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마음챙김 - 전 세계 5천만 명의 삶을 바꾼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 베스트 컬렉션 하루 한 장 마음챙김
루이스 L. 헤이 저자, 로버트 홀든 편자, 박선령 역자 / 니들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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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그리고 루이스 헤이

책 제목에 '마음챙김'이 있으면 일단 살펴본다. 이 단어에 처음 마음을 연 건 장현갑 교수의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을 읽고서다.

<하루 한 장 마음챙김>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커다란 고난과 비애 속에서 살아가던 한 사람이, 자신이 겪은 고난을 어떻게 치유해갔는지를 담아낸 심리 일기다. 독자가 365일 동안 매일 읽을 수 있도록, 하루에 한 페이지를 할당하여 구성했다. 저자 루이스 헤이는 종교과학을 만나기 전까지 매우 비운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루이스는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당하고, 이웃에게 성폭행당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임신하고, 열여섯 살 생일에 갓 태어난 딸을 입양 보내는 등 자신의 굴곡진 인생 역정을 매우 솔직히 여러 차례 이야기해왔다. 그녀는 "나는 자살할 만큼 용감하지 않았기 때문에, 매일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라고 회상하며, 이렇게 덧붙이곤 했다. "내 삶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어떻게든 그럭저럭 견뎌냈어요." (5p)

가정 폭력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한 그녀는 결혼과 함께 행복을 찾는 듯 했지만, 결혼한 지 14년 만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 가정을 버리면서, 루이스의 세계는 무너졌다. "또다시 나락
으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떨어진 나락은 정말 최악이었죠. 내가 바라는 건 그 속으로 기어 들어가 영영 사라지는 것뿐이었어요." (5-6p, 재구성)

그러던 어느 날, 루이스는 한 친구의 초대로 종교과학 강연회에 참석하게 된다. '생각을 바꾸려고만 하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의 변화는 시작됐다. 종교과학 교회에서 신앙 치료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이후 초월명상을 공부했다. 

심리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담자가 내담자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신뢰를 얻지 못하면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마음을 열 수 없고, 상담자는 내담자를 도울 수 없다. 이 관점에서 루이스 헤이의 비운한 인생 역정은 오히려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열쇠가 되었다. 그녀가 1984년에 쓴 책 《치유(You Can Heal Your Life)》는 전 세계에서 5천만 부 이상 팔리며, 루이스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가장 책을 많이 판 여성작가가 되었다(그녀는 1926년생으로 2017년에 생을 마감했다).


미러워크

편찬자 로버트 홀든은 루이스 헤이의 가르침을 열 가지로 정리했다. 그중 첫 번째가 '미러 워크'다. 

루이스는 미러 워크가 자기애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추천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 "사람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날 찾아올 때, 난 그 문제가 건강 악화건 금전적 궁핍이건 불만스러운 관계건 억압된 창의력이건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공을 들이는 부분은 딱 하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뿐이다." (13p)

루이스 헤이가 독려한 방법은, 거울 속 자신을 보며 '사랑해, 널 정말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그 장면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는데 분명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번 따라해보았다. 오글거림, 울컥함, 불안함 같은 여러 심정들이 복잡하게 얽혀들었는데, 가장 크게 느낀 기분은 생경함이었다. 마치 낯선 사람과 눈을 맞춘 다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처럼.

그제서야 루이스 헤이가 왜 이 방법을 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사랑하지 않는 부부가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듯,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자신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지 않겠구나. 그것을 바꾸라는 거구나.

취지를 알았으니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다. 거울을 보며 어떤 대사를 읊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아래의 대사를 떠올렸다.
'OO야. 니가 웃는 게 좋아.' '니가 웃으면 좋겠어, OO야.'

말을 바꾸니 거울 속 나와 눈을 맞추는 일이 훨씬 편했다. 도착지가 사랑이라고 해서 출발지까지 반드시 사랑일 필요는 없는 일. 나는 수정한 방법이 더 마음에 들었다.


노년에도 생기 넘쳤던 마음의 힘

그녀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훌륭한 롤모델이다. 나는 인생 역경을 치유한 그녀의 방법론, 그리고 그녀가 남긴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언어가 모두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닮고 싶은 점은 노년에도 젊은이처럼 생기 넘쳤던 그녀의 정신이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내 삶에 불꽃이 피어납니다.
새로운 공간에 과감하게 발을 들여놓는 건 매우 흥미로운 일이죠.
내 앞에는 좋은 일만 있다는 걸 알기에
인생이 날 위해 준비한 게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새로운 모험은 우리의 젊음을 지켜줍니다.
그리고 모든 방향으로 애정 어린 생각을 보내면
우리 삶이 사랑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여든여섯 살은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18p)

여든여섯 살에도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마음의 힘이라니! 이 힘을 후천적으로 만들어 낸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


나는 내 생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루이스와 함께 집 근처 자연 산책로로 산책을 나갔다. 크고 오래된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밝은 햇빛을 가려줬다. 그때 우리는 그녀가 평소 주장해온 '자신의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원리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다.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녀는 "생각에는 당신이 부여하는 힘 외에는 다른 힘이 없다는 뜻이에요."라고 말하며, 생각은 우리가 그들과 동일시할 때만 크고 강력해질 수 있는 아이디어(의식 속의 가능성)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마음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상가니까, 자기 생각이 진실인지 아닌지 선택할 수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녀의 원칙 중 하나는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생각이며, 생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건 대부분 무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은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내 내면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신호다.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마음과 친구가 되어 자기가 그 생각을 한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일깨우는 것이다. 행복은 언제나 생각 하나 차이일 뿐이다. (44p)

이 책의 백미는 '나는 내 생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이다. 너무나 많은 이들에 의해 인용된 문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다시 한번 이야기해 보자.

