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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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생을 물리 교육에 투신한 물리학자의 감성 에세이다. 제목이 참 아름답다. '우주를 만지다' 
우주를 향해 손을 뻗는 사람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아마도 예비 독자들은 유사한 심상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기대했던 바로 그 감성을 만날 수 있다.

기대 수명 100세 시대. 더 나아가 '노화라는 질병'을 정복해서 곧 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인간의 수명이 크게 연장되면 인간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러한 인간의 착각이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려준다. 책의 내용을 옮겨 보자.

밤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들은 대부분 은하수 은하라고 하는 우리 은하에 속해 있다. 이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나 되고 그 안에 별이 약 1,000억 개가 있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어떤 별빛은 10년, 어떤 별빛은 1만 년, 어떤 것은 10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다. 10만 년 전의 별? 10만 년 전이라면 인류는 짐승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던 구석기 시절이다. 그때 출발한 빛을 지금 보고 있는 것이다. (...)

그런데 밤하늘의 별이 모두 이 은하수 은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별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주에는 우리 은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다른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망원경에 찍힌 희미한 점 하나를 분석해보았더니 별이 아니고 무수히 많은 별로 이루어진 은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미한 점 하나가 별이 1,000억 개나 있는 거대한 은하라니! 그것을 발견한 놀라움이 어떠했을까? 지금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별이 약 1,000억 개 있고, 이러한 은하도 우주에 약 1,000억 개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1p)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빛으로 8분 걸리는 거리라고 한다. 우리가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예전에 배웠던 태양계는 지금은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되었지만 크기는 오히려 예전보다 늘었다. 태양계의 크기는 오르트 성운을 기준으로 약 1광년으로 본다. 태양계만 해도 지구와 태양의 거리보다 65,700배의 크기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의 크기는 그보다도 훨씬 큰 10만 광년이라 한다. 하루는 24시간 * 60분으로 총 1,440분이며 이는 8분의 180배에 해당한다. 그러니 우리 은하의 지름 크기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무려 180 * 365 * 100,000배가 더 크다. 그런데 이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약 1,000억개가 더 있다고 한다. 즉,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에 180 * 365 * 100,000 * 100,000,000,000배를 해야 우주의 크기가 되는 것인데, 놀랍게도 지금도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다...

그 거대한 우주 속, 지구의, 인간의 수명이 지금보다 한 100,000,000,000배 늘어난다고 한들, 그게 우주적 관점에서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만이 인간의 수명 연장이 우주적 사건이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미시 세계로 넘어가면 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의 내용을 다시 옮겨 본다.

이제 생물에서 무생물로 넘어가보자. 무생물이 무슨 수명이 있느냐고 생각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무생물도 수명이 있다.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원자탄이 무서운 것은 폭발력 때문만은 아니다. 폭발로 발생하는 방사능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은 수명이 있다. 이것을 과학에서는 반감기라고 한다. 반감기란 그 물질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반감기가 왜 수명이냐고? 그것은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하고 반감기를 그냥 수명이라고 생각하자. (...)

(...) 소립자들의 수명은 대부분 매우 짧지만(10초) 우주의 나이(138억 년)보다 긴 것도 있다. 원자의 핵을 만드는 입자인 양성자의 수명은 무려 10년이나 된다. 우주의 나이가 약 10년인데 양성자의 수명은 이것의 1조의 1조 배나 더 길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은 바로 이 양성자의 수명이 이렇게 길기 때문이다. 양성자가 붕괴하여 없어진다면 우리가 보는 물건은 물론 내 몸도 사라지고 없어진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말이다. (110-111p)

문맥상 '우주의 나이가 약 10년'이라는 표현은 우주의 수명을 말하는 듯하다. 우주에도 수명이 있다는 게 놀라운데, 양성자의 수명은 그 우주의 수명보다도 훨씬 더 큰 10년이라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물리학은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를 다루는데, 거시 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줄여서 '상대론'이라 부른다. 그리고 미시세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양자 역학으로 줄여서 '양자론'으로 부른다. 저자는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모두 물질(원자)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상대론과 양자론으로 우주의 모든 것은 설명될 수 있다고 보지만, 예외적으로 '진화론'만큼은 상대론이나 양자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생명으로서의 물질의 존재 형태, 그리고 그 변화 방향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무생물의 존재 형태, 변화 방향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저자는 보았다)

여행을 떠나면 우리는 상쾌한 기분이 된다. 일상보다 넓은 세계를 체험하며, 그 커다란 관점에서 보면 나의 고민, 나의 안달복달은 참 별일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 만약 그 넓은 세계가 우주라면 어떨까. 이 책은 우리에게 우주를 여행하는 기분이란 무엇인지 살짝 알려준다. 이 여행은 인간이 물리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중에서 가장 큰 여행이다. 여행을 다 마친 뒤 독자는 조금은 겸허해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왜 마음이 겸허해지면 삶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일까. 원리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조금은 자유로워진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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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대세판단 무작정 따라하기 -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외국인, 기관의 경제지표 해독법 대공개 무작정 따라하기 경제경영/재테크
윤재수 지음 / 길벗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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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의 책은 직업이나 스펙을 위해 공부를 해야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과거 엑셀, 컴퓨터 활용능력 등을 공부할 때 길벗의 책을 본 적 있다.

이 책은 길벗의 훌륭한 책 중 하나로 주저없이 꼽을 수 있다.

주식 투자자의 거시 경제 요인 분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주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훌륭하게 설명한다.
이보다 더 친절하고 알기 쉽게, 가독성 좋게, 그리고 필요한 수치들을 각 사이트에서 찾는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주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책을 펼치면 가장 처음에 적혀있는 글귀다.

독자의 1초를 아껴주는 정성!

