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 당신을 부의 길로 인도할 버핏의 80년 투자 인사이트
로버트 해그스트롬 지음, 오은미 옮김, 이상건 감수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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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라는 제목의 책에 끌린 것은 주식 투자 실전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운좋게 합류하게 된 투자 스터디에서 그야말로 날아다니는 동료들을 만나게 됐다. 탁월한 동료들의 투자 스타일은 트렌드를 앞서가는 종목의 발굴 그리고 높은 매매 회전율로 요약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스타일은 흉내낼 수 있었지만 그 성과는 흉내낼 수 없었다.

1) 초보 투자자인 나에게 천금같은 배움의 기회가 온 게 아닐까? 동료들의 스타일을 더 깊이 배워야 하지 않을까?
2) 내가 따라할 수 없는 스타일을 따라하려고 하면 손발만 어지러워지는 게 아닐까? 처음에 세운 투자 철학과 스타일을 유지하는 게 맞지 않을까?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 사이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내 투자는 계좌와 함께 방황 중이다.
솔직한 마음은 이미 예전에 2번 선택지를 골랐다. 다만 뛰어난 동료들의 성과를 볼 때마다 왜 1)번을 고르지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대답이 궁색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대답을 만나기 위해 고르게 된 책이다. 워런 버핏의 <머니 마인드>. 이 질문에 대답해줘.


버크셔 해서웨이를 운영하면서 워런 버핏이 내린 일련의 결정들을 보며, 당신은 아마도 워런 버핏이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장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전략이 아니었다. 그는 철저하게 하방 리스크가 제한적인, 저가의 실물자산 중심의 주식들을 매수했다. 그러다 주식 가격이 다시 적정가치에 근접하면 그 주식을 매도하고 다음 투자를 찾아 떠났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몇 년간 보유하면서 복리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레이엄의 투자 방식이 아니었다. 사실 복리라는 단어는 《증권분석》이나 《현명한 투자자》 그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 49~50p

201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총회 당시 한 주주가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에게 자신들의 인생 지론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내가 생각한 대답은 '합리성'이었다. 하지만 찰리 멍거의 답은 내 예상을 벗어났다. 그는 재빨리 마이크를 움켜잡더니 "실용주의죠!"라고 외쳤다. 나는 몸을 곧추세운 뒤, 앞으로 기울였다. 더 잘 듣기 위해서였다. "실용주의입니다. 당신의 기질에 맞는 것을 하세요. 되는 일을 하세요. 그리고 그걸 계속하세요." 찰리 멍거의 말이었다. "이것이 바로 삶의 근본적인 알고리즘입니다. 되는 걸 반복하는 겁니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실용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한 최초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실용주의가 더 연구할 가치가 있는 단어임을 직감했다.
- 96p

피셔가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워런 버핏의 변화하는 능력, 그리고 성공적으로 변화를 실행하는 능력이었다. 진화를 시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하지만 워런 버핏은 실패하지 않았다. 피셔는 그 이유를 워런 버핏이 스스로에게 진실했고 자신이 누구인지 또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 137p

필립 피셔가 옳았다. 이미 성공을 맛본 투자자가 1단계에서 2단계로, 특히 2단계에서 3단계로 진화하기란 쉽지 않다. 특정 시장 주기가 지나간 이후에도 성공적으로 투자하길 원한다면 정신적인 유연성과 적절한 기질, 그리고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머니 마인드가 발휘되는 사고체계의 본질이다.
- 194~195p

기업 중심 투자는 장기 차익거래와 만났을 때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기업 중심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근거로 해서 자신이 이기고 있는지 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보유 종목들의 가치가 경제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증가했는가가 그들의 성과를 판단하는 유일한 지표이다. 이를 통해 투자 존에 머무는 투자자들은 스스로 자신감을 얻고, 그들이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확인받는다. 투자 존에 머무는 이들은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 252p


복리의 자산증식 효과가 건전한 것임을 믿고, 주식이 기업의 소유권임을 믿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고 싶은 투자 전략이 하나 있다. 국내 기업 중 1곳의 기업을 포트에 높은 비중으로 담고, 약 10년 정도를 보유하는 전략이다. 물론 그 기업의 성장성과 잠재력을 충분히 믿고 경영진을 신뢰하기 때문에 선택한 전략이다.
현재 보유기간은 만 3년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7년 정도를 더 보유하면 이 전략의 성공과 실패가 판가름 나게 된다. 그 성패를 확인한 다음에, 다른 전략과 다른 스타일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싶다는 게 현재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마도 이 결정은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류의 투자 스타일일 것인데, 과연 내가 위대한 기업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식견 높은 투자자인가, 라는 근원적인 회의가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배운 기업 검토 방법을 모두 동원해 해당 기업을 반복해서 분석해 보아도, 해당 기업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예측을 하게 된다.

