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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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다짜고짜 자기 앞에 앉은 전기작가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이 사람은 최근 스티브 잡스를 능가하는 창조적 인물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이다. 에디슨과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낭만적 옛 시절이 지나가고, 저성장의 그늘과 기술한계에 대한 담론이 세상을 뒤덮는 요즘의 상황에 비추어볼 때, 일론 머스크라는 인물이 보인 삶의 행적은 미래의 설계자라는 책의 부제에 충분히 부합한다.

 

금번에 출간된 일론 머스크의 전기는 지금까지 다른 유명 기업가들에 가려졌던 우리시대의 새로운 예언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생하게 조명한다. 책은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묘사로부터, 로켓회사인 엑스 스페이스와 자동차 기업인 테슬라에 대한 도전을 거쳐 미래산업에 대한 전망을 풀어놓는 종장에 이르기까지 총 11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일론 머스크가 그의 재능을 처음 드러낸 때는 1984년이었다. 컴퓨터라는 용어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 머스크는 이미 167줄의 명령어로 기동하는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발표하였다. 이미 앙팡 테러블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지만, 이것만으로는 단순히 IT 관련 여타의 유명인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 특이한 아이의 호기심은 컴퓨터 게임을 직접 만드는 것으로 만족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동서고금의 특별한 천재들이 다 그렇듯, 꽤나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학창시절을 마무리한 머스크는 Zip2라는 회사의 운영을 통해 커리어의 첫걸음을 보여준다. 1995년은 아직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서 어떤 무게를 갖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던 사람이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이 시점에 머스크는 web을 서핑하는 대중에게 사업체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면 그것이 매우 가치있는 광고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당시 머스크는 서비스 공급을 위한 코딩을 전적으로 혼자 담당하여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모습에서 이미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짐작이 단적으로 가능하다.

 

당시 일론의 주위에서 일하던 한 사람은 일론의 사전에는 안된다라는 단어가 없고,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도 모두 그런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하죠.” 라고 쓰고 있다. 머스크는 첫 회사운영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하여 상당한 수익을 얻었다. 그의 첫 성공에 대하여 작가는 실력과 운이 모두 뒷받침되었다고 적고 있지만, 상세하게 묘사된 그의 삶의 방식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하였던 virtu를 발휘하여 fortuna를 사로잡는 군주의 모습을 이미 보이고 있다. 이런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에게 운명이 장난을 칠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

 