세상이 아무리 바쁘게 돌아가더라도
책까지 아무렇게나 빨리 만들 수는 없습니다.
인스턴트 식품 같은 책보다는
오래 익힌 술이나 장맛이 밴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당신을 위해
한 권 한 권 마음을 다해 만들겠습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만날 새로운 당신을 위해
더 나은 길을 준비하겠습니다.

독자의 1초를 아껴주는
정성을 만나보십시오.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 정성이 가슴 깊이 와닿았기에, 이 책을 만들어 주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주식 투자를 오랫동안 하려는 주린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분명히 조금 더 똑똑한 초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하는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였다.


<요약>

프롤로그

현대 경제학이론을 정립한 케인스 교수도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중은 좋든 나쁘든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좀처럼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큰 변화를 당하고서야 마침내 큰 변화가 왔음을 마지못해 받아들인다."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수하게 많다. 그중 몇 가지 경제요인을 기준으로 증시 대세를 판단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을 저자도 잘 알고 있다.


첫째 마당 : 주식투자, 대세를 읽어야 성공한다!

해외펀드는 역내펀드와 역외펀드로 구분. 역내펀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설정한 해외펀드. 역외펀드는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서 설정된 펀드. 역내 펀드는 운용사가 환헤지 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사업이라고는 처음으로 참치전문 체인점을 동업자 형태로 경영한 적이 있다.
주방장 카운터에는 손님들이 가득 차서 항상 의자가 부족했다. 그러나 방과 홀에 있는 테이블에는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알고 보니 주방장과 고객 사이에 보이지 않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치는 부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주방장은 1~2만원의 팁을 받고 참다랑어 뱃살(흔히 '혼마구로'라고 한다)등 비싼 부위를 듬뿍 썰어주고, 고객은 주방장 바로 앞 테이블에서 싼값에 맛있는 부위의 참치를 먹을 수 있는 은밀한 거래였다.
그 결과 가게는 매월 적자에 허덕였지만 주방장은 월급 이외 추가 수익까지 거두고 있었다. 참다못해 주방장을 불러 주의를 주었더니 다음날 말도 없이 결근하고, 며칠 후에는 주방식구 모두를 데리고 떠나버렸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나와 동업자는 주방의 공백만큼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참치집이 잘될 리 있었겠는가?
참치 써는 일은 그리 대단한 노하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였다.
몸고생, 마음고생, 돈고생까지 호되게 치르고서야 주인이 직접 참치를 썰지 않더라도 주인은 주방장을 대신할 만큼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익히고 시작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던 일이 기억난다.

웬 참치이야기냐고? 주인이 주방장만큼은 알아야 참치집 운영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듯이 투자자도 본인이 대세를 판단할 줄 알아야 상담자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법이다. (24p)

주식투자의 가장 일차적인 판단지표, 주가수익비율(PER)

한국거래소(www.krx.co.kr)로 들어가 '시장정보통계→지수→국내지수→PER 추이'를 클릭하면 업종별 과거 PER 추이를 알 수 있다.


<그림 comment>
1. 은행은 가장 저평가인데, 바닥을 다지고 반등하는 느낌
2. 건설은 저평가 추세가 강화되는 듯?
3. 자동차는 새로운 추세를 형성하는 느낌적 느낌
4. 반도체는 중기적 하강, 대세는 상승?
5. 에너지 화학은 지붕 뚫고 하이킥. 눈에 보이지도 않는 PER


피터 린치 <주식투자의 법칙>
"주식에서 돈을 잃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그렇게 잃기도 한다. 창피한 것은 경제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여기에서 더 사들이는 것이다."

뛰어난 투자실력과 기부활동으로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워렌 버핏도 증권시장 대세를 예측하고 활용하였다.
1987년 10월 증시 대폭락(블랙먼데이)이 발생하기 전에 그는 보유주식 중 3종목만 남기고 대량으로 주식을 처분하였다. 그리고 주가가 폭락하여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주식을 쳐다보지도 않을 때인 1988년에는 코카콜라 같은 우량주를 대거 매입하였다. 

절대 다수가 주식투자로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세판단을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둘째 마당 : 6가지 경제지표를 해독하면 주가가 보인다!

대세 결정 요인 1 GDP 성장률
GDP성장률이 높다 → 경제가 좋다
GDP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가 좋아질 것이다
GDP성장률이 낮거나 마이너스이다 → 경제가 나쁘다
GDP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경제가 나빠질 것이다

IMF사이트(www.imf.org)에서는 과거뿐만 아니라 향후 5년 전망(GDP성장률)도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사이트 - 상단 메뉴 바 - 'DATA →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s → 원하는 연도 선택 → 윗부분 두번째 박스 속에서 By Countries' 클릭.
특정 국가만 보려면 'Clear All'클릭 후 원하는 국가만 체크



<그림 comment> 2020년과 2021년 GDP 성장률 예측치가 아주 흥미롭다.



"GDP갭 = GDP성장률 - GDP잠재성장률"
GDP갭이 (+)이면 경제는 호황 또는 회복 국면이라 볼 수 있고, GDP갭이 (-)이면 경제는 불황 또는 침체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갭이 크면 클수록 호황과 불황의 깊이가 깊다고 할 수 있다.
(GDP잠재성장률은 OECD 사이트에서 비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이동평균선을 보고 미래 주가 추세를 예측할 때 월봉은 주봉의 추세를 보고, 주봉은 일봉을 보고 진로를 예측한다.
GDP성장률이 60일 이동평균선이라면, 경기종합지수는 20일 이동평균선이다.
경기종합지수를 보면 GDP성장률의 변화를 일찍 감지할 수 있다.