기업의 주가는 최근 2년 동안 횡보했지만, 영업이익은 2배 넘게 늘었다. 앞으로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가치는 분명 상승했다.
나는 투자 존에 머무는 투자자로서, 이 전략을 끝까지 고수해볼 생각이다. 이 결정이 뛰어난 동료들의 투자 성과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면, 분명 그것은 이번에 읽은 이 책 <워런 버핏 머니 마인드> 덕분이다. 고맙다.


※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작성한 서평이지만, 가능한 한 솔직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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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자의 탄생 -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 대가 17인의 삶과 투자 전략
로널드 챈 지음, 김인정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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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기

『가치투자자의 탄생』은 17명의 가치투자 대가들의 삶과 투자 전략을 요약하여 엮었다.
서문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성공적인 투자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치투자는 성공을 위한 포괄적 원칙이며, 그 원칙 안에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대가들의 투자 스타일이 저마다의 시장 환경, 성격, 경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고유한 매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구의 유명한 대가들 - 하워드 막스, 월터 슐로스 등 -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투자 대가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단 점이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 발생한 가치투자 개념이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의 뛰어난 가치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볼 수 있다. (주로 미국의) 투자 대가들의 이야기와 국내 주식시장 상황의 괴리가 커서 투자 방식을 많이 고민했던 가치투자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간극을 메워주는 '사형제(주로 유럽과 아시아의 덜 알려진 가치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텡은 서구에서 개발된 가치투자 전략을 지지하지만 아시아 시장의 커다란 변동성을 감안해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흥국은 성장률이 높지만 정치, 기업 지배구조, 짧은 경기 순환 주기,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위험 역시 더 큽니다. 신흥국 경제에서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20~30% 하락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폭락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죠.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장기 매수 전략은 시장에 못 미치는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매매를 일으키라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이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거나 주가에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었다면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이 조정을 거칠 때 다시 매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260p, <텡 응이예크 리엔(싱가포르)>

초소형주와 소형주 영역에서 PBR과 부채 비율이 낮은 주식을 선별하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이론적 훈련으로만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투자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한지 여부다. 투자 아이디어의 실행 가능성은 주식의 유동성, 기업의 소유 구조, 지배 주주 가족이나 고위 경영진이 제시하는 유인책에 달려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회사를 방문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가치투자자를 지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일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필수적인 예비 작업니다.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극히 위험하다. 
- 201~202p, <필립 베스트(스위스)>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세 대륙의 투자자들을 다루고 있다. 
1. 미국 : 하워드 막스, 월터 슐로스, 어빙 칸, 토머스 칸, 윌리엄 브라운
2. 유럽 : 장마리 에베이야르(프랑스), 프란시스코 가르시아 파라메스(스페인), 알바로&페르난도(스페인), 필립 베스트(스위스), 앤서니 너트(영국), 마크 모비우스(영국)
3. 아시아 : 텡 응이예크 리앤(싱가포르), 아베 슈헤이(일본), 브니 예(홍콩), 킨 챈(홍콩), 체아 쳉 하이(홍콩).

책을 읽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브니 예의 언급과 같을 것이다.

"많은 투자자와 투자서가 올바른 투자 스타일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방식의 옳고 그름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투자 스타일을 정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차분하고 인내심이 있다면 가치투자가 맞을 겁니다. 성격이 급하고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트레이딩에 가까운 접근법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어떤 고정된 형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에 맞는 투자 방법을 파악하고 시간과 경험을 통해 전략을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될 겁니다!" 
- 298p, <브니 예(홍콩)>