만약 당신이 거울을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갑자기 추락하는 기분으로 인해 두려움에 휩싸이거나,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혀 공황에 빠진다면, 그래서 견디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면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의 고통은 사실은 당신의 바람 때문에 생긴다는 걸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슬프지 않기를, 안전하기를, 두렵지 않기를, 괴롭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당신이 괴로운 이유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은 자신의 상처를 괴로워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진실인가. 상처인가 아니면 사랑인가.

루이스 헤이는 '그 선택은 당신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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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다는 당신을 위한 온전한 독서법
장경철 지음 / 생각지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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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법에 관한 책 5권

책을 읽는다는 건 뭘까?
작년에 갑자기 독서가의 길로 들어서서 이 책 저 책을 두서없이 읽기를 반 년,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근데 책은 어떻게 읽는 게 좋은 거지?
말하자면 당구에 재미를 붙여서 막 치다보니까 80 다마가 되었는데, 문득 이런 궁금증이 든 거다. 근데 큐걸이를 어떻게 잡아야 좋은 거지? '공을 큐로 잘 친다'는 건 뭐지?

그리하여 인터넷 서점을 서핑하기 시작했다. 책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일. 게다가 이번 쇼핑의 명분은 꽤 훌륭했기 때문에 아내의 타박도 없을 것이었다. 어떤 책이 좋을까. 독수리의 눈으로 탐색하다가 몇 권의 책을 발견했다.

1. 기적의 독서법 - 니시오카 잇세이
2.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 - 장경철
3. 공부머리 독서법 - 최승필
4. 책 읽는 뇌 - 메리언 울프
5. 독서의 기술 - 모티머 J. 애들러외

오늘 쓰는 글은 위 다섯 권의 책 중 2번, '진작 이렇게 책을 읽었더라면'의 서평이다.


책의 구성 : 답답한 전반부를 뛰어넘는 훌륭한 후반부

책의 전반부를 읽을 때는 조금 답답했다. 후반부를 읽을 때는 같은 책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빨려 들어갔다. 책은 총 네 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을 보면 나의 심정이 이해될 것이다.

Chapter 1 왜 공부해야 하는가
Chapter 2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Chapter 3 어떻게 책을 읽을까
Chapter 4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아래에서는 각 챕터를 간략히 설명한 다음 책을 읽으며 특히 좋았던 부분에 대해 수다를 떨고 싶다.

1. Chapter 1 왜 공부해야 하는가
이 챕터를 읽을 때는 반감이 많이 들었다. 일단 '왜 공부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왜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제목부터 말이다. 첫 번째 이유로 인간의 '세계개방성'을 설명하는데, 인간이 세계개방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좋은데, 왜 인간'만'이 세계개방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지(제인 구달이 침팬지에게도 간단한 수화를 가르쳤는데 말이다), 그리고 '세계개방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그러므로 그것을 반드시 개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어떻게 도출되는지 말이다.

보통 이런 형태의 주장은, '인간에게만 신이 특별한 선물을 주셨다'는 관점을 갖고 있는 신학자들이 많이 하는 주장이다. 아마 신의 선물을 경건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잘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의무라는 생각일 것이다. 좋은 행동을 의무감보다는 의욕으로 해내고 싶은 나는 이런 내용을 책에서 읽을 때면 조금 기운이 빠진다. 그래서 52 번째 페이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을까 말까 고민을 좀 했다.

예전에 한 독자로부터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의 어려움에 대해서 대답해줄 능력이 없었기에 저는 답장을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메일의 끝에 아무 말이라도 좋으니 한마디만 해달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 말에 차마 외면할 수 없어서 제가 쓴 답장이 있습니다. (52p)

(...) 한 가지 더 도움 말씀을 드린다면, 인생을 너무 진지하게 바라보지 말고 때로는 게임처럼 생각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영위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주 관계와 사업에서 실점을 하게 됩니다. 그때 실점을 없애려고 너무 과도한 집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실점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실점을 혹 지울 수 있다면 그것은 지우개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득점으로 지워야 합니다. 사실 우리의 삶이 아픈 이유는 실점이 있기보다는 그것을 상쇄하고 압도할 만한 득점의 계기가 모자람이 아닌가 합니다.
득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열어달라고 간구하는 것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능력은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점을 안고도 계속 게임에 참여하는 능력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계속 믿음을 갖고 삶을 영위하는 사람이야말로 인류가 가진 최고의 자신이라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54-55p)

저자인 장경철 교수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장로회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조직 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2년생, 올해 나이 쉰아홉이다.
이런 이력의 저자가 독자에게 보내는 답장에서 '게임'이란 단어를 쓴 것을 보고 일단 책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2. Chapter 2 어떤 대상을 찾아서 공부할까

우리가 공부해야 할 자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자료는 문자화된 자료, 다시 말해 글로 표현된 정보나 자료이고, 두 번째 자료는 문자화되기 이전의 일상적인 자료들입니다. (61-62p)

다시 좌절감을 느꼈다. 아니 교수님, 유튜브는 안 보시나요? 영화는? 드라마는? 음악은? 아까 말씀하신 게임은?
아마도 저자에게 공부할 의미가 있는 텍스트란 '성경'으로 대표되는 책과 신이 주신 삶(일상), 이 둘이고 나머지는 하위 카테고리인가보다. 그럴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좌절하다니, 독자로서의 내 수양이 부족하다. 자, 이 챕터에서 특별히 좋았던 건 아래의 내용이다.

