어지고 만다. 이 상황만으로도 웃음이 나는데 저자는 이 여학생을 그날 다시 강의실에서 조우한다. 서로 놀라고 창피하고 멋쩍어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강의실에서 갑자기 생각난 노래를 흥얼거린다. 다른 학생들은 이게 무슨 영문인지몰라 어리둥절했을 것이고 저자나 여학생에게는 오랫동안 잊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저자는 이 이야기를 비롯해 도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대놓고 이야기하기에는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도 가감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프랑스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라서 더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인 교육과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는 아니다. 프랑스는 하나의 답만 정답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답이 여러개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관용적인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도 획일적인 문화에서 점차 변화되고 있지만 저자의 학창시절인 80년대는 교육에서도, 인생에서도 오로지 하나의 정답을 인정하는 출구없는 사회였다. 이와 관련된 저자의 친구 이야기도 웃음이 나왔다.

 

중학교 때 과학시간에 친구는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급강하하는 상황에서 바닥에 부딪치기전에 공중으로 점프를 하면 충격을 피해 살 수 있지 않는냐는 질문을 던진다.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충분히 과학적으로 분석해볼 만한 일인데 친구는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얻어맞았다. 더 웃긴 상황은 호기심 많은 친구가 다음 과학시간에 기차가 충돌하면 기차 안에서 공중으로 뛰어 오르면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비슷한 버전의 질문을 또다시 던져 복도 밖으로 나가 벌을 받았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안에는 하나의 길에서 벗어난 곁가지들을 인정하지 않았던 우리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그 곁가지가 더 성장에서 다른 분야의 화려한 꽃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인데 말이다.

 

자신의 흑역사까지 솔직가감하게 늘어놓는 저자의 개방성이 인상적이었다. 대학과 인강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쳐 왔지만 사실 자신은 학창시절 공부를 꽤 못했는데 운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솔직함과 자신의 창피했던 일들도 웃음의 코드로 소화시키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잔잔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책은 프랑스의 관습과 문화도 엿보면서 저자의 개그 코드에 웃으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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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 KOTRA가 엄선한 비즈니스 게임 체인저
KOTRA 지음 / 시공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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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느끼는 불편한 것을 고민하고, 연구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인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어 나간다. 2025년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랜드를 다양한 분야에서 소개시켜 주는 책을 읽으며 세상이 고도로 전문화, 세분화되면서 변화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변화의 최첨단의 선두에는 IT기술과 인공지능이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한 발 앞서 미래로 달려가서 최신의 트랜드를 살펴보는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다.