경기종합지수를 보는 법
KOSIS 국가통계포털(www.kosis.kr) : '국내통계 → 주제별통계 → 경제일반·경기/기업경영 → 경제일반·경기 → 경기종합지수'를 차례로 선택하고 '통계표 보기'를 클릭



<그림 comment> 선행종합지수는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기종합지수와 코스피지수의 상관계수는 0.7~0.9이다. 상관계수가 1이면 경기와 주가가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의미다. 보통은 경기선행지수의 상관계수가 경기동행지수보다 대체로 높다.


대세 결정 요인 2 물가

2010년 8월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냐 디플레이션이냐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 어느 쪽 예측이 맞든 인플레이션에서는 주가가 올라가고, 디플레이션에서는 주가가 하락한다는 데에는 서로간에 이견이 없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주가 상승의 2가지 조건
① 첫째, GDP성장률이 높아야 함 : 스태그플레이션(물가는 오르지만 경기는 불황)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므로
② 둘째, 물가상승률이 GDP성장률과 금리보다 낮아야 함 : 물가상승률이 이보다 더 높다면, 채권이나 주식 투자보다 실물자산 투자가 더 유리하기 때문


대세 결정 요인 3 금리

금리 수준과 금리 추세는 증시 대세에 미치는 영향이 상반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금리 → 증시 대세에 악재
저금리 → 증시 대세에 호재
금리 상승 추세 → ①채권 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채권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어 주가 상승 ②금리 상승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근거하므로, 주가 상승을 동반
금리 하락 추세 → ①채권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주식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유출되어 주가 하락 ②금리 하락은 경제가 후퇴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 근거하므로, 주가 하락을 동반

정리하면,
주식 시장에 유리한 상황 : ①저금리 지속 ②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금리 상승하는 구간
주식 시장에 불리한 상황 : ①고금리 지속 ②고금리에서 저금리로 금리 하락하는 구간

금리 확인 방법
증권회사 HTS - '투자정보' - '해외증시' - '주요환율/금리' 클릭


<그림 comment> 한국투자증권 HTS 사례


<그림 comment> 회사채 3년 BBB- 수익률이 8.59%? 굉장히 높네??!!

※1 흥분하지 말고, 이 기사 참조하자.
"BBB회사채 위축에…A등급마저 연쇄 위기" (2020.07.09)

※2 민평금리 조회 사이트 http://www.kofiabond.or.kr
'시가평가 - 채권시가평가기준수익률' 클릭


금리는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 금리가 물가상승률보다 낮으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자산(주식 포함)에 투자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자산 버블(주가 버블)이 발생하게 된다. 이럴 경우 정부는 금리를 올리게 되고, 금리 상승으로 자산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대세 결정 요인 4 환율

환율은 주가의 선행지표 : 국내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 투자세력 때문

환율이 증시 대세상승에 도움이 되는 것은 '완만하게 하락'하는 경우이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우도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우도 모두 주식시장에는 하락요인이다.
(요즘 환율은 완만하게 하락 중.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가 보던데.. 오호라?!)


대세 결정 요인 5 국제수지

국제수지와 환율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관계다. (환율 오르면 수출이 용이해져 국제수지는 개선된다. 환율의 오름은 주가 하락 요인, 반면 수출의 증대는 주가 상승 요인. 평균 회귀 이론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국제수지는 증시 대세를 결정하는 GDP성장률, 물가, 금리 등과는 달리 독립변수로 보기 어렵다. 다만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상승 대세를 더욱 강세시장으로 만들고, 적자 규모가 크면 클수록 하락 대세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대세 결정 요인 6 시장EPS 

시장EPS =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 합계 ÷ 상장기업의 총 발행주식수'
EPS 증가율이 높을수록 증시 대세는 상승할 확률이 높고, 감소하거나 미미하면 증시 대세는 횡보하거나 하락할 확률이 높다.


==> 물가, 금리, 환율은 주식 투자 자금의 수급에 관한 요인으로, 보다 즉각적으로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반면  GDP성장률, 국제수지, 시장EPS는 (전체)기업의 실적과 (전체)주가에 대한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인 가치 투자 관점과 동일하다. (개별 주식이 전체 주식으로 바뀐 것뿐)
그러므로 초보 가치투자자인 나는 물가, 금리, 환율에 의해서 생기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결국은 GDP성장률, 국제수지, 시장EPS라는 경기 실적이 반영된 주식 시장의 내재가치로 회귀할 것이라고 기억하자.
그러므로 물가, 금리, 환율에 의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예측하려 하기보다 대응하면 되겠다. 왜냐면 GDP성장률과 어긋나게 발생한 변동성은 필시 소멸하게 되어있으므로.


셋째 마당 코스피 45년을 복기하면 미래가 보인다

건설주 투기가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대세(1975~1981)를 이끌었다니, 정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 같네.

2003~2007년에는 증시사상 가장 강한 펀드열풍이 불었다. 2004년말 4조 규모이던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3년 반 뒤인 2007년 10월에는 144조원에 이르렀다.
(36배...? ㄷㄷ)

2008년 10월의 시장평균 주가수익비율(PER) 18.2배는 주가 버블의 정도를 말해준다.


넷째 마당 3단계 체크로 증시 대세를 판단한다!

1단계 : GDP갭으로 경제가 호황기냐 후퇴기냐 불황기냐 회복기냐에 대한 1차적 판단을 한다.
2단계 : 물가상승률을 체크한다. (물가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기준금리 변동이 이루어진다)
3단계 : 일드갭을 계산해본다 
1) 일드갭 = 주식투자 예상수익률 - 확정부 이자율
2) 주식투자 예상수익률 = (1 ÷ PER) × 100
3) PER(주가이익비율) = 주가 ÷ 주당순이익(EPS)
   시장PER = 상장기업 시가총액 ÷ 상장기업 당기순이익 합

※ 시장PER 구할 때, 과거PER은 "KRX사이트"에서 구할 수 있다. 미래PER가 더 중요한데, 블룸버그 사이트에 Korea 예상 PER가 게재된다. 외국인들은 'MSCI Korea 예상 PER'을 기준으로 한국증시를 판단한다. 그러나 유료라 일반투자자는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경제신문을 열심히 읽는 수밖에 없다.