우리가 공부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보통 공부의 대상이 되거나 공부의 결과물이 되는 것으로 정보, 지식, 지혜를 언급합니다. (87p)

정보는 습득한다. 얻는다.
지식은 쌓는다. 연마한다.
지혜는 깨달음

정보와 지식이 인풋이라면, 지혜는 '발휘한다'는 동사와 연계되는 아웃풋으로 볼 수 있다. 인풋이 내적으로 충분히 쌓여서 발효되면, 지혜라는 아웃풋이 된다. 좀더 풀어 보자면 이렇다. 인풋은 나에게만 소용이 있다. 반면 아웃풋은 나와 내가 만나는 외부에 모두 소용이 있다. 즉, 정보가 많은 자, 지식이 많은 자보다 지혜로운 자가 타인에게 더 이롭다. 그러므로 나의 현명함 추구는 '너'에게도 가치가 있다. 옳커니.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의 계보를 잇고 싶은데 이런 찰떡같은 명분을 만나다니, 즐거웠다.


3. Chapter 3 어떻게 책을 읽을까

저자는 다섯 가지 포인트를 꼽는다. 

첫째, 금방 까먹을 것은 읽지도 마라.
둘째, 메모하고 노트를 만들어라.
셋째, 반복하고 활용하라.
넷째, 중요 단어를 정복하라.
다섯째, 쟁점과 대안을 찾아라.

제목만 읽어서는 그 내용의 훌륭함을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챕터의 모든 내용이 좋았는데, 특히 '쟁점과 대안을 찾아라'가 백미였다. 바로 그 다음에 이어진 고전 읽기의 의미에서는 정말 큰 감동을 받았다. 고전 읽기가 왜 좋은지 이보다 체감되는 설명은 들은 적 없기 때문이다.

유학 중에 숙제에 관해 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조언이 있습니다. 교수님은 숙제를 보고 "책 내용만 요약하지 말고 책을 비판한 여러분들의 독창적인 의견을 써보세요"라고 했습니다. 교수님은 저희들에게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내용을 원하셨던 것입니다.
그날 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얼마나 상심했는지 모릅니다. '아, 내가 어떻게 책을 비판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나보고 책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실까? 다 옳은 이야기니까 책에 쓰인 거 아닌가? 책 내용을 비판하라니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지?'
뒤늦게 알게 된 점은 옳은 내용이라고 비판의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관점은 언제나 유한합니다. 따라서 어느 지점에서부터 논점을 전개해야 하며, 그 논점은 다른 논점에서 볼 때는 언제나 비판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19-120p)

쟁점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나가는 독서를 하게 될 때, 우리는 비판적 독서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확장하는 책 읽기의 방법임을 알게 됩니다. (121p)

'고전(古典)'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한 책으로서 중요한 쟁점에 대해 핵심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책을 뜻합니다. (...)
고전 읽기는 왜 중요할까요? (...)
첫째,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시대의 유행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둘째, (...)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는 가운데 더 자유롭고 풍성한 시각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
셋째, (...)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으며, 더 멀리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리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돈'이 인간의 활동을 지배하는 지배적 가치가 된 현 시대에서, 우리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과연 현 시대의 관점이 절대적으로 보편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시대의 유행에 함몰되지 않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이다. 돈 버는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우리는 행복을 희생하면서 계속 돈 버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돈 버는 일을 조금 희생해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인간의 본질은 돈 버는 일인가 행복인가. 돈 버는 일이 현 시대에서 '인간의 사회화'의 의미를 갖는다면, 인간은 '사회화'를 추구하는 존재인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인가. 사회화 없이 행복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심리적 구조라면, 행복이 없는 사회화는 인간에게 어떤 심리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가 등등.

문장을 적고 보니 전공병이 또 도졌다(나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내가 저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아내는 말한다. "또 그런다 또"
'나의 기쁨은 나에게 무엇이며 또 나의 기쁨은 아내에게는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대사를 속으로 읊으며 장난치는 게 나는 정말 즐겁다. 전공병은 맞지만, 그렇지만 이 병은 내가 사랑하는 병인 거다.


4. Chapter 4 공부한 내용을 어떻게 활용할까

제가 '학습'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학위 과정에 있을 때 공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세미나를 위해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고, 세미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물론 언어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외국어로 공부하고 발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더 근원적인 곳에 있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께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면서 평소 궁금한 내용들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는 책 읽는 속도가 더딥니다. 책을 읽은 후에도 쉽게 잊게 됩니다. 선생님은 어떠신지요? 글을 쓰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저는 식사를 하면서 틈틈이 질문했고, 선생님들로부터 듣고 깨달은 내용을 노트에 적어두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시도해봄으로써 저는 제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질문도 구체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내가 한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이 있는가를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내가 독서를 하기 이전에 한 단어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세미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이전에 남의 이야기를 듣는 능력이 결여되었음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발표를 잘하기 전에 말하는 방법이 서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 번 시도해도 진전이 없다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146-147p)

'축적하라'는 것은 모아두라는 것입니다. 돈을 대하듯이 지식을 대하면 누구나 좋은 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163p)