아마도 이 때문에, 저자는 가치투자대가들의 태생, 가정환경, 시대상황, 성격을 먼저 드러낸 다음, 그들이 투자에 입문하게 된 경력을 추적하고, 그 다음 그들의 투자 전략을 설명한다. 독자가 자신의 투자 전략을 점검할 때 이 책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태생, 가정환경, 시대상황, 성격을 먼저 파악한 다음, 투자에 입문하게 된 경력을 추적한다면 스스로의 전략에 대해 보다 단단한 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고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면서, 자기자신에 대해서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실은 흐릿한 감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투자 전략의 기초가 되는 자신의 기질, 그 기질의 특성, 그 특성이 형성된 배경 중 무엇 하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분명하게 파악하길 미루어 온 원인 중 하나는 올해의 건강검진을 내년으로 미루는 사람의 심리처럼 현재 상태의 자기자신을 점검해 보았자 좋은 평가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를 미룬다고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으니 입맛 쓴 결과를 받게 되더라도 자신의 현재를 점검해 봄이 좋을 듯하다. 감정을 섞지 않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는 훈련은 가치투자자의 탄생에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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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워런 버핏 바이블 2021 - 버핏이 직접 말해주는 투자와 경영의 지혜 2 : 2017~2021 워런 버핏 바이블
이건.최준철.홍영표 엮음 / 에프엔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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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전에 마음가짐을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의 책은 처음이다. 왠지 투자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다음 읽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금번에 에프엔미디어에서 '워런 버핏 바이블 2021'의 이벤트를 진행했다. 좋은 기회 덕분에 마침내 가치투자의 바이블을 펼쳐보게 되었다. 과연 초보 투자자인 내가 소화할 수 있을까? 우려가 있었으나, 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마치 오픈북 시험처럼, 시간과 정성을 들여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한없는 배움이 있을 듯했다. 초보는 초보의 수준에서, 배경지식과 경험이 많은 고수는 고수의 수준에서.

같은 종교를 갖고 같은 바이블을 읽더라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모습의 신도가 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떤 모습의 가치투자자가 되고 싶은가. 분명한 대답은 아직 내 안에 없었다. 그저 공부가, 실력을 쌓는 일이 즐거운 투자자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했다.

최근 투자 스터디에 참여하고 나서 적응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로 다른 투자 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이 여럿 모여서 각자의 방식과 정보를 함께 나누다 보니, 초보인 나는 처음에 무척 혼란스러웠다. 낯선 환경이 익숙해지고 혼란이 잦아들자 스터디는 흥미로운 배움의 장이 됐다. 각자의 투자 스타일에는 그 사람의 경력, 기질, 인생관이 담겨 있다. 그 연결을 조금씩 알게 되자 내 것이 아닌 스타일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무언가를 알아간다는 건 무언가를 마음 편하게 바라보고 대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가치투자를 알아간다는 건 가치투자와 편한 사이가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나이 마흔에 좋은 친구를 만나 말년까지 우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건 인생의 큰 복이라 할 만한 일. 어쩌면 내가 되고 싶은 가치투자자란 이런 모습인 듯하다. 가치투자와 친구로 지내는 것. 너무 경건하지도, 너무 절박하지도, 너무 이용하려고 하지도 말고. 친구처럼.

이 책의 목차와 구성에 대해서는 다른 서평을 통해 충분히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글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첨언하는 형태로 서평을 작성했다. 서평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독후감인 셈이다.

이제 90세가 된 빅 짐 해슬럼은 최근 영감을 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짐 클레이턴의 아들 케빈은 빅 짐 해슬럼에게 파일럿의 대규모 지분을 버크셔에 팔라고 권유했습니다. 모든 소매업자가 알고 있듯이 가장 유능한 영업 직원은 만족한 고객입니다. 이는 기업 인수 시장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67p)

→ 벤저민 그레이엄이 저술한 《현명한 투자자》를 마음에 품은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혜택이 하나 있다. 비슷한 마음을 지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는 것.

버핏은 주주에게 귀속되는 이익을 계산할 때 감가상각비 대신 자본적 지출을 차감합니다. 미래에도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출을 충분히 하고도 남은 잉여현금을 주주의 진짜 이익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77p)

→ 기업을 볼 때 과거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이익이 중요한 것처럼, 과거의 감가상각비가 아니라 미래의 자본적 지출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간단한 논리인데 여태 체크하지 못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을 지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은 그 성당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습니다. "내 기념비를 찾는다면 주위를 둘러보시오." (149p)

→ 잔잔한 유머인데, 워런 버핏의 기질이 잘 드러난다.