※ 확정부이자율 = 무위험이자율 (국고채 3년, 회사채 3년, CD(91일) 금리를 참고하면 된다)


<그림 comment>
PER추이를 보면 실적보다 PER의 리레이팅에 의해 주가가 상승한 것이 눈에 띈다.
달리 설명하면 2020년 우리나라 증시는,
1. 실적 장세가 아닌 유동성 장세에 의해 올랐다.
2. 4차 산업 혁명 이슈로, 기존 산업이 아닌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랐다.
3. 코로나 방역을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해낸 우리나라의 2021년 경제 전망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선반영되었다. 

=> (중요한 물음) 
1. 2021년에 예상대로 우리나라가 좋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면 주가가 더 오를 것인가, 아니면 주가는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대신 기업 이익이 올라 2020년에 과대평가된 PER을 정상치로 떨어뜨릴 것인가.

2. 코스피, 코스닥 시총의 상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SK바이오팜> 등등으로 바뀌었는 바, PER이 치솟은 것도 이해된다. 그렇다면 2021년에 이 기업들의 PER은 현재 상태를 유지할까, 더 오를까, 아니면 평균으로 회귀할까.
2021년은 주식 시장에서 퇴거해야 할 시기일까, 아니면 이런 성장주 투자를 중단하고 가치주 투자로 넘어가야 할 시기일까. 주식시장에 들어온 유동성은 다른 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인가, 아니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순환매할 것인가.


GDP대비 시가총액으로도 증시 대세를 판단할 수 있다
대체로 GDP 규모 대비 시가총액이 100% 이하이면 저평가, 100% 이상이면 고평가되었다고 판단한다.
2019년 12월말 기준 우리나라 GDP는 1,919조 시가총액은 1,475조로 GDP 대비 고평가 아니다.
2020년 9월 시가총액 1,584조, GDP 역성장 -1% 정도 감안해도 1,900조 정도로 역시 고평가는 아니다.


('한국거래소 - 시장정보 - 통계 - 주식 - 거래실적 - 시장주요통계 추이'에서 시가총액 확인)



- GDP는 kosis.kr에서 간단히 확인





다섯째 마당 수급과 사건으로 중기대세를 읽어라!

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지나치게 많을 때는 조만간 증시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90p)

=> 내년에 IPO 대어인 카카오뱅크(약 10조), 크래프톤(약 40조)의 상장이 예상되고, SK그룹, 카카오, 네이버에서도 자회사들이 줄지어 IPO 대기 중이다.

증권시장에는 <산타랠리, 허니문 랠리, 섬머랠리 등>이 있다.
1. 산타랠리 :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주가가 상승하는 것. 한국증시도 미국 영향을 받아 반도체를 비롯한 관련 주가가 오름세를 보임
2. 허니문랠리 :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희망적인 경제정책을 제시. 국민들도 기대감에 협조적 자세를 취함. 이에 따른 주가 오름세
3. 섬머랠리 : 여름 휴가가 긴 외국에서 츄가를 가기 전에 주식을 사두려는 심리가 작용. 중국의 경우 춘절랠리가 있음(우리나라 설과 동일)


여섯째 마당 투자심리로 변곡점을 파악하라!
주식투자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경제와 시장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 상황변화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사람, 실패를 하더라도 지나치게 괴로워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은 주식투자와 잘 맞는 성격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

'주가는 의심 속에서 싹트고, 회의 속에서 성장하며, 환희 속에서 사라진다'


일곱째 마당 차트로 대세를 확인하라!
장기 대세는 월봉으로, 중기대세는 주봉으로 판단하라.

월봉과 주봉을 보고 HTS에 있는 도구를 이용해 추세선을 직접 그어보라. 월봉이나 주봉이 추세선을 이탈하면 일단은 대세가 바뀌기 시작했다고 본다.


여덟째 대세를 읽었으면 이렇게 행동하라!

상승국면의 투자전략
대세상승 후반기에는 <금융주>가 주도주로 부상한다. 금리를 인상하면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진다. 금융기관은 주식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채권투자 비중이 높지 않은 증권사는 은행 및 보험사와 사정이 다르다. 증권시장이 활성화될수록 증권사의 수익은 좋아지는데, 대체로 저금리 때 증시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상승대세 후반에 금리가 올라갈수록 증권주는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하락국면의 투자전략
1. 주식비중을 최대한 줄인다

2. 주식형펀드 비중 줄이고 채권형펀드 비중을 높인다

3. 헤지전략을 활용한다
 1) 선물 매도 : 주가지수 선물의 매매단위는 '코스피 200 지수선물 × 50만원'이다.
     2.5억원 어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선물가격이 250일 때 2계약으로 헷지한다. (250 × 50만원 × 2계약 = 2.5억)
 2) 커버드 콜 매도 : 일반인 이용 어렵다

 4. 인버스 ETF 매수

 5. 레버리지 이용
  1) 대주매도 : 대차거래는 기관투자자만 가능하고 개인투자자 이용이 불가능했지만, 2010년 11월 대우증권이 업계 최초로 개인에게도 대차거래를 허용해 개인도 대차거래의 길이 열렸다.

  2) 옵션과 ELW : 단 한번의 거래로 원금 전액을 날릴 수 있으니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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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참 마음이 따뜻해 - 가장 행복한 사람은 늘 명상하며 산다
배영대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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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신비스럽다. 뇌과학에 의해 그 효과가 입증된 것은 1970년대인데도, 아직 우리에게는 명상이 과학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신비스러운 무엇으로 느껴진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과학자나 교수, 신문 기자와 같은 '이성'을 중시하는 직업인이 보내오는 '명상 초대장'은 더 특별하다. 이 책은 신문 기자로 3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저자에 의해 씌어졌다.