에버노트에 가장 많은 분량을 요약한 챕터다. 좋은 내용이 무척 많았다. 그중 두 가지만 위에 적었다. 나머지는 이 책을 직접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서평 마무리

이 책은 다꿈스쿨의 유대열 대표가 추천사를 적었다. 유대열 대표는 '청울림'이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유명한 투자자로 지금은 다꿈스쿨에서 성인들의 동기 부여에 힘쓰고 있다. 그는 예전에 보도 섀퍼의 '돈'을 특별히 추천하는 책으로 꼽은 적 있는데, '돈'에 관한 책 중에서 그보다 더 훌륭한 책을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꿈스쿨' 자기경영 강좌에서 이 책을 필독서로 지정해 수강생들이 반드시 읽게끔 추천하고 있다. 그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이 책을 읽고나니 독서가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유대열 대표가 쓴 추천사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그를 믿을 만한 추천인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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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말 - 1일 1페이지 일상의 따옴표
호다 코트비.제인 로렌치니 지음, 김미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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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동안 읽을 수 있는 하루의 명언을 365페이지에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호다 코트비. 미국 NBC 모닝 토크쇼 <투데이>의 공동 진행자다. 유방암을 앓았고, 나이 쉰 둘에 첫 아이를 입양했다. 2년 후에는 둘째 아이를 입양했고, 모두 딸이다. 남편은 두 번째 결혼한 남자이고, 두 번째 아이를 입양할 때 예순 한 살이었던 조엘이란 사람이다.

명언 읽기를 특별히 좋아해서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다. 에버노트에 따로 '명언'이란 노트북을 만들어서 명언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그런 내게도 이 책은 특별했다. 책을 읽다보니 학창시절을 생각하게 됐다.

명언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다. 학창시절 우리가 배운 과목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과목이 같아도 가르침은 다르듯이, 명언은 같아도 그 명언을 누구와 함께 읽느냐에 따라 독자는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 이 책은 명랑한 엄마와 함께 명언 읽기다. 엄격한 아빠, 자수성가한 어른, 훌륭한 멘토, 울음이 많은 친구가 아니다. 뛰어난 점도 있고 서툰 점도 있는, 하지만 늘 명랑한 엄마와의 명언 읽기. 책의 몇 꼭지를 소개해본다.

2월 10일
모든 사람의 모든 이야기 뒤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는 우리가 시작한 곳이기 때문이다.
- 미치 앨봄

우리 엄마는 '강인함'과 '낙천적'이란 단어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분이다. 내가 평생 봐온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든 아침이면 결연하고 행복에 찬 모습으로 일어나셨다. 어릴 때 우리 삼 남매는 "위대하고 큰 태양이 떴어. 세상이 온통 축복이야!"라고 생기 있게 외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엄마가 열어주는 세상에서는 모든 게 화창하기만 했다. 아이 하나는 갓 대학교를 졸업했고 둘은 아직 대학생이던 무렵 남편을 갑자기 잃었을 때도, 엄마는 여전히 강인하고 희망에 찬 모습으로 우리를 위해 자리를 지키셨다.
지금은 내가 아침에 커튼을 걷으면 헤일리가 "안녕, 뉴욕아! 안녕, 허드슨강아!"라고 외친다. 정말 아름다운 인사 아닌가! 엄마는 해가 뜰 때 긍정적인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고, 이제는 내가 딸에게 똑같이 가르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은 좋은 거라고 여기게 하는 것, 그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아닐까.

3월 13일
느껴지지 않는 열정을 좇으며 불안해하기보다는 훨씬 단순한 것을 하라. 그냥 호기심을 좇아라.
- 엘리자베스 길버트

3월 30일
그래서 뭐요. 이제 뭘 하면 되는데요?
- 린다 클라이어트 웨이먼

내가 본 <테드(TED)> 강연 중에서 린다 클라이어트 웨이먼의 강연은 손꼽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린다는 필라델피아 북부의 학업 성취도도 떨어지고 매우 위험한 공립학교,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그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교를 쇄신하기 위해 접근했던 방식을 소개했다. 강연 전체가 주옥같았지만, 특히 위의 구절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린다는 자신이 부임하게 될 학교와 학생에 문제가 많다는 얘길 듣고 당당히 말했다.
"그래서 뭐요. 이제 뭘 하면 되는데요?"
보통 사람이라면 학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까? 나는 이 대목에서 린다를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매일 종례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말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오늘 아무도 여러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고 있고 항상 그럴 거란 사실을 기억하세요."

8월 6일
우리에겐 두 가지 인생이 있다.
두 번째 인생은 우리 인생이 한 번뿐임을 깨달을 때 시작된다.
- 공자

11월 22일
사랑하는 하느님, 잠깐 시간을 주신다면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가진 것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법륜 스님은 깨달음은 정진해서 얻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저 한순간에 되는 것이라고. 이 말이 내게는 어렴풋했다. 더듬더듬 나아갈 길을 찾던 나는 문득 알게 됐다.

우리는 그저 웃는다.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근거가 있어서도 아니고, 노력을 해서도 아니다. 그저 그럴 수 있을 뿐이다. 
만약 당신이 한동안 웃지 않았다면, 당신은 다만 언제든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것뿐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엇을 잊었는지 알려준다. 다정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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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 가치투자 아버지의 미공개 글모음
벤저민 그레이엄. 자넷 로위 지음, 박진곤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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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투자자』는 초보자를 위한 책. 그렇다면 이 책은?

