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코너스톤 세계문학 컬렉션 2
조지 오웰 지음, 박유진 옮김, 박경서 / 코너스톤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작은 열쇠 구멍을 통해 나의 행동을 엿보는 것만 같은 붉은 눈동자가 프린트되어 있는 책 표지가 섬뜩합니다. 매번 책 표지 앞면이 보이게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가 붉은 눈동자가 신경 쓰여서 표지 뒷면이 위로 올라오게 돌려놓았습니다. 그래도 뭔가 꺼림칙하여 책 읽기를 끝낼 때 까지 겉표지를 벗겨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두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겉표지를 벗겨낸 뒤 마주한 표지에도 크기만 작아졌을 뿐 열쇠 구멍을 통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눈동자가 있었습니다. 이 또한 마음이 불편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의 전체 분위기가 무거운 회색빛이어서 책 읽는 내내 기분이 가라앉았지만 나를 부자연스럽게 만든 원인은 바로 이 눈동자였습니다. 소설 속에서 1984년을 살아가는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를 비롯한 인물들의 고통이 이와 같을까 싶었습니다.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1984(2015.08.25. 코너스톤)》는 증오를 바탕으로 세워진 오세아니아에서 살아가는 39살 남자 윈스턴 스미스가 주인공입니다. 오세아니아는 인간의 감정과 정신 그리고 행동을 통제하며, 급기야는 인간의 삶을 제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습니다. 오세아니아의 권력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인간의 기록은 삭제되어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이러한 통제 사회에서 주인공 윈스턴은 ‘일기 쓰기’를 시작으로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빅 브라더의 감시에서 벗어나 생각과 행동의 자유를 누립니다. 윈스턴의 아슬아슬한 자유로움이 언제 탄로 날까 조마조마했지만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사상경찰에 체포되어 감금당한 뒤 고문당하는 것도 아니었고 두려움에 굴복해서 줄리아를 배신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윈스턴이 빅 브라더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984》에서 윈스턴을 고문하던 오브라이언은 ‘우리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생각뿐이야(p.331)’라고 말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트리니티가 앤더슨에게 ‘우리를 움직이는 건 바로 question이야’라고 말한 의미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윈스턴은 결국 통제하고자 하는 권력에 굴복 당하고 말았지만 다시금 저항 세력은 등장할 것이고 통제 사회는 영원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야만 마음이 편안해질 것만 같습니다.

   

 