처음 온라인으로 옷이나 신발같은 것을 판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직접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을까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옷의 온라인 판매는 크게 활성화되어 있다. 그런데 스터치 픽스라는 회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나에게 딱 맞는 옷을 대신 골라준다고 한다. 쇼핑몰에서 AI 알고리즘의 분석 과정을 거친 후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추천받아 가상의 세계에서 옷을 입어본 후 마음에 들면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총 5가지 패션 상품을 배송받는데 주문받은 고객의 80%가 그 중 하나 이상의 제품을 구입한다고 하니 고객 만족도도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인형 맞춤옷은 고객이 옷을 고르는 수고와 시간을 줄여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과정에서 고객의 취향과 사이즈, 예산등의 지극히 사적인 정보가 회사로 넘어가는 점은 우려스러워 보였다. 편리함을 위해서는 받는 만큼 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인가 보다. 또한 이제는 옷 한 벌을 고르더라도 AI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대인가하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만약 AI가 추천하는 옷과 자신의 직감이 선택한 옷이 다르다면 어떤 옷을 선택해야 할까? 책의 주제와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지만 약간 철학적인 냄새를 풍기는 이러한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개인적인 단상을 뒤로 한다면 초개인에 맞춘 AI의 약진은 놀랍다. 이러한 개인에게 맞춤으로써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은 달리는 자동차안에서 아기를 돌봐주는 로봇 인형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의 낫산 자동차는 혼자 뒷좌석에 있는 아기와 소통할 수 있는 ‘이루요’라는 로봇 인형을 개발했다. 이 로봇 인형은 뒷 좌석에 아기와 마주 앉은 채 운전하는 부모의 명령에 따라 여러 형태로 아기와 소통을 시도한다. 가령 로봇 인형은 아기를 상대로 까꿍 놀이를 하거나 크게 손을 흔들며 부모의 노래에 맞춰 움직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기가 3초이상 눈을 감고 있으면 잠이 들었다고 판단한 후 부모에게 알려준다. 핵가족화되어가는 시대에 부모가 아기 걱정없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서는 중국에서 드론으로 활동되는 배송, 무인 전동 수직 이착륙기등 낮은 고도의 하늘을 활용해 탄생한 저공 경제산업이나 태양광, 진동, 열, 풍력등 외부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하베스팅등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기술과 현상들에 대해서 소개해 주고 있다. 지금 시대는 과거에는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던 일들을 현실속에서 구현하고 있는 시대다. 그리고 그 속도는 점차 더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변화하는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멈추어 있다면 결국 도태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기술로 미래를 열어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트랜드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어떤 것들이 세상을 주름잡을 것이며 그것에 뒤처지지 않고 선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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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불신 - 기부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보인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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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기부단체들도 나름대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열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 단체 직원들의 급여도 박봉이라서 사명감이 없다면 버티기 힘들다고 한다. 물론 기부단체에서 기부금을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횡령하는 사건들이 종종 있어왔지만 이는 어느 사회집단에서나 있는 일이기에 기부단체만 항상 결백하기를 바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부단체에 대해 다른 영리 기업보다 휠씬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잣대로 바라보기에 조그마한 잘못에도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높은 기대수준에 부합하지 못한 어금니 아빠와 같은 사건들과 더불어 오늘날 기부단체들에 대해 불신의 벽은 높다. 저자는 그 가장 큰 이유가 기부단체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 기부자도 기부는 하지만 내가 기부하는 돈이 실제로 어떤 곳에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역을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기부단체가 특정 아동을 도와달라면서 모금하는 경우 기부자는 큰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무슨 말인가 하면 TV에서 아픈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동의 모습을 보고 후원을 마음먹었다고 해도, 내가 후원한 금액이 전액 해당 할머니와 아동을 위해서 쓰이지 않는다. 여러 행태로 모금한 모든 기부금은 국내사업이라는 계좌로 들어간 후 여기에서 각종 사업에 골고루 분배되어 쓰인다. 기부자가 후원한 금액중에 실제로 아동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생각보다 휠씬 적다. 그렇다면 기부단체는 후원한 아동에게만 전적으로 기부금이 쓰이지 않음을 해당 기부자에게 사전에 공지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우리는 어른보다는 어린아이의 불행에 더 큰 동정심을 느낀다. 그래서 어린 아이의 불행을 전면에 내세워 기부금을 모으는 것이 유리하다. 여기서 일종의 딜레마가 느껴진다. 결과만 좋다면(많은 기부금을 모아서 더 많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그 과정상에 조금의 문제가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 논리가 성립하는 것일까? 저자는 당장은 모금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런 방법은 바르지도 못하고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부단체가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런데 그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운영비에 관한 것이다. 기부단체는 모금의 위해 회사를 설립하고,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고, 홍보를 하며, 후원금액에 대한 결재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등 각종 운영비가 든다. 그런데 이러한 운영비가 기부자들이 보기에는 높다는데 있다. 기부자들은 기부단체가 보통 기부금에서 15%만 운영비로 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휠씬 더 많은 금액을 운영비로 사용한다. 가령 월드비전은 27.6%, 세이브더칠드런은 42.2%가 운영비라고 한다. 이러니 기부단체가 투명하게 사용내역을 공개했을 때 기부자들이 이러한 운영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세상이 점점 투명한 정보공개 시대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형 기부단체뿐 아니라 네이버 해피빈등 다른 형태의 참신한 기부방법을 통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부단체가 잠시동안의 모집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부자들이 안심하고 믿고서 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이 밖에도 기부단체가 어떻게 사업결정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잘못된 도움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십 년전쯤 유행한 아프리카에 헌 옷 보내기 캠페인은 오히려 현장에서 옷만 대량 폐기되게 만들어 환경문제를 유발했다고 한다. 탐스슈즈가 진행했던 한 컬레를 팔면 한 컬레를 빈곤국가에 기부하는 1+1 행사도 오히려 해당 개발도상국의 신발 시장 붕괴만 야기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올바르게 기부금을 모집하고 기부자가 인정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사용하는등 기부와 관련된 일들이 생각보다 휠씬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모두 여유있는 사람도 아닐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좋은 마음을 가지고 하는 기부금이 올바른 시스템에 의해 바르게 쓰였으면 좋겠다는, 또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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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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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0년전에 발생했던 아동 연쇄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추리소설이다. 가메이도 겐과 이요는 초등학생인 리카와 사나에를 납치하고 강간, 살인까지 저지른 범인으로 붙잡혀 사형을 선고 받는다. 하지만 진범은 따로 있었다. 사건 당시 경찰이었던 세이지와 손자인 아사히를 중심으로 구성된 일종의 네티즌 수사대는 여러 증거를 찾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한다.