직업적 특성 때문일까. 명상에 대한 저자의 서술은 체험기보다는 관찰기의 성격이 강하다. 그는 명상의 대가들인 '카밧진, 숭산, 틱낫한'과 장현갑, 이시형 박사 같은 저명한 교수들, 그리고 BTS, 김하온 같은 젊은 세대의 문화 아이콘과 일반인인 응암초등학교 교사 원의범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덤덤하게 풀어낸다. 이 책의 큰 미덕은, 자신이 감명받은 명상을 감정적으로 반복 서술하는 자기 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다양한 이들의 매력적인 사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이중 몇 가지 사례를 적어본다.

은퇴 이후 투머치 토커라는 다소 희극적인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박찬호의 이야기에서는 그간 알려지지 않은 그의 진중한 면을 볼 수 있다.
"제가 상당히 힘든 적이 있었어요. 너무 아프니까. 여기저기 매일 파스를 붙여야 하고. 내 몸한테 미안하다고 그랬어요. '미안해' 한 번 하고 호흡을 길게 하고. 그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마워' 하고 호흡 한 번 하고 그럽니다. 지금까지 내 생각을 100퍼센트 따라준 것은 내 몸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내 몸이 정말 고맙고 사랑스러웠어요. 그래서 '사랑해' 하고 호흡 한 번 하고 그러지요." (박찬호식 명상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中, 211p)

2018년 방영된 고등래퍼2 우승자이자 명상 래퍼로 유명세를 탄 김하온의 이야기에서는, 나이를 뛰어넘는 스승이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공부 아닌 공부를 하면서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하나의 프레임이란 걸 깨달았지. 고통 없이는 얻는 게 없다는 말이 너무 잔인하지 않니? 그래서 그 프레임에서 벗어나려고 했어. 최대한 즐긴 것 같아. 그게 제일 노력한 것이야. 웃으면서, 즐기면서, 긍정적으로." (215p)

원의범 교사의 사례는 특히 울림이 크다. 자신의 고통이 아닌 타인의 고통을 계기로 삼아 자아를 깨고서 사랑으로 나아가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명상은 중요한 교육 방법이다
서울 응암초등학교 원의범 교사의 학급에는 매일 오전 9시 특별한 노래가 약 10분간 울려 퍼진다. "영희가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기를···." "철수가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기를···." 이 교실에서 '행복송'으로 불리는 노래다. 행복송과 함께 그날 수업을 시작한다.
영희와 철수의 이름 자리에는 23명 학생의 이름이 각각 돌아가며 들어간다. 친구들의 이름을 함께 부르며 서로의 행복과 평안과 건강을 기원해주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위한 행복송도 빼놓지 않는다.
"서로 이름을 돌아가며 부르다 보면 아이들 표정이 달라지는 게 보여요. 자기 이름이 불릴 차례가 왔을 때 행복해하는 느낌이 표정에서 드러나죠."
원 교사의 교사 경력은 약 20년 되었다. 교사 생활을 시작하던 때와 비교하면 학생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그래서 편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생들을 지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던 차에 학생들과 행복송 부르기를 시작한 뒤 그 효과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어쩌다 바쁜 일이 있어 행복송을 빠뜨리는 날에는 아이들 사이에 다툼도 잦아지고 학급 분위기가 거칠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행복송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들려줄 다양한 이야기, 특히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 이제는 별도 일과가 되었다.
원 교사는 2018년 초 한 학생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 학생은 수업 중 뛰쳐나가기도 하고 심지어 '죽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학생들을 한 명씩 만나 개별상담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이번에는 친하게 지내는 다른 선생님들과 상의를 거쳐 학급 전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행복송이다. (...)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원 교사는 행복송을 시작하면서 그날그날 학생들에게 해줄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는 일이 늘어났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고 한다. 일과가 늘었어도 전보다 힘들지 않은 이유는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기쁘다. 행복송은 아이들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행복송을 리드하는 원 교사 자신이 먼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원 교사는 "학급과 학생들의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한 행복송이 나 자신부터 살려내는 듯하다. 일이 좀 늘었어도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부모에게 꾸중을 듣고 온 아이들도 행복송을 부르며 화를 누그러뜨리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좀더 연구해서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
(182-186p)

이 책에서 짤막하게 소개 된 장현갑 교수의 이야기는 잊지 않고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의 마지막 저서 『심리학자의 인생실험실』을 읽고서 나는 명상이라는 행위를 온 마음과 머리를 활짝 열어 받아들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현갑 교수는 1942년생으로 스물 일곱살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뇌과학 전공)가 되었고, 발표한 논문 여러 편이 심리학과 의학을 연계하는 세계적인 연구로 인정되어 마르퀴즈 후즈후를 비롯한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된 지식인이다. 그는 1997년 안식년을 맞아 아내, 아들, 딸과 함께 미국 자동차 여행을 떠나는데, 이때 교통사고가 일어난다. 그는 두 다리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게 되는데, 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까지 약 한 시간 반 동안 두 다리가 으스러진 상태로 아내와 딸이 사망한 자동차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소개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숭산'이라는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명상에 관한 저명한 책을 읽다 보면 꼭 마주치게 되는 이름이다. 주식 투자 책을 읽다보면 어디서든 '워런 버핏'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숭산은 1927년생으로 1949년 22살 약관의 나이에 득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의 고승이었던 춘성, 금봉, 금오, 고봉선사들에게 인가(득도를 검증받아 인정되는 것)를 받았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1972년 46살에 미국으로 설법을 전파하러 떠난 데서 비롯되었다. 그를 스승으로 삼았던 이는 존 카밧진 교수(MBSR의 창시자), 트루디 굿맨 박사,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원명 폴 뮌젠) 등 기라성 같은 인물이 많다. 숭산이 활동하던 당시 "달라이 라마, 마하 고사난다, 틱낫한" 그리고 '숭산'이 세계 4대 생불로 불렸다.
숭산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서술 중 하나는 도올 김용옥이 쓴 글이다. 이 책에 소개된 글은 아니지만 여기에 옮겨 본다.