인간성이 말살된 미래 사회를 예언한 《1984》를 집필한 조지 오웰의 천재성을 굳이 거론할 필요성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미래 어느 순간 조지 오웰이 예언한 통제 사회가 존재하게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1984》를 비롯해서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불리는 두 편의 작품도 읽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소설을 읽다보면 마지막 장까지 한참 남았는데도 결말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가 있습니다. 결말을 미리 안 후 계속되는 책읽기는 어쩌면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게다가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다보면 마주치게 될 게 분명한데도 마음이 온통 궁금증에 지배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럴 때면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아직 읽지 않은 페이지를 건너 뛰어 마지막 장 근처 어느 한 페이지를 열어봅니다. 그런 후에야 궁금증을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2015)」을 읽고 감탄했기에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2015.10.12. 마시멜로)》도 고민하지 않고 선택했습니다. 「허즈번드 시크릿」에서도 그러했지만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에서도 마지막을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는 피리위 초등학교에서 열린 “오드리와 엘비스의 퀴즈 대회의 밤”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실을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퀴즈 대회의 밤 6개월 전부터 사건 발생 당일까지 시간 순서대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이야기 사이사이에 에이드리언 퀸런 경사가 피리위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상대로 당일 사건을 조사하며 나누었던 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살인 사건과 각자 다른 상처를 가진 세 명의 여자의 이야기 그리고 피리위 초등학교 예비학교 학생의 엄마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 등을 읽으며 퀴즈 대회의 밤에 사망한 사람은 누구인지 그리고 왜 목숨을 잃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그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해 가만가만 기어가 기어코 사망한 인물을 확인했지요. 그 이유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요. 하지만 책읽기를 마친 뒤 가장 궁금했던 건, 아니 의문스러웠던 건 과연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였습니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의미하는 거짓말이라고 짐작해 볼만한 게 두 개 정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리안 모리아티의 「허즈번드 시크릿」을 읽고서 감탄했던 이유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는 과정이 멋졌기 때문입니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도 멋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피리위 초등학교 예비학교 설명회에서 유난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세 명의 학부모 매들린과 셀레스트 그리고 제인이 어떻게 하나로 연결되는지 그 현장을 직접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도 없는 한밤에(2015.09.04. 황금가지)》는 오래 전 「스타더스트(2007)」와 「네버웨어(2007)」를 통해 알게 된 소설가 ‘닐 게이먼’의 “스티븐 킹의 마지막 중편소설집이 될 책, 그야말로 훌륭한 ‘스티븐 킹표’ 소설이다”라는 추천사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스티븐 킹’다운 소설이었습니다. 스티븐 킹은 이미 영화화되었거나 현재 영화화 중인 작품의 원작자로 유명한데요. 이 소설집에 수록된 네 편의 중단편도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영화로 제작된다면 장르史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총 네 편의 중단편은 ‘복수’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 다른 복수극이라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작가는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 또 그들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을 기록하려고 최선을 다했다(P.600)'라고 말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작가의 문장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 변화의 기록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묘사한 등장인물의 감정변화에 집중하느라 섬뜩하고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쳤을 때도 잠깐 움찔거리기만 했을 뿐입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라는 제목 아래 『1922』, 『빅 드라이버』, 『공정한 거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922』와 『빅 드라이버』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아내를 죽인 뒤 태연하게 뒷수습에 몰두하는 남편의 감정 상태, 강간당한 뒤 혼란스러운 여자의 감정 묘사가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증오한 남편이 아내를 죽인 뒤 죽은 아내의 충직한 부하인 쥐들에게 물어 뜯겨 죽음에 이르는 『1922』는 열네 살이던 아들을 공범으로 만들며 아내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윌프리드 릴런드 제임스가 주인공입니다. 윌프리드는 잔인하고 무자비했던 살인 과정을 증명하는 살해 현장을 묵묵히 수습했고 아내를 찾는 외부인들의 방문에도 흔들림 없이 아내의 가출을 주장합니다. 훗날 아내 명의의 땅이 자신의 소유가 되리란 기대로 가득 찬 그에게 아내를 살해한 것에 대한 후회나 반성의 기미는 찾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죽인 날 밤 ‘오늘 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가 않군(P.43)'이라고 생각했던 윌프리드는 실제로 그날 밤 이후 죽는 날까지 아내와 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아내가 죽으면 원하는 모든 소망을 이루리란 기대와 달리 아내의 죽음 뒤 아들과 땅, 집 모든 것을 잃어가는 남자의 모습은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어쩐지 처량하게 보였습니다.

 

 

유혈극이 없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 테스가 북클럽 강연을 마친 뒤 귀가하던 도중 낯선 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하는 『빅 드라이버』는 《별도 없는 한밤에》에 수록된 네 편의 중단편 소설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테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강간범이 지하 배수로에 테스를 던진 후 자리를 떴을 때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가장 안전한 장소인 집으로 돌아온 테스는 자신이 당한 사건과 목격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정의감과 자신의 이야기가 외부에 알려지는 부담감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경험합니다. 테스의 감정 변화는 실제 강간이라는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경험할 것만 같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테스가 스스로 복수하기로 결심했을 때 배가 되어 전달됩니다.

 

 

솔직히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영화로만 접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연이어 스티븐 킹의 두 작품을 읽으며 무척 놀랐습니다. 글로 읽는 스티븐 킹의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줄 몰랐거든요. 한동안 ‘스티븐 킹표’ 소설에 푹 빠져 지내게 될 것만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1000회를 맞은 SBS의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대한민국의 정의를 묻다’라는 부제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돈의 권력이 얼마나 절대적으로 통용되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을 방영하였습니다.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담아 낸 프로그램을 보면서 과연 우리에게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절망을 느꼈습니다. 기억에 남는 충격적인 말은 교도소에서 부의 권력을 목격한 이들이 돈에 대한 확신만 뼈저리게 배우고 사회로 나온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도 없다는 믿음이겠지요. 대를 이어 부의 권력을 누리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는 행태 등 대기업의 부도덕성은 암암리에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실은 자본주의고, 자본주의는 돈이 왕이고, 돈을 이길 수 있는 힘은 그 어떤 것도 없어.(p.134)

    

 