그레이엄은 (...) 초보자를 위해 수차례 개정판을 거친 또 다른 베스트셀러 《현명한 투자자》를 출간했다 (322p)

『현명한 투자자』가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이거 실화냐?

독서 모임에서 읽은 첫 책이자, 위대한 투자의 고전이자, 생각보단 읽기가 까다롭지 않았던 책. 그래서 생초보 시절 『현명한 투자자』를 읽어낸 게 나에게는 큰 자랑거리였다. 주식 투자와 내 궁합이 나쁘지는 않나 보다. 이렇게 생각해왔는데 『현명한 투자자』가 초보자를 위한 책이었다니.

『현명한 투자자』에 비해 이 책은 상당히 난해하다. (무려 11년 만에 2쇄를 인쇄하게 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그레이엄이 각 시기별로 작성한 투고와 경제전문가로 참석한 미국 국회에서의 증언, 모임 등에서의 강의, 인터뷰 등을 모아서 엮은 것인데, 많은 부분 초보 투자자나 대중을 위해서 말을 쉽게 풀어쓰지 않았다. 미국의 역사, 당시의 주식 시장 상황, 그레이엄의 이전 생각과 현재 생각의 변화 등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은 난해한 철학책과 역사책, 그리고 증권분석 책을 동시에 읽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벤저민 그레이엄 : 학자, 투자자, 그리고 증권분석과 가치투자의 아버지

투자 분야에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명료하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공포와 탐욕이 판단을 흐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벤은 돈을 버는 데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이러한 감정들에 영향을 덜 받았다. (17p)

의장   당신은 투자자본을 늘리려고 하지 않는 것으로 압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레이엄   의원님, 근본적인 이유는 아주 큰 자본으로 적당한 규모의 자본만큼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의장   왜 그렇습니까?
그레이엄   특수한 상황에서나 저평가 증권들을 취급할 경우에는 대부분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고 무제한의 규모를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만약 지금보다 10배의 자본을 가졌다면 우리가 그것을 현재 자본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165p)

벤은 모든 것을 단순하게 보려고 했다. 그는 모든 증권분석가들이 투자결정을 위해 많은 수학과 심지어 약간의 대수를 사용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교양 있고 다재다능한 사람이었던 벤은 이 분야의 다른 사람들처럼 투자에 그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기를 좋아했다. (19p)

나이 서른다섯에 백만장자가 된 그레이엄은 얼마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은퇴했다. 최근 그는 거의 반세기 동안 성공적이었던 자신의 주식 선택 방법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들로 요약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335p, <메디컬 이코노믹스> 특별 보고서, 1976년 9월 20일자, 그레이엄 82세)

최소한의 작업으로 주식투자에서 좋은 성과를 얻는, 현실적으로 간단명료한 방법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믿기 힘들 만큼 좋을 것입니다. (352p,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 1976년 11/12월호, 그레이엄 82세)

벤이 자신의 생애에 이룩한 모든 것들 중에서 《증권분석》은 가장 위대한 업적이다.
벤 그레이엄은 증권분석가들에게 사회적 지위를 부여해준 지도자였으며, 우리는 그를 알았다는 것을 커다란 은총으로 생각한다. (20p, 월터 슐로스)

아마도 이 책을 고른 이들은 대부분 그레이엄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남긴 귀기울일 만한 생각들은 무엇일지 궁금해 할 것이다. 먼저 그레이엄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위에 인용한 바와 같이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건전한 투자방법을 바꿔야 한다면 더 많은 돈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여러 분야에 두루 관심이 있었기에 다른 전문 투자가들처럼 투자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와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하다) 그가 말년에 자신의 투자 방법을 퀀트식 투자로 요약한 것도 비슷한 맥락일 듯하다. 최소한의 작업으로 투자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원하는 것을 하라는 뜻이었으리라.

이런 특성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질문을 비교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1) 투자자는 어떻게 현명해질 수 있는가?
2) 현명한 사람은 어떻게 투자자가 될 수 있는가?

두 질문은 차이가 있는데, 그 차이는 바로 돈에 대한 태도다. 첫 번째 투자자는 돈에 대한 태도에 있어 일반 투자자들과 다르지 않다. 법을 지키는 범위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지식은 그에게 더 좋은 지식이다. 반면 두 번째 투자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지식이라 해도 자신의 현명함을 지킬 수 없는 지식은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 지식을 탐구하지 않는다.

아마도 벤저민 그레이엄에게는 <뛰어난 투자자>가 되는 것보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었을 듯하다. 이는 그가 자신을 기업가가 아니라 학자로 생각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바탕 위에서 그레이엄은 처음으로 증권분석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연구했고, 증권분석가가 전문 직업이 될 수 있도록 이론적 배경과 사회적 제도(CFA)를 정비했으며, 제자들의 뛰어난 성과를 통해서 가치투자를 널리 전파했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 : 부자 → 건전한 투자 → 가치투자

가치투자자가 아닌데도 이 책을 손에 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나는 작년에 네이버 가치투자연구소 카페의 신입 죽돌이가 되었다. 연말에 국일증권경제연구소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 이벤트를 진행했고, 서평단원으로 선정되어 나는 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선물 받았다. 나는 주린이에서 초보 가치투자자로 진화하고 싶은 투자자다. 그러나 내게 모자란 것은 지식과 경험과 수익일 뿐, 결코 가치투자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은 아니다. 나는 진지하게 가치투자에 대한 나만의 첫 정의를 가지고 싶다. 가치투자란 무엇인가?