멍거: 우리는 쓸모없는 일은 모조리 로봇에 넘겨주고 싶어 합니다. 워런도 말했듯이, 이것이 지난 200년 동안 우리가 해온 일입니다. 이제는 다시 대장장이가 되려는 사람도 없고 길에서 말똥을 수거해서 비료로 쓰려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경제 피라미드의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의 재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를 깊이 걱정합니다. 이는 심각한 세계 금융위기 탓에 세상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우연히 나타난 현상입니다.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자 자산 가격이 상승해서 부자들의 재산이 더 늘어난 것입니다. 누군가 돈을 벌려고 의도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우연의 산물이며 곧 지나갈 일입니다. 생산성 향상이 주는 과실은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어떤 계층에 조금 더 돌아간다고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버핏: 옛날 찰리와 나는 잡화점에서 일했습니다. 손님이 완두콩 통조림을 달라고 하면 우리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통조림을 꺼내서 상자에 담아 손님의 트럭에 실었습니다. 요즘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식품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그 유통 과정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는 상대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이제 식품 유통의 효율성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졌습니다. 증조부는 이런 잡화점이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고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유통망은 더 효율적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자그마한 창조적 파괴를 눈으로 본 셈입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창조적 파괴 덕분에 우리는 잡화점 일에서 벗어나 투자를 하게 되었습니다. 잘된 일이지요. (166-167p)

→ 멍거는 상대에게 직설적으로 말하고, 버핏은 자신의 일화를 설명한다. 자신을 설명하는 화법은 입장이 다른 상대의 감정을 좀 더 배려하는 방법이다. 버핏의 방식이 감정의 방해 없이 보다 발전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유리하다. 한편 자신의 편향을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멍거의 이야기는 듣는 재미가 있다.

버핏: 나는 회계학을 좋아해서 여러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레이 데인Ray Dein 교수가 단연 최고였습니다. 회계는 기업의 언어입니다. 덕분에 나는 평생에 필요한 필수 분야를 통달하게 되었습니다. (266p)

→ 재무제표를 보는 일이 즐거워질 때까지. 회계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익힐 만한 가치가 있다.

버핏: 평생 직업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내가 항상 똑같이 해주는 조언이 있습니다. 아직 여러분에게 적합한 평생 직업을 찾지 못했더라도 어딘가에는 그런 직업이 있습니다. 처음부터 꼭 그런 직업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은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아무 직업에나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감동을 주는 회사가 아니라면, 존경스러운 사람이 없는 회사라면 생계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에는 적합한 평생 직업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아침마다 출근하려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게 되는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다행히 나는 그런 직업을 찾았습니다. 그런 직업만큼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직업이라면 아무리 일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매일 이런 직업을 찾아야 하지만, 누구나 졸업 후 곧바로 이런 직업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직업은 어딘가에 존재하므로 여러분은 계속 찾아야 하며, 그런 직장에서 여러분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직업을 찾으려면 의사소통 능력 계발이 매우 중요합니다. 글을 잘 써야 하고, 말도 잘해야 하며, 머리에는 지식이 가득해야 합니다. 전날까지 모르던 지식을 머리에 채워가는 하루하루는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268p)

→ 이제 1년차. 앞으로도 전업 투자자로 오래 활동할 수 있기를.

총장: 우리 졸업생들이 어떻게 하면 평생 계속해서 학습할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버핏: 독서보다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호기심도 많아야 합니다. (269p)

→ 코로나가 끝나면 오프라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싶다.

총장: 당신의 수십 년 경력을 돌아볼 때 무엇을 성공의 척도로 삼아야 하는지 우리 졸업생들에게 조언해주시겠습니까? 사업에서, 직업에서, 인생에서 무엇을 성공의 척도로 삼아야 할까요?

버핏: 궁극적인 질문이군요. 나는 90세까지 살아오면서 큰 부자가 되고서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매우 유명해지고서도 인생에서 실패한 사람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70세에도 활동하면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사람 중에서는 실패한 사람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70세까지 활동하면서 자녀, 배우자, 동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반면 더 부유하고 재능과 명성이 뛰어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허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270p)

(질문)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원칙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멍거: 행복한 인생을 사는 원칙은 매우 단순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기대 수준을 낮추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어렵지 않습니다. 기대 수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으면 평생 비참하게 살게 됩니다. 나는 기대 수준을 잘 낮추었으므로 유리했습니다.