최근 강한 인상을 남긴 프로그램 덕분인지 소설가 조정래의 《허수아비춤(2015.08.05. 해냄)》은 단순한 문학으로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현재에도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 경제계의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지요. 작가는 소설에 ‘돈의 힘’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등장시킵니다. 그들은 비자금 조성을 위해 ‘문화개척센터’라는 허울 좋은 부서를 만들어 놓고 정치인, 법조인, 정부 관료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돈을 뿌립니다. 그리고 그들의 비리가 신문을 통해 드러났을 때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아니었음이 증명됩니다. ‘돈은 살아있는 신(p.69)'이라는 그들의 믿음은 허상이 아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속담처럼 무의미해 보이는 싸움을 시작한 이들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현실에서도 돈을 마치 신과 같은 존재로 믿고 따르는 무리들과 반대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대기업의 비리와 횡포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존재하니까요. 언젠가는 재벌기업이 스스로 분배, 사회 환원 등을 논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기대도 품어봅니다. 그러나 돈의 권력을 이미 경험한 이가 더 높은 권력을 향해 이동해 간 소설의 결말은 우리 사회에 깃든 암울한 현실을 대변해 주는 듯 느껴져 답답했습니다.

    

 

허수아비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새 또는 짐승을 막기 위하여 막대기와 짚으로 만들어 논밭에 세우는 사람 모양의 물건이란 의미와 주관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의미입니다. 작가는 돈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돈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빗대어 허수아비라고 지칭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p.5)’는 작가의 심정이 온전히 다가와 마음이 무겁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면 줄거리, 장르 등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무조건, 읽고 보는 거다.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껏 그의 이야기에 실망한 기억이 없어서다. 게다가 《미스터 메르세데스(2015.07.20. 황금가지)》는 ‘스티븐 킹이 최초로 선보인 탐정 하드보일드 소설’이란 소개까지 붙었으니 읽지 않고 지나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탐정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탐정이 쫓는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공개되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마지막까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줄곧 느껴야 하는 긴장감과 떨림도 흥미롭지만 그것보다 탐정과 범인의 대결 양상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하기 때문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런 나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소설이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메르세데스’는 값비싼 외제자동차 브랜드다. 소설 제목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범인을 지칭하는 별명의 일종인데 2009년 4월 채용박람회에 모인 인파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서 여덟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남기고 사라진 사건의 범인이 몰았던 차가 메르세데스벤츠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퇴직형사 윌리엄 호지스가 자신을 메르세데스 사건의 킬러라고 소개하는 살인마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상이 무의미하고 무료하던 퇴직형사 호지스는 갑작스럽게 도착한 편지를 읽은 후 자신이 마무리 짓지 못한 메르세데스 사건을 파헤쳐보기로 한다. 우선 과거 메르세데스 사건을 수사할 당시 놓쳤던 건 없었는지 살피며 범인이 제공한 정보 중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메르세데스 차주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여동생 저넬 패터슨(제이니)과 만나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메르세데스를 훔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채용박람회장으로 돌진해 사람을 죽인 살인마 브래디 하츠필드는 알콜 중독자인 엄마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려고 두 개의 일을 하는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한다. 브래디는 메르세데스 차주 올리비아를 자살하도록 유도했던 것처럼 늙은 형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올리비아를 완벽하게 처리했던 때처럼 호지스도 그러하리라 여겼던 브래디의 생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치고 만다. 호지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호지스는 늙어서 퇴직한 형사지만 베테랑답게 범인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브래디보다 한 수 앞을 읽을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심리전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게다가 호지스는 브래디와 홀로 맞선 게 아니라 집 안 일을 도와주는 이웃집 17살 흑인 소년 제롬 로빈슨과 제이니의 친척이며 불안 장애를 갖고 있는 홀리 기브니의 도움을 받았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탐정과 범인의 심리전이다. 범인은 탐정을 알지만 탐정은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범인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짚어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게 만드는 탐정의 능력은 대단하다. 아니 스티븐 킹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작가 스티븐 킹은 불행한 어린 시절의 경험 탓에 삐뚤어진 인격으로 성장한 브래드 하츠필드와 퇴직하였지만 노련미는 사라지지 않은 형사의 조합을 완벽하게 그렸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하지스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결말이 예상되긴 했지만 과연 스티븐 킹다운 소설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었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강렬한 탐정 소설이 등장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