이 대답을 얻기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사고과정을 거쳤다.


먼저 부자에 대한 정의
1) 일반적인 투자의 목적이 부의 획득이고, 투자의 1단계 종착점이 부자라면, 나는 부자에 대해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2) 나는 부자가 부의 관점이 아니라 인생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자는 원하는 활동에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쏟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외의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건전한 투자에 대한 정의
'가치투자는 건전한 투자다.'
이 문장이 가치투자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라면, 나는 '건전한 투자'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가지고 싶다. 내 생각은 이렇다.

만약 당신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하고 싶은 활동이 좋아하는 이와 수다를 떠는 일이라면, 좋아하는 이와 수다를 떨듯 투자하라. 바꿔 말하면 이것은 어떤 활동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활동의 세세한 특성은 다루지 않는다. '건전한 투자'에 대한 올바른 접근은 방법론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다루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 생각에 따라 건전한 투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활동을 할 때의 마음으로 하는 투자'


가치투자에 대한 정의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없어 여러 문장으로 이야기 해본다.

1. 가치투자는 평정심과 평상심이 가까운 투자다. (투자에 집중하는 마음과 평상시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은 투자다)
2. 가치투자는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하여 활동할 수 있는 투자다. (예를 들어 투자자로서의 나와 부모로서의 나를 통합한다면, 가치투자는 자녀들에게 권유할 수 있는 방식의 투자여야 한다)
3. 가치투자는 공부와 연구에 의해 그 방법론이 개선될 수 있고 다양화 될 수 있는 투자자 성장형 투자방식이다.
4. 가치투자는 기업가와 투자가가 동행하는 형태의 투자다.


그레이엄을 배우는 방식

버핏은 "그레이엄에게서 배웠으며, 그 가르침 중 일부는 버렸고, 나머지는 확대했고, 거기에 내 생각을 첨가했다"고 고백한 최초의 사람이다. 버핏은 '가치투자'는 벤저민 그레이엄에서 출발했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7p, 서문)

그런데 수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몰두했던 증권분석의 세부사항들에 대해 내가 가졌던 대부분의 흥미를 지금은 거의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그러한 것들이 전체 업계의 발전을 방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약간의 기법과 단순한 원칙들로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은 올바른 일반원칙과 그것을 고수하는 품성입니다. (351p, <파이낸셜 애널리스트 저널> 1976년 11/12월호. 그레이엄 나이 82세)

얼마 전 처음으로 하한가의 쓴맛을 알려 준 상장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나의 첫 주주총회였다. 상당히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참석했는데, 개인 주주들의 발언은 주로 주가관리 실패와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주주 친화적인 경영인과 그렇지 않은 경영인이 있다면, 기업 친화적인 개인 주주와 그렇지 않은 주주도 있지 않을까? 건전한 관계가 당사자 일방이 아니라 양방의 노력으로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이라면, 개인 주주는 어떤 자세로 기업과의 동행에 임하는 게 좋을까?

이 부분에서 나는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벗어날 것 같다. 초보가 벌써부터 그래도 되나 싶지만 워런 버핏도 그레이엄 가르침의 일부는 버렸다는 글을 서문에서 읽고 용기를 얻었다. (퀀트 방식으로 투자를 운용하는 분에게서 이 방식에 의하면 투자 기업이 뭘 하는 기업인지 몰라도 투자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적어도 당분간은 퀀트를 배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이유와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투자 방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기업의 실적 성장에 따른 과실을 공유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동업할 기업을 고르는 거다. 이 방식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연을 맺은 대상을 깊게 이해하고 싶고, 기업 성장에 대한 시나리오를 투자자인 내가 스스로 작성하여, 이를 기업이 실제 추구하고 달성하는 성장 시나리오와 비교 분석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의 투자 대상 선정은 (1)적절한 수익성 그리고 (2)시간과 정성을 들여 깊게 이해할 만한 기업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예를 들면 기업의 CEO가 남다른 철학이나 이력을 지녔는가(한스바이오메드), 사업보고서에 특별한 매력이 있는가(파크시스템스), 기업이 미래를 선도하는 업종 내에서 특별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가(케이아이엔엑스) 등이다.

더 논의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마지막으로 '기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기본을 거점으로 이해한다. 거점을 만든 자는 원하는 곳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고, 거점을 튼튼히 만든 자는 더 먼 거리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가치투자라는 기본을 튼실히 하면, 시험해보고 싶은 많은 다양한 투자(테마주, IPO, SPAC 등)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즉, 기본은 다양성의 근본이 될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투자자에게는 무척 매력적인 선물이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

'이런 태도에서 학자와 기업가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학자는 다른 사람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자신의 연구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보람을 느낀다. (...) 반면 기업가는 큰돈이 될 수 있는 독점적인 비밀을 잘 유지해야 한다.'
- 『돈 비 이블』, 라나 포루하, 109p