인생 초년생 시절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머스크는 이미 일반인과 다른 삶의 궤적을 걷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정도에서 그의 변화가 마무리되었다면, 그는 경영학 교과서의 혁신 모범사례 중 하나로 인용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의 그의 행보는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비범함이 전주곡에 불과했음을 똑똑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처음으로 민간회사에 의한 상업용 화물 로켓을 개발하는 시도를 생각했다는 점은 이 사람이 야망이 과도하게 큰 인간인지, 아니면 반쯤 미친 몽상가인제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한가지 시도도 범인의 그릇을 뛰어넘는데 그는 전기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몽상적 시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앞일을 내다보는 선지자가 성공만을 거듭하는 영화적 스토리였다면, 이 책은 그대로 기업가를 모델로 한 성공소설이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머스크는 본인이 가진 야망의 그릇만큼의 실패와 불안과 고통을 한몸에 겪는다. 그래서 보통사람의 그릇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독자들은 읽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머스크와 함께 일해왔던 워든이라는 엔지니어는 그를 생각하는 규모가 남달리 큰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실패를 발판삼아 끊임없이 전진하는 이 사람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찬사는 없다.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미술운동의 표어에는 현실이 허구를 능가한다는 표현이 있다. 머스크가 보여주는 불가능과 그 극복의 연속에 대한 묘사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진정 오늘의 현실을 사는 우리 옆에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이 펼쳐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평범한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정말로 여름 휴가를 함께하기에 걸맞는 SF 소설같은 책이다. 머스크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나는 화성에서 죽고 싶어요. 충돌해서가 아니라 이상적으로는 화성을 방문했다가 잠시 지구로 돌아오고 다시 화성에 갔을 때 나이가 일흔 정도 되었다면 그냥 그곳에 머물고 싶습니다. 물론 사업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었을 때 가능한 이야기죠.” 내가 살아서 이 이야기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싶다는 기대가 생겼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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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케이스스터디인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케이스 스터디인가 - 복잡한 현상을 꿰뚫는 관찰의 힘, 분석의 기술
이노우에 다쓰히코 지음, 송경원 옮김, 채승병 감수 / 어크로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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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이제 학문의 방법론으로 양적 분석이나, 통계적 기법을 동원하지 않는 학문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실험실 과학 이외에도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접근을 강조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적 방법론의 특징으로는 사실을 근거로 한 문제 파악, 정교한 이론을 활용한 문제 분석등을 들 수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는 잘 수집된 데이터이다. , 사실에 기초한 데이터를 다량 수집하고, 이 데이터들이 말하는 바를 바탕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사업 관리와 운영의 체계화를 목적으로 시작된 학문인 경영학의 경우에도 사실에 기반한 분석적 문제 해결은 더욱 요구되는 경향성은 비켜나가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의 경영관련 학술 연구들은 대부분 통계적 방법을 동원한 연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경영 실무의 현장은 예측이 어려운 변화무쌍함이 지배한다. 따라서, 데이터에 기반한 이론적 틀 밖에 있는 개별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를 검토해두는 것 또한 경영학에서는 아직껏 중요한 학문적 방법론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의 감수자는 서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경영학에서 케이스 스터디가 각별한 이유는 경영학이 실용학문이기 때문이며, 실용학문의 중요한 사명은 학계에서 발견, 정리한 통찰을 현장 사람들에게 고루 전파하는 것이다.’ 라는 내용이다. 이를 보면 경영 이외의 다른 중요 실용학문에서도 아주 비슷한 면을 발견해 올 수 있다. 경영과 전혀 동떨어져있지만, 마치 경영처럼 실무현장에서의 변수가 크게 작용하는 또다른 학문은 의학이다. 1980년대 이후 의학에서도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 이라는 흐름을 바탕으로 엄격하게 수집된 다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해석한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 또한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대면하는 모든 경우의 수에 이처럼 통계적으로 일관성을 갖춘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 때문에, 과거에 비해서 그 비율이 축소되었지만 아직까지 중요한 의학 연구의 방법론으로 다뤄지는 것이 바로 이 책에서 다루는 것과 아주 유사한 증례 보고(case report)라는 연구 방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은 비록 경영학을 주제로 다룬 서적이긴 하지만 다양한 실용학문 전공자에게 유용할 수 있어보인다.

 