간혹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뒤집어 생각하는 방식이 유용합니다. 로즈 블럼킨 여사가 버크셔의 기업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행동 원칙도 유용합니다. 여사는 500달러로 사업을 시작해 거대 기업을 만들어냈습니다. 여사의 좌우명은 "항상 진실을 말하고, 누구에게도 절대 거짓말하지 말라"였습니다.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훌륭한 원칙입니다. 인생에 유용한 원칙들은 이렇게 매우 단순합니다. 리콴유가 말한 "처음에 올바르게 하라"도 정말 훌륭한 원칙입니다. (340p)

→ '성공'의 기준이 되는 경제적 성취의 수준을 낮추어서 자신의 능력 범위 안으로 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생을 잘 사는 게 어렵지 않을 듯하다.

멍거: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인생에서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게임의 특징입니다. 실수를 피하려고만 하면 용기를 충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81p)

→ 실수는 스스로에게도 자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 어쩌면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모자란 것은 용기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자비의 마음일지도.

사회: 이렇게 통화량이 증가하고 금리가 하락했는데도 아직 반응이 거의 없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멍거: 놀랍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경악스럽다astounding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입니다. 일부 유럽 국가는 100년 만기 채권을 1%보다 훨씬 낮은 금리에 발행했습니다. 기묘한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미치광이가 1% 미만 금리로 유럽 국가에 100년 동안 돈을 빌려줄까요? (286p)

→ 그 미치광이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

멍거: (...) 중국의 경제 발전 사례는 지금까지 거대 국가가 세운 기록 중 최고입니다. 거대 국가가 이렇게 장기간 빠르게 발전한 사례는 없습니다.

사회: 그렇다면 정치 체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인가요?

멍거: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네.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과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당독재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이 세계 경제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미국인들은 경제가 발전하려면 정부에 대한 비판 등 온갖 의견이 허용되는 표현의 자유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통제 속에서도 놀라운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중국이 입증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만 많이 만들어내면 됩니다. 그러면 일당독재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288p)

→ 멍거님은 엘리트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보는 듯.

멍거: 한 변호사는 내게 자주 찾아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변호사 일 그만두고 억만장자가 될 수 있나요?" 나는 모차르트를 찾아간 청년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청년이 "교향곡을 쓰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자 모차르트는 "자네 몇 살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가 "22세입니다"라고 대답하자 모차르트는 "너무 어려"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하지만 선생님은 10세에 교향곡을 쓰셨잖아요"라고 말하자 모차르트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하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네." (248p)

→ 묻지 마란 얘기. 묻고 대답을 들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것.

멍거: 훌륭한 투자자는 훌륭한 체스 선수와 비슷합니다. 투자에는 타고난 자질이 필요합니다.

사회: 위험수용도나 인내심 때문인가요? 훌륭한 투자자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멍거: 지식도 풍부해야 하지만 기질과 만족 지연도 필요합니다.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에는 인내심과 공격성이라는 기묘한 조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둘을 겸비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명확한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 필요하며 자신의 능력범위를 알아야 합니다. 뛰어난 사람 중에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실제보다 훨씬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험합니다. (289p)

→ 탁월한 성취를 이루는 사람들은 타고난 자질이 범인과 다르다는 것인데, 재미있는 점은 멍거가 이야기한 명확한 자기 인식, 만족 지연 등의 기질은 명상으로 얻을 수 있는 특성이라는 거다. 명상에 능숙할수록 가치투자에 유리하다는 단서.

멍거: 내가 생각하는 가치투자는 절대 구시대의 유물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치투자란 내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더 많은 가치를 받으려고 하는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법은 절대 유행을 타지 않을 것입니다. (...)

흥미롭게도 4~5 종목을 보유할 때보다 100종목을 보유할 때 더 전문성 높은 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는 완전히 미친 생각입니다. 4~5종목을 선정해야 내 생각이 적중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100종목을 선정하는 것보다 4~5종목을 선정하는 편이 훨씬 쉽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다각화diversification'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것을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 '다악화diworsification'라고 부릅니다. 나는 내가 잘 알며 우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2~3종목을 보유할 때 마음이 훨씬 더 편합니다. (305p)

→ 자기 스타일과 다른 스타일에 대한 표현이 다소 과격한데, 이렇게 거칠게 말하는 사람도 있어야 구경하는 사람은 즐거운 법.