기업가이면서 동시에 학자였던 벤저민 그레이엄은 학자로서의 정체성에 더 많은 열정을 쏟았다. 그가 1934년에 쓴 『증권분석』은 증권 투자계의 가장 훌륭한 사상이 되어 약 90년의 세월과 태평양을 건너 2020년에 대한민국의 마흔 살 청년에게까지 이어졌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강의』와 그 전에 읽은 다양한 투자 철학 서적들의 도움에 힘입어, 나는 어떤 투자를 하고 싶은지 정리할 수 있었다. 자신이 뭘 하려는지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주린이가 아니다. 나는 주린이에서 초보 투자자로 진화했다. 그 변화가 이 책을 읽으며 얻게 된 가장 큰 소득이다. 나처럼 가치투자자가 되고 싶지만 가치투자가 무엇인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이 책은 초보자 이상의 실력자를 위한 책이다. 나는 책의 거의 절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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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비 이블, 사악해진 빅테크 그 이후 - 거대 플랫폼은 어떻게 국가를 넘어섰는가
라나 포루하 지음, 김현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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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매우 흥미롭다. 빅테크, 즉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에 대한 비판적 논의이기 때문이다. 네 기업은 미국 주식 시장 전체 지수를 끌어올릴 정도로 막강하고 거대하다.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주가 전망 또한 밝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책의 서두 '저자의 말'의 부제는 '스스로 악마가 된 빅테크 독점가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이자 부편집장인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더라도 부제는 꽤 자극적이다. 물론 이를 번역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뉘앙스 차이로 이해할 수도 있다. 책의 제목 "돈 비 이블Don't be evil"은 '사악해지지 마라'로 번역되었다. 해당 문구가 구글 임직원들의 첫 행동 강령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의 부제는 이의 대구로 스스로 사악해진 빅테크 독점가들이라는, '자신의 행동 강령을 스스로 어긴' 빅테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책의 내용은 빅테크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빅테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책 요약 : 빅테크의 문제점 세 가지

1. 독점
미국 기업 약 10%에 불과한 기업들이 재계 자산의 약 80%를 소유한다.
지구 전체 검색의 90%가 단 하나의 검색 엔진, 구글에서 이루어진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30세 이하 성인 중 95%는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전세계 신규 광고 지출의 약 90%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들어가며, 전 세계의 휴대전화 중 1%를 제외한 나머지 휴대전화는 모두 구글과 애플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매출 절반은 아마존 몫이다.

2. 인간 존중 의식이 없는 알고리즘
1) 사람들이 더 많은 시간 동안 자사 컨텐츠를 소비하도록 외부 자극과 인간 행동의 인과관계를 연구하여, 아이들, 취약계층과 같은 약하고 무너지기 쉬운 대상을 더 공략하는 약탈적인 알고리즘의 횡행.
2) 급격한 일자리 감소.
3) 맞춤형 타깃팅 광고를 위한 개인 정보의 무자비한 수집과 활용 → 감시 자본주의의 출현.

3. 재계의 정치 장악
지난 미국 대선 때 러시아의 비밀 세력들이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 세계 최대 규모의 기술 플랫폼들을 이용해 도널드 J. 트럼프에게 유리한 쪽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은 이제 우리도 아는 사실이다. (14p)

2018년 봄,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선거 조작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미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했다. 당시 AP기자가 촬영한 저커버그의 메모지에는 "페이스북의 독점력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페이스북이 무너지면 중국 기술 공룡들과의 경쟁에서 미국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다. (39p)

구글의 토론토 스마트시티 계획. 해안가 하이테크 구역에는 소음과 오염을 감지하기 위한 센서가 설치되고, 로봇이 지하 통로를 따라 우편물을 배달하게 될 것. 사실상 스마트시티로 이어지는 자체 도시 교통망 건설을 구글이 계획했다. 캐나다 최대 일간지 <토론토스타>의 폭로에 따르면 이러한 대가로 구글은 토론토 시 정부 금고로 들어가는 재산세와 땅값 인상분, 개발비용 등을 일정 부분 나눠 갖는 조건을 달았다. (356-357, 재구성)

구글은 2019년에 쿠바의 인터넷 접속 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의 계획은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약속과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첩보를 제공하는 나라다. 구글이 어떻게 쿠바의 인터넷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게 됐을까? 에릭 슈밋과 구글의 세 경영자가 2014년에 쿠바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당시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가 한창이었음에도 구글이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구글 경영진은 쿠바를 방문할 수 있었다. 구글의 쿠바 방문 6개월 후, 미국은 쿠바에 대한 정책을 수정했다. (335p)

2014년 트위터는 자사 플랫폼을 이용해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136쪽짜리 안내서를 내놨다. (338p)


생각 정리 : 빅테크의 가장 큰 문제 네 가지

상기 내용을 토대로 빅테크의 가장 큰 문제를 아래의 네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1. 어떤 기업이나 개인에게 자사 네트워크의 활동을 허락할 것인가 허락하지 않을 것인가에 관한 빅테크의 권한은 디지털 시대에서 경제적 생존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권을 모두 박탈할 수도 있는 막대한 권한이다. 그리고 이 권한의 작동 방식은 영업비밀이라는 베일에 쌓여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아마존의 입점 제한, 유튜브의 노란 딱지, 계정 삭제 등)

2. 아동 학대, 음란물, 인종차별, 살인, 범죄 등과 같은 유해한 컨텐츠가 업로드되고 전파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면, 필연적으로 빅테크는 검열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3. 미국 기업의 약 10%에 불과한 기업들이 재계 자산의 약 80%를 소유하듯, 빅테크는 자본의 소수 집중화를 더욱 가속시켜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파괴한다. (일론 머스크가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2위의 부호가 되었다. 세계 1위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다. 점점 더 많은 부가 점점 더 소수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게 자본주의인데, 빅테크는 이 속도를 가파르게 가속시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지속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4. 국가 간 경쟁은 과거의 무력 전쟁에서 현재는 경제 전쟁(화폐, 무역, 기술)으로 그 양상이 달라졌지만, AI의 발달로 인해 기술력이 곧 군사력을 의미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의 발달은 우수한 알고리즘과 방대한 데이터, 이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인데 이중 방대한 데이터는 미국과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보다 중국과 같은 중앙통제국가가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연구된 바에 의하면 AI 경쟁력의 핵심은 알고리즘의 우수성보다는 데이터의 방대함에 달려 있다. 이는 보다 경쟁력 있는 국가 모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기술 산업이 세계를 향해 던지고 있다는 뜻이다.