중요한 의학 저널에서 증례 보고가 인정되는 경우는 기존에 정설로 인정되고 있는 의학적 지식을 반박할 수 있는 수준의 영향력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실용학문의 세계에서 이와 관련되어 항상 기억해 두어야 하는 용어가 나심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블랙 스완은 유럽인들이 호주에서 처음 검은 백조를 발견하기 전까지 그 가능성을 부정했던 사실에서 유래한 은유적 표현임을 설명한다. 이런 블랙 스완은 확률적 무작위성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애초에 예측이나 대비가 불가능한 것이다. 경영 현장에서의 변화무쌍함이나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 상태의 다양성이 바로 이런 블랙 스완들이며, 이들에 대해 기존의 지식만으로 모두 잘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저자는 다시 한번 학자의 사며은 블랙스완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강하게 사례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이 책에서 서술의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미국 경영학회지에 실린 양질의 사례 연구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사실, 어떤 학문 분야이든 잘 작성된 논문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 방법은 없다는 것은 모든 초학자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 공부하는 이들에게 모범적 사례를 알려주더라도 이것이 어떤 면에서 좋은 학문적 성과인지 알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련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 특유의 스칼라십을 동원하여 초학자들에게 그런 수고를 완벽하게 덜어주고 있다. 첫 챕터에서 다룬 지역교회 사례연구의 경우, 저자만큼의 내공을 지니지 않은 이들이 이 논문의 원문을 직접 읽어보았을때 운이 좋았구나정도의 반응이 아니라면 혁신이 중요한가 보구나정도 이상의 소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저자는 해당 사례연구의 진정한 장점으로써 데이터의 수집 및 처리 방법,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오류 방지법, 데이터의 적절한 선택 및 분석등을 날카롭게 요리하여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두가지를 얻을 수 있다. 예시가 된 연구가 어떤 진정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고 연구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지견과 함께, 내가 사례 연구를 한다면 이러한 점에 주의하여 진행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그것이다. 목차와 이론적 틀의 제시를 통한 주입식 교육이 아닌 그야말로 스스로 깨닫는 교육이 지면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음을 경험하는 것은 실로 인상적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사례분석이라는 연구 방법론을 동원할 여지가 있는 모든 분야의 학문 전공자들에게 이 책을 한번 이상 검토해볼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 언급한 처음의 사례 이외에도 이어지는 주옥같은 예시 논문에 대한 분석은, 학자가 연구를 위한 관찰을 진행할 때 최소한 어느 정도의 자세를 갖추고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완벽한 모범 사례를 보여준다. 경영 논문이 소재가 된 책이지만 경영실무 관련자에 국한됨 없이 학문으로써의 사례연구를 검토하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정도의 스칼라십이 드러나는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본의 학문적 깊이에 경의를 표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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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6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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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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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라는 표현을 사용한 논문에서, 공산주의가 패배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유일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에 이르러 역사는 종말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덧붙여, 안정된 근대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는 자유와 평등의 2대 원칙을 불완전하게 적용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과연 20여년이 흐른 지금의 세상은 그러한 예언대로 되었을까? 1990년대 이후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 주도하에 세계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및 자본주의의 우산 하에 통합된 점이라 할 것이다. 실제 이루어내지는 못하였지만, 평등을 주된 가치로 삼아왔던 공산 이데올로기 국가들이 모두 경쟁을 모토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복속되었다는 사실은 부와 권력의 불평등에 대하여 합리적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세력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음을 암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세계적 체제에서 파생된 문제가 더욱 심화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필립 피케티 등의 학자가 쓴 자본주의 비판 서적들은 일반 독자에게까지 매우 널리 읽히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모순 및 반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장일로에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판적 목소리가 많은 호응을 받는 것과 별개로 실제 우리의 현실과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올 조짐은 별로 없어보인다.

 

이런 시점에 기존의 진보적 학자들과는 달리 주류 자본주의 체제의 한가운데 서있던 학자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주제로 담은 책을 냈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 인상적이다. 사실, 경제경영 분야 서적을 자주 접하는 독자들에게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의 방향성을 반성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로버트 하일브로너 등 학자와는 거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의 스승 중에는 그 유명한 시카고 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의 대표적 업적은 상품의 판매를 증대시키기 위한 전략인 마케팅 이론의 과학화이다. 이런 인물이 내놓는 자본주의 비판서의 내용이 과연 어떤 내용일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어왔던 독자라면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제목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이 책의 목차 구성은 마치 경제학 비판 개론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포괄적이다. 당장 눈에 들어오는 주제만 골라봐도 빈곤, 불평등, 환경, 경기순환, 금융, 일자리 등 흔히 현재의 경제체제를 비판할 때 언급되는 주제들이다. 해서 기존에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유사한 주제의 책들을 탐독해오던 독자라면 목차만으로도 식상함을 느낄 영지가 있다. 그러나 저자가 책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자본주의라는 단어의 개념정의조차 어려움을 겪는 독자들, 또는 저자의 말처럼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은 있지만 필립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의 두께에 놀라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하나의 마중물로써 기능할만한 구성으로 볼 수 있겠다.

 