그의 달마톡이 다 끝나갈 즈음,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스님에게 물었다. 내 기억으로 그 여자는 하버드 대학 박사반에 재학 중인 30 전후의 학생이었다.
"홭 이스 러브? (What is love? / '사랑'이란 뭔가요?)"
숭산은 내쳐 그 여학생에게 다음과 같이 묻는 것이었다.
"아이 아스크 유, 홭 이즈 라부? (I ask you, what is love? / 제가 물어볼게요. 사랑이란 뭘까요?)"
그러니까 그 학생은 대답을 잃어버리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숭산은 말하는 것이었다.
"디스 이스 라부. (This is love. / 이게 사랑이에요.)"
그래도 그 여학생은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학생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동안의 숭산은 다음과 같이 말을 잇는 것이었다.
"유 아스크 미, 아이 아스크 유. 디스 이스 라부. (You ask me, I ask you. This is love. / 당신이 저에게 물어봐서, 저도 당신에게 물어봤어요. 사랑은 이런 거에요.)"
인간에게 있어서 과연 이 이상의 언어가 있을 수 있는가? (...)

- 도올 김용옥, "나는 불교를 이렇게 본다" 中

명상의 세계는 가치 투자의 세계와 꽤나 비슷하다. 능력이 출중한 자가 아무리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 붓는다 해도, 이 세계가 좁다는 느낌은 받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세계는 무한하고 나라는 것은 무한한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다. 나의 그릇이 작음을 깨닫는 것은 커다란 자유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된다. 이 그릇을 채우는 데에도 그리고 이 그릇을 버리는 데에도 특별한 성취가 필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대한 인물의 그것에 비하면 대단히 작은 채움 또는 대단히 작은 비움에 불과하다. 그릇을 늘리느라 애쓰지 말고 그릇만큼만 하면 된다. 

이 책은 명상으로 초대하는 정성 어린 초대장이자, 흥미로운 초대장이고, 초대하는 이를 내세우지 않고 초대받는 이를 존중하는 초대장이며, 더 큰 (인물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현명한 안내장이다. 메이트북스 정영훈 대표의 제안으로 배영대 저자가 책을 내게 된 것인데, 제안도 수락도 그리고 마침내 출간된 책을 읽는 것도 모두 멋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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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터 - 휴먼 게임의 위기, 기후 변화와 레버리지
빌 맥키번 지음, 홍성완 옮김 / 생각이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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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서 지구 온난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슬퍼하는 북극곰일 것이다. 발을 딛고 살 수 있는 땅(얼음)이 점점 더 줄어들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북극곰도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분명 슬픈 일이다. 헌데 이런 의문도 든다. 북극곰의 미래를 슬퍼하기 전에, 최근 치솟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살률을 걱정하는 게 좀더 인간적이지 않나?

이 책 폴터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900만 명이 오염으로 죽는다."(39p)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인도 "델리에 사는 440만 어린이 가운데 절반이 호흡으로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발견됐다." (39p)
지구 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온도를 화씨로 2도 정도 상승시켰는데, 이 효과로 건조한 곳은 더 건조해지고 습기 찬 곳은 더 습해졌다. 재난 관점에서는 큰 산불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고, 허리케인이 해마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를 뒤덮었던 거대한 산불의 소식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거대 산불이 해마다 더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것이 바로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라고 이 책은 알려준다.

케냐산 정상을 덮고 있던 얼음이 이제는 3분의 2가 사라졌다.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하던 18개의 빙하 가운데 10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목초지가 먼지로 변하자 목동들은 키우던 가축을 산에서 가장 가까운 농경지로 몰기 시작했다. 한 목동은 '소들이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근처 어딘가에 풀이 있다면 누구라도 소를 그대로 죽게 놔두지는 않겠죠?" 예로부터 그들과 민족이 다르면서 그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은 당연히 강력하게 맞섰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48-49p)

기후 변화는 북극곰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의 범위도 점점 좁혀가고 있다. 사막이 늘어나고, 해수면에 가까운 지역의 땅은 침수되고, 물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원래 거주하던 지역을 떠나 타 민족, 타 국가, 타 부락의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를 기후 난민이라고 부르는데, "2018년 세계은행의 한 연구는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지면 2050년까지 무려 1억4,300만 명이나 되는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고향에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8p)

기후 변화 때문에 난민 문제 그리고 분쟁 문제(전쟁을 포함한)가 실질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소득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의 문제로 집중되어서 (매년 재난이 발생하는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생활 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저소득층이다), 이제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생존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점은,
이러한 기후 변화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속화된 데 따른 것이고, 이산화탄소의 배출 가속화는 화석 연료 사용의 증대가 초래했다는 점이다. 화석 연료(석유, 석탄) 사용의 증대는 모든 현대 문명 발달의 동력인 전력 생산, 그리고 교통(운송) 수단인 자동차, 배, 항공기의 사용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즉, 지난 30년 동안 화석 연료 사용의 증대는 바로 자본주의와 그 안에서 싹 튼 모든 산업의 발달을 의미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기후는 더 나빠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래서 자본주의 발달의 혜택을 누리는 선진국의 기업가, 자본가가 아니라 이런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국가의 소외된 사람들이 자본주의 발달의 대가를(기후변화의 대가를) 생존의 문제로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은 발견은 그 자체로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지만, 더 뜨거울 일은 따로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석유 사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일으킨 코크가에서는 이미 이러한 사실을 30년 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30년 동안 화석 연료의 사용과 지구 온난화는 밀접한 연관이 없으며, 둘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고 정계에 로비하고, 학계에 주장하며, 일반에 마케팅을 해왔다. 그런데 밝혀진 그들의 내부 문건에는, 그들은 둘 사이의 밀접환 관련성을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자신들의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이 점차 발달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들의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하는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에 맞추어 전략을 짜고 실행했다. 그들은 거물 정치인들, 법안 입법자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했다. 돈을 지원하기 위해, 정치인, 입법자들, 과학자들이 거대 자본의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까지 바꾸었다. 