이후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잘못을 했으면 그 자리에서 인정하고 바로 시정해야 더 큰 잘못으로 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간부는 자신이 진범이 아닌 가짜 범인을 재판에 회부했다는 사실을 진범의 협박으로 나중에서야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자신과 식구들의 안위만을 걱정한 나머지 범인의 범행을 은폐하고 동조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무덤을 파게 된다. 책에서도 한가지 잘못을 덮으려면 열 가지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나오는데, 정말 옳은 말이라고 생각된다. 무조건 솔직함이 답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이 재심을 신청하기도 한다. 영화로도 나왔지만 정말 당사자가 겪는 억울함은 클 것이다. 그런데 가메이도 겐은 아동 살인자라는 누명을 벗을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범인을 보호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다. 사실 겐은 나름대로 정의감도 갖춘 좋은 사람이었지만 주변 환경은 그를 세상밖으로 밀어냈다. 공범으로 몰린 이요도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어린시절 방치되고 학대받으면서 올바른 어른으로 자라지 못한다. 이러한 겐과 이요를 보면서 이시바시 데쓰는 그들은 자신과 다를바 없다고 고백한다. 데쓰도 자신을 얽어매는 고모의 강요로 우울증에 빠지는등 고뇌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가정환경이 있었다. 그것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면서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 결국 데쓰와 겐, 이요 사이에 인생을 갈라놓은 것은 그들이 처했던 집안환경과 주변의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우리 주변과 세상에 대해 좀 더 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아동에 대한 끔찍한 성적 착취 이야기가 나온다. 비록 짧게 묘사되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탈을 쓰고서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그 장면을 상상하면 참혹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그러한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 이유를 모두 자신이 아닌 피해자에게 돌린다. 그 아이가 나를 유혹했기 때문에 나의 책임은 없다는 식으로 죄를 회피한다. 그런 심리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자신보다 약한 존재가 무참하게 고통받는 모습에서 자존감을 확인하고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책의 마지막 장면은 범죄는 되풀이 되며 그 씨앗은 지금도 아주 평범한 모습으로 뿌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오직 학교 성적으로만 자녀를 판단하고 학대하며 아이를 방치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범죄가 자라고 있다. 아이는 음란물과 폭력물에 무방비로 누출된 채로 부모와 사회에 복수를 꿈꾸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끔찍한 범죄의 원인이 환경에 기인하는지, 아니면 선천적인 뇌 구조에서 비롯되는지 논란이 많다. 둘다 포함한다가 정답에 가깝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성과 관련된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 자극에 초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책은 450페이지의 장편소설이다. 도입 부분이 조금 긴 듯 하지만 그 과정을 넘기면 다음 장면이 궁금해 계속해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몰입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함께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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