저자의 학문적 발자취에서 예상이 가능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유지하는 선에서 서술을 전개한다. 이런 인식은 책 프롤로그의 개인이나 집단의 의지가 확실하다면, 문제가 있는 곳에서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마련이다.’라는 문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어디 세상의 문제가 그렇게 의지만으로 해결되던가. 본문 첫 부분의 빈곤관련 파트를 보자. 저자는 먼저 빈곤의 원인에 대한 기존 전문가들의 분석을 첫 번째 스스로의 잘못, 두 번째 다산, 세 번째 빈곤층이 가진 대체 가능한 자산의 부족, 네 번째 지배층의 탐욕으로 정리한다. 그런데, 주로 무엇이 빈곤의 주된 원인으로 기능하는가에 대한 저자 자신의 분석은 여러가지 이유의 복합이다. 해결책에 대해서도 기존의 논쟁을 간략히 정리하여 제시한 후 그것과의 별다른 논리적 도출점은 제시하지 않고 민간분야의 참여, 다양한(!) 방법의 활용, 소셜 마케팅의 활용, 정부 프로그램의 무용등을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의 전개 과정에서 관련 주제에 대한 치밀한 학문적 분석이나, 저자 나름의 혜안이 담긴 체계적 원인 분석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제시된 해결책 또한 꽤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예컨대 정책 관련 연구자나 실무자가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위와 같은 저자의 의견을 통해 대체 어떤 지견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내 현실과 관련한 다른 중요한 주제로 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자. 필립 코틀러 교수의 일자리 부족에 대한 원인 분석은 전반적으로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가 일부 인용하기도 하였지만, 이러한 인식은 사실 러다이트 운동 시절의 노동자들의 기술에 대한 인식과 거의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요약하자면 새로운 기술 개발 및 기업가의 자발성에 의존한 일자리 창출정도 이상은 아니다. 굳이 더하자면 무급휴가정부 사업의 확장등이다. 이러한 주장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원인분석 및 해결책으로 신선한 면이 별로 없으며, 최근에는 그 실효성조차 의심받는 내용으로 굳이 필립 코틀러같은 대가의 입을 빌려 다시 들어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임금 경직성 이론 등 기존의 노동경제학과 관련된 이론적 틀을 빌려 보다 체계적인 원인 분석을 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추가적으로 도출하는 서술이었으면 더 읽는 재미가 배가되지 않았을까?

 

아쉬운 점만을 언급해나가다 보니 책에 대한 비판적 언급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경제경영 서적을 매달 5권 이상 읽지 않거나, 신문의 경제면만 읽으면 머리가 아픈 이들이라면 한번 집어들어 읽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적어도 그동안 어떤 우리가 몸담은 자본주의 체제의 어떤 지점에 문제가 있는지 그간의 논의를 명료하게 정리하여 좌표를 설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교양서임에도 꼼꼼하게 참고문헌의 정리가 되어 있는 편으로, 독자들의 추가적 목마름은 이 참고문헌 목록을 통하여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 약 2시간 정도면 다 읽어볼 수 있을 정도의 지극히 평이한 서술은 개론서를 지향한 것으로 짐작되는 이 책의 편집의도에 잘 부합한다. 못내 안타까운 점은 필립 코틀러라는 대가가 갖는 네임 밸류에 이 책의 무게감이 적절한가일 뿐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힘들고, 내일은 오늘보다 힘들 것 같은 삶의 이유를 어디서부터 찾아야할지 모르는 이라면 부담없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부터 한번 짚어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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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구글은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 기업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사물인터넷과 알고리즘의 비밀
벤 웨이버 지음, 배충효 옮김 / 북카라반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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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행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예측하게 하는 기술의 발전이 어떻게 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기업경영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인간 행동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만든 기술-소시오매트릭 뱃지 등의 센서 기술-의 발달을 통해 인간행동을 예측하고 나아가 인간행동에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음을 이제 누구도 쉽게 부인할 수 없는 세상에서 저자는,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만 주목하지 않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환경의 제공 등 인간중심의 빅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적 기업들의 사례들을 통해 보여준다.

 

특히, 복잡다단하게 변화하며 그 범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현대의 기업환경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조직을 이루는 구성원간의 소통과 협력이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설명하고 있다. 구성원간 신뢰도나 만족도가 높은 응집성네트워크와 외부자극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변화를 꾀하기 쉬운 다양성네트워크의 비교, 기업의 특성에 따라 어떤 방식의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작동시킬 것인가의 문제, 업무환경에서 직원들간의 소통시간-휴식시간 및 장소의 제공 등-을 조정하는 정도의 작은 시도만으로 생산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지 등의 사례는 꽤나 흥미롭다.