(질문) 당신은 오래전부터 싱가포르 리콴유 총리를 존경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멍거: 국가의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면 리콴유는 십중팔구 세계 역사상 최고의 국가를 건설한 인물일 것입니다. 그는 군대도 없이 말라리아 습지를 접수했고 단기간에 멋지게 번영하는 국가로 만들었습니다. 그가 사용한 기법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그가 거듭 말하던 좌우명은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서 실행하라"입니다. 이 말은 누구나 아는 상식처럼 들리지만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려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리콴유처럼 효과적인 방법으로 끝없이 실행하지도 않습니다. (325p)

→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건, 책을 계속해서 읽는 데에도, 읽은 책을 소화하는 데에도, 그리고 책 읽기와 소화하기를 즐겁게 수행하는 데에도 모두 유용하다. 읽고 쓴다는 건 참으로 즐거운 일.

책을 읽으며 무엇보다 많이 들었던 생각은, 문장이 참 읽기 편하단 것이었다. 에너지를 쓰면서 읽지 않고 오히려 에너지를 받으면서 읽을 수 있어서 고마운 책이었고, 그 덕분에 오랜만에 즐겁게 책을 읽었다. 훌륭한 책의 서평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에프엔미디어 출판사와 좋은 번역으로 좋은 책을 소개해주신 이건 역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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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순간의 나 - 세계 3대 영적 지도자 에크하르트 톨레 사상의 핵심집약판이자 실천편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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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어울리지 않는 비유로 책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초등학생 때 동네 오락실에 가면 대전 게임이 인기였다. 스트리트파이터, 더킹오브파이터즈 같은 대전 게임기에는 늘 대기 인원이 줄 서 있곤 했다. 먼저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에게 다음 사람이 챌린지를 해서 1:1 대결이 이루어지는 방식. 이긴 사람은 남고 진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야 하는 진검승부였다. 대결이 흥미진진할 때면 오락실은 두 사람의 조이스틱과 버튼 소리만 가득한 채 묘하게 고요해지곤 했다.

나는 부서져라 조이스틱을 휘젓고 버튼을 눌러대는 하수였다. 그러던 어느날 대기줄에 서서 고수들의 경기를 관전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쓸모없는 움직임이 적고 손을 부드럽게 놀려 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 사람은 십중십 고수라는 걸 말이다. 한 분야에서 고수란 헛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그때 배웠다. 

아마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언제부턴가, 나는 그 무엇보다 인생의 고수가 되고 싶었다. 헛힘을 들이지 않고 물 흘러가듯 살아가고 싶었다. 아마 혼자였다면 조금은 쓸쓸했겠지만 그리 살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십대 후반에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 둘을 얻은 다음에는 나의 바람도 바뀌었다. 나는 우리 가족의 행복을 일구고 싶었다. 우리 네 식구의 행복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되고 싶었다. 나는 희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즐거움으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 결혼 전에는 자신조차 다스리기 어려워 했던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합리적인 의문이었지만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해내고 싶다고 끝없이 욕망하면서 좌충우돌했다. 그게 열정이고, 올바른 노력이며, 사랑에 성실한 삶이라 믿었던 것 같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사실은 마음이 평화롭지 않아서 꽤 힘들었다. '남들은 안 힘든가? 아니면 똑같이 힘든데 그냥 버티나?'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이 궁금해 어설프게 진지한 대화를 시도한 적도 많다. 그때 여러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말았는데, 늦었지만 이 글에서나마 사과하고 싶다. 나는 유연성이 특히 떨어지는 몸과 마찬가지로 정신의 유연성도 대체로 부족했다. 너무 힘들면 조금 놓아버리고 쉴 법도 한데 미련하게 끝까지 달렸다. 법륜 스님 말마따나 뜨거운 불덩이를 손에 쥐고서 놓을 생각은 못하고 '아아. 뜨겁다. 뜨거워'하며 계속 괴로워만 한 것이다. 건강을 잃고 나서야 행동을 멈추었으니 어리석은 중생이란 바로 나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리라.

그러나 크게 어리석었던 대가로 이 책을 만난 것이라면 마냥 손해만 본 건 아니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만난 '명상'을 주제로 한 소모임, 이 책은 그 소모임의 추천 서적 중 한권이었다. 세계 3대 영적 스승인 에크하르트톨레가 쓴 <이 순간의 나>. 200 페이지 분량의 짧은, 크기마저 작은 책이다.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의 에세이다. 