빅테크의 리더십에 대한 질문

현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빅테크는 단지 뛰어난 기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 방식(교육 활동, 소통 활동, 경제 활동)을 설계하고, 국가 간 경쟁(전쟁까지도)의 척도가 되며, 인류의 현 정치·경제 시스템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둘다에 대해 강력한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임과 동시에, 더 나은 대답을 제시해야 하는(왜냐하면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이 빅테크이고,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분야(법, 정치, 경제 등)에서는 미래 경쟁력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짧은 시간에 급속히 성장해 온 지금의 빅테크 경영진들은 경영자가 아닌 사회 리더로서의 역량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일반 시민의 뜻이 모이고 이를 정치가 반영하여 거대한 빅테크를 유의미하게 쪼개어 영향력을 낮추거나(페이스북에 대한 미 정부의 반독점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 빅테크의 경영진들에게 사회 리더로서의 역할을 재교육하거나, 사회 리더로서의 자각이 있는 젊은 기술인들이 새로운 빅테크 스타로 떠오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빅테크는 티핑 포인트에 다다랐는가?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의 활성화를 통해서 '스스로를 교육할 수 있는 방대한 지식의 세계'가 어마어마하게 접근하기 쉬운 손 안의 세상이 되었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든 단체 카톡방에서 수 년째 즐거운 대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빅테크에 대해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개인에게 '정보 접근과 네트워크의 자유'를 제공하고자 했던 빅테크가 이제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자유롭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읽고서 한번쯤 나의 호의를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빅테크가 티핑 포인트에 다다라서 더는 개인의 자유를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018년 페이스북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에 사용자의 비공개 대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39p)

빅테크는 그저 한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빅테크는 모든 것을 위한 플랫폼, 즉 인생의 운영체제가 되고 싶어 한다. 아마도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인 기업은 아마존일 듯하다. (54p)

서구 방식의 개인적 자유를 전혀 전제하지 않는 시스템 내에서 성인이 된 중국인들은 빅데이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편의를 얻기 위해 기꺼이 개인의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은 건강 상태 추적 관찰을 위해 체내에 삽입하는 의료용 센서와 시민들이 거의 모든 활동을 할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방식의 사회 신용 시스템에 동의할 것이다. 마치 공상 과학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빅데이터 사회 신용 시스템 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쉽게 돈을 빌리고 집을 구할 수 있다.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차별을 받고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된다. (376p)
(Louise Lucas and Emily Feng, "Inside China's Surveillance State", Financial Times, July 20, 2018.

빅테크가 티핑 포인트에 다다랐는지 판단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이윤을 얻기 위해 소비자 행동을 예측하기보다 소비자 행동을 유도(조종)하는 게 더 유리하다면, 과연 빅테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언급에 동의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빅테크를 둘러싼 수많은 질문 중 가장 단순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69p)

기술 발달을 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 지금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수많은 개별 국가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기술 산업 주위에 경계선을 그을 방법을 찾는 것이다. (...) 빅테크와 관련해 걱정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 (23p)


투자자가 부딪치는 역할 갈등

주식 투자자는 독점 기업을 선호한다. 강력한 이윤 창출 능력을 오랫동안 발휘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때 안전하게 많은 투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주식 투자자는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전세계적으로 그린 뉴딜 산업이 주식 시장에서 뜨거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한 산업에서 강력한 독점과 강력한 새로운 흐름이 동시에 발생하고, 이를 단 몇 개의 기업이 과점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한 산업이 다른 산업들을 무제한 삼켜 간다면.

개인 투자자가 어떤 예측을 하든지 아마도 우리는 현실에서 그 결과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결과가 단지 투자자의 투자 수익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 어쩌면 인류 전체에까지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우리가 주식 투자자로서만이 아니라 다른 정체성, 이를테면 '부모', '민주사회 시민', '근로자', '건전한 경제인'으로서도 이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는 거대 담론이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개인들에게는 피부에 직접 와닿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는 낙수효과를 거치지 않고 빅테크가 일으키는 세계의 중요한 변화를 개개인에게 직접 유통한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나로서는 무척 흥미로운 사건 전개다. 
다른 한편, 새해의 화두로 '리더십'을 꼽고 있는 나는, 개인이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통합해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조언으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로웠다. 책이 빅테크에게 걸맞는 리더십이 무엇인가를 물음과 동시에 독자에게도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리더로서 어떻게 통합하여 이 질문에 대답할지 묻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손에 쥔 작은 핸드폰을 통해 각 개인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거대한 담론에 당사자로 참여한다. 독자로서, 그리고 투자자이자 부모로서 나는 역할 갈등을 느끼며 이 담론에 참여한다. 책의 미덕은 바로 이 역할 갈등에 있다. 가장 손쉬운 대답은 투자자로서의 정체성을 다른 정체성과 분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답에는 리더의 역할이 없다. 더 만족스러운 대답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리더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더 나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린 자녀의 리더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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