이 책의 일례를 살펴보자.

나는 2004년 상원의원 존 맥케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중대한 도전이라고 단언했다. (...)
하지만 사실은 코크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티파티의 도전자들이 맥케인을 뒤쫓은 후, 그 자신도 한때 동의했던 것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국무장관이었던 존 케리가 기후 변화를 "대량 파괴 무기"라고 부르자 맥케인은 이렇게 응수했다. "대체 어느 행성에 사는 사람인가?" 맥케인이 그런 조롱 섞인 농담을 한 2014년에는 공화당 의원 278명 가운데 단지 8명만이 인간이 기후 변화를 실제로 일으켰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182-183p)

지구 자연의 지속성(미래 세대의 생존 가능성)과 타 지역에 거주하는 동시대 수많은 타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더 벌려고만 하는 자본주의가 낳은 탁월한 성장 괴물들(위의 코크가 같은)을 이제는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이 책이 건네는 제안이다. 그리고 이 제안이 그대로 통용되는 분야가 <기후 변화>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으니, <생명공학>과 <AI>다.

생명공학은 '크리스퍼'의 발견으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간의 유전자를 워드 프로세스가 글을 편집하듯 쉽게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AI, 딥러닝에 의해서 과학의 발달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현 조건 하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우수한 유전적 능력을 부여하는 일이 생명공학적으로 가능해지는 시기는 머지 않다. 책의 저자 빌 맥키번은 묻는다.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올해 유전자 공학보다 내년의 유전자 공학이 훨씬 더 발달해 있을 것이므로, 올해보다 내년에 아이를 만드는 게 아이의 능력을 더 우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아이보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나는 다른 아이들이 훨씬 더 우수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아이를, 아마도 성인이 될 때쯤에는 미래 세대 중에서는 가장 낮은 능력을 가지게 될 이 아이를 실패작이라고 여길 것인가, 아니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라고 여길 것인가? 당신이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가지려는 아이는 사랑스러운 아이인가 아니면 우수한 아이인가?

<AI>에 대해서는 책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 본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정규 공식이 된 사례를 살펴보자. 종이 클립을 3D 프린터에서 생산하는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 이야기다. (왜 점차 종이가 없어져가는 세상에서 종이 클립이냐고? 신경 쓰지 말자.) 또 다른 옥스퍼드대 과학자 샌드버그Anders Sandberg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AI가 단순히 인터넷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순식간에 살펴본다. 그리고는 더 스마트한 시스템이 대개는 더 많은 종이 클립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더 스마트하게 하면 결과적으로 클립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녀석은 자신을 스마트하게 한다. 그 다음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어떻게든 종이 클립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생산가능한 클립수를 추산한다. 녀석은 원재료를 더 많이 구하면 더 많은 클립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자신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 장비를 생산할 계획을 짜고, 계획을 방해하는 것을 막고 나서, 지구 전체를(나중에는 우주 전체를) 종이 클립 공장으로 바꾼다."

영화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s apprentice>를 본 사람이라면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것이다. 바로 자신을 끝없이 그리고 재치 있게 증식할 수 있는 것의 예다. 언젠가 엘론 머스크가 한 말이 있다. "스스로를 개선하는 AI를 만들어 딸기를 따게 했다고 하자. 녀석은 점차 더 딸기를 잘 따고, 더 많이 따고, 또 스스로를 개선한다. 녀석이 진짜 원하는 것은 딸기를 따는 것이 전부다. 결국은 전 세계를 딸기밭으로 만들 것이다. 영원한 딸기 밭으로."

이런 사람들 모두의 전망에는 컴퓨터가 향후 몇년 안에 어떤 사람, 어떤 집단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이 기계들은 1년 내내 자기 자신을 계속 가르쳐서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지능이 폭발하고 자신을 개선하는 능력을 갖춘 AI는 곧 자신을 통제하는 인간의 능력을 앞지른다. "오히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과대평가 하기가 어렵다. 또 AI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이널 인벤션Our Final Invention』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제임스 배럿James Barrat이 한 말이다. "꼭 우리가 미워서 생존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우리 분자를 사용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특별히 들쥐를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녁을 굶지 않으려면 매일, 매시간 그들의 소굴을 갈아엎어야만 한다.

이것은, 이를테면 2000년의 문제(Y2K) 같은 게 아니다. 반백이 되어 은퇴한 늙은 프로그래머들이 그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등장해 코딩을 했다. "내가 생명유지 장치를 떼려고 하면 스마트한 AI는 어떻게든 나를 멈추게 할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앤더스 샌드버그가 그의 종이 클립 AI에 대해 한 말이다. "내가 자기를 멈추면 세상에 종이 클립이 더 적어질 것이고 그게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235-236p)


또 다른 사건은 2017년에 있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구축한 AI시스템을 정지하고 다른 AI 에이전트와 협상을 해야 했다. 그 시스템이 "영어 트레이닝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언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 새로운 언어가 "무의미한 횡설수설"로 들렸다.