책의 모든 내용이 좋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책을 거듭 읽을 것이다. 다른 책보다 이 책이 특별하게 좋았던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지점이다. '마음이 곧 나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들린다. 지향점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향점에서 우리 쪽을 향해 들려오는, 길을 인도해주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택한 언어다. 법륜스님의 언어와 비교하면 다소 형이상학적이지만, 그 특징 때문에 언어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더욱 깊게 와닿는다. 

현재의 순간을 거부하며 그에 저항하는 낡은 패턴을 깨뜨려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가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 과거와 미래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연습을 하세요. 일상생활 속에서 가능한 한 자주 시간의 차원에서 한 걸음 물러서보세요.
지금 이 순간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면, 습관적으로 현재에서 달아나려는 당신의 마음을 지켜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세요. 그러면 당신이 현재보다 더 좋거나 더 나쁜 미래를 상상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당신이 상상한 미래가 지금보다 더 좋다면, 희망이나 가슴 벅찬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보다 더 안 좋은 미래를 상상하면,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환상입니다.
자신을 관찰할 때, 당신은 저절로 현재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자신이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현재에 존재하게 됩니다.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더 이상 마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벗어날 때 마음이 아닌 또 다른 어떤 것이 당신의 삶으로 들어옵니다. 바로 관찰하는 존재입니다.
마음의 관찰자로 현재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자신의 반응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해보세요. 당신이 반응을 보이는 상황이나 사람에 관심을 갖는 만큼 당신의 반응 자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44-45p)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진행할 때에는 시계상의 시간을 활용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정확히 인식하되 이 순간 당신이 내딛는 발걸음에 모든 주의를 집중하고 그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반면에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행복이나 성취감 혹은 자신에 대한 더 완벽한 의미를 추구하면서 목표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면, 지금 이 순간은 더 이상 존중받지 못합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미래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어 그 본질적 가치를 잃게 됩니다. 시계상의 시간이 심리적인 시간으로 전락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인생 여정은 더 이상 모험이 아니라, 반드시 도착해야 하고 이루어내고 '성취해야 할' 강박적인 욕구로 변질됩니다.
더 이상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을 보지 못하고, 향기를 맡을 수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때 당신 주변에서 펼쳐지는 삶의 아름다움과 기적을 놓쳐버리는 겁니다.
언제나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가려 애쓰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의 행동이 대부분 그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가요? 눈앞에 놓인 성취를 쫓거나, 성행위, 음식, 술, 마약, 황홀감, 흥분처럼 순간의 즐거움에 매달려 있나요? 항상 무언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고 획득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나요? 혹은 새로운 황홀감이나 즐거움을 찾기 위해 모든 정신을 쏟고 있나요? 더 많은 것을 얻으면, 더 큰 성취감과 행복, 심리적 만족을 느낄 수 있다고 믿나요?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나요?
(48-49p)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필연적으로 한 가지 문제를 갖는다. 마음은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고 원하는 것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이루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마음들의 수많은 욕구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의 마음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오직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때에 만족을 얻는다. 그렇기에 마음을 중요시 해 마음을 추종하면 필연적으로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자신을 관찰할 때, 당신은 저절로 현재에 더 오래 머물게 됩니다. 자신이 현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현재에 존재하게 됩니다. 마음을 관찰할 수 있다면 언제든 더 이상 마음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서 벗어날 때 마음이 아닌 또 다른 어떤 것이 당신의 삶으로 들어옵니다. 바로 관찰하는 존재입니다.'
명상은 마음을 추종하는 나로부터 마음을 관찰하는 나로 의식을 옮기는 일이다. 그 행위의 반복으로 우리가 얻게 되는 것은 '커다란 내면의 평화'다. 타인과 어울려 생활하면서도 자기과잉욕구나 자기보존욕구가 앞서지 않는 평정심이다. 타인과 나를 똑같이 자비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너그러운 삶이다.

이 책은 그곳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자상하고 훌륭한 초대장이다.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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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좋아라 2022-10-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rlaalswl203 2023-08-24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고 구매하러 갑니당 총춍
 
넥스트 테슬라를 찾아라 - 현직 1등 펀드매니저의 미국 구조적 성장주 투자 로드맵
홍성철.김지민 지음 / 에프엔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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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테슬라의 주가는 700% 상승했다. 남의 나라 일이었기에 망정이지 국내에서 이런 기회를 놓쳤다면 얼마나 섭섭했을까.
'구조적 성장주에 투자하라'는 격언이 '넥스트 테슬라를 찾아라'라는 말과 같게 들리는 시대다. 그래서 동 제목의 책도 나왔다. <넥스트 테슬라를 찾아라>.