 

기술적으로 가능해졌고 또 경제성을 고려하여 오프쇼어링이나 재택근무 같은 근무환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직원과 직원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의사소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생산성향상 효과가 크다는 것이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첫번째 정보이다. 또한,  최근의 업무가 디지털, 온라인 환경에서 많은 부분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사무실에서의 자리 배치 같은 물리적인 환경의 작은 변화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 또한 기존의 경영 이론에서 이론적으로 구현되었던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네트워크의 응집력을 높이면서도 캠퍼스 개념의 회사도시를 건설하여 타부서나 외부자극에서 올 수 있는 serendipity의 힘을 활용하고자 한다는 주장은 더 큰 힘을 얻는다.  따라서 기업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빅데이터가 보다 강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뒷받침하는 셈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다 보면, 빅데이터의 활용이 가져올 수 있는 기업경영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장미빛 기대만큼이나 빅데이터가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저자는 다소 낙관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업이 살아남고자 하는 몸부림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에 대한 여력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아쉽다.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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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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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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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출간되는 경영서적들을 둘러보면, 전문서와 일반 교양서를 막론하고 계량적 분석을 중시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일반 인문학 서적에서도 현상의 객관적 분석을 위해 통계적 기법과 빅 데이터를 동원하는 추세인만큼, 이러한 흐름은 경영서에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경영학의 영역이 아닌 실무자들에게 있어 경영이란 살아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이 때문에, 경영 실무를 위한 공부에 있어서는 엄격한 양적 분석만큼이나 다양한 사례를 접함으로써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출간된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s)’은 이런 용도의 쓸모에 부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경영서와 달리 경영 이론에 따른 사례 배치가 아니고 개별적 제목이 달린 12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음이 이채롭다. 이는 이 책이 애초부터 경영학의 학문적 이론 설명에 딸린 부교재로 기획되지는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자인 존 브룩스의 약력을 살펴보면 경영 관련 전공자나 실무자가 아니며, 유려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기자였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특징이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볼 수 있다.

 

각각의 에세이들은 그대로 경영학 교과서에서 분석해도 될만한 중요한 사례들을 담고 있다. 책의 첫머리인 에드셀의 운명에서는 T형 포드의 판매고를 바탕으로 20세기 초반 세계 자동차 시장을 제패했던 포드사가 가장 처참하게 실패한 ‘edsel’의 사례를 접할 수 있다. 보통의 경영 사례집에서 실패 사례는 잘 다루어지지 않거나, 지극히 피상적으로 다루어지기 일쑤다. 그러나 이 책에서 edsel의 실패사례는 대상을 해부하듯 자세히 서술된다. 동시에 서술자의 어조는 너무나도 객관적이어서 그림으로 따지자면 정물화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흔히 이런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에 대한 서술은 비난과 교훈으로 뒤섞인 문장으로 가득하다. 더군다나 경영학적 기준을 들이댄다면, 성공 사례는 어떤 원칙을 견지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겨운 가르침이 반복되고, 실패 사례는 어떤 이론에 근거하여 무엇을 하면 안되는가에 대한 평가로 재단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미 목차가 경영학 이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여주듯 학문적 가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회사가 파멸로 굴러떨어지거나 유명 기술자가 소송에 처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다. 그저, 순간 순간의 오판 당시에는 분명 최선의 판단이었을 몇가지와 상황이 맞닥뜨릴 때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할 뿐이다. 저자는 이를 마치 탐사보도에 몰입한 기자처럼 그저 최대한 자세히 묘사한다. 이는 중요한 경영사례를 공부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생각의 여유를 주는 크나큰 장점이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평가해보는 과정에서 경영 실무자의 감각이 트레이닝 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경영 이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정말 경영이 무엇인지알기 위해 이 책을 접한다면 일견 불친절하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서술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이 책은 근래에 보기드문 전문 실무자를 위한 사례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경영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도 서술된 정보를 샅샅이 검토하여 자신만의 해결방식 도출 및 이론에의 연결을 도출해본다면 책을 펼때마다 얻는 것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과 깊이있게 만나고자 하는 독자는 반드시 원서를 함께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책의 곳곳에서 번역자조차도 독해에 어려움을 겪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드러나는 것은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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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낭만인생 2015-06-3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반이이 아닌 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해 만든 책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