하지만 봅Bob과 엘리스Alice라는 로봇 간의 대화를 분석한 연구원들은 이들이 진짜로 물물교환을 위한 고도의 효율적 용어를 개발했다고 결론지었다. 본질적으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의 AI는 '보상'원칙으로 운영된다. 어떤 행동 과정에 따라 자신들에게 '혜택'을 주기를 기대한다. 이 경우에 영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그래서 대신 더 효율적인 솔루션을 구축한 것이다"

2018년 증언을 위해 의회에 소환된 저커버그가 점잖게 설명했다. "지금의 많은 AI 시스템은 사람들이 진짜로 이해 못하는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Tay라고 이름 붙인 AI 챗봇을 단 하루 만에 중단해야 했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대화를 통해' 테이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트위터 사용자들이 테이를 여성혐호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세뇌된 테이가 곧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날린 트위터들이다. "9/11은 부시가 한 짓이다. 그리고 히틀러가 지금 이 바보가 하는 것보다는 일을 더 잘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239p)

위의 세 분야의 공통점은, 인류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는 탁월한 능력자들을 이제는 세계인이 멈추어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멈추어 세워야 하지 않나'라는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 빌 맥키번은 세 분야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이 위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가능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의 대처 방안은 다소 감상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 여태까지 수십년 간 실천하며 성과를 이루어 낸 방법이기 때문에, 경험론적으로는 검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안으로 빌 맥키번이 강조한 <태양광 패널의 설치>에 주목하게 된다. 태양광 패널은 큰 인프라 투자 없이도 낙후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이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부락을 찾아가 집집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을 무료로 설치하고, 대신 전기 사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장기간 징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업으로 돈을 벌고, 아프리카 촌락에는 전기가 들어와 주민들은 시원한 물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며, 학구열이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열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없기 때문에 지구의 몸도 뜨거워지지 않는다. 전기로 이룩한 인류 문명과 자본주의의 불평등 해소와 지구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저자 빌 맥키번의 애착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애착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예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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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업가 김대중 3 - 길이 아니어도 좋다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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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운동과 항일을 거쳐 대양조선공업과 목포해운공사의 대표로

3권에서는 역사적으로도, 김대중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 펼쳐진다.

전 권에서 전남기선 회사의 위기를 훌륭하게 구해 낸 김대중은 사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대리로 승진하지만 그 때문에 다른 동료들의 질시를 받는다. 회계 직원의 실수로 장부와 증빙 서류 간에 소액의 차이가 발생하자 직원들은 이를 빌미로 김대중을 계속 괴롭히지만, 김대중은 부당한 처우 앞에서도 끈기 있게 버텨 내며 결국 오해가 풀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한편 김대중의 친구 강남진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방직 공장인 '가네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극악한 노동 조건 속에서 어린 여공들이 폐병으로 죽어나가는데, 일본인 관리자들의 패악은 점점 더 심해진다.
마침내 근로자들이 들고 일어나 사측과 노동자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일본 군대가 투입되는 지경에 이르자 김대중도 친구의 일에 발벗고 나서게 된다.

주인공의 활약과 여러 우여곡절 끝에 가네보 공장의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리고 1945년 8월 16일. 마침내 일본의 항복선언이 이루어지며, 대한민국은 독립을 맞이하게 된다.
일본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회사를 위기에서 구한 김대중은 21살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표위원장으로 추대되고,
미 군정이 일본인의 재산의 관리권을 회수해가는 움직임에 맞서 회사의 관리권을 지켜낸다.

이러한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대양조선공업>에서 김대중을 찾아와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요청을 하고,
김대중은 1년 뒤 대양조선공업의 대표를 그만두고 목포해운공사를 창업한다.

이번 3권에는 한 명의 한국인이 겪을 수 있는 역사적 중대사가 모두 담겨 있다.
1. 일제 강점기
2.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극악한 근로 환경
3. 한국인 노동자와 일본인 자본가의 극한의 대립
4. 대한민국의 독립 (그러나 우리의 독립은 우리의 자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5. 그리고 해방 후의 리더십
6. 말단 직원으로 출발하여 해운 회사를 창업하여 대표가 되는 과정.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넘어서는 진리는 인식할 수 없다는 주장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의 위와 같은 폭넓은 경험은, 동시대의 다른 이보다 폭넓은 진리를 만날 수 있는 배경이었을 것이다.

그는,
1) 식민지의 국민
2) 차별받고 고통받는 근로자
3) 노동가와 자본가의 대립을 한국인과 일본인의 대립으로 경험하게 되었던 시대적 상황
4) 자력보다는 외력에 의한 대한민국의 독립
5) 해방 후 어린 나이에 자국민들을 이끄는 지도자로서의 역량, 경험
6) 회사를 창업하고 대표가 될 정도의 경제적 능력과 성취

를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와 그가 지닌 개인의 탁월한 능력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경험의 폭을 가질 수 있었는데,
바로 그 때문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의 업적인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하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이 만화를 읽기 전, 내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던 정확하지 않은 모호한 정보들은 모두 정치인 김대중에 관한 것이었다.
정치에 깊은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그래서 이 인물에 대해 깊게 성찰할 계기가 없었다.

이번 만화를 계기로 다소 놀란 마음으로 알게 된 사실은,
그가 세상에 대해서 가졌을 시각은 아주 다양한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근로자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은 근로자의 관점이 아닌 경영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어렵고,
경영자의 관점으로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은 근로자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기 어렵다.
설움 없이 자란 자는 설움이 큰 자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렵고
설움이 큰 자는 설움 없이 자란 자의 관점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사회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은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여 폭넓은 시각을 가진 리더를 찾는 일이 중요한 것인데,
김대중 대통령이 회사의 창업주 역할까지 경험했던 인물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후의 내용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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