책의 서두에 국내용 주식 투자자인 내가 뜨끔할 만한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었던 이유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들이 증시의 주력 업종이기 때문이란 거다. 반도체, 자동차, 정유, 화학, 조선... 경기 변동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업종에 투자할 때는 산업 사이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잘못하다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이런 높은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구조적 성장주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한 대안이라고 말이다.

미국 증시의 주력 기업들은 Facebook, Amazon, Apple, Microsoft, Googl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경기 변동과 관계없이 꾸준히 성장해 온 그리고 앞으로도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시총 상위의 기업임에도 2009년 이후 매출이 연평균 20%씩 성장해왔다. 책의 1부는 미국 투자의 당위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물고기가 드문 저수지에서 훌륭한 낚시꾼이 되기 위해 애쓰지 말고, 다소 서툰 낚시질이더라도 물고기가 풍부한 저수지에 가야 손맛이 더 좋을 것이라는 조언에 누가 토를 달 수 있겠는가. 다만, 물고기가 풍부한 저수지에 가려면 영어를 익혀야 한다는 게 나로서는 난감할 뿐.


본 책은 '서론 - 본론'의 두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은 앞서 언급했듯 미국 투자의 유리함에 대한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약 70 페이지의 분량이다. 본론은 총 3부로, 1)구조적 성장주, 2)배당 성장주, 3)성장하는 금융상품, ETF로 나뉘며, 구조적 성장주 65종목, 배당 성장주 15종목, ETF 20종목, 총합 100 종목이 소개된다. 이중 독자들이 눈여겨 볼 만한 내용은 구조적 성장주 65선으로, 해당 파트는 다음의 사진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 다루기... 학창시절 미술처럼 내겐 너무나 어려운 그것...) 



위처럼 각 종목은,
1) 기업개요
2) 구조적 성장 스토리
3) 리스크 요인
4) 글로벌 하우스 전망 
5) 투자 포인트 
6) 핵심 시장 지표 - 팩트셋(Factset) 투자의견 컨센서스
7) 핵심 투자 지표
로 설명된다. 상기 기업 '빌리빌리'는 본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기업인데, 비즈니스 모델, 성장성, Factset 투자의견 등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예시로 선정했다.


소개된 65종목 중에서, 팩트셋 투자의견 컨센서스 기준으로 매수의견 100%인 기업도 1곳 있었다. 나로서는 처음 알게 된 산업의 낯선 기업이었는데, 산업과 기업 모두 첫인상이 훌륭했다.

그밖에 다른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도 여럿 소개된다. 책을 읽고 그중 하나의 기업에 투자를 시작하게 된다면 결코 책값이 아깝지는 않으리라. 나는 원래 해외 투자를 3년 뒤쯤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이 책과 인연이 닿은 만큼 조만간 해외 기업을 하나 골라 투자를 해보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다른 의미에서 큰 인상을 받은 부분은, 애플이나 엔비디아의 ROE가 무려 46~73%에 육박한다는 점이었다. (엔비디아의 2020년 ROE는 26.0%였으나 그 전 해는 49.3%, 전전 해는 46.1%였다) 제조 설비를 보유하지 않는 기업의 강력함은 국내 게임주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 세계 시가 총액 1위 기업 애플의 2020년 ROE가 73%에 달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애플의 2021년 예상 ROE는 162.7%, 2022년 예상 ROE는 243.4%다.)

이러한 놀라움은 초보 투자자인 나의 부끄러운 실력 탓이 크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말 머리를 한 대 쎄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투자할 만한 기업의 정보를 알려주고 해외 투자 공부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훌륭한 안내서다.
단점을 꼽자면, 엑기스와 엑기스가 아닌 부분의 상대적 차이가 커서 대강 눈으로만 훑고 넘기게 되는 내용이 많다는 것인데, 이런 구성을 택한 책에서 그걸 단점이라 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해외 투자의 동기를 얻고 싶거나 미국 증시에서 유망한 종목을 탐색하고 싶은 독자라면 본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선물받아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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